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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1023화 (1,023/1,027)

< 1023화 7. 첫 번째 고난 (1) >

포털에 발을 디딘 이안의 시야는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그는 자연스레 눈을 감았다.

그러자 그 까매진 눈앞에 떠오른 것은, 간결한 두 줄의 메시지였다.

-첫 번째 고난에 입장하였습니다.

-‘전장의 영웅’ 에피소드가 발동합니다.

‘전장의 영웅 에피소드? 이게 뭐지?’

이안은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하지만 눈을 떴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을 정도로, 까맣던 그의 시야는 아직까지 전혀 밝아지지 않았다.

대신 쩌렁쩌렁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이안의 귓전을 때리기 시작하였다.

-돌격하라! 간악한 저들의 손에서, 용천주(龍天珠)를 되찾아야만 한다!

머릿속을 가득 울릴 정도로 커다란 누군가의 일갈에, 이안은 순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소리가 끝이 아니었다.

둥-둥-둥-.

커다란 그 외침을 시작으로, 적막하기 그지없던 그의 귓가에 수많은 다양한 소리들이 점점 더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으니 말이었다.

촤라악-!

콰쾅-!

“와아아아……! 돌격하라!”

“에카리스의 신전을 함락하라!”

그리고 그렇게 많은 소리들이 귓전을 두들기면서, 어둠으로 가득하던 이안의 시야 또한, 천천히 밝아지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이안은 주변의 상황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전장의 한복판에…… 떨어진 건가?’

눈앞에는 무척이나 긴박하고 치열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안은 딱히 당황하거나 조급해하지 않았다.

어차피 아직까지 그는 뭔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 말이었다.

‘그나저나, 나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지금 이안은 거의 관찰자의 시점이나 다름없었다.

치열한 전장을 조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마치 옵저버나 다름없는 시점에서 관조하는 관찰자.

당연히 몸을 움직이거나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다만 이안이 할 수 있는 것은 눈앞에 펼쳐진 이 광경 속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이게 드라키시스가 말했던…… 고대 영웅들의 전장이라는 건가?’

이안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머릿속에 담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집중하였다.

이제 곧 이 전장의 한복판에 떨어진다면, 지금 캐치해 낸 정보들을 활용하여 어떤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게 분명했으니 말이었다.

그리고 이안의 그런 생각을 시스템이 읽기라도 한 것일까?

우우웅-!

넓게 펼쳐졌던 이안의 시야가 순식간에 확대되며, 전장의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

그리고 그와 함께 이안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자신의 몸집보다도 더 커다란 대검을 든, 비교적 평범해 보이는 외모의 한 청년이었다.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쇄골부터 흉부로 이어지는 부분에 파란 드래곤 문양의 문신이 새겨져 있다는 정도.

‘이 친구가,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가?’

청년의 외모를 빠르게 훑은 이안은, 그가 싸우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의 싸움을 지켜볼수록, 이안은 더욱 의아해질 수밖에 없었다.

정황상 그가 이 전장의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다른 등장인물들에 비해 전투력이 형편없었으니 말이었다.

까강-.

“크으윽……!”

상대 진영의 평범한 잡졸인 듯 보이는 이를 하나 상대하면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눈앞의 청년.

그런 그를 보며, 이안은 심지어 답답해질 지경이었다.

‘이거 대체 뭐 하는 놈이지……?’

그리고 이안이 그런 의문을 가질 때쯤, 그의 눈앞에서 어떤 새로운 ‘스토리’가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레무스, 조금만 더 힘을 내거라.”

“뮈르 님……!”

“네가 해내지 못한다면, 꼼짝 없이 저들에게 용천주를 내주게 될 것이다.”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레무스’라 불린 청년은 주변의 다른 NPC들의 호위를 받으며 점점 적진에 가깝게 이동하고 있었다.

이안은 그런 그의 전투를 계속해서 유심히 지켜보았고, 그 결과 뭔가 특이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저 레무스라는 녀석…… 그냥 절대적인 전투 스텟이 부족한 것 같은데?’

처음 레무스의 전투를 봤을 때, 이안은 그가 무척이나 허접한 무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관찰하니, 레무스의 실력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일단 검을 움직이는 센스 자체가 무척이나 탁월했으며, 상황 대처 능력이 무척 뛰어났으니 말이었다.

전투 AI 자체는, 이안의 0티어 가신인 카이자르나 헬라임과도 충분히 비견될 정도.

다만 레무스의 문제점은 이 전장 내에서 절대적인 스텟 자체가 무척이나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마치 100레벨들이 득실거리는 전장 안에서, 50레벨이 고군분투하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강력한 NPC들의 비호 속에서, 레무르는 계속해서 전진해 나갔고.

그 긴장감 넘치는 전투 장면을 지켜보던 이안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집어삼켰다.

‘크, 한 대만 맞아도 죽을 것 같은데, 잘 버티네.’

그리고 이안이 그러한 생각을 떠올리던 그때.

띠링-!

익숙한 시스템 알림음과 함께,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한 줄 떠올랐다.

-고대의 용사 ‘레무스’에게 빙의합니다.

‘뭐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타이밍에 갑자기 떠오른 청천벽력 같은 메시지.

순간 이안은 적잖이 당황했지만, 시스템은 그런 그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메시지가 떠오르고 채 2초도 지나기 전, 곧바로 레무스의 몸에 이안을 빙의시켜 버린 것이다.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용사 ‘레무스’의 용맹을 계승하세요.

……후략…….

이어서 레무스의 몸에 들어간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들이 주르륵 떠올랐다.

하지만 이안은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으아앗……!”

하필 레무스의 몸에 빙의된 시점이 위험천만한 투사체들이 날아들던 시점이었고, 그것들을 쳐 내고 피해 내느라 온 정신을 집중해야 했던 것이다.

쐐애액-!

까강-!

아마 이안이 전투에 집중하지 않고 있었더라면, 퀘스트를 시작조차 제대로 못 해보고 사망할 뻔했던 것.

그리고 깔끔한 이안의 대응을 본 다른 NPC들은 놀란 표정이 되어 이안을 칭찬하였다.

“대단하군, 레무스!”

“훌륭했네!”

하지만 당연히 이안은 그들의 대사에 반응할 겨를이 없었다.

최초의 고비를 무사히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신이 없었으니 말이다.

‘집중하자, 집중……!’

급박한 전투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이제 눈앞에 주르륵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들을 정확히 확인해야 하는 것.

이 전장 안에서 이안이 뭘 해내야 하는지.

메시지에는 ‘그 내용’이 담겨 있었으니 말이었다.

-임무 A : 에카리스 신전 안으로 무사히 도착하시오.

-시간제한 : 900초

-임무 A를 완수할 시, 임무 B를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임무 도중 사망한다면, ‘용맹의 계승’퀘스트에 실패하게 되며, 모든 연계 퀘스트가 드롭됩니다.

* * *

레무스는 이안의 짐작대로, 드라키시스가 언급했던 고대 전장의 용사였다.

그리고 지금 이안이 그의 몸에 빙의하여 들어온 이 전장은, 레무스가 ‘영웅’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줬던 고대 신들의 전투였다.

정확히는 용신들이 잃어버린 용천주를 되찾기 위해 악신 에카리스의 신전을 공격하면서 벌어진, 용천의 사활이 걸려 있던 역사적인 전투.

용천주는 용천이라는 차원을 지탱해 주는 거대한 신력이 담긴 마력원이었고, 때문에 이것을 악신들에게 빼앗긴다면, 용천은 천천히 무너져 소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용천주가 없다 해서 당장 차원이 붕괴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마력이 생성되지 못해 차원을 지탱하는 마력이 고이면서, 점점 붕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레무스의 임무는 에카리스의 신전에 봉인된 용천주를 되찾아 오는 것이었다.

-용천의 사활이 걸린 일이다, 레무스.

-알고 있습니다, 세카이토 님.

-그대를…… 믿겠노라.

용신들과 악신들의, 말 그래도 ‘신들의’ 전쟁인 에카리스 신전의 전투.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아할 수 있는 것은, 신들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이 당시에 한낱 ‘중간자’의 위격을 가지고 있던 용사 ‘레무스’라는 점이었다.

물론 레무스가 평범한 중간자는 아니었다.

그는 마치 지금 시점의 이안처럼, 당대의 모든 중간자들 중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신격과 중간자의 위격 사이에는 크나 큰 간극이 존재했으니.

레무스가 이런 핵심적인 임무를 맡게 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에카리스……! 네년이 이런 미친 짓을 저지르고도 무사할 성 싶더냐!

-호호, 제 생각에는 딱히, 무사하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 같은데요?

-내 직접 용천주를 되찾아, 네년을 소멸시켜 주겠노라……!

-할 수 있다면 해 보시지요. 세카이토.

-……!

-신좌께서 차원의 율법을 어기지 않고는, 결코 불가능한 일일 테니 말입니다.

악신들이 용천주를 봉인해 둔 곳은 바로 에카리스의 신전이었다.

하여 ‘신전’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이곳은 중간계의 영혼들이 에카리스를 섬기기 위해 세운, 중간계에 존재하는 신전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 에카리스 신전 전투에, ‘레무스’가 참전하게 된 이유였다.

-간악한 년……! 신전을 이용하다니!

신들은 중간계에서, 자신의 힘을 전부 발휘할 수 없다.

심지어 자신이 아닌 다른 신을 섬기는 신전 안에는, 발길조차 들일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악신 에카리스가 자신의 신전에 용천주를 봉인한 것이,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신보다 상위 신인 세카이토로부터 힘으로 용천주를 지켜낼 수 없었지만, 자신의 신전에 그것을 봉인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니 말이다.

아무리 그녀보다 세카이토가 강력한 권능을 가진 상위 신이라 하더라도, 신전에 봉인된 용천주를 가져갈 방법은 없었으니까.

하여 세카이토는, 용천에서 가장 뛰어난 중간자였던 레무스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대에게 주어진 시간은 30분이다, 레무스. 그 안에 어떻게든 신전의 안으로 들어서야만 한다.

-알겠습니다, 세카이토 님.

-나의 권능이 ‘신역(神域)’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을 넘지 못할 것이다.

세카이토는 자신의 권능 중 하나인 ‘신역(神域)’을 발현하여, 레무스를 에카리스 신전의 안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어떻게든 도울 생각이었다.

신들은 중간계에서 자신이 가진 힘을 반에 반도 내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권능으로 잠시 동안 만들어 낸 ‘신역(神域)’ 안에서라면, 그보다는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에카리스의 신전이 있는 곳은 용천처럼 중간계의 하나인 악령의 차원계였고.

아무리 레무스라 하더라도 수많은 악령들을 뚫고 신전에까지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니, 그곳까지는 그가 도달할 수 있도록 권능을 사용한 것이다.

-나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신역이라고는 해도, 이곳에선 악신들 또한 신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하지만 신전에 도달할 때까지는 나와 나의 군대가 어떻게든 악신들로부터 그대를 지켜 내리라.

그리하여 레무스에게 빙의한 이안에게 부여된 첫 번째 임무가 바로, 용신들의 비호 속에서 에카리스 신전 앞까지 무사히 도달하는 것이 된 것.

타탓-파아앙-!

그리고 점점 더 전장에 녹아들기 시작한 이안은, 크게 어렵지 않게 그 첫 임무를 완수해 낼 수 있었다.

띠링-!

-‘에카리스의 신전’에 성공적으로 도달하셨습니다!

-세카이토의 ‘신역(神域)’이 해제됩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임무 B가 발동합니다!

하지만 신전에 들어선 순간, 이안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키에에엑-!

이제부터가 이 ‘용맹의 계승’ 퀘스트의, 진짜 시작점이라는 사실을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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