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1화 3. 찰리스와의 재회 (3) >
* * *
권능의 보호막의 발동 조건은 간단하지만 어렵다.
물 속성의 공격 마법을 셋 이상의 적에게 동시에 명중시킨다는 것이, 설명은 심플하지만 결코 쉬운 난이도의 조건부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생성되는 보호막의 내구도에 해당 마법으로 입힌 피해량이 계수로 적용되니, 대충 아무 마법이나 맞힌다면 실드량이 제대로 뽑히질 않는다.
하지만 이 보호막 생성의 난이도는 전장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보호막 셔틀이 많은 떼 싸움에서라면…….’
이렇게 끝도 없이 밀려드는 기계 괴수들을 앞에 둔 전장에서, 셋 이상의 적에게 물 속성 마법 피해를 입히는 것은,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일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안이 대충 마법을 난사할 리는 없었다.
그 와중에도 최고의 효율로 고유 능력을 발동시키는 것이 이안이 지향하는 플레이였으니 말이다.
촤아아-!
이안이 손을 뻗자, 시퍼런 기운이 손바닥에서 퍼져 나오기 시작한다.
-물의 정령왕 엘리샤의 고유 능력, ‘달빛 파도’가 발동됩니다.
이어서 그의 손에서 뻗어 나간 시퍼런 물의 파동이 전장의 기계 괴수들을 한차례 휩쓸며 지나간다.
마치 부메랑처럼 빙글빙글 돌며, 반달 모양으로 적을 쓸고 지나가는 물의 부메랑.
-기계 괴수 ‘파코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기계 괴수 ‘토르탁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달빛 파도’ 고유 능력의 부가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피격된 모든 대상의 물 속성 저항력이 5%만큼 감소합니다.
-피격된 모든 대상의 움직임이 10%만큼 둔화됩니다.
-‘달빛 파도’의 충전 대기시간이 1초만큼 감소하였습니다.
-‘달빛 파도’의 충전 대기시간이 1초만큼 감소하였습니다.
……후략…….
엘리샤의 고유 능력인 ‘달빛 파도’는 이안이 처음 엘리샤와 계약했을 때에는 쓸 수 없던 고유 능력이었다.
봉인된 상태에서는 후반부 고유 능력들이 전부 사용 불가 상태였기 때문에, 이안이 퀘스트를 깨고 엘리샤 구출에 성공했을 때부터 이 고유 능력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니 말이다.
<달빛 파도>
-전방에 달빛의 기운을 충전한 파도를 뿌려 내어, 범위 내의 모든 적에게 물 속성 마법 피해를 입힙니다. 마법 피해는 ‘물’속성의 속성 강화를 받으며(상성이 좋은 적을 공격할 시 위력 증가) 정령술사의 소환 마력과 정령 마력, 그리고 엘리샤의 마법 공격력에 비례하여 위력이 증가합니다.
엘리샤의 고유 능력인 만큼 달빛 파도의 위력은 무척이나 강력한 편이었다.
따로 캐스팅 시간도 없이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는 광역 스킬임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한 단일 마법의 공격력에 버금가는 위력을 보여 줬으니 말이었다.
-기계 괴수 ‘라차르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라차르트’의 내구도가 289,201만큼 감소합니다.
-‘티크루’의 내구도가 255,112만큼 감소합니다.
……후략…….
그 때문에 그와 연계되어 발동하는 고유 능력인 권능의 보호막의 위력도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최하급 정령 마법 중 하나인 ‘워터 건’으로 권능의 보호막을 발동시킬 때보다, 최소 3배 이상의 실드량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의 정령왕 엘리샤의 고유 능력, ‘권능의 보호막(水)’이 발동합니다.
-반경 내의 모든 아군에게, 519,280만큼의 실드를 생성합니다.
-반경 내의 모든 아군에게, 499,250만큼의 실드를 생성합니다.
……중략……
-권능의 보호막 중첩 가능 수치가 최대치에 달했습니다.
-더 이상 보호막이 생성되지 않습니다.
달빛 파도와 권능의 보호막이 최상의 시너지를 만들어 내면서, 순식간에 200만이 넘는 실드를 범위 내에 쌓아 버린 것.
우우웅-!
이것은 초월 100레벨에 근접한 이안의 최대 생명력을 넘어서는 수준이었고, 동급의 기사 클래스 최대 생명력과 비교해도 30%가 넘는 실드량이었다.
-이안의 주변으로 실드가 생성됩니다!
-쉬, 실드가 순식간에 중첩됩니다!
콰아앙-!
-버, 버텼습니다!
-멸망의 폭발이 이안의 보호막에 흡수됩니다!
사실 200만의 실드로도, 멸망의 폭발을 완벽히 버텨 내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멸망의 폭발은 찰리스가 가진 스킬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광역기 중 하나였고.
게다가 대미지를 한 번 입히고 끝나는 스킬이 아닌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스킬이었으니 말이다.
한 틱당 70~150만의 피해를 입히는 광역 폭발이 순식간에 서너번 연속으로 터지니, 그것을 전부 막아 내는 것은 불가능한 것.
그렇다면 이안은 대체 이 무지막지한 광역 기술을 어떻게 보호막으로 버텨 낸 것일까?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달빛 파도의 충전 시스템에 있었다.
*달빛 파도는 15초에 한 번 충전되며, 최대 3회까지 충전됩니다. (3/3)
*‘달빛 파도’ 고유 능력으로 적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해당 고유 능력의 충전 대기시간이 1초만큼 감소합니다.
*‘달빛 파도’ 고유 능력으로 한 명 이상의 적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면, 피격된 모든 대상의 물 속성 저항력을 5%만큼 감소시킵니다.
*‘달빛 파도’ 고유 능력으로 세 명 이상의 적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면, 피격된 모든 대상의 움직임을 10%만큼 둔화시킵니다.
이안은 달빛 파도의 충전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많은 적에게 스킬을 명중시켰고, 때문에 세 번의 달빛 파도를 전부 사용한 이후에도, 거의 텀 없이 두 번의 달빛 파도를 추가로 사용한 것이다.
두 번의 연쇄 폭발로 실드가 전부 벗겨진 뒤 세 번째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다시 실드를 씌워 버렸으니.
그러한 구체적인 상황을 모르는 해설진으로서는, 그저 보호막의 무식한 실드량으로 멸망의 폭발을 버텨 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정령왕의 고유 능력입니다……!
-찰리스의 광역기를 그대로 흡수해 버렸어요!
-피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놀랍습니다!
그리고 이안의 활약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지의 정령왕 트로웰의 고유 능력, ‘대지의 환원’이 발동합니다.
-정령 마력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모든 대상에게, 강력한 대지 속성의 폭발이 일어납니다.
펑-퍼퍼펑-!
-기계 괴수 ‘파코스’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기계 괴수 ‘토르탁스’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기계 괴수 ‘라차르트’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중략……
‘달빛 파도’로 인해 정령 마력 피해를 광범위하게 묻힌 이안이 해당 조건부와 연계되는 트로웰의 고유 능력, ‘대지의 환원’을 발동시켰으니 말이다.
-처치된 대상의 생명력이 처치된 숫자에 비례하여 대지의 힘으로 환원됩니다.
-대지의 정령왕 ‘트로웰’의 마법 공격력이 15분 동안 85%만큼 강화됩니다.
-대지의 정령왕 ‘트로웰’의 물리 공격력이 15분 동안 85%만큼 강화됩니다.
-대지의 정령왕 ‘트로웰’의 생명력이 15분 동안 47%만큼 증가합니다.
-이안의 역공입니다!
-기계 괴수들이 순식간에 녹아 버렸습니다!
-이렇게 깔끔하게 대지의 환원을 곧바로 연계하다니요!
-역시 명불허전, 이안!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뻔한 위기를 완전히 반전시키는 이안의 플레이에 해설진은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보호막이야 어떤 메커니즘으로 발동하는지 해설진이 알 방법이 없었지만, 트로웰의 고유 능력인 ‘대지의 환원’은 이미 많이 알려진 스킬이었으니 말이다.
이안이 없을 때에도 트로웰 혼자서 전장에서 계속 사용하던 고유 능력이었으니, 해설진에게 이 고유 능력에 대한 정보가 없을 리 없었다.
-대지의 환원으로 처치한 기계 괴수가 못해도 열 기는 되는 것 같은데요?
-글쎄요.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저는 스무 기도 넘는 것 같습니다.
-그 정도나 될까요, 하인스 님?
대지의 환원은 재사용 대기시간이 무척이나 긴 고유 능력이며, 그 긴 대기시간을 생각하면 위력도 그리 대단하지는 않은 고유 능력이다.
하지만 이 대지의 환원의 무서운 점은 ‘적 처치 시’라는 조건부가 발동했을 때 나오는 것인데, 처치된 적의 숫자에 비례하여 트로웰의 전투력이 무지막지하게 강력해지니.
이것으로 강화된 트로웰이 사용할 다음 고유 능력들이 배 이상 위협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트로웰의 AI가 사용할 때에는, 5~7스텍 정도가 최대치였던 것 같은데…….
-보통 3스텍 정도 아니었나요?
-그러게 말입니다. 역시 이안이라고 해야 하나요? 대지의 환원 버프를 20스텍 이상 중첩시키다니……. 이건 뭐 할 말이 없네요.
대지의 환원을 최고 효율로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스킬의 발동 범위 내에 생명력이 부족한 적들을 최대한 많이 밀어 넣어야 한다.
게다가 이미 정령 마력 피해를 입은 대상이어야만 한다는 조건까지 있었으며, 피해를 입은 대상이 처치되어야만 버프 스택이 쌓이니, 여간 까다로운 조건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이안의 이번 플레이로 해설진은 그의 의중을 한 가지 예측할 수 있었다.
-여튼 이안은 대지의 환원을 두세 번 중첩시켜야 쌓을 수 있는 버프량을 한 번에 쌓아 버렸군요.
-이러면 다음 텀이나 그 다음 텀 정도에, 트로웰의 화력이 최대치에 달하겠습니다.
-이안은 그 시점에, 최대한 승부를 보려고 할 확률이 높겠군요.
-마족 진영 랭커들은 긴장해야겠습니다. 트로웰의 고유 능력들이 대부분 광역기거든요.
대지의 환원 버프를 최대치로 쌓아 트로웰의 전투력을 증폭시킨 시점에서, 폭풍처럼 몰아붙여 기계 병력들을 몰살시키려는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긴 시간 동안 카일란을 해설해 오면서 해설진에게도 날카로운 통찰력이 생긴 것.
하지만 그러한 그들의 예상은 절반 정도만 맞는 것이었다.
‘물, 마공 80%라……. 예상은 했지만 대박이군.’
해설진의 생각처럼 이안은 트로웰의 버프를 최대한 중첩시킬 수 있는 그 시점을 노리는 것이 맞았다.
대지의 환원을 재사용 대기시간마다 완벽하게 사용하면, 최대 세 번까지 중첩시킬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 시점에 트로웰의 고유 능력들을 난사하면, 확실히 많은 기계문명의 병력들을 제거할 수 있는 것.
하지만 이안의 계획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후, 트로웰의 전투력이 최대치까지 뻥튀기된 시점에, 수호령을 소환해서 빙의해야겠어. 아주 볼만하겠군.’
수호령을 한 번 소환해 봄으로서, 이 고유 능력과 연계하여 최고 효율을 뽑아낼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권능의 수호령이 버프로 뻥튀기 된 스텟까지 받는다는 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겠지.’
트로웰의 고유 능력인 ‘권능의 수호령(地)’.
이 고유 능력으로 소환된 수호령은 해당 고유 능력을 발동시키는 시점의 트로웰 전투 능력에 비례하여 전투 능력이 책정되도록 되어 있고, 이안은 한 번의 소환을 통해 그러한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순식간에 끝내 주지, 찰리스.’
멀찍이 찰리스와 눈이 마주친 이안이 씨익 웃으며 그를 노려보았다.
트로웰의 버프가 최대치까지 중첩되는 순간, 이안은 찰리스를 암살(?)해 버릴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