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1022화 (1,022/1,027)

< 1022화 6. 초월자의 자격 (3) >

* * *

무사히 성운을 밟고, 그 미지의 영역에 성공적으로 발을 들인 이안.

이안은 성운을 무사히 밟았을 뿐 아니라, 목적지인 현자의 탑까지도 순조롭게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뭔가 손해를 크게(?) 본 기분이었다.

‘이런 줄 알았으면, 솔바르를 찾아가지 않았어도 됐잖아?’

이안이 툴툴거리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자의 탑이 생각보다 너무 찾기 쉬웠기 때문.

현자의 탑이 있는 곳은 초월자의 광장 북쪽이었는데, 성운을 처음 밟는 영혼은 전부 초월자의 광장으로 모이도록 설정되어 있었으니.

결과적으론 딱히 솔바르의 도움이 없었더라도, 충분히 현자의 탑을 찾을 만했었던 것이다.

‘괜히 솔바르를 찾아가서 혹만 달고 온 것 같은데…….’

솔바르의 간절한 부탁을 떠올린 이안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그의 부탁은 전혀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저 고룡 드라키시스를 만났을 때, 그에게 ‘암천’의 소속임을 말해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어떤 사이드 이펙트를 불러올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찝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뭐 딱히 손해 볼 일은 없을 것 같으니…… 그 정도 부탁은 들어줘야겠지만.’

하여 약간의 찝찝함을 안은 채, 이안은 현자의 탑을 향해 걷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북쪽을 향해 쭉 뻗어 있는 대로를 걸으면서, 이안은 살짝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이 정도로 텅텅 빈 맵은 또 오랜만이네.”

처음에는 퀘스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여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걸음을 옮기다 보니, 이 넓은 필드 안에 자신 말고는 개미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맵을 잘 꾸며 놓고, NPC 하나 배치해 놓지 않은 건 좀 이상한데…….’

그런데 다음 순간.

“어…… 어어?”

이안은 또 한 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우우우웅-!

이안은 그저 걸음을 옮겼을 뿐인데, 마치 축지법이라도 사용한 것처럼 순식간에 현자의 탑 앞까지 쭉 빨려 들어갔으니 말이었다.

차원의 마도사 그리퍼의 마탑보다도, 훨씬 더 거대하고 고풍스러운 외형을 자랑하는 현자의 탑.

순식간에 그 앞에 선 이안은 그 이질적인 기분에 잠시 당황하였다.

‘뭐 이런 경우가…….’

하지만 그러한 당황도 잠시.

이안은 곧,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우우웅-!

그의 귓전으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으니 말이다.

-용천의 인정을 받은 영혼이여…….

“……!”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노라.

이안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이안은 그를 찾을 수 없었다.

‘누구지?’

대신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올랐으며.

띠링-!

그 메시지들은 이안의 궁금증을 곧바로 해결해 주었다.

-고룡 ‘드라키시스’의 전언을 받았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고대 전장의 영웅 Ⅰ(히든)(에픽)’ 퀘스트가 클리어되었습니다.

-명성(초월)을 3만 만큼 획득합니다.

-연계 퀘스트, ‘용맹의 계승’이 발동됩니다.

-발동된 퀘스트는, 드라키시스와의 대화가 끝난 뒤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후략…….

이어서 굳건히 닫겨 있던 현자의 탑 석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극- 그그그극-!

* * *

카일란의 세계관 안에서, 중간자의 역할은 본디 ‘차원의 중재’이다.

이안이 지금까지 그래 왔듯 중간자의 위격을 얻은 수많은 유저들은 여러 차원계를 동분서주하며 연계된 퀘스트들을 클리어하였으며.

그로 하여금 차원간의 균형이 맞춰지고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차원간의 중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간계의 모든 중간자들은, 자신이 수행한 ‘중재 역할’의 성과에 따라 각 차원계에 대한 보이지 않는 공헌도를 쌓게 된다.

쉽게 말해 클리어한 퀘스트의 난이도와 중요도 등에 따라, 중간자로서의 역량에 대한 평가가 누적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누적된 각 차원의 공헌도가 일정 이상 쌓였을 때, 중간자는 그 한계를 넘어 자신이 가진 위격을 다시 한번 초월할 자격이 주어진다.

지금 이안이 서 있는 이곳, ‘현자의 탑’에서 말이다.

고오오오-!

커다란 공명음이 울려 퍼지는 어두컴컴한 밀실.

깜깜하고 거대한 미증유의 공간에 들어선 이안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집어삼켰다.

‘이곳에, 고룡 드라키시스가 있는 건가?’

현자의 탑 안에 발을 디딘 이안은, 또 한 번 어디론가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곳이, 바로 지금 이안이 서 있는 이 곳.

실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거대하고 시커먼 공간 속에서, 이안은 최대한 안력을 돋우었다.

그 어둠 속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츠르르릇-!

마치 쇠사슬이 부대끼며 쓸려 내려올 때나 날 법한, 스산하고 차가운 마찰음.

그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새카만 어둠 속에서 한 쌍의 황금빛 눈동자가 번쩍였으며, 이어서 까맣게 닫혀 있던 밀실의 상부가 개방되었다.

그긍- 쿵-!

그러자 그곳에서, 하얀 빛이 쏟아져 내려 왔다.

“……!”

쏟아져 내린 빛줄기는 마치 고대의 신전(神殿)을 연상케 할 만큼 웅장하고 아름다운 공간을 천천히 비추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안은 드디어 기다렸던 존재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하얀 빛을 반사하여 아름답게 빛나는 군청빛의 비늘.

신비로운 용린(龍鱗)으로 뒤덮인, 거대한 에인션트 드래곤을 말이다.

-기다렸다, 연자(緣者)여.

고룡은 거대한 입을 다문 채 이안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그의 강렬한 목소리는 이안의 뇌리에 똑똑히 박히기 시작하였다.

“절, 기다리셨단 말입니까?”

-그렇다.

“제가 이곳에 올 것을 어찌 알고…….”

-그대는 용천의 가주들로부터, 이곳에 오를 자격을 부여받지 않았던가?

“그랬었지요.”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으니, 그 순간 그대의 운명은 정해졌던 것이다.

이안은 그의 정체를 따로 묻지 않았다.

눈앞의 고룡이 드라키시스임은 이미 너무 확실한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그의 머리 위에 떠올라 있는 황금빛 시스템 박스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너무 선명히 박혀 있었던 것.

-태고의 고룡 드라키시스/Lv.???

하여 이안은 그에게 이름을 묻는 대신,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 나갔다.

“운명이라면, 어떤 운명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초월자의 길에 오르지 못하거나, 아니면 이곳에서 나를 만나거나.

“……!”

-그대는 용천의 선택을 가장 먼저 받았으니, 이 탑을 지키는 셋의 탑주(塔主) 중 나를 만나게 된 것이다.

드라키시스의 이야기를 듣던 이안의 두 눈에, 작은 이채가 떠올랐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몇 가지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자의 탑을 지키는 존재가, 이 드라키시스 하나뿐이 아닌가 보네.’

드라키시스는 탑주가 셋이라 하였다.

그리고 이 성운을 밟기 위해 필요했던 성물 또한 셋.

이안은 이것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였다.

‘아마도 내 예상이 맞다면, 나머지 두 탑주는 각각 명계, 정령계와 관련 있는 NPC들이겠군.’

이안은 더욱 흥미로운 표정이 되었지만, 곧바로 질문을 던져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지는 않았다.

흥미로운 사실인 것과 별개로, 당장 그렇게 중요한 부분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일단 이안이 해야 할 것은, 드라키시스를 만나면서 발동된 새로운 연계 퀘스트를 풀어 가는 것이었다.

‘일단 퀘스트가 뭔지, 그것부터 들어야겠지.’

하여 잠시 뜸을 들이며 머릿속을 정리한 이안은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이 거대한 에인션트 드래곤이 자신에게 원하는 게 뭔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 말이다.

“드라키시스 님께선, 제게 무엇을 기대하십니까?”

나직한 이안의 목소리에 드라키시스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기대라…… 그래. 기대라면 기대겠지.

이어서 그는 이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다시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항상, 새로운 신격(神格)의 탄생을 기다려왔으니 말이야.

“……!”

드라키시스의 말을 들은 이안은 저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졌다.

신격이라는 단어는 벌써 몇 번째 접하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NPC가 직접 신격의 탄생을 언급하는 것은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신격을 얻는다면, 정말 신이 되는 건가? 신이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운영자라도 되는 거야?’

신격의 탄생이라는 말을 들은 이안은,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해, 드라키시스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하지만 신격에 대해 논하는 것은 아직도 먼 미래의 일.

이안은 아무 말 없이 드라키시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다.

-그대가 이곳에서 나를 만난 것은, 그 신격을 얻기 위한 여정의 시작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지.

“그렇군요.”

-그리고 내 역할은 바로, 그 험난한 길을 시작하려는 영혼에게 수천 년의 지혜를 나눠 주는 것이다.

드라키시스의 이야기들을 차분히 들었지만, 이안은 아직도 잘 감이 오질 않았다.

‘지혜를 나눠 준다는 게, 대체 뭘 어떻게 한다는 거야?’

고룡의 말들은 무척이나 추상적인 내용이었고, 눈치 빠른 이안으로서도 그것을 머릿속에서 구체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이안의 생각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드라키시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는 고대 전장의 영웅이 걸었던 길을 따라, 이곳에 올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대가 첫 번째로 얻어야 할 지혜는 바로 용맹의 지혜.

“용맹의 지혜라 하심은…….”

-고대 전장의 영웅. 그들의 용맹을 계승하는 것이다.

“……!”

드라키시스의 말을 들은 순간, 이안은 곧바로 퀘스트의 제목을 떠올렸다.

이어서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이안의 눈앞에 주르륵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띠링-!

<용맹의 계승(히든)(에픽)>

-용천의 의지를 계승한 당신은, 드디어 초월자의 자격을 얻어 현자의 탑에 도달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던 고룡 드라키시스를 마주하게 되었다.

……중략……

드라키시스는 당신에게 자신의 지혜를 나눠 주어, 당신이 초월적인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리고 그 지혜를 얻기 위해 당신은 세 가지 고난을 극복해야만 한다.

……중략……

드라키시스가 내리는 첫 번째 고난을 극복하고, 고대 전장의 영웅들의 용맹을 계승하도록 하자.

그것에 성공한다면, 당신에게 두 번째 고난에 도전할 자격이 주어질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SS+

-퀘스트 조건

승천의 조건을 충족하여, 용오름을 오른 자.

중천의 동맹으로, 누적 공헌도 100만을 달성한 자.

중천의 가문 중 세 곳 이상의 수장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은 자.

‘초월자의 자격’을 얻은 자.

‘고대 전장의 영웅 Ⅰ’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자.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용맹의 반지

*거절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그리고 퀘스트의 내용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는 이안의 눈앞에.

우우웅-!

커다란 황금빛의 포탈이 천천히 생성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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