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971화 (972/1,027)

< 971화 4. 뜻밖의 마수 연성 (2) >

* * *

마수 연성술 협회는 콘텐츠를 티어로 분류하자면 최상위 티어라 할 수 있는 콘텐츠였다.

중간계에 수백만이 넘는 유저가 들어온 이 시점에도, 협회의 존재를 아는 이조차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연성술에 한해서는 자신이 세계 랭킹 1위라고 생각하는 엘던조차도, 겨우 조건을 충족하여 가입할 수 있었던 곳이 바로 이 협회.

그 때문에 엘던이 이안에게 거리낌 없이 신화 등급의 연성을 맡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카일란 세계관 내에서 연성술 고인물(?)이나 다름없는 이들이 바로 이 연성술 협회의 NPC들이었고.

이제 갓 조건을 충족하여 가입한 엘던보다는 그들의 실력이 출중할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엘던은 이안을 협회의 NPC라고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에, 그에게 망설임 없이 연성을 맡길 수 있었고.

심지어는 이안을 협회에서도 최상위 연성술사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협회를 아무리 뒤져도 고대의 연성술을 아는 이가 없었는데…… 저 이안느라는 녀석은 분명 협회 내 최상위 연성술사일 거야.’

물론 그렇다고 엘던이 연성 실패의 가능성을 염두해 두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신화 등급의 연성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자신이 전설연성에 실패할 때도 많듯, 이안느 님(?)도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정돈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세 번 정도는 연성에 트라이할 수 있을 만큼 재료를 모아 두었기 때문에, 그 안에는 이안이 성공시켜 주리라고 생각한 것.

‘그래도 기왕이면 한 번에……!’

멀찍이 떨어져 이안의 연성을 지켜보는 엘던은 오히려 이안보다 더 긴장했는지,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이 연성 한 번의 성공에,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가치가 왔다 갔다 하니.

마법진에서 빛이 반짝일 때마다, 엘던의 표정도 시시각각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며칠간 수면 부족으로 잠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이안이 연성을 진행하는 긴 시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한 정신을 유지하는 엘던.

그리고 그런 그의 간절한 염원이 통했을까?

이안이 그려 낸 마법진에서, 화려한 빛줄기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우웅- 우우우웅-!

세밀하고 얇은 선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문양에서 빛이 흘러나오며, 붉은 광휘가 마법진 위에서 휘몰아치기 시작한 것.

고오오오-!

그것을 확인한 엘던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오오…….”

그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연성했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이펙트가 터져 나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성공인가? 성공……?’

그리고 고대의 연성술사(?) 이안느 님은 엘던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하였다.

띠링-!

-연성의 재료들이 성공적으로 감응하기 시작합니다.

-마법진의 완성도 : 99.93%

-레시피에 맞는 재료들이 융합되었습니다.

……중략……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마법진이 강렬한 마기에 휩싸입니다!

-고대의 마수 연성술에 성공하셨습니다!

-‘고대의 마수 연성’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셨습니다!

-연성 기여도 : 62%

-마수 연성 기여도에 비례하여, 마수 연성술의 경험치가 증가합니다.

……중략……

-연성 등급 : A+

-연성 등급이 A등급 이상이므로, 마수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신화 등급의 마수, ‘고대의 다크발록’이 탄생했습니다.

-최초로 고대 마수 연성을 성공하셨습니다!

-명성(초월)이 10만 만큼 상승합니다.

-‘마수 연성술’의 숙련도가 추가로 25%만큼 상승합니다.

-‘고대의 다크발록’ 최초 연성을 달성하여, 연성으로 획득하게 되는 숙련도가 기존 수치의 1,000%만큼 증가합니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 내용의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 떠오르면서, 마법진 위에 거대한 한 마리의 발록이 나타났으니 말이었다.

크르르르-!

스하아-!

다크발록이라는 그 이름에 맞게, 온통 시커먼 연기에 둘러싸인 강렬한 악마의 모습.

“오오…….”

어마어마한 연성 경험치와 함께 연성술의 숙련도가 1레벨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엘던의 눈에는 지금 그것이 들어오지 않았다.

눈앞에 나타난 늠름한 고대의 다크발록이 그의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 아아……! 이것이 고대의 다크발록!”

외형부터가 일반 다크발록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화려하고 흉포한 생김새를 가진 고대의 다크발록!

쿵- 쿵-!

이안의 앞에서 돌아 나와 엘던의 앞에 선 녀석이, 묵직한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하였다.

-나를 소환한 이가…… 바로 그대인가.

* * *

협회의 연성실을 가득 채운, 거대한 다크발록과 어둠의 기운들.

이 순간 가장 기쁜 이가 엘던이었다면 그 못지않게 행복(?)한 인물은 바로 이안이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안의 감정은 놀람과 당혹감이 섞인, 복잡 미묘한 감정이었다.

‘해 냈어…….’

연성의 성공을 확신한 순간, 일단 이안이 처음 느낀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만약 이 연성에 실패하여 엘던의 재료를 전부 날려 먹기라도 했다면, 적지 않은 죄책감에 들었을 게 분명했으니 말이다.

물론 엘던이 적대 진영인 마족의 유저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죄책감은 그것과 별개의 감정인 것.

하지만 이안은 엄청난 집중과 집념으로 결국 연성을 성공해 내었고, 안도할 수 있었다.

‘휴우, 첫 신화 등급의 연성을 이런 식으로 하게 될 줄이야.’

이안은 당연히 자신의 첫 신화 등급 연성은 ‘태초의 마룡’이 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한데 이렇게 의외의 상황에서, 그것도 대리 연성으로.

첫 번째 신화 연성을 성공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하지만 이안의 안도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발록이 등장하며 연성 성공의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하자, 이안의 두 동공은 점점 더 확대될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연성의 재료들이 성공적으로 감응하기 시작합니다.

-마법진의 완성도 : 99.93%

-레시피에 맞는 재료들이 융합되었습니다.

……중략……

-연성 등급 : A+

-최초로 고대 마수 연성을 성공하셨습니다!

-‘고대의 마수 연성술’의 숙련도가 추가로 25%만큼 상승합니다.

-‘고대의 다크발록’ 최초 연성을 달성하여, 연성으로 획득하게 되는 숙련도가 기존 수치의 1,000%만큼 증가합니다.

일단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연성 숙련도부터 놀라운 것이었지만, 여기까지는 이안도 예상했던 범주 안이었다.

레시피의 주인인 엘던뿐만 아니라, 마법진을 그린 이안 또한 당연히 최초 연성에 이름을 올릴 것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이안을 진짜 놀라게 한 것은, 여기부터 시작이었다.

-‘고대의 발록’ 연성에 성공하여, 특수한 조건이 충족됩니다.

-‘발록 전문가’ 칭호의 숨겨진 봉인이 개방됩니다.

‘엇? 뭐라고……?’

사실 이안은 꽤 오래전부터 ‘다크 발록’의 존재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던 상태였다.

아니,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이미 다크 발록을 연성해본 경험도 있는 인물이 바로 이안이었다.

‘크르르를 만들면서, 최소 두 놈은 만들었었지.’

과거 발록의 서식처에 틀어박혀 미친 듯이 발록 연성에 매달렸을 때, 파괴의 발록인 크르르를 연성해 내면서, 다크발록도 몇 번 성공시킨 적이 있었던 것이다.

크르르와 같은 전설 등급인 다크발록은 당연히 능력치나 스킬 구조가 훌륭했지만, 이안의 전투 스타일과 맞지 않아 크르르를 선택했던 것.

물론 크르르가 조금 더 우월한 마수이기도 했고 말이다.

‘정확히는 스텟 비율로 따졌을 때, 파괴의 발록이 우월했었지.’

그리고 그때의 노가다로 얻었던 칭호가, 바로 ‘발록 전문가’라는 칭호.

발록 전문가는 ‘발록’ 종족에 한해 잠재력이 높은 녀석을 포획할 확률을 올라가게 해 주는 꿀 같은 칭호였으며.

하여 이안은 그 이후에도, 이 칭호를 꽤나 오랫동안 유용하게 써먹었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칭호 정보 창의 마지막 줄에 쓰여 있는 ‘봉인’ 옵션은 잊고 있었는데, 그게 생각지도 못했던 타이밍에 개방된 것.

띠링-!

-‘발록 전문가’ 칭호가 상위 칭호로 진화합니다.

-‘발록 창조자’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새로 생겨난 칭호는 그야말로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었다.

<발록 창조자>

-분류 : 칭호

-등급 : 신화(초월)

-셀 수 없이 많은 발록들을 연구하고, 새로운 발록을 창조해 낸 당신. ‘발록 창조자’ 칭호는 마수 연성 학계에 길이 남을 업적을 이뤄 낸 이에게만 부여되는 명예로운 칭호입니다.

*‘발록’ 종족을 포획할 시, 높은 잠재력을 지닌 개체가 포획될 확률이 증가합니다.

*‘발록’ 종족을 연성할 시, 연성 성공률이 15%만큼 증가합니다.

*‘발록’ 종족을 연성할 시, 연성 등급이 1티어 높게 부여됩니다.

‘이건, 대박이잖아?’

상위 잠재력이 뜰 확률을 높여 주는 것만 해도 충분히 훌륭한 칭호였는데, 연성 확률 증가에 등급까지 1티어 상승시켜 주는 칭호라니.

비록 발록 종족에 한정되기는 하였지만, 이안은 지금껏 이런 수준의 효과를 가진 칭호는 본 적이 없었다.

비전투 클래스 관련 칭호에 한정 짓는다면 말이다.

‘미친! 이러면 발록 노가다 한 번 더 하러 가고 싶어지는데…….’

그리고 더 충격적인(?) 것은 시스템 메시지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신화 등급의 연성 과정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었습니다.

-보유하고 있던 ‘파괴의 발록’ 레시피가 상위 티어의 레시피로 진화합니다.

“뭐……?”

띠링-!

-새로운 마수 연성 레시피를 획득하였습니다!

-‘고대 파괴의 발록’ 레시피를 습득하였습니다!

마수 연성을 미친 듯이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연성 결과에 따라 새로운 레시피가 생성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극히 드문 경우였고, 수백 가지 이상의 경우의 수가 우연의 일치로 맞아떨어졌을 때나 가능한 일.

‘미, 미쳤다.’

그 때문에 신화 등급의 연성에서 이런 이벤트가 생기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낮은 확률이었고, 때문에 이안은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연성술 마스터를 찍고 고대의 연성술을 배우기 위해 시작했던 이 프로젝트(?)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과물들을 얻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거 엘던한테 가서 절이라도 해야 되는 건가?’

딱히 엘던이 한 일은 없었지만, 마치 그에게 빚을 진 느낌이 되어 버린 것.

고대 파괴의 발록이 신화 등급의 마수인 것으로 추측해 보건대, 크르르를 신화 등급의 마수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게 된 상황이나 다름없었으니.

이안은 그야말로 로또를 맞은 기분이었다.

‘겜생,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가?’

하여 잠시 멍한 표정이 되어 있던 이안.

“…….”

그런 그의 상념을 깨워 낸 것은 행복에 겨운 엘던의 목소리였다.

“이, 이안느 님! 크흑!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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