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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960화 (961/1,027)

< 960화 1. 지르딘의 부탁 >

이안과 조나단의 앞을 막은 두 마리의 기계 괴수들.

어둠의 요새 안의 모든 동력을 모아 받은 두 녀석들의 전투력은 사실상 괴물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기계 동력으로 인해 모든 전투 능력치가 2배 이상 펌핑 되어 있는 상태였으니, 공격 기술에 스치듯 맞아도 생명력이 쭉쭉 깎여 나가는 것이다.

-어둠의 문지기 ‘기계 세카토르’가 ‘빛의 섬전’ 고유 능력을 발동합니다.

-‘섬전의 조각’에 의해 피해를 입었습니다!

-생명력이 1,701만큼 감소합니다!

-생명력이 1,669만큼 감소합니다!

……후략…….

‘크음…… 피한다고 피했는데…….’

지금 이안과 조나단은 각각 한 마리의 문지기를 맡아 싸우는 중이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조나단이 기계 호랑이를, 이안이 기계 그리핀을 맡기로 한 것이다.

물론 이안이 뭔가 전투하는 느낌이라면 조나단은 거의 버티는 느낌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조나단의 역할은 무척이나 중요했다.

기계 호랑이가 그리핀에 대해 민첩성이 많이 떨어지는 대신, 공격력은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조나단이 빠른 발과 암살자의 고유 능력들을 활용하여 세카토르를 맡아 주지 않았다면, 아무리 이안이라 해도 결코 전투를 이어 갈 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전투가 시작된 지금까지도, 조나단은 승리에 대한 기대가 크게 없었다.

‘이 전투, 승산이 있기는 한 건가?’

그리고 그것은 이안이라는 인물을 낮게 평가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실제로 파티 플레이해 본 이안이라는 랭커는 조나단이 상상했던 것 이상의 고수였으니 말이다.

다만 지금 그들의 눈앞에 있는 두 문지기들이 상식을 파괴할 정도로 너무 강력할 뿐이었다.

크허어어엉-!

기계 세카토르가 울부짖자, 조나단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제기랄.’

기본적으로 호랑이의 포효에는 ‘공포’ 상태 이상의 효과가 담겨 있었던 데다, 차가운 기계음까지 그 안에 섞이니, 소름이 돋을 정도로 위협적이고 무서운 울음소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세카토르가 단순히 위협을 위해 포효한 것도 아니었다.

그의 주변으로 커다란 광휘가 넘실거리더니, 강력한 버프가 발동되었으니까.

-‘기계 세카토르’의 고유 능력 ‘전장의 화신’이 발동합니다.

-세카토르의 마법 공격력이 1.7배 강화되어, 물리 공격력으로 전환됩니다.

‘뭐라고?’

시스템 메시지를 힐끔 확인한 조나단은 어이가 없어질 지경이었다.

기계 세카토르는 호랑이 답지 않게 마법 공격력 위주의 몬스터였고, 녀석이 사용하는 빛의 섬전 고유 능력 또한 마법 공격이었는데.

갑자기 그 강력한 마법 공격력을 거의 2배로 뻥튀기해 물리 공격력으로 전환해 버리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젠장, 이러면 세팅을 바꿔야 하잖아!’

그리핀과 세카토르 모두 마법 기반의 딜러라는 것을 확인한 뒤 마법 방어력과 저항력 위주로 장비를 착용했던 조나단은 황급히 아이템을 다시 스와프할 수밖에 없었다.

타탓-!

그런데 그때, 이안이 상대하고 있던 그리핀 쪽에서 또 하나의 변수가 겹쳐 버렸다.

-어둠의 문지기 ‘기계 세카루 그리핀’이 ‘마법 강화 발톱’ 고유 능력을 발동하였습니다!

-파티원 ‘이안’의 소환수 ‘빡빡이’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무적’효과에 의해 ‘빡빡이’의 생명력이 감소하지 않습니다.

-‘치명타’효과의 영향으로 ‘마법 강화 발톱’의 부가 효과가 발동합니다.

-‘기계 세카루 그리핀’의 고유 능력 재사용 대기시간이 30%만큼 감소합니다!

“미친……!”

세카루 그리핀의 광역기인 ‘빛의 날갯짓’ 고유 능력이 마법 강화 발톱과 시너지가 나면서 급작스럽게 ‘재사용 대기시간 초기화’가 되어 버린 것이다.

-‘기계 세카루 그리핀’의 고유 능력 ‘빛의 날갯짓’이 발동하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아무리 피지컬 좋은 조나단이라 하더라도 대응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계산되지 않았던 변수가 두 번 연속 겹치면서 시너지가 나니, 그로 인해 커다란 틈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생명력이 517,298만큼 감소합니다.

-파티원 ‘이안’의 생명력이 249,810만큼 감소합니다.

……후략…….

심지어 그리핀을 상대하던 이안조차도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맞았을 정도이니, 조나단은 거의 직격으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던 것.

‘으아아아……!’

단숨에 절반 이상의 생명력이 뭉텅이로 깎여 나가자, 조나단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완전히 빈사 상태가 된 지금, 아무 공격 기술에 스치기만 해도 그대로 사망일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해, 기계 세카토르가 빛살처럼 달려들었다.

-‘기계 세카토르’가 고유 능력 ‘폭풍 가르기’를 사용합니다.

파아앗-!

이어서 기계로 만들어진 세카토르의 거대한 앞발이, 조나단의 시야에 커다랗게 확대되었다.

* * *

‘아오, 이럴 줄 알았으면 가신이라도 데려오는 건데.’

아랫입술을 끄득 깨문 이안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조나단이 살얼음판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생존 게임을 하는 중이라면, 이안은 쉴 새 없이 소환수들을 컨트롤하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까망이와 핀이라도 가신들이 컨트롤해 주면, 한결 수월했을 텐데 말이지.’

지금 이안에게 두 기계 문지기와의 전투는 사실상 정신력 싸움 같은 것이었다.

단 한 번만 실수해도 파티의 균형이 깨어지며 곧바로 전멸이 날 수 있는 위태로운 전투였기 때문에.

초인적인 집중력과 컨트롤로 모든 고유 능력 사이클을 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와중에 한 번씩 터져 나오는 변수에 대응까지 해 내야 했으니, 정말 오랜만의 살 떨리는 전투였던 것.

그나마 다행인 부분이라면, 이안과 조나단의 한계 전투력으로 두 기계 괴수와의 전투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피켄로랑 싸울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물론 군단장인 피켄로의 전투력은 두 녀석을 합친 것만큼 강력한 수준인 게 맞았다.

하지만 그때는 대지의 성물 효과도 가지고 있었고, 이안에게도 군대가 있었으니, 지금과 상황이 많이 다른 것이다.

지금은 살 떨리는 미세 컨트롤을 계속해서 이어 가야 한다면, 그때는 수많은 군단을 지휘하는 게 이안의 주된 역할이었으니까.

‘빡빡이가 버텨 주는 동안, 딜 사이클 한 바퀴만 무사히 돌리면…….’

전투에 집중하던 이안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전황을 훑어보았다.

‘조나단은 아직 잘 버텨 주고 있고…… 그리핀 생명력도 이 정도면 제법 깎았고…….’

전투가 시작된 뒤 지나간 시간은 약 30여 분 정도.

그동안 이안이 꾸역꾸역 깎아 낸 그리핀의 생명력이 1/3 정도였으니, 사실 상황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단순 계산으로 해도 거의 3시간 넘게 실수 없이 싸워야, 녀석들을 처치하는 게 가능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변수가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지.’

그래도 다행인 부분은, 두 녀석 모두 회복 계열의 스킬을 가지지 않았다는 점.

기계 몬스터의 특성상 시온 속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회복 계열의 고유 능력이 없다는 부분은 정말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 어떻게든 버텨 보자. 충분히 잡을 수 있어!’

전황을 대략 확인한 이안은 다시 전투에 집중하기 위해 소환수들을 컨트롤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말이 씨가 되기라도 한 것일까?

그리핀이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고 있던 고유 능력을 발동시키며, 변수가 생겨 버리고 말았다.

-‘치명타’효과의 영향으로 ‘마법 강화 발톱’의 부가 효과가 발동합니다.

-‘기계 세카루 그리핀’의 고유 능력 재사용 대기시간이 30%만큼 감소합니다!

“뭐라고?”

갑작스레 세카루 그리핀이 재사용 대기시간을 돌리면서, 광역기를 뿜어낸 것이다.

콰쾅- 콰콰콰쾅-!

황급히 광역 실드로 대응하기는 하였지만, 피해는 어마어마한 수준.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생명력이 249,810만큼 감소합니다.

게다가 이 변칙 공격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나단의 생명력마저 빈사 상태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제길……! 이러면 저 호랑이 놈이 곧바로 폭풍 가르기를 쓸 텐데……!’

기계 세카토르의 고유 능력들 중 가장 까다로운 것은 ‘폭풍 가르기’였다.

이안이 근원의 숲에서 꿀통을 따다 준 대가로, 할리칸에게 배울 수 있었던 스킬인 폭풍 가르기.

암살자인 조나단에게 아무리 이동기가 많다 하더라도, 한 번에 공간을 가르고 접근하는 폭풍 가르기는 대응이 힘들었던 것이다.

지금까지야 세카토르의 물리 공격력이 약해서 폭풍 가르기가 별로 아프지 않았지만, ‘전장의 화신’ 고유 능력 때문에 이제 몇 배는 강력한 위력을 터뜨릴 터.

‘마법 기반 호랭이한테 대체 왜 폭풍 가르기가 붙어 있나 했더니…… 스킬 구성이 이런 식일 줄이야.’

하여 짧은 시간에 수많은 경우의 수를 떠올린 이안은, 여기서 하나의 선택을 해야만 했다.

아껴 두었던 드라고닉 베리어를 조나단의 생존을 위해 사용할지, 아니면 그를 한번 믿어 볼지 말이다.

‘조나단이 버틸 수 있을까? 버텨 줄까?’

이안이 알기로 조나단에게는 ‘그림자 장막’이라는 고유 능력이 있었는데, 이걸 잘 활용할 수만 있다면 폭풍 가르기 한 텀 정도는 버티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정확한 타이밍에 장막을 발동시키지 않으면 그대로 즉사일 게 분명했으니, 이안으로서는 갈등되지 않을 수 없는 것.

‘여기서 조나단이 죽어 버리면, 그대로 게임 셋인데.’

게다가 폭풍 가르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안과 달리, 조나단은 이해도가 부족할 것이었고.

그 때문에 이안은 이 찰나의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갈등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배리어를 여기서 써 버리더라도, 다음 사이클을 버티지 못하는 건 똑같아. 그럼 결국 지겠지.’

크허어엉-!

그리고 세카토르의 포효 소리를 들은 이안은 결국 결정을 내려야만 하였다.

‘그래. 어차피 다른 답이 없다면, 도박이 답일 수도.’

척-!

엘카릭스에게 내리려던 오더를 멈추고, 반대로 그리핀을 향해 맹공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콰쾅- 콰콰콰쾅-!

조나단의 피지컬과 실력을 믿고, 베리어를 아끼는 선택을 내린 것.

크아아오오-!

그리고 그 선택을 내린 바로 다음 순간.

띠링-!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흡족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푸슉-!

커다란 타격음 대신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기다렸던 메시지가 떠올랐으니 말이었다.

-파티원 ‘조나단’의 고유 능력, ‘그림자 장막’이 발동합니다.

-기계 세카토르의 고유 능력, ‘폭풍 가르기’가 발동합니다.

-‘조나단’이 물리 피해를 성공적으로 흡수하였습니다!

-‘조나단’의 생명력이 0만큼 감소하였습니다.

-파티원 ‘조나단’의 ‘그림자 권능’의 게이지가 25%만큼 회복됩니다.

-‘조나단’의 생명력이 0만큼 감소하였습니다.

-파티원 ‘조나단’의 ‘그림자 권능’의 게이지가 25%만큼 회복됩니다.

……후략…….

심지어 그림자 장막의 효과를 완벽하게 활용한 조나단은, 가득 찬 권능의 효과를 이용하여 필드 반대편으로 순간 이동하였고.

촤아악-!

멈칫한 ‘기계 세카루 그리핀’의 뒤통수에, 제대로 된 일격까지 꽂아 넣었다.

-‘조나단’의 고유 능력 ‘파괴의 핏빛검술’ 이 발동합니다.

-‘기계 세카루 그리핀’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기계 세카루 그리핀’의 생명력이 781,920만큼 감소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이안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 이건 좀 놀라운데?’

생사가 걸린 마지막 순간에 발동시킨 스킬을 이렇게 깔끔하게 활용할 수 있을 줄은, 그 조차도 예상하지 못했으니 말이었다.

‘이 친구, 생각보다 괜찮잖아?’

이어서 조나단의 뒷모습을 향해 슬쩍 시선을 돌린 이안의 입에는 어느새 음흉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원래는 이번 퀘스트만 끝나면 조나단과 따로 움직이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이것이 조나단에게 축복일지 저주(?)일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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