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0화 (80/604)

퍼스널 쇼퍼의 안내를 따라 드디어 상가 구역에 진입했다. 하얗고 반들거리는 돌계단을 오르니 정돈된 내부가 한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길목에 가지런히 놓인 진열대에 상품들이 내세워져 있고 조명을 아낌없이 사용하여 주력 상품들을 반짝반짝 홍보하고 있었다.

내부는 미로 같이 얽혀 있어 잘못 발을 디딘 사람들이라도 빠져나갈 땐 뭐 하나쯤 손에 들고 나가게끔 설계되어 있는 것 같았다.

“앗, 거기 초보 드루이드님!”

이번엔 또 뭔가 싶은 얼굴이 되었다. 입구에 이렇게 이벤트를 많이 만들어두면 피로도가 높아져 쇼핑할 기운이 있겠냐며. 이제 겨우 월렛 좀 열어보려는데….

“18번째 테라리움 쇼핑 스토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엔 처음이신가요? 저희 18번째 테라리움 쇼핑 스토어에선 막 모험을 떠나실 초보 드루이드님들을 위해 지원품이 준비되어 있답니다. 저를 조금만 도와주시면 드루이드님의 드라이어드에게 꼭 필요한 장신구를 드려요!”

하면서 나를 부른 소녀가 작고 검은 케이스를 보여 주었다. 오… 장신구?

“품질과 보석, 장신구의 종류는 랜덤! 운이 좋으시다면 주력 드라이어드에 맞는 보석을 맞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낮은 확률이지만 최상급 장신구를 얻을 수도 있답니다!”

“오, 쩐다!”

“저를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퀘스트다! 저건 100% 서브 퀘스트야! 퀘스트면 당연하지! 심지어 보상도 최대 최상급 장신구를 얻을 수 있다잖아?

“죄송합니다. 여기 이분은 따로 상점 가이드 이벤트가 필요 없는….”

여기 테라리움의 상점 구역에 나같이 쪼렙으로 보이는 드루이드가 처음 진입하는 발생하는 퀘스트인가 보다. 내 퍼스널 쇼퍼가 거절하려고 하길래 만류했다.

“도와줄게요!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데요?”

내게 퀘스트를 주려던 아이는 입을 꾹 다물고 퍼스널 쇼퍼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녀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자 입 모양이 안 보이게 내 쪽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퍼스널 쇼퍼에게 소곤소곤 말하기 시작했다. 늘 하던 대로 계속해도 돼요? 그래도 다 들렸다.

“어… 그럼… 네! 저는 여기 쇼핑 스토어의 안내판을 돌리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중요한 일이 있어서 자리를 뜰 수 없답니다.”

그런 것 치곤 아까 간식 코너에서 놀고 있는 거 다 봤다.

“그건 여기 모금함을 지켜야 하는 일인데, 만약 모금함이 다 차면 모금함을 과수원으로 보내고 제가 안내판을 돌릴 수 있지만….”

“얼마면 모금함이 다 차는데요?”

“어….”

이런 걸 묻는 사람은 내가 처음이었나 보다. 갑자기 아이가 크게 당황하며 주저하기 시작했다. 모금함 채우는 퀘스트 아니었나?

“어… 한… 천 다이아…?”

“좋아요. 채우면 그 박스 주나요?”

“제이 님, 잠시… 실례지만 여기서 준비한 가이드 이벤트는 다음에 나올 내용입니다.”

“앗….”

아, 이제 이해했다. 그런 퀘스트가 있긴 했다. 유저가 제시하기 힘든 금액을 NPC가 제시하며 하하! 역시 지불 못 하시겠죠?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답니다! 하는 그런 류 말이다.

아이는 다시 퍼스널 쇼퍼의 눈치를 봤다. 계속해도 돼요? 이젠 입도 안 가리고 멀뚱멀뚱 물어본다.

“아… 네! 그래서 모금함이 다 찰 때까지 저는 움직일 수 없으니 드루이드님께서 여기 안내판에 적혀 있는 가게들을 찾아 안내판을 모두 나눠 주신 후 제게 돌아오시면, 제가 초보 드루이드 지원품을 드릴게요!”

뭐야, 단순 아이템 전달 퀘스트였네. 그런 것도 좋지! 아이는 내게 안내판 5개와 말린 두루마리 하나를 주었다.

두루마리는 26번째 테라리움에서 그쪽 행정 관리원에게 퀘스트를 받을 때 한 번 본 적 있는 물건이었다. 이게 퀘스트 창을 대체했지. 두루마리를 펼쳐 보았다.

그곳엔 내가 방문해야 할 상점 리스트가 적혀 있었다. 제일 끝엔 ‘세계수의 18번째 테라리움 쇼핑 스토어의 도우미를 도와주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초록빛 반짝이는 나무 문양 도장도 크게 찍혀 있었다. 오랜만의 퀘스트였다.

리스트의 제일 첫 번째에 있는 상점은 포션 상점이었다.

연금탑 직영점, 세계수의 18번째 연금탑이 품질을 보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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