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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959화 (960/1,027)

< 959화 8. 어둠의 요새. 그리고 연성술의 비밀 (2) >

-패기도 좋지만…… 너무 욕심은 부리지 마시게.

-알겠습니다, 지르딘. 할 수 있는 만큼만 할 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

-난 자네가 욕심 없이, 단 한 권의 황금서라도 가져오길 바라니 말이야.

-흐흐, 알겠습니다.

-황금 고서에 일단 손을 댔다면, 무조건 이 연구실로 튀어오고.

-그거야 당연하죠.

지르딘에게 들었던 마지막 이야기를 떠올린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 NPC가 괜히 그렇게 경고하는 건 아니었어.’

지르딘의 경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황금 고서’에 손을 대는 순간, 새로운 페이즈가 시작된다는 것.

고서에 손을 대는 순간 요새의 관리자가 이안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들에게 발각되기 전에 도망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원래대로라면 요새 밖으로 도망치는 게 맞았지만, ‘지르딘’ 퀘스트를 받은 이안의 경우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요새 밖으로 도망치거나, 지르딘의 연구소로 도망치거나.

지르딘의 연구소 안은, 관리자들도 함부로 들어올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경고.

그것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 요새 안을 지키는 기계 괴수들은 전부 기계 동력을 공유한다네.

-동력을…… 공유한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죠?

-요새의 동력 장치가 생산해 낼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기계 괴수들이 그걸 나눠 사용한다는 말이지.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결론만 말하자면, 한 놈이 파괴될 때마다 다른 놈들이 강해진다는 이야기야.

-아……?

-녀석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던 동력이 다른 문지기들에게로 공유되니, 당연한 얘기겠지.

-그런…… 시스템이군요.

-그래서 욕심 부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하는 걸세.

-이해했습니다, 지르딘.

사실 처음 연구소를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이안은 무척이나 의기양양한 상태였다.

연구소를 찾아오기 전 이미 조나단이 상대하는 기계 표범의 전투력을 확인하였고.

결국 여러 권의 고서를 손에 넣는 것은 그런 수준의 보스들만 잡으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었다.

물론 지르딘이 말한 ‘페널티’를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단순히 ‘버프’효과를 받는 수준으로 이해한 것이다.

하지만 조나단과 함께 세 번째 보스를 상대할 때쯤, 이안은 그게 아니라는 걸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미친, 이놈 왜 이렇게 세?”

“분명 레벨은 똑같은데…… 버프 효과가 생각보다 큰 거 아니야?”

“바짝 긴장해야 할 것 같아, 조나단.”

“알겠다. 어그로 좀 부탁해 이안.”

두 번째 녀석은 조나단이 상대하던 기계 표범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세 번째 문지기부터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던 것이다.

하여 이안의 머릿속엔, 한 가지 가정이 번쩍 스쳐 지나갔다.

‘이거 설마, 주먹구구식 곱 연산인가?’

지르딘의 ‘동력을 공유한다’는 말이, 단순히 조금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그 전투력을 흡수한다는 의미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시작한 것이다.

‘문지기가 총 다섯이라고 했으니까…… 하나가 처치됐을 때 나머지가 1.25배 강해지고…… 두 마리가 처치되면 1.66배로 강해지는 개념이라면……?’

그리고 전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안은 확신이 들기 시작하였다.

공격력이나 방어력 같은 세부 능력치야 전투만으로 파악해 내기 힘들었지만.

보스의 생명력이 대충 얼마인지는 누적된 대미지만 봐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약 1.55배…… 보스 스텟이 완전히 같진 않을 테니. 이거 얼추 맞는 것 같은데?’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안은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일단 세 번째 녀석까지는 어려워도 잡을 만했지만, 계산상으로 네 번째 녀석부터는 지옥이었으니 말이다.

‘다음 녀석의 전투력은 대략 2.5배 정도일 테고…….’

특히 하나가 남았을 때 모든 동력이 그 녀석에게로 몰리는 순간.

‘마지막 녀석은 5배……? 진짜 미친 수준이겠네.’

최후의 문지기는, 이제껏 상대하던 녀석들과 아예 다른 차원의 보스가 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이안은 어쩔 수 없이 계획을 변경해야만 했다.

어지간하면 남들이 볼 때 무모한 도전이라도 즐기는 타입의 유저가 이안이었지만, 이건 이안이 생각하기에도 너무 무리수였으니 말이다.

대충 머리로 계산해 봐도, 마지막 보스를 잡아낼 확률은 3할 미만.

게다가 거기서 죽기라도 한다면 나머지 네 권의 황금 고서까지 잃어버릴 테니, 도박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어마어마한 것이다.

‘어떻게든 네 번째 놈까진 잡아 본다. 설마 마지막 남은 한 권에, 정령 연성술이 들어가 있지는 않겠지.’

하여 생각을 정한 이안은 세 번째 보스를 처치한 뒤 다시 고민에 빠졌다.

마지막 남은 두 밀실 중, 어디를 선택해야 후회하지 않을지 말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래 왔듯, 카일란의 콘텐츠는 생각대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조나단. 마지막으로 여길 뚫자.”

“네 이야기대로라면 방금 전 녀석보다도 훨씬 강력할 텐데…….”

“그렇겠지.”

“가능하겠나?”

“가능하게 만들어야지.”

“…….”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밀실에 발을 디딘 순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펼쳐지기 시작했으니 말이었다.

띠링-!

-파티원 ‘조나단’이 ‘어둠의 기계 호랑이’를 작동시켰습니다.

-핏빛 기운이 기계 설비를 움직입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기계 세카토르’가 복원되었습니다.

구궁- 구구궁-!

처음에는 이제까지와 다를 바 없이 기계 설비들이 작동하는 듯싶었으나…….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기계 동력 감응으로 인해, ‘어둠의 기계 그리핀’이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

“미친?”

-핏빛 기운이 기계 설비를 움직입니다.

-‘기계 세카루 그리핀’이 복원되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반대편 벽이 움직이며, 마지막 하나의 밀실까지 같이 열려 버린 것이었다.

“하, 제기랄.”

“우리 설마…… 두 놈을 잡아야 하는 거냐?”

“빙고.”

“후…… 그러게 욕심 내지 말자니까…….”

굉음과 함께 벽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두 마리의 기계 괴수들을 보며, 조나단의 얼굴은 까맣게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 마지막 두 마리를 상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니 말이다.

“지금이라도 튀는 건 어때?”

조나단의 물음에, 이안이 뒤편을 슬쩍 턱짓으로 가리키며 되물었다.

“그게 될 것 같냐?”

그리고 그가 가리킨 방향을 확인한 조나단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기기깅- 콰앙-!

“…….”

어느새 그들과 기계 괴수들이 있는 공간은 완벽한 밀실로 변하고 말았으니 말이었다.

“후, 진짜 뭣 같은 상황이군.”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안의 표정은 의외로 싱글벙글이었다.

“즐기라고 친구.”

“그걸 말이라고……?”

“어쩌면 이게, 다섯 마리 전부를 잡을 수 있는 기회인지도 모르니까.”

“뭐?”

조나단의 반문에 어깨를 으쓱해 보인 이안은, 씨익 웃으며 소환수들을 전부 소환하기 시작하였다.

우웅- 우우웅-!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기계 괴수들이, 날카로운 기계음을 뿜어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하였다.

키이이잉-!

키에에에엑!

집채만 하다는 표현조차 부족할 정도로, 거대한 덩치를 가진 기계 호랑이 한 마리와, 핀과 꼭 닮은 외형의 사나운 기계 그리핀 한 마리.

둘은 동시에 이안과 조나단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것으로 어둠의 요새 최후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모든 문지기를 처치하고, 모든 황금빛 고서를 얻을 수 있는 기회라는 말.

이안의 이 말을 조나단은 단순히 허세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것은 분명 예상치 못했던 극단적인 전개였으나, 이안이 당황한 것은 정말 잠깐뿐이었으니 말이다.

이미 사망 페널티를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는 조나단과 달리, 이안은 이 전투에서 정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관건은 하나. 절대로 한 놈을 먼저 잡아서는 안 돼.’

그리고 이안의 그 생각은 결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이 요새 안의 기계 문지기 시스템이 어떻게 생겨먹은 건지, 이제 이안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이안이 보기에 이 두 녀석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마지막 남은 한 놈을 상대하는 것 보다 훨씬 할 만한 일이었다.

‘전투력이 5배 뻥튀기된 놈 하나 잡는 것 보다, 2.5배 두 마리 잡는 게 훨씬 더 쉬운 일이니까.’

조나단은 결코 상상하지 못했겠지만, 지금까지 이안은 모든 전력을 꺼내어 싸운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보스들이 쉬워서 그랬다고 하기보다는, 더 강력해질 뒤의 보스를 위해 자원을 아껴 둔 것이다.

재사용 대기시간이 30분 이상인 고유 능력이나 스킬들은 어지간하면 사용치 않고 있었던 것.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뒤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으니, 이안은 모든 전력을 동원하여 두 기계들과 싸워 볼 생각이었다.

“조나단.”

“말하라, 이안.”

“어떻게든 한 놈 어그로만 맡아 줄 수 있겠어?”

“후우…… 글쎄.”

“딜을 넣을 필요도 없어. 그냥 어그로만 확실히 유지해 주면 돼.”

“뭐, 그 정도라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도…….”

이안의 전략은 단순했다.

어떻게든 조나단이 보스 하나의 어그로만 맡아 주면, 한 놈씩 차례로 빈사 상태로 만든 뒤 동시에 처치해 버릴 계획이었던 것이다.

만약 하나를 먼저 죽여서 나머지 하나가 버프를 받는다면 그대로 전멸해 버릴 테지만.

거의 동시에 두 녀석 모두를 잡을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일단 호랑이 놈 먼저 잡아봐야겠어. 레벨은 두 녀석이 같은 것 같고…….’

콰앙-!

기계 호랑이의 공격을 깔끔하게 피해 낸 이안이, 녀석의 머리 위에 떠올라 있는 시스템 박스를 한번 확인하였다.

-기계 세카토르(전설)/Lv.141(초월)

그리고 뭔가를 발견했는지, 두 눈이 살짝 확대되었다.

‘어, 뭔가 익숙한 이름인데…….’

초월 레벨은 지금까지 상대했던 보스들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세카토르’라는 이름이 어쩐지 낯익었던 것이다.

이어서 그 낯익음에 대해 생각해 본 이안은 금세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하르가가 말했던 호랑이의 이름이 세카토르였잖아?’

할리가 폭풍 가르기를 배우게 하기 위해, 하르가의 벌꿀 퀘스트를 진행했던 그때.

녀석이 ‘세카토르’라는 친구(?)를 언급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흐음…… 어떤 연관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유 없이 이름이 같을 리는 없을 텐데.’

물론 이 사실 하나만으로 얻어 낼 수 있는 정보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단지 이 요새의 문지기 기계 괴수들이, 실존하는 몬스터를 베이스로 제작되었을 것이라는 정도?

하지만 작은 정보 하나도 가벼이 여기지 않는 이안에게, 이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혹시 지르딘이라면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그에게 이것도 한번 물어봐야 하나……?’

하지만 이안의 그러한 생각은, 그리 길게 이어질 수 없었다.

쾅- 퍼퍼펑-!

기계 세카토르의 앞발이 휘둘러진 순간, 어마어마한 위력의 섬전들이 밀실 전체를 초토화시켰으니 말이었다.

‘크……! 일단 살아남아야 물어볼 수도 있겠지?’

하여 이안은 다시 전투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지금 이안의 머릿속에 가득 들어차 있는 모든 계획들은, 전부 이 전투에서 승리했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였으니 말이었다.

“자, 고철 덩어리……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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