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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945화 (947/1,027)

< 945화 3. 불의 근원을 얻다 (3) >

* * *

문득 하르가를 찾아온 할리의 이야기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크릉! 그러니까 나처럼…… 강해지고 싶다는 거지?”

“크르릉! 크헝!”

어느 순간부터 이안 파티에서 탈것 이상의 역할을 할 수가 없게 된 할리.

그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었던 것이다.

‘크릉, 카르세우스보다 더 강해지고 싶어…….’

처음 이안의 파티에 합류했을 때만 해도, 할리는 소환수들 중 에이스였다.

초기 로터스 영지의 영지전을 캐리한 것은 언제나 그였으니 말이다.

심지어 라이가 전설 등급으로 진화하고 빡빡이가 합류했을 때까지도, 할리는 충분히 1인분 이상의 딜러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다만 할리의 존재감이 슬슬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카르세우스를 비롯한 신룡들의 합류부터였다.

특히 마계 대전쟁이 끝난 뒤, 신화 등급의 드래곤들이 딜러 역할을 하기 시작한 순간.

할리는 탈것, 혹은 서포터의 역할을 해야만 했다.

레벨이야 할리 또한 다른 소환수들에 꿀릴 것 없이 충분히 높았지만, 한 등급도 아니고 두 등급 이상의 격차는 메우기 힘든 전투력의 차이를 가져왔으니 말이다.

그 때문에 항상, 이안 몰래 신분 상승(?)을 꿈꿔 왔던 할리.

그런 할리에게 하르가와 차르토의 등장은 충격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크르르릉! 나도 저렇게 진화하고 싶다……!’

그래서 할리는 이안에게 말도 없이 하르가를 찾아왔다.

이안이 불의 신수들과 노닥거리는(?) 사이, 슬쩍 그곳을 빠져나온 것이다.

차르토도 있었지만 하르가를 굳이 찾아간 이유는 간단했다.

할리는 본능적으로, 하르가가 자신과 같은 일족이라는 것을 느꼈으니 말이다.

“크르르릉…… 확실히 넌 우리 일족의 아이가 맞군.”

“크허엉! 크허어엉!”

하지만 하르가에게서 처음 들은 이야기는 할리를 절망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처럼 될 방법을 알려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꼬마.”

“크헝, 크르르릉…….”

“왜냐면 나도 모르니까.”

“크헝?”

“난 그냥, 태어날 때부터…… 할리칸이 아닌 하르가였거든.”

“…….”

하르가의 이야기를 들은 할리는 금세 우울해졌다.

할리칸 중에는 가장 강력한 호랑이가 될 수 있어도, 하르가보다는 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사실 하르가가 되어도 카르세우스보다 강해지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 하르가조차 될 수 없다니.

할리로서는 너무 우울할 수밖에 없는 것.

“크허어엉……!”

하지만 다행히도, 하르가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너무 슬퍼하지 마, 꼬맹아.”

“크헝?”

“나는 방법을 모르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다는 건 아니니까.”

“크릉? 크허어엉?”

할리의 간절한 눈빛을 보며 잠시 뜸을 들인 하르가.

그의 말이 다시 천천히 이어졌다.

“오래 전, 이 근원의 숲에서 떨어져 나간…… 천공의 숲 이라는 곳이 있어.”

“크허엉?”

“그리고 그곳에 가면…… 크릉. 우리 하르가 일족의 지도자이신 ‘사막의 수호자’ 님을 만날 수 있지.”

할리와 다시 눈이 마주친 하르가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크르릉! 수호자님이라면 아마, 네가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계실지도 몰라.”

“크헝!”

“그분께선 모르는 게 없으시거든.”

할리는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하였다.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이나 흥분되었으니 말이다.

“크릉, 크릉, 크허어엉!”

그리고 그런 할리를 보며, 하르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데 대체 뭐 하러 강해지려 하는 거야?”

“크헝?”

“한적한 숲에 누워서 벌꿀을 뜯어먹는 데에는, 별로 힘이 필요하지 않은데 말이지.”

하르가의 물음에, 할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벌꿀이 얼마나 맛있는지는 모르지만, 용맹스럽게 전장을 휘젓는 것만큼 재밌지 않다는 것은 확실했으니 말이다.

“크르릉! 크허엉!”

물론 게으른 하르가로서는 그런 할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 뭐 그 정도 마음가짐이라면…… 어쩌면 나보다 강해질 수 있을지도.”

하여 하르가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열정적인 할리를 도와주고 싶었으니 말이었다.

“천공의 숲은 성운에서 이곳 근원의 숲보다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있을 거야.”

“크릉?”

“아마 이곳에 널 데리고 온 네 주인이라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을걸?”

“크릉, 크릉!”

“하지만 그곳을 찾는다고 해서, 거길 아무나 오를 수 있는 건 아니야.”

“크르릉?”

“크릉! 이 폭풍의 능력이 없다면, 차원의 틈을 뛰어넘을 수 없을 테니 말이지.”

말을 마친 하르가의 신형이 허공에 녹아들듯 사라졌다.

이어서 강렬한 폭풍과 함께, 반대편의 위치에서 나타났다.

“크허어엉!”

이것은 다름 아닌, 하르가가 꿀벌들을 피해 다닐 때 사용하던 기술!

“쉽진 않겠지만, 너처럼 똘똘한 아이라면 충분히 배울 수 있을 거야.”

“크르릉! 크헝!”

“하지만 그냥 알려 줄 순 없지.”

“크헝?”

“황금벌의 꿀을 스무 통만 따다 줘.”

“……!”

“그러면 내가 이 ‘폭풍가르기’를 너에게 알려 주도록 할게.”

그리고 하르가의 이 말이 끝난 순간.

띠링-!

자리에 없던 누군가(?)의 눈앞에, 뜬금없이 퀘스트 창이 생성되었다.

* * *

띠링-!

-불의 상급 정령 ‘마그번’이 불의 최상급 정령으로 진화합니다.

-고대, 불의 최상급 정령. ‘마그리파’를 획득하였습니다.

-최초로 최상급의 정령을 획득하여, 정령술의 경험치가 10,000,000만큼 증가합니다.

-최초로 상급 정령을 진화시키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명성(초월)을 15만 만큼 획득하였습니다.

……후략…….

시뻘건 불길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이안의 새로운 정령 마그리파.

최상급 정령으로 진화한 마그번. 아니, 마그리파는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거듭났다.

상급 정령일 때만 해도 앳된 느낌을 벗어나지 못했던 소년의 모습이었는데, 최상급 정령이 되니 완연한 성체의 형상이 된 것이다.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에, 전신을 두르고 있는 묵빛의 갑주.

그 위에 새겨진 진홍빛의 문양들은, 마치 지옥의 대장군을 연상케 하는 외형이었으니 말이다.

화르륵-!

마그리파가 등에 메고 있던 거대한 창대를 집어 휘두르자, 멋들어진 방천화극(方天畵戟)의 창날이 불길 속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던 이안은 황홀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멋지다……!’

아직 마그리파가 마그번일 때에 비해 얼마나 강력해졌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사실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안의 눈앞에 있는 이 마그리파의 모습은 지금껏 이안이 봤던 그 어떤 정령들보다도 훨씬 멋지다는 사실 말이다.

심지어는 정령왕인 트로웰과 비교하더라도, 조금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크, 아직 정령왕도 안 됐는데, 이 정도라니!’

마그리파의 위용에 잠시 압도된 이안은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마른침을 집어삼켰다.

일단 외형에는 대만족을 하였지만, 결국 더 중요한 것은 마그리파의 전투력이었으니 말이다.

‘새로 고유 능력도 하나 생겼겠지? 뭐가 생겼을까?’

마그리파의 정보 창을 확인할 생각에, 순간적으로 정령왕에 대한 생각들까지도 잠시 잊은 이안!

이안은 기대 넘치는 얼굴로, 마그리파의 정보 창을 천천히 오픈하였다.

<마그리파(화염의 정령)>

-레벨 : Lv.1

-정령력 : 0

-속성 : 화염

-등급 : 최상급 정령

-소환 지속 시간 : 제한 없음

-힘 : 65

-방어력 : 15

-민첩성 : 43

-지능 : 22

-생명력 : 527

*고유 능력

-불의 악마 : 정령술사가 사용한 화염 속성의 공격 마법이 치명타로 적중할 시, 마그리파가 해당 마법을 한 번 더 시전 합니다.

*30%의 확률로, 대상의 양기를 흡수하여 홍염의 구슬을 충전시킵니다.

-도깨비불 : 마그리파가 던지는 불꽃이 적에게 적중할 시, 주변에 있는 다른 적에게로 튕겨 나갑니다. 튕겨 나간 불꽃은 최초 피해량의 80%만큼의 피해를 입히며, 최대 다섯 번까지 튕길 수 있습니다.

*하나의 대상이 도깨비불을 연속으로 두 번 이상 피격당할 시, 2초 동안 ‘기절’ 상태에 빠집니다.

-홍염의 방패 : 마그리파가 지속 시간 동안 방천화극을 회전시키며, 일시적으로 범위 내의 모든 피해를 흡수합니다. (흡수율 : 90~99%)

*흡수된 피해량의 30~40%만큼을 화염 피해로 전환하여 적에게 다시 돌려줍니다.

*홍염의 구슬에 화염의 기운이 가득할 때만, 고유 능력을 발동할 수 있습니다.(충전된 화염의 기운 : 0.00/100)

*마그리파가 적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때마다, 화염의 기운이 조금씩 충전됩니다.

-화염참(火焰斬) : 마그리파가 방천화극을 내리그어, 강력한 화염의 일격을 쏘아 보냅니다. 화염의 일격은 일직선상의 모든 적에게 피해를 입히며, 마그리파의 공격력과 소환술사의 소환 마력에 비례하는 위력을 가집니다.

화염참은 피해를 입힌 모든 대상에게 화염의 인장을 각인시키며,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대상에게는 두 배의 인장을 중첩시킵니다.

각인된 화염의 인장은 대상으로부터 양기를 흡수하여, 마그리파가 가진 ‘홍염의 구슬’을 충전시킵니다.

*각인된 화염의 인장의 숫자가 많을수록, 홍염의 구슬이 더욱 빨리 충전됩니다.

*홍염의 구슬에 화염의 기운이 가득 찬 순간, 모든 화염의 인장이 폭발합니다.

-수집 가능한 정령력에 한도가 없는 ‘최상급’의 정령입니다.

*정령력을 많이 수집할수록, 마그리파가 사용하는 화염 속성 정령 마법의 피해량이 증폭됩니다.

-화염 속성을 필요로 하는 소환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일정량의 정령력이 차오릅니다.

*수집한 정령력이 커질수록, 정령력을 획득량이 감소합니다.

-화염 속성의 정수(혹은 대자연의 구슬)를 사용하여 정령력을 채울 수 있습니다.

*최상급의 정령은 소환술사의 소환 마력만 충분하다면 계속해서 소환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처음 마그리파의 정보 창을 확인한 이안은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스, 스텟이 왜 이래?’

습관처럼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이 전투 능력과 관련된 스텟창이었는데, 그 수치가 말도 안 될 정도로 낮았으니 말이었다.

하지만 그 놀람도 잠시 뿐, 이안은 다른 의미에서 멍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마그리파의 스텟이 낮은 이유를,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레벨……? 레벨이 생겼다고?’

마치 정령왕 트로웰처럼, 마그리파에게 또한 레벨이라는 개념이 생겨 있었던 것.

‘뭐지? 트로웰이 NPC여서 레벨이 있었던 게 아니었나?’

하여 이안은 마그리파의 전투 능력을 다시 빠르게 분석해 보았다.

1레벨의 능력치를 분석해 보면, 녀석의 대략적인 성장치까지 계산해 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1레벨에 힘이 65. 이 정도면…….’

그리고 잠시 후, 이안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분석해 본 마그리파의 전투 능력이, 충분히 최상급이라는 등급에 어울리는 것이었으니 말이었다.

‘이 정도면 라카도르랑 비교했을 때 조금 꿀리는 정도…… 라카도르가 신화 등급의 소환수라는 걸 감안하면, 충분히 준수한 능력치겠어.’

이어서 마그리파의 고유 능력들을 하나씩 확인한 이안은 점점 더 흥미로운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최상급 정령이 된 마그리파의 고유 능력 구조는 이안이 예상했던 것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진화할 때마다 고유 능력이 하나씩 늘어나는 구조였다면, 이번에는 기존의 고유 능력들이 정령을 따라서 상위급의 능력으로 ‘진화’한 느낌이었던 것.

‘불의 악마랑 도깨비불까지는 그대론데, 다른 고유 능력들은 완전히 달라졌어.’

스킬의 콘셉트는 기존과 비슷할지언정, 메커니즘과 공격계수가 확실하게 진화했던 것이다.

하여 이안은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정령왕으로 진화할 수 있는 포텐이 남아 있는 것까지, 감안해서 생각한다면 말이다.

“멋져졌네, 마그번. 아니, 마그리파.”

-칭찬, 고맙군. 주인.

“한번 잘 해 보자고. 내가 반드시 정령왕으로 만들어 줄 테니 말이야.”

-정령왕은 그대가 만드는 것이 아니고, 내가 되는 것이다.

“건방지긴…….”

여전히 건방진 성격의 마그리파를 향해 피식 웃어 보인 이안은, 이제 다음 계획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어쩐다. 원래대로라면 화염 속성 몬스터들을 좀 사냥하다가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마그리파를 정령왕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화염 속성을 가진 초월 100레벨 이상의 몬스터 1천 마리를 처치해야 했고.

조건을 충족하는 몬스터가 이 근원의 화산만큼 널려 있는 사냥터도 없었으니.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여기서 남은 시간 동안 사냥을 계속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마그리파에게 레벨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1레벨로 진화한 이상.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령왕으로 진화하기 위한 모든 조건은 마그리파의 능력만을 활용해서 달성해야 했으니 말이다.

‘흠, 그럼 일단 트로웰의 퀘스트부터 먼저 진행하는 게 맞겠지? 그사이에 마그리파의 레벨도 오를 테니 말이야.’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이안은 마그리파의 전투 능력을 확인했을 때보다도 더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띠링-!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듯.

생각지도 못했던 시스템 메시지가 갑자기 눈앞에 떠올랐으니 말이었다.

-‘황금벌의 꿀통 수집하기(히든)(연계)’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퀘스트를 수령하시겠습니까?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이안은 저도 모르게 육성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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