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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987화 (987/1,027)

< 987화 2. 정령계의 구원자 (2) >

* * *

정령계의 구원자.

그것은 시나리오상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칭호임과 동시에, 실질적으로도 엄청난 위력을 갖는 칭호였다.

우선 신화(초월) 등급이라는 최상의 등급을 가진 칭호이면서, 정령술사 한정 최강의 버프를 부여해 주는 칭호였으니 말이다.

<정령계의 구원자>

-분류 : 칭호

-등급 : 신화(초월)

-정령계를 구원할 자격이 있는, 최고의 정령술사에게 부여되는 칭호입니다. 정령신 네트라의 가호를 통해 획득 가능하며, 오직 한 명만이 부여받을 수 있는 칭호입니다. 정령계의 구원자는 모든 정령들의 추앙을 받을 것입니다.

-정령 마력+40%

-소환 마력+35%

-모든 사대 속성 저항력+15%

-모든 정령 마법의 마력 소모량–10%

-소환된 모든 정령의 전투 능력+25%

-모든 정령들과의 친화력+15%

‘이건…… 메인 에피소드 특전인 건가? 지금껏 본 적 없는 미친 칭호네.’

어마어마한 수준의 버프 옵션에, 심지어 착용 조건도 따로 없는 최강의 칭호.

칭호의 옵션을 확인한 이안은,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신화 등급의 장비에 붙은 옵션이라 해도 믿을 만한 수준의 무지막지한 옵션이 칭호에 붙어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렇게 어마어마한 칭호인 만큼, 칭호를 계속 사용하기 위해서 충족해야 하는 특별한 조건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정령계 구원’ 퀘스트를 진행하는 동안 유지되는 칭호입니다.

*만약 해당 퀘스트 클리어에 실패한다면, 해당 칭호는 소멸됩니다.

*만약 해당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한다면, 영구적으로 유지되는 칭호입니다.(퀘스트 클리어 등급에 따라, 칭호의 능력치가 변동될 수 있습니다.)

‘신박한 시스템이군. 퀘스트 결과에 따라 칭호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니.’

만약 이안이 차원 전쟁에서 패배하고 메인 에피소드 클리어에 실패한다면, ‘정령계의 구원자’칭호는 오간 데 없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반대로 차원 전쟁에 승리하고 퀘스트도 클리어해 낸다면, 그 클리어 등급에 따라 이 칭호의 능력치가 얼마나 유지될지 결정된다.

‘재밌군. 카일란 콘텐츠가 확실히, 동기부여를 잘 해 준단 말이지.’

네트라를 다시 응시한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령계의 구원자가 되어 달라는 그녀의 부탁.

이것은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는 부탁이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 해 보겠습니다, 네트라 님.”

-후훗, 제가 중간자…… 그것도 인간에게 신뢰를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군요. 라오쿤의 정령술사였던 판조차도 제 신뢰를 얻지는 못했었으니까요.

“절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트라의 말을 들은 이안은 기분 좋은 표정이 되었다.

그녀가 말하는 라오쿤은 정령신의 권능을 부여받았던 숲지기 정령이었고.

서리동굴을 지키던 예뿍이의 친구이자 이 라오쿤과 계약했던 정령술사인 ‘판’은 사실상 카일란 세계관에서 최고의 정령술사나 다름없던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판’보다 더 큰 신뢰를 정령신에게 얻었다는 이야기는, 이안에게 기분 좋은 말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안. 정령계의 구원자여.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네트라 님.”

-무운을 빌어 주도록 하지요.

이안과의 대화를 마친 네트라는 잠들어 있는 엘리샤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길에 엘리샤가 천천히 눈을 뜨며 일어났다.

우우웅-!

-엘리샤, 내가 그대의 부름에 응했으니, 그대 또한 나의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네, 네트라 님……!

-부디 구원자를 도와, 정령계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기를…….

엘리샤와 네트라의 대화를 마지막으로, 모든 퀘스트가 일단락되었다.

띠링-!

-‘엘리샤 구출’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클리어 등급 : S-

-명성(초월)을 150,000만큼 획득하였습니다.

-물의 정령왕 ‘엘리샤’와의 친밀도가 10만큼 증가합니다.

-‘엘리샤’와의 친밀도가 최대치에 달했습니다.

-물의 정령왕 ‘엘리샤’가 다시 파티에 합류합니다.

-물의 정령왕 ‘엘리샤’와 다시 계약되었습니다.

……후략……

퀘스트가 마무리되자, 네트라의 신형이 점점 희미해졌다.

할 일을 마쳤으니, 이제 다시 신계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우우웅-!

그리고 그런 그녀를 잠시 응시하던 이안은, 문득 궁금한 게 하나 생겼는지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

“네트라 님.”

-네?

“이건 그냥 궁금해서 여쭙는 건데요.”

-말씀하세요, 구원자여.

“만약 정령계가 구원되지 못한다면…… 그러니까 멸망한다면요.”

-……?

“정령신이신 네트라 님께서는 어떻게 되시는 건가요?”

이안의 이 질문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었다.

사실상 퀘스트 클리어와 완전히 무관한 질문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이안이 이 질문을 갑자기 한 이유는 순전히 호기심이었다.

‘정령계가 망하면, 저 공무원 같은 여자는 어떻게 되는걸까? 실직인가?’

물론 이번 퀘스트에서 네트라는 제법 적극적으로 정령계를 구원하기 위해 자신의 권능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안은 그녀의 태도가 무척이나 ‘사무적’임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안의 호기심을 자극한 이유였다.

과연 네트라는 ‘실직’이 무섭지 않은 것인지 말이다.

‘현실의 공무원처럼…… 카일란의 공무원도 철밥통일까?’

질문을 던진 이안은 슬쩍 네트라의 눈치를 살펴보았다.

혹여 그녀가 불쾌해한다면, 재빨리 수습할 생각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안의 그러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였다.

-음, 지금까지 이런 부분을 궁금해한 민원인은 처음이군요.

“……?”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합니다.

“예?”

-직장이 사라졌으니, 전 이직해야겠죠.

“켁.”

당황한 표정이 된 이안을 향해, 네트라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만약 정령계가 멸망한다면, 평행세계의 어딘가에 새로운 정령계가 잉태될 것입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저는 다시, 그곳으로 발령 나겠지요.

“이해했습니다.”

-질문에 답이 되셨나요?

“물론입니다.”

네트라의 대답을 전부 들은 이안은, 궁금증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었다.

‘역시 철밥통…….’

무려 ‘정령신’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네트라가, 정령계의 위기에도 어째서 이렇게 태평할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확실히 재밌는 콘셉트의 NPC란 말이지.’

이어서 이안에게 대답을 마친 네트라는 공간 너머로 사라졌고, 균열 안에는 이제 이안의 파티와 엘리샤만이 남았다.

-결국, 해내셨군요. 이안 님.

“다행히도, 그렇습니다.”

-이제…… 결전의 시간입니다.

이안을 향해 환하게 웃어 보인 엘리샤는 허공을 향해 양손을 뻗으며 두 눈을 감았다.

그러자 푸른 빛깔의 아지랑이가 그녀의 주변을 휘감더니, 어두운 균열 안에 하나의 포탈을 만들어 내었다.

-저의 모든 자녀들을, 전장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

-이제 구원자 이안 님께서, 저희 정령계의 모든 힘을 이끌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엘리샤의 이야기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니, 답하려 하였다.

‘어엇……?’

우우웅-!

하지만 이안의 입이 떨어지기 전에 푸른 포탈은 이안의 일행을 전부 집어삼켰고, 그들이 서 있던 공간이 빠르게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

띠링-!

-정령왕의 권능이 발동합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이어서 마지막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최후의 결전(에픽)(연계)(히든)’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프뉴마 마을’로 이동됩니다.

이안 일행의 시야가 점점 하얗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 * *

차원 전쟁이 발발한 이후, 카일란을 플레이하는 모든 유저들의 관심은 전부 여기에 쏠려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유저가 차원 전쟁에 참여할 수준에 미치지 못하였지만, 꼭 전장에서 직접 뛰지 않아도 충분히 재밌는 것이 전쟁 콘텐츠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관심과 마지막 에피소드가 발발한 ‘오늘’의 관심은 아예 다른 차원의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월드컵과 같은 스포츠 이벤트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지금까지가 조별 예선 수준의 이벤트였다면, 오늘은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하여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발생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장에는 수많은 취재팀들이 몰려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YTBC의 캐스터, 하인스.

-루시아입니다. 반갑습니다……!

차원 전쟁이 벌어지는 최후의 전장인 균열은 사실 아무나 입장할 수 없는 곳이었다.

필드 자체의 레벨 제한 같은 것은 없었지만, 적어도 초월 50레벨은 넘어야 무사히 입장할 수준의 난이도였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각 방송국의 캐스터를 비롯한 해설진들은 그 조건에 충족될 정도로 높은 스펙을 갖춘 것일까?

그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중간계가 생겨난 지 제법 시간이 지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초월 50레벨이라는 수치는 최상위권 랭커들에게만 허락되는 레벨이었으니 말이었다.

다만 카일란에서는 E스포츠와 게임 콘텐츠의 발전, 활성화를 위해, 카일란 본사와 협약된 방송국에 한해서 방송에 활용할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특수 옵저버를 지원하였다.

전장의 어떤 스킬이나 상황에도 영향 받지 않고 자유롭게 허공을 움직이며 촬영할 수 있는, 특수한 옵저버를 말이다.

하여 지금 최후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곳 균열에는, 수많은 반투명한 옵저버들이 허공에 떠다니고 있었다.

-드디어 차원 전쟁, 결전의 날이 도래했습니다, 루시아 님.

-그러네요. 조금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이런 이벤트에 저희 두 사람이 빠질 수 없겠죠?

-그렇습니다! 오늘도 YTBC를 찾아 주신 시청자 여러분을 위해, 저 하인스와 루시아 님이 최고의 해설을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이러한 콘텐츠를 해설할 때, 캐스터와 해설진들은 시작 시간 한참 전부터 해설을 준비하며 대기해야 한다.

애초에 방송 자체가 콘텐츠 시작 전부터 방영되는 것이 보통이었으니, 해설진들은 그보다도 더 일찍부터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지금까지와 완전히 상황이 달랐다.

애초에 에피소드 자체가 이안의 미션 클리어에 의해 갑작스레 진행된 것이었고, 그 어떤 예고도 없던 상황이었으니.

각 방송사의 캐스터와 해설진들은, 어떤 준비도 없이 임기응변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안의 퀘스트 진행 현황을 미리 꿰고 있던 LB사에서, 미리 특별 편성될 콘텐츠가 있음을 언질해 주기는 하였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방송이 될지조차 방송사에서는 전달받지 못했었다.

‘후, 오늘 해설은 진짜 힘들겠어.’

심지어 정규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고 있는 지금.

아직 찰리스와 정령왕이 등장하지 않았다 뿐이지, 이미 치열한 전투는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 전장의 결과에 따라, 앞으로 인간 진영과 마족 진영의 판도가 많이 달라지겠군요?

-물론입니다, 루시아 님. 사실 마족 진영의 입장에서는 패배한다 해도 크게 손해 볼 게 없겠지만, 인간 진영의 랭커들은 제법 피해를 많이 보게 되겠지요.

-피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일까요?

-우선 정령계라는 차원계가 기계문명에 잠식당할 테니, 많은 퀘스트와 콘텐츠들을 잃어버리지 않겠습니까?

최고의 메이저 게임 방송사 캐스터답게, 루시아와 하인스는 차근차근 대화를 나누며 해설을 시작하였다.

이미 전쟁이 시작된 중간에 해설을 시작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두서없이 전투 해설부터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두 사람을 비롯하여, 전 세계 수많은 방송사들과 BJ들이 방송을 시작했을 무렵.

쿠우웅-!

거대한 굉음과 함께, 드디어 찰리스가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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