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956화 (957/1,027)

< 956화 7. 어둠의 요새 (2) >

* * *

처음 이안이 조나단으로부터 퀘스트를 공유 받았을 때, 싱글벙글하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던(?) 이유.

조나단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당연히 조나단의 퀘스트 내용 때문이었다.

‘고대 연성술의 비밀’이라는 이름을 가진, 히든 에픽 퀘스트.

그것은 과거 이안이 ‘미루’ 퀘스트를 진행했을 때 단서를 얻었던, ‘고대의 정령 연성술’과도 연관이 있는 퀘스트였던 것이다.

일단 ‘연성술’이라는 단어가 퀘스트 제목에 들어가 있다는 것부터가 느낌이 왔으며, 심지어 퀘스트 내용 안에 확실하게 그 연관성에 대한 언급이 들어가 있었던 것.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전략……

하여 파프마 일족은 기계문명으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 ‘고대의 연성술’에 대한 연구를 더 깊이 진행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정령의 영혼을 연성하여 자연의 힘이 담긴 ‘아티펙트’를 개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었고, 그때부터 관련된 고대의 서적과 단서들을 필사적으로 모으기 시작하였다.

……중략……

파프마 일족은 그렇게 모은 단서들을 전부 자신들의 연구실이 있는 ‘어둠의 요새’ 곳곳에 차곡차곡 저장하였다.

그리고 그중 ‘아티펙트’와 관련된 자료들을 ‘루카크의 밀실’에 보관하였다.

……후략…….

퀘스트의 내용은 사실 정령술과 관련된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암살자 클래스인 조나단이 얻은 퀘스트이니 말이다.

해당 퀘스트를 클리어하여 조나단이 얻을 수 있는 것은, ‘핏빛 정령의 톱날검’이라는 신화 등급의 초월 아티펙트였고.

그것은 이안에게 그렇게 끌리는 보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안은 이 퀘스트의 내용 안에서 어쩌면 신화 등급의 아티펙트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진 정보를 얻었다고 할 수 있었다.

‘흐흐, 난 어둠의 요새가 연성술과 관련이 있는 곳인 줄도 몰랐는데…….’

일단 미루 퀘스트 이후 한동안 끊겨 있었던 파프마 일족에 대한 단서.

파프마 일족의 연구실이 ‘어둠의 요새’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만으로도 엄청난 정보였으니 말이었다.

파프마 일족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는 조나단으로서는 그것이 어떤 가치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안에게는 천금을 줘도 구할 수 없는 정보였던 것.

게다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퀘스트 내용에는 파프마 일족이 자신들이 수집한 고대 연성술에 대한 모든 정보를 요새 곳곳에 저장해 두었다고 했으니 말이다.

‘저 표범이 지키고 있는 루카크의 밀실이라는 곳에 아티펙트와 관련된 자료가 있다면……. 또 다른 위치에는 정령연성과 관련된 자료가 있겠지.’

하여 추측과 통찰을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유추해 낸 이안은 조나단을 따라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겉으로는 선심 쓰는 척했지만(과연 조나단이 선심으로 느꼈을지는 모르겠지만), 속으로는 거대한 꿍꿍이가 있었던 것이다.

‘어차피 지도가 있는 한 요새를 싹 다 털어먹는 건 식은 죽 먹기일 테고…….’

조나단의 지도를 이용해 요새를 탈탈 털어 먹는다.

그 와중에 정령 연성술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그에 더해 어둠의 공학자 지르딘이라는 NPC까지 찾아내면…….

‘일석이조. 아니, 그 말로도 부족하군. 일석삼조, 사조는 되겠어. 흐흐.’

해서 조나단이 ‘기계 루카크’라는 보스급 문지기 몬스터와 전투하는 동안, 이안이 하려는 일은 아주 간단했다.

‘대충 각을 보니 저 녀석…… 보스 잡는 데 한 30분은 더 걸리겠어.’

조나단이 열심히 길을 뚫는 동안, 어둠 요새를 들쑤시며 원하는 좌표를 미리 찾아 두려는 것이다.

파프마 일족의 연구소, 혹은 어둠의 공학자 지르딘이 있는 곳.

둘 중 하나 정도만 찾아도, 성공이라 할 수 있었다.

“자, 그럼 빠르게 움직여 볼까……?”

보스 룸을 잽싸게 빠져나온 이안은 지상 소환수들 중 가장 이동속도가 빠른 할리와 라이를 소환하였다.

“할리, 너는 저쪽으로. 라이 넌 반대편을 수색해.”

크릉- 크릉-!

“알겠다, 주인. 크릉!”

그리고 그렇게 요새 탐사는 이안이 생각한 대로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 * *

영국 서버의 소환술사.

정확히는 ‘마수 소환술사’ 유저인 엘던은 서버 내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최고 레벨의 랭커였다.

유럽 전체에서 최상위의 길드인 다크블러드 길드의 소속인 데다, 길드 내에서도 다섯 손 안에 들 정도로 높은 레벨을 가지고 있었으니, 소환술사로서는 최고 레벨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부족하지 않은 강력한 랭커인 것이다.

다만 그가 일반 유저들 사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그의 플레이 스타일 때문이었다.

그는 거의 PVE 위주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였고, PVP는 거의 손도 대지 않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상위권 유저들 사이에서나 이름이 알려져 있었지, 대중적인 인지도는 없었던 것이다.

“엇, 엘던님, 오셨습니까.”

“그래. 길드 거점에 별다른 특이 사항은 없었지?”

“옙.”

“마스터는?”

“조금 전에 기사단장님과 같이, 길드 퀘 한 바퀴 돌리러 나가셨습니다.”

“기사단장이라면…… 요르간드?”

“그렇습니다.”

“흠, 타이밍이 조금 애매했군. 알겠다. 그럼 수고해.”

“감사합니다……!”

그리고 PVE 특화 유저인 만큼, 엘던에게는 탁월한 콘텐츠 공략 능력이 있었다.

퀘스트나 던전의 각종 요소들을 파고들어 생각지도 못했던 루트를 만들어 내고, 그것으로 상위 콘텐츠들을 빠르게 선점하는 통찰력을 가진 유저였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엘던’이 길드 대전 같은 콘텐츠에서 전혀 기여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다크블러드 길드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이유였다.

저벅- 저벅-.

오랜만에 자신의 연구실에서 나와 길드 거점을 방문한 엘던은 거점 로비에 있는 푹신한 소파에 몸을 묻었다.

애초에 길드 거점에 온 이유가 뭔가를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나왔던 것이었으니 말이다.

“흠, 대체 마지막 단서가 뭘까? 그것만 해결하면……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

엘던이 연구소에서 연구하는 것은 당연히 마수연성술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마수 소환술사에게 더 강력한 마수를 연성해 내는 것은, 필연적으로 가장 중요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서브 클래스가 마수와 관련되어 있는 이안과 달리 아예 메인 클래스가 3티어 이상의 ‘히든’ 마수 소환술사인 엘던은, 연성술과 관련된 상위 고유 능력들을 이안보다도 더 많이 가지고 있었다.

이안의 마수연성술이 단순히 마수들끼리의 조합이라면.

엘던은 그것을 넘어 각종 아이템이나 재료 등을 섞을 수 있는 특수한 고유 능력까지 갖고 있었으니까.

물론 이러한 고유 능력들까지 얻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역시 다크발록의 뿔…… 그게 필요해. 그것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쇼파에 앉아 눈을 감고 뭔가를 생각하는지, 엘던은 계속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렇게 10여 분 정도가 지났을까?

그는 돌연 눈을 번쩍 뜨며, 자리에서 다시 일어났다.

이어서 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무척이나 놀라운 것이었다.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지. 용천으로 직접 한번 가 봐야겠어.”

마계 진영의 최상위권 유저인 그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용천에 가야겠다는 언급을 한 것이다.

“베르제브……!”

자리에서 일어나 로비 중앙으로 걸어 나온 엘던은 작은 목소리로 뭔가 주문을 외었고.

우우웅-!

그러자 그의 앞에 너덧 살 소년 정도의 크기를 한 작은 ‘악마’ 하나가 튀어나왔다.

-주인, 불렀는가.

“그래.”

-어디로 가면 되지?

“빙룡의 정원.”

-알겠다. 눈을 감도록.

구우우웅-!

엘던과 대화를 나눈 작은 악마는 순간 붉은 연기와 함께 허공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하지만 그 붉은 연기는 점점 더 크게 피어올라 엘던의 몸을 완전히 감쌌고, 곧 그 연기와 함께 엘던의 신형이 어디론가 증발하듯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 * *

‘어둠의 요새’는 생각보다 그리 넓은 맵이 아니었다.

다만 무척이나 좁다란 길이 얼기설기 꼬여 있었고, 거의 대여섯 걸음에 한 번 갈림길이 나올 정도로 그 구조가 복잡했기 때문에, 지도 없이는 돌아다닐 수 없는 구조인 것일 뿐이었다.

‘후, 진짜 이 지도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조나단에게 공유 받은 지도를 수차례 확인한 이안은, 요새 곳곳을 돌면서 좌표를 하나하나 표시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지도에 표시되어 있던 위치는 ‘루카크의 밀실’뿐이었고, 구조와 길이 지도에 있다고 해서 이안이 원하는 위치까지 상세하게 표시된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지금 이안이 하는 작업은 쉽게 말해, 지도를 ‘완성’하는 작업인 것.

그렇다면 이안은 대체 왜, 굳이 조나단을 보스 룸에 박아놓고 이 작업을 시작한 것이었을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이유는 조나단의 퀘스트가 완료되는 시점부터는, 운신의 폭이 무척이나 좁아지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조나단에게서 공유 받은 퀘스트 창의, 마지막 부분에서 알 수 있었다.

*모든 퀘스트의 조건이 충족되면, 어둠의 요새가 잠에서 깨어납니다.(요새가 잠에서 깨어난 뒤, 시간 내에 어둠의 요새에서 탈출하지 못한다면. 퀘스트의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합니다.)

‘요새가 깨어난다는 게 구체적으로 뭔진 모르겠지만……. 어지간하면 그 전에 내 퀘스트까지 다 깨는 게 베스트겠지.’

그리고 두 번째 이유.

사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였는데, 이것은 다름 아닌 ‘드라토쿠스’로부터 얻은 정보 때문이었다.

이안은 드라토스와 헤어지기 전, 그로부터 얻었던 하나의 정보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르딘은 아마 어둠의 요새에 있을 확률이 높아.

-어둠의 요새? 그게 어디지?

-그건 나도 모른다. 네가 알아내야겠지.

-쳇.

-다만 한 가지는 알고 있다.

-그게 뭔데?

-그 요새가 바로, 기계공학자들의 보물 창고 같은 곳이라는 사실 말이다.

-보물……창고?

-내가 듣기로 거긴, 기계문명 안에서도 극히 일부의 상위 공학자들만 들어갈 수 있다더군.

-……!

-뭐, 공학자가 아닌 까막눈이 보기에야 뭐가 보물인지도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들 사이에서는 보물창고나 다름없는 곳이라고 했다.

드라토쿠스로부터 얻은 이 정보는 어쩌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드라토쿠스는 유저가 아닌 NPC였고, 지금까지 이안이 경험한 바로 NPC들이 흘리는 정보들은 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니.

이안은 조나단 몰래(?) 요새 수색을 감행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이안의 인벤토리에는 알 수 없는 시커먼 물건들이 가득 들어차고 있었다.

띠링-!

-‘검은 어둠의 동력기(???)’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마력의 연결 고리(???)’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다크골렘 해체도립기(???)’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이름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정보도 드러나 있지 않은, 정체불명의 기계 공구들이 인벤토리에 가득 들어찬 것.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물건입니다.

하지만 아이템들의 정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이안은 더욱 신나고 있었다.

‘뭔지 다 알면, 오히려 재미없잖아?’

여기서 싹 쓸어간 아이템들이 나중에 어떤 득이 되어 돌아올지, 더욱 기대되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이안은 대체 이 쇳덩이(?)들을 어떻게 써먹으려 하는 것일까?

의외로 이안의 생각은 무척이나 단순하였다.

‘켄토라면 이 물건들의 가치를 알아보겠지.’

그의 유일한 일본 친구(?)이자 ‘기계공학자’라는 클래스를 가진 희귀한 유저인 켄토.

이곳에서의 퀘스트가 끝난 뒤 이 아이템들을 몽땅 가지고, 그를 찾아가 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안의 이 고물 수집(?)이 어떤 결과가 되어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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