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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946화 (948/1,027)

< 946화 4. 전쟁의 시작 >

-띠링-!

-‘황금벌의 꿀통 수집하기(히든)(연계)’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명성(초월)을 3만 만큼 획득하셨습니다.

-바람의 신수 ‘하르가’와의 친밀도가 15만큼 상승합니다.

-소환수 ‘할리’가 새로운 고유 능력 ‘폭풍 가르기’를 획득하였습니다.

……후략…….

눈앞의 시스템 메시지들을 한차례 더 확인해 보며, 이안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내었다.

“후우, 힘들었다…….”

에픽 퀘스트를 클리어한 뒤, 갑작스레 떠오른 돌발 퀘스트.

해당 퀘스트가 어째서 생성되었는지는 아직까지도 미지수였지만, 어쨌든 근원의 숲에서의 남은 시간 전부를 이 퀘스트에 할애해야 했던 것이다.

‘할리’가 ‘폭풍 가르기’라는 최상급 고유 능력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청랑이 준 남은 시간을 전부 써서라도 클리어해야만 했던 것.

하르가가 사용하는 폭풍 가르기의 메커니즘을 두 눈으로 봤던 이안으로선,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다.

‘순간 이동 계열 공격 기술은…… 돈 주고도 구할 수 없는 고유 능력이니까.’

그리하여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안은 이 돌발 퀘스트까지 아슬아슬하게 클리어할 수 있었다.

청랑이 내줬던 300분이라는 그 시간 내에 말이다.

아쉬운 게 한 가지 있다면, 하르가와 대화를 더 해 볼 시간조차 없었다는 것.

‘퀘스트 내용을 훑어보니 천공의 숲이라는 곳도 연관이 있는 것 같던데…… 거기에 대해서도 좀 물어봐야 했어.’

하지만 이안이 아쉽건 말건 청랑은 1초의 시간도 추가로 허용해 주지 않았기에, 이안은 아공간으로 빨려나갈 수밖에 없었다.

숲에서 추방당한 것이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맵에서 추방됩니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성운’을 밟을 수 없습니다.

-‘정령계’ 차원으로 강제 이동됩니다.

털썩-!

그리하여 이안이 돌아온 곳은 이제 그에게 무척이나 낯익은 대지의 요람이었다.

우우우웅-!

처음 트로웰에게 퀘스트를 받고 근원의 숲으로 갔던 장소가 이곳이었으니, 같은 좌표로 돌아온 것이리라.

“흐으음…… 하루도 채 안 지났는데, 며칠은 지난 것 같은 기분이네.”

이어서 이안은 반사적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항상 이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트로웰을 찾은 것이다.

다음 연계 퀘스트를 받기 위해서라도, 그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

하지만 트로웰의 거대한 몸집은 요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음, 뭐지? 그사이에 트로웰이 출정이라도 한 건가?’

퀘스트 메인 스토리의 구조상, 얼마든지 떠올려 볼 수 있는 추측.

그런데 그때, 이안의 시야에 이질적인 빛이 하나 포착되었다.

“어……?”

트로웰이 잠들어 힘을 회복하고 있던 그 자리에, 작지만 강렬한 에메랄드빛의 무언가가 두둥실 떠올라 있던 것이다.

이안은 망설임 없이 그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스륵 손을 뻗었다.

그러자 이안의 눈앞에.

띠링-!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연계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트로웰의 지원 요청(에픽)(히든)’ 퀘스트를 수령하였습니다.

그리고 기다렸던 연계 퀘스트의 등장에, 한차례 심호흡을 한 이안이 천천히 그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 * *

띠링-!

-거대한 차원의 힘이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정령계와 라카토리움의 곳곳에 ‘차원의 균열’이 생성됩니다.

-메인 에피소드로 인해, 모든 ‘차원의 균열’이 일시적으로 ‘균열의 전장’ 맵으로 치환됩니다.

-모든 ‘균열의 전장’은 총 다섯 단계의 등급으로 나뉩니다. (S, A, B, C, D)

-유저가 각 차원계(정령계, 라카토리움)에 기여한 공헌도와 초월 레벨에 따라, 입장 가능한 전장 등급이 결정됩니다.

……후략…….

카일란의 모든 퀘스트는 거미줄처럼 촘촘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리고 그 퀘스트의 스토리가 메인, 에픽 시나리오와 가까워질수록 그 연관성의 복잡도는 점점 더 올라간다.

에피소드의 메인이 되는 스토리일수록, 더 많은 퀘스트들이 서로 맞물려 얽혀 있다는 뜻이다.

그 때문에 지금 중간계에서 벌어지기 시작한 이 차원 전쟁 에피소드는 누구 하나로 인해 시작된 에피소드라고 하기 힘들었다.

물론 가장 결정적인 트리거를 터뜨린 것은 이안이라 할 수 있었으나, 이안 혼자만의 힘으로는 결코 메인 에피소드를 열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증거로, 기계 대전의 첫 번째 전장이 열린 이 곳에 이안은 함께하지 못했다.

물론 전장을 주도하는 대부분의 NPC들이 이안과 일면식(?) 있는 친구들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번에야말로 저 간악한 기계 무리들을…… 이 땅에서 전부 몰아낼 기회로다!”

“샤트라 일족이여, 나를 따르라! 트로웰 님을 도와,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

“와아아……! 셀라무스 부족의 용맹를 증명하자!”

“모조리 쓸어 버려라!”

기계 대전쟁의 첫 번째 전장이 열린 곳은 A등급으로 책정된 균열의 전장이었다.

그리고 이곳의 입장 조건을 충족한 유저는 극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들은 방송 매체를 통해 전장을 관전해야만 했다.

-와, 미친……! NPC들 최소 초월 레벨이 70레벨대야. 답 없네.

-장비 드롭되는 거 보셈. 미쳤음. 유일 등급 이상 초월 장비 막 쏟아지는 것 같은데…….

기계문명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찰리스와, 정령계의 지도자라 할 수 있는 정령왕 트로웰.

둘의 진두지휘 하에 전장은 더욱 치열해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어 갔다.

정령계 에피소드의 기본 스토리를 거의 알고 있는 카일란의 팬들 입장에서는, 어지간한 블록버스터 영화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장면인 것이다.

-아, 부럽다ㅠㅠ 나도 초월렙 다섯 개만 더 올렸으면, 저기 참전할 수 있었는데.

-윗님, 구라 자제요. 초월 65레벨인 친구도 입장 못 했다던데…… 님이 랭커라도 됨?

-님도 구라 같은데.

-뭐가요?

-65레벨 친구 있는 것도 구라 아님?

-…….

과거 마계대전쟁 때보다도 훨씬 더 수준 높은 전장이 펼쳐지니, 유저들의 눈이 즐겁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초월 100레벨에 육박하는 NPC들의 싸움도 싸움이었지만, 역시 유저들 대부분의 관전 포인트는 랭커들의 활약이었다.

아무래도 NPC보다는 같은 유저인 랭커들이, 몰입하기 훨씬 좋은 대상들이었으니 말이다.

-캬, 역시 랭커들이네.

-그러게요. 초월 레벨 기본 10레벨 이상 달리는 것 같은데, 꿀리지 않고 잘 싸우네요.

기사 대전에 참전했던 랭커들 중 절반 이상이 이 전장 안에 들어와 있었으니, 채널을 돌려보며 좋아하는 랭커를 골라보는 재미도 쏠쏠했고 말이었다.

“기사단 전열, 방어대형 어떻게든 유지해!”

“전부 맞아 주지 마! 피할 건 피하란 말이야!”

“뒤에 딜러들이 있는데 피해면 어떡합니까, 마스터?”

“하, 답답하네. 이 정도 논타겟은 딜러들이 알아서 피할 거라고! 기사 클래스가 피하는데 딜러진이 못 피하겠냐.”

특히 로터스와 같이 최상위권이면서 주 무대가 정령계인 길드들은, 길드의 거의 모든 전력이 전부 이 전장 안에 들어와 있었던 것.

“레미르 누나, 측면 좀 막아 줘!”

“오케이!”

“클로반 형, 카윈. 너희는 나랑 같이 전방으로.”

“알겠어, 형!”

“알겠다, 헤르스.”

“피올란 님은 광역둔화 위주로 보조 부탁드려요.”

“예, 마스터.”

“어차피 딜은 안 부족하니까요.”

참전한 모든 길드들은 각각 최고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 기사단을 이끌고 있었고, 덕분에 전장은 한동안 팽팽한 균형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1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어, 뚫렸다! 뚫렸어!

-어디? 어 정말이네.

조금씩 힘의 균형이 기울어지기 시작하자, 상황은 점점 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갔다.

정령계 진영의 우측 측방이 무너지면서, 그대로 기계문명의 병력이 밀고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크하하하! 나약한 정령계 놈들! 먼저 도발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전장에 찰리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면서, 더욱 강력한 기계 괴수들이 날뛰기 시작한 것.

-미친……! 파블로프 기사단 제대로 구멍이잖아?

-아냐, 파블로프만의 문제가 아니야.

-그럼?

-소브레 기사단이 먼저 뒤쪽으로 훅 밀렸다고.

이해도 낮은 유저들은 가장 먼저 방어선이 무너진 파블로프와 소브레 길드를 손가락질했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그들 탓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역시, 에피소드상 정령계 전력이 훨씬 달리네요.

-사실 지금까지 버텨 낸 것만 해도 기적인 듯.

-이제 어떻게 될까요? 이대로 랭커들 다 전멸하는 구도는 아닐 것 같은데…….

-아마도 에피소드상의…… 어떤 변곡점이 등장하겠죠?

-재밌네요.

애초에 정령계의 전력이 기계문명에 비해 약하다는 것은 너무 명확한 사실이었으니 말이었다.

-어떻게든 버텨 내라! 저 더러운 고철 덩이들에게 대자연의 힘을 보여야 한다……!

쩌렁쩌렁한 트로웰의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지만, 그것과 별개로 정령계는 점점 더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한번 흘러내리기 시작한 방어선은 수습할 방법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30분 정도가 더 지났을 즈음.

-제길……! 우선 후퇴한다!

분함이 느껴지는 트로웰의 목소리와 함께, 이 첫 번째 전장이 막을 내렸다.

위이잉-!

-대지의 정령왕 트로웰이, 대자연의 마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전장의 모든 인원이 균열의 전장 밖으로 이동됩니다.

우우우웅-!

트로웰의 마법과 함께 지면에 커다란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정령계의 병력이 마법진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으하하핫! 나약한 정령계 녀석들! 모조리 쓸어 버려라!”

하나둘 전장에서 빠져나가는 정령계의 병력을 보며, 트로웰은 분한 표정으로 다시 씹어 뱉듯 입을 열었다.

-으득……! 사대속성의 힘이 전부 모여 있었더라면……!

다음 순간, 에메랄드빛의 기운으로 둘러싸인 트로웰에게서 웅웅거리는 목소리가 천천히 이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전장에 있던 랭커들뿐 아니라 관전하던 모든 유저들에게 똑똑히 들리는 목소리였다.

-나의 대리인이 대자연의 힘을 모아올 것이다……!

-‘숲의 대전사 이안’이 지원군을 끌고 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만 한다……!

이어서 그 목소리를 들은 모든 이들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뜰 수밖에 없었다.

-이안? 이안이라고?

-지금 정령왕이 이안이라고 했지?

카일란의 유저라면 이제는 모두가 알 수밖에 없는 그 이름.

‘이안’을 트로웰이 직접 언급했으니 말이었다.

-숲의 대전사라는 수식어를 봐서, 혹시 다른 NPC의 이름은 아닐까요?

-그건 아닌 듯. 그러고 보면 전장에 이안이 없었잖아요.

-아, 맞네……! 진짜 그 이안이 그 이안인가?

하지만 이안이라는 이름에 웅성이던 유저들은 곧 대화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쿠웅-!

전장의 마지막 인원이 균열 바깥으로 빠져나간 순간.

새로운 월드 퀘스트가 모든 유저들의 눈앞에 떠올랐으니 말이었다.

띠링-!

-‘대자연의 수호(에픽)(월드)’ 퀘스트가 발동하였습니다.

-‘파괴의 화신(에픽)(월드)’ 퀘스트가 발동하였습니다.

정령계의 인간 진영 유저들에게는 기계문명의 공격을 버텨 내라는 내용의 전쟁 퀘스트가.

기계문명의 마족 진영 유저들에게는 정령계의 방어선을 뚫고 전쟁에서 승리하라는 내용의 전쟁 퀘스트가.

동시에 발동되며 새 에피소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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