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1020화 (1,020/1,027)

< 1020화 6. 초월자의 자격 (1) >

초월자의 자격이라는 한 단어.

칭호 안에 반짝반짝 빛나는 그 단어를 응시하며, 이안의 두 동공은 가늘게 떨렸다.

‘이거다. 이거였어……!’

황금빛으로 빛나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칭호의 형태를 확인한 순간, 이것이 중간계에서 어떤 분기점이 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칭호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말이었다.

-착용이 불필요한 칭호입니다.

-칭호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칭호가 활성화되자, 온몸에 황금빛 기류가 스며든다.

그리고 강렬히 휘몰아치던 황금빛 기운이 전부 다 빨려들어 가고 나자, 이안은 몸이 한층 가벼워지는 것을 곧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안의 두 눈은 또 한 번 휘둥그레졌다.

‘미쳤다. 이럴 수도 있구나.’

이안이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몸이 가벼워졌다는 건 전투 스텟의 증가로 신체 조건이 좋아졌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는데, 움직여 보지 않은 시점에서 그 스텟의 변화가 체감될 정도라면, 정말 어마어마한 수준의 능력치 상승이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아무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화 등급의 장비를 착용했을 때나 느낄 수 있는, 다이내믹한 변화라고 할 수 있는 것.

꿀꺽-.

하여 마른침을 삼킨 이안은 조심스레 새로 얻은 칭호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읽어 내려가는 이안의 두 눈은 더욱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초월자의 자격(봉인)>

-세상의 모든 영혼은 제각각의 위격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세상을 만든 신은 그 모든 영혼들에게, 영혼의 한계를 초월할 기회를 부여하였다.

……중략……

당신은 중간자의 위격을 가진 영혼으로서, 그 위격의 한계치를 달성하였다.

이제 이 한계를 초월하여 ‘초월자’의 영역에 한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것이다.

……중략……

만약 당신이 중간자를 초월하기 위한 모든 자격을 갖출 수 있다면, 이 칭호에 걸린 봉인이 해제될 것이다.

그리하여 한계를 초월한 당신은 신격(神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초월)전투 능력 +20%

-초월 마력 +30

*보유 시 모든 능력치가 활성화되는 칭호입니다.

*봉인된 칭호입니다. 봉인이 해제될 시, 모든 옵션이 강화됩니다.

* * *

1주일간의 노가다 고행 끝에, 이안이 얻은 결실은 너무나도 달콤한 것이었다.

일단 라르덴으로부터 받은 퀘스트 보상 아티펙트들부터 시작해서, 성운을 밟는 자 칭호와 초월자의 자격 칭호까지.

어느 것 하나 가치로 환산이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크……! 이 맛에 퀘스트 하는 거지.’

물론 라르덴으로부터 얻은 아티펙트들은 전부 어둠술사용이었고, 거의 훈이에게 뺏길 것 같은(?) 종류의 장비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어차피 훈이는 길드의 가장 강력한 코어 랭커 중 하나였고, 그가 강력해진다는 것은 길드 전력의 상승을 의미하니 말이다.

게다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안은 훈이에게 이 장비들을 공짜로 줄 생각이 없었다.

‘이제 몇 달간은 마음껏 부려 먹을 수 있겠군.’

애초에 가치 환산이 힘들 정도로 귀한 물건들이다 보니 코인을 받는 것은 의미 없었고, 대신 훈이와 대략 3개월 정도의 노동 계약 체결을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아마 계약 기간(?) 동안 훈이는 거의 노예처럼 부려질 것이었지만, 이 계약 조건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러기엔 이안이 쥐고 있는 두 개의 아티펙트가 너무도 매력적인 것이었으니까.

‘크흐흐흐!’

울상이 될 훈이의 표정을 상상하며, 너무도 행복한 얼굴이 된 이안!

하지만 이렇게 행복한 결과들이 있는 반면, 퀘스트가 끝난 뒤에 치워야 할 귀찮은 상황도 조금 있었다.

“흐음, 기사님…… 당신은 이 라타르칸 명왕성의 기사가 아니셨군요.”

“……!”

“이 갑주는 고대의 유물…… 이제 라타르칸의 기사단은 이 갑주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퀘스트의 연계 때문에 이안은 약속했던 대로 제이칸의 무구들을 잠시 라르덴에게 빌려줄 수밖에 없었고, 그것을 확인한 라르덴이 이안이 라타르칸의 기사가 아님을 알아낸 것.

물론 여기까지도, 이안의 예상 범주 안이었지만 말이다.

‘에이…… 조용히 넘어가긴 틀린 건가?’

하여 이안은 라르덴의 정보를 스캔해 보았다.

일단 외부적으로 보이는 그의 상태를 빠르게 다시 파악한 것이다.

‘초월 150레벨이라…… 이기기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한 상대도 아니지. 초월자 칭호까지 얻었으니까.’

초월 150레벨대의 어둠법사인 라르덴.

이안은 여차하면 그를 제압하고, 빠르게 이 명왕성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던 것이다.

“흐음, 역시 라르덴 님은 알아보시는군요.”

“물론입니다. 외형은 지금의 라타르칸 명왕성 기사단의 갑주와 다를 바 없지만, 음각된 마법의 문양들은 전부 고대의 것. 이것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는 없었겠죠.”

“그렇군요.”

하지만 다행히도 라르덴은 이안을 예상만큼 적대하지 않았다.

“이곳에 잠입하신 목적이 뭡니까?”

“그야 당연히, 라르덴 당신이지요.”

“……?”

“정확히는 라르덴 당신에게 이 혼령의 날개 도안이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어,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혼령의 날개가 결국 목적이셨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이안과 눈이 마주친 라르덴은 속으로 갈등하였다.

이안을 제압하여 명왕성의 기사단에 넘겨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어떻게든 침입자를 처단하는 게 맞겠지만…….’

하지만 다행히도 라르덴의 결정은 이안을 눈감아 주는 것이었다.

‘저자를 제압하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크군.’

라르덴은 NPC 중에서도 무척이나 상위 티어의 NPC였으며, 티어가 높은 만큼 AI의 통찰력도 뛰어난 편이었다.

그리고 그런 라르덴이 판단하기에 이안을 지금 적대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을 일이었다.

그가 가지고 있던 제이칸의 무구들과 혼령의 깃털을 구해 온 능력으로 미루어 볼 때, 이안을 자신이 감당해 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딱히 명왕성에 해가 될 인물은 아닌 것 같으니…….’

하여 이안에 대한 대응을 결정지은 라르덴이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이곳에서 나가신다면, 어떻게 움직이실 생각이십니까.”

“제 행보를 묻는 겁니까?”

“그렇지요.”

그리고 눈치 빠른 이안은 라르덴이 궁금한 부분을 정확히 캐치하였다.

“이제 혼령의 날개를 얻었으니, 타르타로스를 떠날 겁니다.”

“흐음…….”

“그리고 이 라타르칸의 명왕성을 적대할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지요.”

“그렇습니까?”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제가 가지고 있던 갑주는 과거 이 라타르칸 명왕성 기사단장을 지냈던 이의 것.”

“그렇……더군요.”

“정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그와 적지 않은 친분이 있으니, 저는 당신들의 적이 아닙니다.”

이안의 이야기를 전부 들은 라르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에 비록 거짓과 의도적 날조(?)가 포함되어 있긴 했지만, 대부분 진실을 기반으로 꾸며 낸 이야기였고, 때문에 이안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좋습니다, 기사님.”

“……!”

“그렇다면 제가 신세 진 부분도 있고 하니…… 이번에는 눈을 감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배려 감사합니다.”

라르덴의 대답을 들은 이안은 검병을 쥐고 있던 힘을 살짝 풀었다.

여차 하면 곧바로 검을 휘둘러야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 명왕성 안에 잠입한 당신을 발견한다면, 그때에는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그럴 일은 없을 테니…… 걱정 마시지요.”

“그럼, 무운을 빌겠습니다.”

라르덴과의 대화가 평화적으로 잘 마무리되자, 이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빠르게 명왕성 밖으로 벗어났다.

‘생각보다 더 잘 풀렸군.’

여차 하면 귀환 스크롤이라도 써서 소르피스 내성으로 런 해 버리려 했었는데, 비싼 스크롤도 아끼고 적지 않은 리스크도 피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좋아. 그럼 이제 내가 해야 하는 건…….’

하여 기분 좋은 표정이 되어 걸음을 옮기며, 앞으로의 계획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이안.

그리고 그렇게 무사히 명왕성 밖까지 나온 이안은 기다리고 있던 훈이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일은 잘 마무리 된거야 형?”

“물론이지.”

“휴, 예상은 했지만…… 다행이네.”

훈이의 이야기를 듣던 이안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예상을 했다’는 훈이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으니 말이었다.

“이번엔 혼령의 날개 제작에 성공할 걸…… 예상했다고?”

“응.”

“어떻게?”

“나랑 같이 있던 제이칸이 갑자기 어디로 사라져 버렸거든.”

“……?”

“내 약속이 성공적으로 이행되었군. 그럼 이제 나는 자유의 몸인가……? 라고 중얼거리면서 말이야.”

“아하……?”

훈이의 말을 들은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스틱스강의 맹세인지 뭔지. 그거 때문에 그렇게 되었나 보군.’

이안은 분명 혼령의 날개를 얻으면 그에게 자유를 주겠다는 약속을 했었고, 그것이 스틱스강의 이름에 대한 맹세였었는데, 그 맹세가 자동으로 이행되었음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으니 말이었다.

“아예 자동화 시스템이었군.”

“뭐가?”

“스틱스강의 맹세 말이야.”

“아하.”

“하긴. 그렇지 않으면 내 약속을 그렇게 철떡같이 믿어 줄 이유가 없지.”

“맞아. 형이 얼마나 음흉한데.”

“시끄러.”

그렇게 훈이와 한 차례 티격태격하던 이안은 발러 길드의 거점이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그곳에서 발러 길드에 몇 가지 정보를 준 뒤, 한 가지 약속을 받아 내기 위해서 말이다.

“오, 이안 님, 오셨습니까.”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하하, 아닙니다. 볼일은 다 보셨나 보지요?”

“예. 이제 이곳에서 하려 했던 일들은 얼추 다 끝이 났네요.”

이안이 발러 길드에 받아 내고자 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발러 길드 거점의, 거점 포털을 로터스 길드에서 한번 이용하게 해 달라는 것.

“음…… 이안 님과 훈이 님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로터스 길드 전원을 포털로 불러드리는 건…….”

처음 이안의 이야기를 들은 아르케인은 난색을 표하였지만, 그것은 잠시뿐이었다.

이안 역시 공짜로 그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타르타로스와 명왕성에 대한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

“라타르칸의 명왕성이 있는 곳을 1주일간 찾아냈거든요.”

계속해서 명계의 콘텐츠를 뚫어 나갈 예정인 발러 길드의 입장에서는, 명왕성과 타르타로스에 대한 정보가 무척이나 귀하고 중요한 것이다.

물론 로터스 길드에게 레테 프리패스 이용권을 주는 것에 비하면 조금 부족한 대가일 수도 있겠으나, 로터스가 우호 길드였기 때문에 그 정도는 충분히 등가교환으로 생각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좋습니다. 그런 정보를 주신다고 하면…… 저희도 도와드려야지요.”

하여 그렇게 발러 길드와의 거래까지 깔끔히 마친 이안은, 그들 거점에 생긴 포털을 통해 편히 소르피스 내성으로 복귀하였다.

그리고 로터스 길드 거점에 복귀한 이안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자, 여기 사인하면 돼.”

“정말 이럴 거야, 형?”

“뭐, 싫으면, 스태프는 그냥 팔아야지, 뭐.”

“…….”

“너도 알잖아? 이거 팔면, 몇 만 코인은 그냥 나올 거라는 것.”

“하아……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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