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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1026화 (1,026/1,027)

< 1026화 8. 초월의 서(序) >

띠링-!

-악신의 기운이 전부 소멸되었습니다.

-용천의 기운이 보주에 흡수됩니다.

-‘용천주’의 봉인 해제에 성공하셨습니다!

-마지막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보주에 휘감겨 있던 시커먼 기운이 흩어지자 바닥에 박혀 있던 용천대검이 스르르 빠져나와 허공에 두둥실 떠올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우웅-!

대검의 위쪽을 부유하던 용천주가 그대로 이안의 손아귀에 빨려 들어왔다.

“후우. 끝난 건가?”

크게 숨을 몰아 쉰 이안은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스의 오른손 위에 얹혀 영롱한 황금빛을 뿜어내는 용천주의 자태.

그것을 잠시 응시하는 이안의 귓가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자여……!

-그대에게 용맹의 계승을 허하노라.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이안은 표정이 한결 밝아질 수밖에 없었다.

용맹의 계승을 허한다는 이야기는 곧 첫 번째 고난을 무사히 마쳤다는 의미였으니 말이다.

‘좋았어.’

하나의 고난을 클리어해서인지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적막 속에 잠긴 에카리스의 신전.

잠시 후 이안의 눈앞에 퀘스트 메시지가 주르륵 하고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띠링-!

-‘용맹의 계승 (히든)(에픽)(연계)’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 하셨습니다!

-클리어 등급 : SS

……중략……

-퀘스트를 완수하여 클리어 보상을 획득합니다.

-‘용맹의 반지(초월)(봉인)’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연계 퀘스트, ‘지혜의 계승(히든)(에픽)(연계)’ 퀘스트를 수령합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표정이 되었다.

‘지혜의 계승’이라는 이름의 다음 연계 퀘스트 또한 흥미로웠지만.

그것보다도 더 그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당장 보상으로 얻은 ‘용맹의 반지’아이템이었다.

‘용맹의 반지…… 이건 대체 뭐지?’

이안이 용맹의 반지에 꽂힌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외형 자체는 평범한 반지 형태의 액세서리였지만 아이템의 형식이 그가 완전히 처음 접하는 형태였으니 말이었다.

<용맹의 반지>

-등급 : ???(봉인)

-분류 : 액세서리

-초월의 길을 걷기 시작한 자만이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초월자의 손에 끼워진다면, 장비의 봉인이 해제될 것입니다.

*고룡 드라키시스가 내리는 고난을 전부 극복해 내지 못할 시, 소멸되는 아이템입니다.

봉인된 상태라고는 해도 무척이나 심플한 구성으로 되어있는 아이템의 정보 창.

레벨 제한조차 명시되어 있지 않은 이 아이템의 정보 창에서.

이안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아이템의 설명이었다.

‘초월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자만이…… 착용할 수 있다…… 라…….’

아이템의 착용 제한에 특정 퀘스트 클리어가 들어가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척이나 희귀한 케이스였으며.

게다가 레벨 제한이 들어가야 할 칸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아이템의 정보 창이다보니.

이안으로서는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안의 호기심은 오래 갈 수 없었다.

띠링-!

다시금 시스템 알림음이 울려 퍼지며 두 번째 고난이 담긴 퀘스트가 눈앞에 떠올랐으니 말이었다.

<지혜의 계승 (히든)(에픽)(연계)>

-악신 에카리스의 신전에 들어가 성공적으로 용천주를 찾아내고 그 봉인을 해제하는 데 성공한 당신은, 현자의 탑주이자 고룡인 드라키시스로부터 ‘용맹의 계승’을 허락받았다.

……중략……

하지만 초월의 자격을 얻기 위한 세 가지 덕목 중, ‘용맹’은 가장 기본적인 바탕일 뿐.

하여 드라키시스는 당신에게 두 번째 덕목인 ‘지혜’를 계승하기 위한 고난을 선사하였다.

만약 당신이 두 번째 고난마저 극복해 낸다면, 드라키시스로부터 마지막 덕목에 대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알 수 없음.

-퀘스트 조건 : 승천의 조건을 충족하여 용오름을 오른 자.

……중략……

‘초월자의 자격’을 얻은 자.

‘용맹의 계승’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자.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지혜의 목걸이.

*거절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흐음…….”

하지만 퀘스트 창을 다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안은 고개를 갸웃 할 수밖에 없었다.

‘감이 전혀 안 오는데……,’

어떤 식으로 퀘스트가 전개될지 조금이라도 예상해 볼 수 있었던 용맹의 계승에 비해.

‘지혜의 계승’이라는 이름은 아예 감이 오질 않았으니 말이다.

‘그냥 부딪쳐 보는 수밖엔 없으려나.’

그리고 잠시 후.

머리가 복잡해진 이안의 귓전으로 드라키시스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고대의 용사 레무스는 용맹뿐 아니라 지혜 또한 뛰어난 초월자였다.

“……!”

-부디 그의 지혜를 계승하여 나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라.

이어서 드라키시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우우웅-!

짙은 공명음과 함께 멈춰 버린 듯 했던 시공간이 다시 생기를 띄기 시작하였으며.

쿠웅-!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한 줄 떠올랐다.

-악신 ‘에카리스’의 저주가 온 몸을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확인한 뒤.

이안의 두 동공은 점점 더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 * *

“두 번째 시련은 역시…… 에카리스의 저주인가?”

명왕 라키아누스의 말에 옆에 있던 아르테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였다.

“아마도 그렇겠죠. 그녀의 저주만큼 도전자의 지혜를 시험하기 좋은 방법도 찾기 힘드니 말이에요.”

두 탑주들의 이야기를 듣던 드라키시스는 대답 대신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또한 두 사람과 크게 생각이 다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가장 많은 도전자들이 좌절하는 지혜의 계승……. 과연 이 벽을 넘을 수 있겠느냐, 도전자여.’

세 탑주들이 언급하는 악신 에카리스의 저주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조’ 할 수 있는 자 만이 극복할 수 있는 고난이었다.

에리카스의 저주를 극복하기 위해선.

악신의 힘으로 완벽히 복제된 또 다른 ‘나’를 제압해야만 했으니 말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지혜의 계승’퀘스트에 따로 난이도가 명시되어있지 않은 이유였다.

에리카스의 저주에 의해 복제된 유저는 이제껏 그가 플레이해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형성된 AI에 의해 움직일 것이었고.

이것은 시스템적으로 난이도를 설정할 수 없는 구조였으니까.

‘초월의 길에 오르지 못한 영혼의 절반 정도는 이 지혜의 계승에서 미끄러졌지.’

보주 안의 이안을 응시하는 드라키시스의 눈에 옅은 현기(玄機)가 깃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세 탑주의 시선들은.

다시금 보주 안의 이안을 향해 고정되었다.

첫 번째 고난을 지켜볼 때보다도 더욱 흥미가 어린 탑주들의 시선.

그런데 잠시 후.

“어엇?!”

“저, 저게……!”

흥미로 가득했던 탑주들의 시선은 점점 더 경악으로 바뀌기 시작하였고.

“……!”

비교적 담담하던 드라키시스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 * *

띠링-!

-임무 : 악신의 저주로 복제된 자신을 처치하시오.

-시간제한 : 없음

-임무를 완수할 시, 레무스의 지혜를 계승할 수 있습니다.

-임무 도중 사망한다면 ‘지혜의 계승’퀘스트에 실패하게 되며, 모든 연계 퀘스트가 드롭됩니다.

용맹의 계승 때보다도 더욱 심플하게 바뀐 고난의 임무 메시지.

그것을 확인한 이안은 묘한 표정이 되었다.

‘복제된 자신이라면…… 아무래도 레무스겠지?’

지금 ‘전장의 영웅’ 에피소드 안에 들어와 있는 이안에게 ‘복제된 자신’이란 곧 레무스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처음 이안은 퀘스트의 목적을 조금 잘못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결국 고대의 영웅인 레무스를 처치하라는 이야긴데…… 이게 대체 왜 지혜의 계승이지?’

눈앞에 나타난 레무스의 모습과 시스템 메시지를 다시 한번 번갈아 확인하며 들고 있던 용천대검을 고쳐 잡는 이안.

하지만 이안이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쿵- 쿵- 콰쾅-!

고작 다섯 합 정도 검격을 나눠 본 직후.

레무스의 움직임에서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낀 것이었다.

‘뭐지? 이 낯익은 움직임은…….’

이안은 소환술사이지만 대검을 사용하는 전투에 익숙했다.

특히 심판검 시리즈를 얻은 뒤로는 지금까지 거의 모든 전투에서 대검을 주 무기로 사용해 왔으니.

아마 이 시점에서 그에게 가장 익숙한 무기가 바로 대검일 것이었다.

그리고 이안에게는.

그렇게 오랜 기간 대검을 사용하면서 생긴 한 가지의 습관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전투가 시작되기 직전.

검을 든 반대쪽 허리의 검갑에 대검의 한쪽 검날을 살짝 걸쳐 놓는 것.

그것은 발검(拔劍)하기에도 무척이나 유리한 자세였으며, 무거운 대검의 무게를 지탱하기에도 편한 자세였다.

그리고 자신의 이 습관을 알고 있었던 이안은.

레무스의 자세와 움직임 등을 관찰하여 생각보다 빠르게 퀘스트의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었다.

‘저 AI…… 내 플레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AI였어.’

깨달음을 얻은 뒤 다시 복제된 레무스와 검을 섞어 본 이안은 자신의 생각이 옳음을 더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깨닫고 나서 좀 더 심도 있게 관찰하다보니.

레무스의 모습 안에서 평소 이안의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게 겹쳐진 것이다.

심지어는 이런 것까지 구현이 되나 싶을 정도로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난이도가 왜 알 수 없음인가 했더니…….’

하지만 소름이 돋은 것과 별개로.

이안의 입가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스륵 떠올랐다.

‘후후, 내 도플갱어와의 싸움인가? 재밌기는 하군.’

퀘스트의 본질을 확실히 인지하고 나자 너무도 쉬운 파훼법이 머릿속에 떠올라 버린 것이다.

“흐, 그럼 다시 해 볼까?”

이안의 생각은 간단했다.

그가 평소에 대검을 들었을 때 생각하던 가장 취약한 포인트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면.

결국 그의 플레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AI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으니 말이다.

‘심판검도 아니고 아무 고유능력 없는 이런 대검으로 싸우는 일대 일 대전이라면…… 변수는 많이 줄어들겠지.’

물론 말이나 쉬운 것이지.

이안의 이 이론은 결코 실행하기 힘든 것이었다.

만약 이안이 모든 소환수를 소환할 수 있고 자신의 모든 장비를 착용한 상태였다면.

너무도 많은 변수 탓에 아예 시도조차 못 해 봤을 이론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런 스킬을 사용하지 않으며 아무런 고유 능력을 갖지 않는 레무스의 복제가 상대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AI가 복제한 것은 이안의 플레이 스타일과 전투 패턴일 뿐, 그의 생각까지 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였으니.

얼마든지 농락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안의 예상처럼.

촤아악- 콰쾅-!

에카리스의 저주에 의해 복제된 레무스의 환영은 이안의 검격에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악신의 환영’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악신의 환영’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후략……

조금 전까지 이안과 대등하게 싸워 내던 존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완전히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악신의 환영’이 모든 생명력을 잃었습니다.

-‘악신의 환영’을 처치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이안은 고작 10분 여 만에 그의 AI를 복제한 환영을 누더기로 만들어 버릴 수 있었다.

‘크으, 거의 날로 먹었고요!’

자신의 생각대로 전투가 흘러가자 무척이나 신바람이 난 이안.

띠링-!

-‘지혜의 계승 (히든)(에픽)(연계)’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 하셨습니다!

-클리어 등급 : SSS+

……중략……

그런 이안의 눈앞에.

초월의 자격을 얻기 위한 마지막 퀘스트가 드디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퀘스트를 완수하여, 클리어 보상을 획득합니다.

-‘지혜의 목걸이(초월)(봉인)’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연계 퀘스트, ‘신뢰의 계승(히든)(에픽)(연계)’ 퀘스트를 수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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