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님! 안 부려 먹고 있었습니다! 쉬고 있습니다요. 아직 난장판인 테라리움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서 조금 더 힘을 내려다 보니….”

‘내 생각 들렸구나?’

“이렇게 일해도 저흰 정말 끄떡도 없습니다. 여긴 제이 님의 테라리움 아티팩트 안이나 다름없는걸요. 아, 이번엔 제가 아니라 민들레 묘목들을 보러 오신 건가요? 섭섭하긴 해도 많이 성장한 성장시킨 묘목들을 드디어 보여 드릴 기회가 오니 가슴이 떨리네요. 자 어서 그동안 훈련한 성과를 보여 드리러 다녀와.”

“네! 싸부!”

“네! 쓰승!”

아티팩트에서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긴 작은 민들레 드라이어드들이 튀어나왔다. 확실히 처음 봤을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여전히 바곳이 더 크긴 하지만 키도 훌쩍 자라서 셋이 비슷했다. 처음엔 유치원생을 보는 줄 알았다면 지금은 초등학생 정도였다.

“많이 컸네!”

옷차림도 많이 달라졌다. 아이들은 소매가 풍성하고 긴 연두색 상의에 노란 민들레꽃을 두 개 엎어 놓은 것 같은 몽실한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어깨를 덮는, 민들레 잎사귀를 닮은 짙은 녹색 케이프엔 민들레꽃 문양이 정교하게 금실로 수놓아져 있었다. 하얗고 둥근 민들레 꽃씨를 닮은 앙증맞고 짧은 스태프를 무기로 들고 있었다.

드라이어드들이 바크라고 부르는 장비는 특성에 따라 외형이 많이 다른 것 같았다.

공격형인 데이지는 움직이기 편한 재킷 차림이라면 방어형인 메스키트는 튼튼한 중갑옷, 엘더나 바곳 같은 회복, 지원형은 확실히 맞으면 오래갈 것 같지 않은 차림이긴 했다. 치렁치렁 화려하거나 발까지 덮는 로브형이라거나.

민들레 드라이어드도 엘더와 바곳 같은 유형이라 옷차림이 전체적으로 하늘하늘했다. 아름다운 민들레 드레스를 입고 있던 단델리온을 생각해 보면 여기서 레벨이 올라 더 성장한다고 해도, 노랗게 더 치렁치렁해지고 화려해질 것 같았다.

둘은 똑같은 얼굴에 똑같은 옷차림을 하고 똑같은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짙은 주홍색의 눈들이 맑게 빛나며 기대를 가득 담은 눈으로 내 모습을 담아내고 있었다.

아, 다른 점이 있었다. 둘 다 꽃잎보단 연한 노랑 머리칼을 했지만 머리 모양이 조금 달랐다. 어깨까지 오는 머리칼을 한쪽은 아래로 양 갈래를 묶었지만 다른 한쪽은 하나로 묶어 내렸다.

“어머, 둘 다 여성형이었나 보네.”

“아니에요. 쟤는 남성형이에요.”

의외로 양 갈래 쪽이 남성형이었다. 드라이어드들은 꽃이 모체인 만큼 모두 미형이었다. 엘더처럼 거기서 더 발전해 얼굴에서 빛이 나는 미형과 그냥 미형만 있을 뿐. 거기다 민들레 아이들은 어려서 도통 구분이 되지 않았다.

“저는 이겨서 머리끈을 두 개 받았어요.”

“그럼 두 개로 묶은 건 단지 머리끈을 두 개 받아서야?”

“제가 다시 빼앗아 올 거예요. 치사하게 쓰승이 안 볼 때 발을 걸었어요.”

“싸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 했어. 넌 나한테 돌 던졌잖아.”

“너희 둘은 대체 무슨 훈련을 하는 거니…?”

메스키트가 웃으며 두 아이의 머리 위에 손을 짚었다.

“데이지 드라이어드가 성목으로서 좋은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었답니다.”

나와 잠깐 떨어져 있는 사이 메스키트는 민들레 아이들과 충분히 친밀함을 쌓은 것 같았다. 아이들은 제 머리에 올라온 손을 타고 웃으며 메스키트의 팔뚝에 매달렸다.

“쓰승이 언젠가 둘 중 하나가 작은 세계수님의 민들레 포레스트의 왕이 될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쟤보다 강해져야 해요. 저흰 강해지는 훈련을 했어요.”

“제가 더 강해질 거예요. 제가 강해져서 쓰승의 데이지 포레스트 왕처럼 멋진 왕이 될 거예요.”

그러면서 아이들은 뒷짐 지고 이곳을 구경 중이던 데이지를 열렬하게 바라보았다. 데이지가 화답하듯 환하게 웃어 주었다. 아이들의 눈빛이 더욱 활활 타올랐다.

오, 좋은 자세다. 내 드라이어드들이 강해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지! 확실히 포레스트의 왕은 내 아티팩트 안에 있는 둘 중 하나만 될 수 있으니까. 누가 단델리온처럼 멋진 왕이 될까 기대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과 영혼의 연결을 맺은 후 정보를 자세히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다. 데이지2는 빨리 아이들을 테라리움으로 보내 달라고 성화였지, 엘더는 나비 따라가자고 징징거렸지, 시간 날 때 확인하려던 것을 잊고 있었다.

아이들의 정보는 바곳을 열매로 데려왔을 때처럼 내 핸드폰에 팝업 창으로 떴었다. 핸드폰을 깨워 그것을 찾았다. 엘더의 정보 창을 지나 메스키트, 데이지, 바곳을 넘기니 보유 수 2로 표시된 민들레 드라이어드에 대한 정보 창을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