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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961화 (962/1,027)

< 961화 1. 지르딘의 부탁 (2) >

* * *

이안조차 놀랄 정도로, 변수에 대한 완벽한 임기응변과 컨트롤을 보여 준 조나단.

하지만 조나단의 선전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기계 문지기들의 공격 패턴과 고유 능력에 적응이 되고 나자, 처음보다 더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 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안이 조나단에게 기대했던 수준이 80~90 정도였다면, 거의 100이 넘을 정도의 훌륭한 역할을 수행해 준 것.

이안으로서는 세카루 그리핀의 생명력을 바닥까지 깎을 동안 그저 버텨 주기만 해도 감사하다 생각하였는데, 조나단은 그것을 넘어 간간히 그리핀의 생명력까지도 깎아 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대충 건드리는 것도 아니었다.

한 번씩 기습적으로 그리핀에게 들어오는 조나단의 공격은 충분히 유의미한 대미지를 보여 줬으니까.

로터스 길드원이 아닌 외부인과 파티 플레이를 하면서, 오랜만에 만족스러움을 느끼고 있는 이안!

‘호랑이가 아닌 그리핀에게 우선적으로 딜을 넣어 주는 선택까지도…… 아주 완벽하군.’

그리고 조나단의 그 선전에 힘입어 이안은 더욱 안정적으로 보스들을 공략해 낼 수 있었다.

기존에 예상했던 3시간의 절반 정도가 지난 시점에, 이미 두 문지기들의 생명력을 전부 바닥까지 떨궈 내는 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후우, 이제 끝이 좀 보이는 것도 같고.”

“조금만 더 버티라고 조나단. 이제 진짜 다 왔어.”

“진이 다 빠지는 것 같으니, 저 괴물들 빨리 좀 잡아 주면 안 될까.”

“아직 1시간 반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진이 빠지면 어떡해?”

“뭐……? 1시간 반 이라고? 난 못해도 5시간은 싸운 기분인데.”

하여 이안과 조나단의 표정은 전투로 인해 체력이 바닥났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보다 훨씬 더 밝아져 있었다.

이제 이 처절한 싸움의 끝에 섰으며, 힘들었던 만큼 확실한 보상이 눈앞에 아른거렸으니 말이다.

이제 관건은 최대한 시간 차 없이 두 놈을 한 번에 깔끔하게 처치하는 것.

이제 정말 다 온 것이나 다름 없었지만, 이안은 결코 긴장의 끈을 놓치 않았다.

마지막에 실수하여 한 놈이 먼저 죽어 버리면, 남은 한 놈이 미쳐 날뛰면서 순식간에 다 된 밥상을 엎어 버릴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 상황에서 가장 깔끔한 방법은…….’

기계 세카토르의 공격을 빠르게 피해 낸 이안은 조나단을 향해 살짝 시선을 돌렸다.

이어서 그를 향해, 짧게 입을 열었다.

“조나단.”

“말해.”

“‘불사의 대지’ 준비됐지?”

“1분 남았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

“물론.”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이안과 조나단은 더욱 보스 공략에 가속을 붙이기 시작하였다.

-파티원 ‘조나단’의 고유 능력 ‘핏빛 쇄도’가 발동합니다.

쐐애애액-!

-문지기 ‘기계 세카토르’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기계 세카토르’의 생명력이 409,102만큼 감소합니다.

조금 남아 있는 두 보스의 생명력 게이지를 최대한 제로에 수렴하도록 붙여 놓기 위해서 말이다.

-고유 능력 ‘심판의 번개’를 발동하였습니다.

콰콰쾅-!

-문지기 ‘기계 세카토르’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문지기 ‘기계 세카루 그리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후략…….

그리고 둘 중 한 녀석인 그리핀의 생명력이,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들 정도까지 닳아 없어진 순간.

“조나단!”

“걱정 말라고!”

이안과 조나단은 동시에 서로 다른 고유 능력을 차징하기 시작하였다.

우우웅-!

-파티원 ‘조나단’이 고유 능력‘불사의 대지’를 발동시켰습니다.

-핏빛 기류가 전장을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소환수 ‘루가릭스’의 고유 능력 ‘드래곤 브레스’가 발동합니다.

-소환수 ‘엘카릭스’의 고유 능력 ‘드래곤 브레스’가 발동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상황을 모르는 다른 랭커가 봤다면 무척이나 의아할 만한 것이었다.

암살자의 히든 고유 능력 중 하나인 ‘불사의 대지’는 보통 이럴 때 사용하는 고유 능력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불사의 대지>

‘불사(不死)의 대지’ 위에 선 이는 사신의 허락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죽을 수 없습니다.

*시전자로부터 반경 10m 이내의 모든 존재가, 5초 동안 ‘불사(不死)’의 상태가 됩니다.

*‘불사(不死)’ 상태인 대상은 죽음에 이르는 피해를 입었을 시 생명력이 1 남은 상태로 생존합니다.

*‘불사(不死)’ 효과가 끝난 대상은 5초 동안 물리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이 대폭 감소합니다.

필드 위의 모든 존재를 일정 시간 동안 불사의 상태로 만드는 ‘불사의 대지’ 고유 능력과, 그 위에 쏟아져 내리는 두 발의 브레스.

이것은 무척이나 아이러니한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죽을 수도 있는 상대를 의도적으로 상대를 살려 두는 셈이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의 이안과 조나단에게 이것은 완벽한 한 수나 다름없었다.

콰콰콰쾅-!

-문지기 ‘기계 세카토르’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문지기 ‘기계 세카루 그리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기계 세카토르’의 생명력이 765,402만큼 감소합니다.

……중략……

-‘불사의 대지’ 효과가 발동합니다.

-문지기 ‘기계 세카토르’가 ‘불사(不死)’의 상태가 되었습니다.

-문지기 ‘기계 세카루 그리핀’이 ‘불사(不死)’의 상태가 되었습니다.

두 녀석의 생명력을 정확히 1로 떨어뜨려 둔 뒤, 깔끔하게 광역기를 하나 더 발동시킨다면, 녀석들을 변수 없이 동시에 처치하는 셈이 되어 버리니 말이다.

보통 암살자들이 불리한 상황에서 역전을 꾀할 때 쓰는 고유 능력이었지만, 이안과 조나단은 특별한 상황에서 그것을 응용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자, 핀……! 마무리 부탁해.”

끼아아오오-!

이어서 불사 상태가 끝나기 바로 직전, 마무리를 위해 이안이 선택한 마지막 스킬은 다름 아닌 피닉스의 ‘분쇄’스킬이었다.

위력이야 다른 광역기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만, 생명력이 1 남은 녀석들을 변수 없이 처치하기에 이것만큼 좋은 스킬도 없었으니 말이다.

<분쇄>

-강력한 날갯짓으로 거대한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적들을 난도질합니다. 10초 동안 지속되며, 0.5초당 물리, 마법 공격력의 125% 만큼의 피해를 적에게 입힙니다. (전방 15m, 부채꼴 형태로 분사됩니다.)(재사용 대기 시간 10분)

콰아아아-!

아직까지 불사의 기운이 남아 있는 필드 위에, 핀의 날개에서 뿜어 나온 날카로운 바람의 회오리가 미친 듯이 휘몰아친다.

그리고 그 바람의 회오리가 시작된 직후, 대지 위에 피어오르던 붉은 기운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불사의 대지’ 고유 능력의 지속 시간이 종료됩니다.

콰쾅-!

그리고 그것은 곧, 이 힘든 싸움의 마침표라고 할 수 있었다.

-‘기계 세카토르’의 생명력이 1만큼 감소합니다.

-‘기계 세카루 그리핀’의 생명력이 1만큼 감소합니다.

-복원된 고대의 기계 괴수, ‘기계 세카토르’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복원된 고대의 기계 괴수, ‘기계 세카루 그리핀’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강력한 보스 타입의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

-처치 기여도 : 73.48%

……중략……

-‘샤이닝 기어(Shining Gear)’를 획득하였습니다.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세카토르의 밀실’로 통하는 게이트웨이를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세카루 그리핀의 밀실’로 통하는 게이트웨이를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기깅- 기기깅-!

마지막 타격이 터짐과 동시에, 새하얀 빛으로 휩싸인 두 기계 몬스터들이 폭발을 일으키며 공중에서 분해되기 시작하였다.

퍼펑!

기기기깅!

이어서 이안은 눈앞에 주르륵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들 사이로 하얗게 빛나는 톱니바퀴를 발견하였다.

이안이 그곳을 향해 다가가자, 뒤늦게 하얀 기어를 발견한 조나단이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음? 두 마리를 잡았는데, 왜 기어가 하나뿐인 거지?”

“글쎄, 분명 뭔가 이유가 있을 텐데…….”

분명 보스 몬스터도 둘이고 남은 밀실도 두 곳이었는데, 기관을 작동시킬 열쇠인 기어는 하나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안은 금방,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엇, 저기!”

단순히 폭파되어 분해되는 것으로 생각했던 두 기계 문지기들이 다시 허공에서 모이더니 재조립되기 시작한 것이다.

기잉- 철컥- 촤라락!

각각 분해된 파츠들은 하얀색으로 빛나는 파츠와 까맣게 죽은 파츠로 나뉘었고.

하얀 파츠들만으로 재조립되어, 새로운 형태의 기계 몬스터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

그 화려한 퍼포먼스에, 이안과 조나단은 한동안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이잉-!

-특수한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어둠의 요새’의 숨겨진 유물이 발견되었습니다.

대략 30초 정도에 걸쳐 재조립된 새하얀 기계 파츠들은 하얀 광휘로 빛나는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였다.

하얀 갈기로 뒤덮인 사납고 거대한 호랑이의 외형에, 그리핀의 날개가 돋아난 멋들어진 기계 괴수.

크허엉-!

두 눈을 하얗게 빛낸 녀석은 입을 쩍 벌린 채 커다랗게 포효하였고, 그 뒤로 서서히 하얀 빛이 사라져 갔다.

이어서 녀석의 쩍 벌린 커다란 입 한가운데, ‘샤이닝 기어(Shining Gear)’를 끼워 넣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처음부터 이 두 밀실은 이어져 있던 곳이었나 보네.”

“흠, 확실히 그런 것 같군.”

잠시 조립된 몬스터의 모습을 보며 감탄하던 이안은 기어를 들고 천천히 그 앞으로 다가갔다.

철컥-!

이어서 기어를 호랑이의 입속에 끼워 넣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지막에 이곳을 트라이한 게 어쩌면 천운일수도.”

연계된 밀실을 더 먼저 공략했더라면, 황금 고서를 맥시멈 네 개밖에 얻지 못했을 테니.

이안으로서는 그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들은 조나단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꾸할 수밖에 없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그의 입장에서는 고서 한 권 덜 얻더라도, 이 고생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후후.”

그런 그를 향해 피식 웃어 보인 이안은 천천히 열리는 양 쪽의 밀실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자, 이제 마지막 계획을 세워야겠군.”

“계획이라면?”

“모든 밀실을 오픈했으니. 이제 황금 고서를 챙겨야 할 것 아냐.”

이제 두 사람에게 남은 과제는 하나였다.

요새 사방에 뿔뿔이 자리하고 있는 다섯 권의 황금 고서를, 동시다발적으로 회수하여 무사히 지르딘의 연구실로 가져오는 것.

하나씩 챙기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고서를 하나라도 건드리는 순간 관리자가 그들의 침입을 알게 될 것이고, 그럼 다섯 권의 고서를 챙기지 못하고 잡힐 확률이 높았으니까.

“내가 처음에 갔던 루카크의 밀실을 맡도록 하지.”

“길은 전부 숙지했지?”

“물론.”

“그럼 내가 여기에 대기하고…… 나머지 두 곳에 라이와 할리를 보내면 되겠군.”

빠르게 계획을 세운 이안과 조나단은 신속하게 움직여 고서가 있는 밀실들을 향해 흩어졌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고서들을 가지고, 지르딘의 연구실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

띠링-!

-누군가 ‘황금빛 고서’에 손을 대었습니다.

-요새의 관리자가 침입자를 감지합니다.

-어둠의 기계 가디언들이 침입자를 수색하기 시작합니다.

-‘연구소 복귀(연계)(돌발)’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중략……

-‘지르딘의 연구소’에 성공적으로 복귀하였습니다.

-황금빛 고서를 1권 확보하였습니다.

-황금빛 고서를 2권 확보하였습니다.

……후략…….

이어서 라이가 가져온 황금빛 고서를 마지막으로 다섯 권의 고서가 전부 모이자.

띠링-!

이안의 눈앞에,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새로운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하였고…….

-‘지르딘의 부탁(연계)(히든)’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클리어 등급 : SSSSS

-특수한 조건을 충족하여, 추가 보상을 획득합니다.

-‘빛의 신수의 비밀’ 에피소드의 단서를 획득하셨습니다.

그것을 확인한 이안은 두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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