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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1017화 (1,017/1,027)

< 1017화 4. 다시 혼령의 날개를 찾아서 (3) >

* * *

명왕성 안에 들어온 이후, 이안의 행보는 항상 긴장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곳 라타르칸의 명왕성이라는 곳 자체가 이안에겐 미지의 공간이었던 데다, 제이칸의 갑주를 활용해 신분을 속이고 잠입한 상황이었으니.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전까지, 이안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긴장의 연속 속에서도, 이안은 확실히 단언할 수 있었다.

마도 상점의 주인 라르덴이 그에게 질문을 던진 지금 이 순간이.

“지금 쓰고 계신 그 갑주…….”

“……?”

“어떻게 얻은 것인지, 혹시 여쭤도 되겠습니까?”

그가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쌓였던 긴장감 중에 단연코 최고조에 달하던 순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뭐지? 설마, 알아본 건가?’

라르덴이 갑주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면, 이안의 정체가 들통나는 것은 시간문제나 다름없었다.

그의 갑주는 고대 배덕의 기사, 제이칸의 것이었으니 말이다.

애초에 갑주의 주인 제이칸 자체가 라타르칸 명왕성의 배신자이기도 했지만, 그런 사실을 떠나 존재하지 않는 고대 인물의 갑주를 입고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의심을 살 만한 상황이었다.

‘어떡하지, 어떻게 변명해야 자연스럽게 넘어가지……?’

하여 이안은 머리를 빠르게 굴리기 시작하였다.

아직 완전히 의심을 산 상황이 아닌 이상,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이 있을 것이었다.

‘거짓말을 하더라도, 최소 7할 정도의 진실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차를 마시는 척하며 속으로 한 차례 생각을 정리한 이안이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입을 떼는 이안의 표정은 어느새 무척이나 태연하게 변해 있었다.

“제 갑주에 대해…… 왜 궁금하실까요?”

“그건…….”

“말씀을 드리더라도 그 이유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안의 반문에 라르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틀린 것이 없었으니 말이다.

“사실은…….”

그리고 이어진 라르덴의 말을 들은 이안은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지금껏 수많은 죽음의 무구들과 아티펙트들을 제작해 왔지만…… 기사님께서 입고 계신 갑주만큼 짙은 죽음의 기운이 담긴 물건은 본 적이 없습니다.”

“흐음, 그래서요?”

“괜찮으시다면 그 갑주들을 제가 한번 보고 싶습니다.”

“그 다음엔요?”

“며칠만 제게 시간을 주신다면, 조심스럽게 연구만 마치고 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라르덴의 이야기로 미루어 볼 때, 일단 그가 알아챈 것은 이 갑주가 특별한 물건이라는 정도인 것 같았으니 말이다.

‘다행히 아직 제이칸의 갑주라는 건 모르는 것 같고…….’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었다.

라르덴이 요청한 것을 들어준다면 그가 갑주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낼 가능성도 무척 높았고, 그것이 곧 정체 탄로로 이어질 수 있었으니까.

‘이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야 하는데…….’

좋은 생각을 떠올린 이안이, 라르덴을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그럼 라르덴 님.”

“예?”

“저도 라르덴 님께…… 부탁 좀 해도 되겠지요?”

이안의 의미심장한 목소리에 라르덴은 잠시 움찔했지만, 곧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하였다.

“물론입니다.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범주의 부탁이라면 말이지요.”

그리고 라르덴의 대답이 떨어지자, 이안은 작은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주변을…… 좀 물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부탁드립니다.”

이안이 어떤 말을 하려하는지가 궁금했던 것인지, 라르덴은 군말 없이 이안이 시키는 대로 하였다.

“다들 아래층에 내려가 있도록.”

“예, 마스터.”

그러자 곧 라르덴의 수하들이 다른 공간으로 사라졌고, 장내에는 이안과 라르덴 둘만이 남게 되었다.

그리고 그 적막한 공간 속에 나지막한 이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 부탁은 두 가집니다.”

부탁이 두 가지나 된다는 말에, 라르덴의 두 동공이 살짝 확대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 어려운 부탁보다 두 가지 쉬운 부탁이 나을 수도 있는 법.

라르덴은 곧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일단 들어나 보죠.”

하지만 이안의 말이 이어지자, 라르덴은 금세 다시 평정심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첫째, 혼령의 날개 제작을 의뢰하고 싶습니다.”

“……!”

이안의 부탁이 과하다기보다는 ‘혼령의 날개’라는 단어의 임펙트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혼령의 날개는 명계에서 특별한 상징성과 의미를 갖는 아티펙트임과 동시에, 잘 알려지지 않은 물건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혼령의 날개가 ‘제작이 가능한 아티펙트’라는 사실은 정말 아는 이가 없을 만큼 고급 정보였는데, 이안이 그것을 알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안은 그에 아랑곳 않고, 두 번째 부탁까지 꺼내었다.

이안의 두 번째 부탁은, 사실 퀘스트보다는 사심(?)에 가까운 부탁.

“둘째. 죽음의 로브가 하나 필요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 두 번째 이야기를 들은 라르덴은 혼령의 날개에 대해 들었을 때와 달리 별로 놀라지 않았다.

놀라는 대신 그는, 이안에게 한 가지를 확인하였다

“저희 가게에서 취급하는 죽음의 로브는 아주 다양합니다.”

“‘죽음의 로브’ 이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군요.”

대화가 일단락되자 잠시 동안 다시 흐르는 정적.

이어서 라르덴은, 살짝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이게 끝입니까?”

“끝입니다.”

“음…… 뭐랄까.”

“……?”

“의외로군요.”

라르덴의 표정은 뭔가 복잡 미묘해졌다.

그리고 눈치 빠른 이안은, 그 표정에서 한 가지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내 부탁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던 건가?’

라르덴의 그 미묘한 표정 속에서, 떨떠름한 그의 감정이 느껴진 것이다.

“뭐, 어쨌든 그 부탁들만 들어드린다면, 기사님께서도 갑주를 제게 빌려주시는 겁니까?”

그 때문에 이안은 살짝 아쉬운 기분이 들었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다.

여기서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추가적인 요구를 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하등 도움될 것이 없었으니 말이다.

아쉽더라도 딜(deal)이 성사되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

“예, 그렇습니다.”

하여 이어진 이안의 확답에 라르덴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일단 말씀하신 두 번째 부탁에 대한 대답부터 드리자면…….”

“예.”

“이거야말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가요?”

“저희 마도 상점의 창고에, 유행이 지난 죽음의 로브들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니까요.”

라르덴의 말에 이안은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해졌다.

‘유행이…… 지났다고?’

죽음의 로브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그로서는, 유행이 지난 로브(?)를 입어도 훈이가 입성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는지 짐작이 되질 않았으니 말이다.

물론 적지 않은 차원코인이 굳었다는 사실은 아주 고무적이었지만 말이다.

“그, 그래도 가능한 좀 최신 스타일로…….”

“후후, 뭐. 그 정도야…… 알겠습니다.”

이안의 반응에 피식 웃어 보인 라르덴은 다시 찻잔을 한 차례 홀짝였다.

사실상 이 대화에서 본론은 이안의 첫 번째 부탁이었던 ‘혼령의 날개’.

그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잠시 목을 축인 것이다.

홀짝-.

그리고 라르덴이 뜸을 들이자, 목이 타는 것은 이안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제, 첫 번째로 말씀하셨던 ‘혼령의 날개’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면…….”

이안과 또 다시 허공에서 눈이 마주친 라르덴.

그의 검붉은 입술이, 천천히 다시 떼어졌다.

“오히려 이건, 제가 부탁하고 싶습니다, 기사님.”

“예? 뭘 말이죠?”

이어서 의아한 표정이 된 이안을 향해, 라르덴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혼령의 날개를 제작해 볼 수 있는 영광을…… 제게 주실 수 있겠습니까?”

라르덴의 말을 들은 이안은 잠시 벙한 표정이 되어 두 눈을 끔뻑였다.

처음부터 의외의 연속이었던 라르덴과의 대화였지만, 이 마지막 대사만큼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게 무슨…….”

라르덴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순간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이안.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띠링-!

이안은 또 다른 의문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어……?’

그의 눈앞에 하얀 빛이 일렁이더니,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으며.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연계 퀘스트의 순서가 변경됩니다.

-‘혼령의 날개 제작(히든)(에픽)(연계)’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그와 동시에 연계 퀘스트의 정보 창이 주르륵 떠올랐으니 말이었다.

‘뭐지? 아직 퀘스트 완료가 안 됐는데 어떻게 연계 퀘스트가……?’

하지만 자연스레 퀘스트 창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자, 이안의 두 눈은 점점 더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퀘스트의 내용을 통해, 지금의 상황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으니 말이었다.

〈혼령의 날개 제작(히든)(에픽)(연계)〉

-제이칸에게 얻은 정보를 활용해, 성공적으로 라타르칸의 명왕성에 잠입한 당신.

당신은 혼령의 날개 제작을 위해 마도 상점을 찾았고, 그곳에서 마도 상점의 주인인 ‘라르덴’을 만나게 되었다.

……중략……

혼령의 고서에 대해 연구하고 있던 라르덴은, 자신이 가진 도안이 제대로 된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혼령의 날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혼령의 깃털은, ‘망자’인 라르덴이 구하기 너무도 힘든 재료였다.

하여 라르덴은 당신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였다.

혼령의 날개를 제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깃털을 구해다 준다면, 당신의 제안을 수락함과 동시에 마도 상점에서 한 가지 귀한 아티펙트를 추가로 선물해 주겠다고 말이다.

……중략……

라르덴의 제안을 수락하고 혼령의 깃털을 충분히 구해 오도록 하자.

마도 상점의 주인 라르덴이라면, 분명 혼령의 날개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SS+(초월)

-퀘스트 조건 : 초월 레벨 90 이상의 중간자, ‘배덕의 기사단장 (히든)(에픽)(연계)’ 퀘스트의 진행도 70% 이상

-클리어 조건 : 혼령의 깃털 채집(0/120)

*라르덴은 날개 제작에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할 수 있으며, 만약 그가 혼령의 날개 제작에 실패한다면, 클리어 조건이 초기화될 수 있습니다.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마도 상점의 주인 ‘라르덴’과의 친밀도 +25, 알 수 없는 아티펙트(미정), 죽음의 로브(미정), 혼령의 날개, 명성(초월)+85,000

*모든 보상은 클리어 등급에 따라 상향 조정될 수도, 하향 조정될 수도 있습니다.(보상의 종류가 변동되지는 않습니다.)

*거절하거나 포기할 시, 라르덴과의 친밀도가 감소합니다.

*거절하거나 포기할 시, 모든 연계 퀘스트가 초기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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