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976화 (977/1,027)

< 976화 6. 다시, 라카토리움 >

-‘정령왕의 권능[물](신화)(초월)’장비를 장착하셨습니다.

-‘물의 정령왕, 엘리샤의 안배’퀘스트의 모든 연계 퀘스트를 클리어할 때까지, 해당 장비를 착용 해제할 수 없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물의 정령왕 ‘엘리샤’와 감응합니다.

-특수한 조건에 의해, 물의 정령왕 ‘엘리샤’와 계약되었습니다.

-물의 정령왕 ‘엘리샤’의 능력으로, 정령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눈앞에 나타난 어두운 심연의 균열.

그리고 그 옆에서 옅은 웃음을 띤 채 이안을 응시하는 엘리샤.

의외의 상황에, 이안은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엘리샤의 역할은 그녀가 봉인되어 있는 곳으로 게이트를 열어 주는 것에서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얼떨결에(?) 그녀와 계약까지 되었으니 말이었다.

‘뭐지, 이렇게 되면 현존하는 모든 정령왕과 계약을 해 버린 건가?’

물론 트로웰과의 계약은, 정말 형식적인 정령 계약일 뿐이었다.

그와 계약되었다 해서 사적인(?) 전투에 소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그가 가진 정령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번 엘리샤와의 계약도, 일반적인 정령 계약과는 그 구조가 많이 다른 방식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어쨌든 두 정령왕과 전부 계약을 한 게 되었으니, 기분이 묘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트로웰 때랑 달리, 엘리샤의 능력은 좀 쓸 수 있는 거겠지?’

엘리샤를 슬쩍 응시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는 이안.

그런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엘리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안님께서 많이 성장하셨지만, 기계문명의 세력들은 생각보다 더 거대하고 위험해요.

“그렇……겠죠?”

-비록 제 힘이 많이 봉인된 상태이긴 하나…… 그래도 찰리스를 상대하시는데, 제 능력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되실 거예요.

엘리샤의 이야기를 듣던 이안은, 그녀의 정보 창을 한번 열어 보았다.

힘이 봉인된 상태라고 하니, 그녀의 능력이 현재 어떤 수준인지 궁금해진 것이다.

네임드급 npc라고는 하나 어쨌든 계약된 정령이니.

정보 창은 당연히 확인할 수 있을 터.

“……!”

이어서 엘리샤의 정보 창을 확인한 이안은, 조금 더 흥미로운 표정이 되었다.

-엘리샤(물의 정령)

레벨 : 200(-80)

속성 : 물

등급 : 정령왕

소환 지속 시간 : 제한 없음

공격력 : 3,800 (-1,520)

방어력 : 3,400 (-1,360)

민첩성 : 5,000 (-2,000)

지 능 : 21,600 (-8,640)

생명력 : 825,000 (-330,000)

……후략……

정령왕 트로웰의 레벨은 200이었다.

때문에 엘리샤의 레벨이 어느 정도 일지는, 사실 짐작이 가능했던 부분이다.

‘같은 정령왕이라 그런가, 정확히 200으로 같군.’

그리고 이 레벨을 확인한 것으로, 이안은 또 한 가지 짐작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트로웰만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고, 정령왕의 단계에 오를 시 정령에게도 레벨이라는 개념이 생긴다는 가정 말이다.

‘우리 마그리파도 정령왕이 되면…… 레벨이라는 게 생기겠어.’

다만 엘리샤가 말한 그 ‘봉인’이라는 것 때문인지, 실질적인 레벨이 120 정도라는 사실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와…… 120레벨로도 단일 스텟이 1만 초반대가 나오네. 원래의 힘을 다 가지고 있었으면 어마어마했겠어.’

정령이 가지고 있는 전투 스텟은, 비단 해당 정령의 고유 능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정령 마법을 사용할 때 매개체가 되는 정령의 전투력에 따라, 마법의 위력도 달라지는 것이니 말이다.

하여 80레벨이 깎여 나간 엘리샤의 능력치는, 이안에게 아쉬운 것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200레벨의 엘리샤를 매개체로 정령 마법을 뿌린다면, 지금의 2배 이상 위력을 기대할 법했으니 말이다.

‘뭐, 120레벨의 정령왕도 충분히 어마어마하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지.’

하지만 이안이 엘리샤의 레벨과 스텟에서 느낀 아쉬움은, 고유 능력들을 확인하는 순간, 싹 날아가 버릴 수밖에 없었다.

“……?”

엘리샤가 가진 총 다섯 개의 고유 능력 중 세 가지는 아쉽게도 봉인 상태였지만, 정상적으로 사용 가능한 두 가지의 고유 능력만 해도 어마어마한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고유 능력

-권능의 보호막(水)

정령술사가 사용한 물 속성의 공격 마법이 셋 이상의 적에게 동시에 명중할 시, 시전자 주변의 모든 아군에게 물속성의 보호막이 생성됩니다.

생성된 보호막의 내구도는 시전자의 정령 마력에 비례하며, 해당 마법으로 입힌 피해량의 150%만큼 내구도가 추가로 상승합니다.

*이미 보호막을 가지고 있는 대상에게 권능의 보호막이 생성될 시, 해당 보호막의 내구도가 같은 수치만큼 추가됩니다.

(총 실드량이 권능의 보호막이 가진 한계 실드량의 500%가 넘는다면, 더 이상 중첩되지 않습니다.)

*모든 보호막은 180초가 지나면 사라집니다.

-태초의 파도

시전자의 후방에 거대한 파도를 일으켜, 전방의 모든 대상을 집어삼킵니다.

파도의 영향력 안에 있는 모든 아군의 생명력 회복량이 30%만큼 증가하며, ‘물’속성을 가진 모든 아군의 이동속도가 50%만큼 증가합니다.

반대로 파도의 영향력 안에 들어온 모든 적의 저항력과 이동속도는 50%만큼 감소합니다.

*권능의 보호막이 씌워진 대상에게 ‘태초의 파도’의 영향력이 닿을 경우, 보호막의 내구도가 최대치까지 회복됩니다.

-물의 뇌옥(봉인)

정령왕의 권능이 담긴 물의 소용돌이가, 원형의 뇌옥을 만들며 대상을 물줄기 속에 가둡니다.

뇌옥 안에 갇힌 대상은…….

……중략……

‘권능의 보호막……? 이거 아무리 봐도 미친 스킬인 것 같은데?’

이안은 지금껏,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소환수들과 가신들의 고유 능력들을 경험해 왔다.

때문에 스킬의 설명과 계수를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해당 스킬의 위력을 금방 짐작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사실 그의 머릿속에서 계산된 ‘권능의 보호막’의 실드량은, 그렇게까지 사기적인 것은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틱당 대충 몇 만 단위 실드는 뽑아내겠는데?’

범위로 발동시킬 수 있는 광역 개별 실드라는 점을 감안해도, 몇 만 정도의 실드량은 오히려 다른 실드 스킬들과 비교하더라도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이안이 생각하는 이 고유 능력의 사기성은, 다른 부분에 있었다.

우선 첫째로, 권능의 보호막에는 재사용 대기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의 정령 마법으로 셋 이상의 적을 격중시킨다…… 사실상 재사용 대기 시간이 가장 짧은 물속성의 정령 마법을 구하는 게 우선이겠군.’

최대한 빠르게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속성의 정령 마법만 구할 수 있다면, 이 권능의 보호막을 계속해서 발동시킬 수 있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대부분의 광역 마법이 재사용 대기 시간이 길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범위가 넓은 마법을 구하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다만 스플레쉬 범위가 좁더라도 재사용 대기 시간이 5초 이내인 논타깃 스킬들은 많았으니, 그런 것을 활용할 생각을 떠올린 것이다.

‘잘만 쓰면 진짜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겠어.’

그리고 이안이 이 권능의 보호막을 사기라고 생각하는 두 번째 이유.

이것은 사실, 오로지 ‘이안’에게만 한정되는 이유였다.

생각하기에 따라 시스템의 허점이라고 느껴질 만큼.

권능의 보호막과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킬이, 이안에게 있었으니 말이었다.

이안이 권능의 보호막에서 가장 사기라고 생각한 부분은, 바로 하단에 명시된 옵션이었다.

*이미 보호막을 가지고 있는 대상에게 권능의 보호막이 생성될 시, 해당 보호막의 내구도가 같은 수치만큼 추가됩니다.(총 실드량이 권능의 보호막이 가진 한계 실드량의 500%가 넘는다면, 더 이상 중첩되지 않습니다.)

사실 보통의 경우 이 옵션은, 사기라고까지 할 만한 옵션은 아니었다.

권능의 보호막을 여러 번 중첩시켜 실드량을 늘릴 수 있게 해 준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한계 실드량의 5배라는 리밋이 존재했으니 말이다.

보통 사제 클래스가 사용하는 보호막의 실드 단위가 수십만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런 실드와 함께 사용할 시, 단 1중첩도 추가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인 것.

하지만 이 권능의 보호막과 함께 사기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킬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엘카릭스’의 고유 능력인, ‘드라고닉 베리어’였다.

*드라고닉 베리어 Dragonic Barrier (재사용 대기 시간 10분)(지속 시간 180초)

자신을 중심으로 반경 50m 안에 있는 모든 아군의 어그로를 일시적으로 0으로 만들며, 범위 내 모든 아군에게 ‘드라고닉 베리어’를 생성합니다.

드라고닉 베리어는 엘카릭스 생명력의 0.1%만큼의 내구력을 갖게 되며, 엘카릭스 방어력의 5,000%만큼의 방어력을 갖습니다. (드라고닉 배리어의 최소 내구력은 1입니다.)

현존하는 그 어떤 보호막보다도, 강력한 방어력을 가진 보호막인 드라고닉 베리어.

드라고닉 베리어의 경우 특이하게도 낮은 실드량과 무적에 가까운 방어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이 베리어를 권능의 보호막으로 충전시킨다면, 말도 안 되는 시너지가 폭발해 버리는 것이다.

‘이정도면 거의 무적 계열 보호 스킬이랑 다를 게 없어지는 거지.’

물론 드라고닉 베리어의 경우 10분이나 되는 재사용 대기 시간이 존재했지만, 그것은 이 두 실드의 시너지를 생각할 때 페널티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권능의 보호막만 지속적으로 충전시켜 준다면, 드라고닉 배리어의 지속 시간인 180초 동안은 어떤 보스의 공격기를 맞아도 안전할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태초의 파도도 충분히 대단한 스킬이고…… 이러면 퀘스트의 난이도가 확 내려가겠어.’

고유 능력을 전부 확인한 이안은, 더욱 싱글벙글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엘리샤의 정보 창의 최하단부를 마저 읽어 내려갔다.

이 어마어마한 고유 능력들을 과연 언제까지 써도 되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으니 말이다.

*모든 물의 정령들을 다스리는, 물의 정령들의 왕, 엘리샤입니다.

- 엘리샤의 힘을 빌어 정령 마법을 사용할 시, ‘물’속성 마법에 한해 마력 소모량이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 엘리샤의 힘을 빌어 정령 마법을 사용할 시, ‘물’속성 마법에 한해 위력이 1.7배 증가합니다.

*특수한 조건에 의해 임시로 계약된 정령입니다.

‘엘리샤’와 관련된 모든 퀘스트가 종료될 시, 자동으로 정령 계약이 해지됩니다.

*‘엘리샤’와 관련된 퀘스트를 진행 중이 아닐 시, 해당 정령을 소환할 수 없습니다.

‘쩝, 역시 퀘스트 한정이긴 하네.’

퀘스트를 완수하게 되면 더 이상 엘리샤를 사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급 시무룩해진 이안의 표정.

하지만 그것 또한 잠시였을 뿐.

이안은 다시 의욕적인 표정이 되었다.

“엘리샤님께서 일임하신 권능…… 최대한 잘 사용해서 꼭 봉인을 풀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안의 대사에, 엘리샤는 더욱 감동받은 표정이 되었다.

-고, 고맙습니다, 이안님……! 기계문명의 횡포를 막아 주실 수 있는 분은, 이안님뿐이에요.

결연한 표정이 된 이안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이안의 표정이 결연한 이유는 간단했다.

퀘스트가 끝나기 전까지, 그녀의 능력을 100% 이상으로 뽑아 먹기로 다짐한 것이다.

‘권능의 보호막만 잘 활용한다면, 좀 더 공격적으로 전투를 해도 되겠어.’

하여 엘리샤가 열어 둔 게이트의 앞까지 도달한 이안은, 망설임 없이 균열의 안쪽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띠링-!

이안의 눈앞에, 차원이동을 알리는 익숙한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차원의 통로’를 통과하였습니다!

-‘정령계’를 떠났습니다.

-‘라카토리움’으로 이동합니다.

……후략……

이어서 이안이 빨려 들어간 게이트를 따라, 그의 일행도 하나둘 진입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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