소설리스트

99화 (99/604)

이리스와 노토스가 배웅을 나가고 잠시간 후, 금방 심심해졌다.

메스키트는 그들이 간 방향에서 전투의 느낌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몸을 쭉 빼고 언제 돌아올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심심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핸드폰 화면을 엄지손톱으로 톡톡 건드리곤 했는데, 뭐라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핸드폰을 깨웠다.

<무한 다이아> 화면을 켜지 않게 조심히 28번째 테라리움의 가드너 등급도 한 번 건드려 보고. 그러고 보니 칼롱의 말벌이 아직 내 벌집에 있었지. 말벌을 다시 칼롱에게 돌려보내기 위해 말벌 상태 창을 켰다.

핸드폰 안에 내 암벌과 칼롱의 수벌이 사이좋게 웽웽거리고 있었다. 나한테 돌아온 김에 열매라도 좀 먹여 둘까. 그런데 핸드폰 속에 있는 벌에게 밥은 어떻게 먹이지?

말벌을 터치하니 두 개의 버튼이 떴다. [강화], [메시지 입력].

메시지는 지금 쓸 기능이 아니고 강화에 있으려나? 버튼을 눌러 포만감을 확인하니 아직 90%로 빵빵해 보였다. 반면 내 암벌은 포만도가 100%였다. 메시지 한 번 오갈 때마다 5~10%씩 까이나…?

이리스의 파티가 돌아오려면 아직 먼 것 같으니 말벌의 창을 좀 가지고 놀아 볼까?

암벌에 장비처럼 장착된 기생충을 터치했다. 필라에게 받은 이후로 기생충의 ‘목적’을 설정한 적이 없어 아직 미활성 상태였다.

기생충이 목적으로 삼을 수 있는 리스트를 천천히 살피다 아래에 빈칸이 있는 것이 보였다. 터치하자 키보드가 팝업됐다. 타이핑할 수 있나 보네. 뭘 써 볼까?

지금은 말벌 두 마리뿐이니 이 둘로 뭘 할 수 있을까? 루프의 기생충은 감응력이 뛰어나다고 했지. 숙주를 만들어진 목적에 따라 완벽하게 조종할 수 있다고 했어. 뭐든 시키면 잘한다는 걸까? 지금 이리스 쪽 상황이 좀 궁금한데 말벌을 이용해서 뭘 할 순 없을까?

음… 키보드를 두드렸다. ‘감시’. 그러자 감시를 통해 숙주가 어떤 행동을 도출했으면 좋겠는지 입력하라는 창이 떴다. 어려운 걸…? ‘도청 후 메시지 입력’.

이렇게 하면 수벌을 이리스 쪽으로 보내 도청할 수 있는 거겠지? 톡톡, 두 손으로 화면을 두드리고 있으니 데이지와 바곳이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뭐가 좀 보이니?”

“아뇨, 까만색만 보여요.”

역시 핸드폰 화면은 나 말고 남에게 안 보이나 보다.

기생충이 목적을 훈련하기 위해 필요한 먹이량을 채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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