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8화 1. 불과 바람의 권능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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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바람의 근원을 찾아서(에픽)(연계)(히든)>
-‘대지의 날개’와 ‘정령의 빛’의 도움을 받은 당신은 성공적으로 근원의 숲에 도달하였고, 불과 바람의 권능을 찾기 위해 숲을 수색하던 중, 숲지기인 ‘청랑’과 마주치고 말았다.
그리고 숲지기 청랑은 자신의 숲에 나타난 이방인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중략……
하지만 정령계의 상황을 딱히 여긴 청랑은 당신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기로 하였다.
숲에서 원하는 것을 찾을 때까지, 일정 시간 동안 눈감아 주기로 한 것이다.
만약 청랑이 허락한 시간 동안 모든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근원의 숲에서 쫓겨나 정령계로 추방될 것이다.
반드시 시간 안에 불과 바람의 근원을 찾아, 그 권능을 손에 넣도록 하자.
*다음 조건이 충족되어, 퀘스트 세부 내용이 변경됩니다.
A. 숲지기 ‘청랑’과의 조우.
-퀘스트에 제한 시간 조건이 추가됩니다.(제한 시간 : 300분)
B. 숲지기 ‘청랑’과의 친밀도 15 이상 달성.
-퀘스트를 진행하는 동안, ‘불의 구슬’, ‘바람의 구슬’이 주어집니다.
C. 진화 가능한 ‘상급’이상의 사대 속성 정령 보유.
-‘불의 근원’을 획득할 시, ‘화염의 제왕(히든)(연계)’퀘스트가 발동합니다.
-퀘스트 난이도 : SSSS+
-퀘스트 조건 : ‘근원의 숲 (에픽)(히든)(연계)’ 퀘스트를 진행 중이던 유저.
-제한 시간 : 300분
*한 번이라도 사망할 시, 퀘스트에 실패하게 됩니다.
*한 번이라도 퀘스트에 실패할 시, 다시 수령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보상 : 명성(초월) 20만, ‘불의 대리인’칭호 획득, ‘바람의 대리인’칭호 획득, 불의 근원, 바람의 근원, 신족, ‘천상호리(天常狐狸)’종족과의 친밀도+3
* * *
청랑과의 만남으로 인해 새로 발생된 퀘스트 창은 이전에 이안이 가지고 있던 퀘스트보다 훨씬 더 길고 복잡하였다.
하지만 이안은 그 복잡한 내용들을, 전부 꼼꼼히 읽을 수밖에 없었다.
퀘스트에 대한 설명도 설명이었지만, 퀘스트 창 하단부에 명시되어 있는 특별한 요소들이 그의 눈을 사로잡았으니 말이었다.
‘불의 구슬, 바람의 구슬? 이것들은 뭐지? 게다가 화염의 제왕 연계 퀘스트라니…….’
우선 퀘스트의 세부 내용 변경으로 명시되어 있는 부분만 해도, 이안을 설레게 만들기 충분한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A항목이야 페널티에 가까운 요소였지만, B, C 항목은 대충 봐도 이득이 될 항목들이었으니 말이었다.
‘청랑과의 친밀도 15는 이리엘 덕에 생긴 것 같고……. 진화 가능한 상급 이상의 사대 속성 정령은 마그번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사실 B 항목은 이안으로서도 짐작이 잘 되지 않았지만, C항목의 경우는 거의 확실하게 유추가 가능하였다.
마그번을 정령왕으로 만들기 위한 퀘스트.
정황상 분명히 정령왕 콘텐츠와 연관된 퀘스트로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변경된 보상 목록 또한, 심상치 않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다른 칭호나 명성 등은 그렇다 쳐도 ‘신족’과의 친밀도가 상승한다는 항목은 완전히 처음 보는 것이었으니까.
‘이거, 무조건 깨야 하는 퀘스트네. 만약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최소 한 달은 눈앞에 아른거리겠어.’
‘천상호리’라는 신족은 분명 청랑의 종족을 의미하는 것 같았고, 비록 3에 불과하지만 이런 강력한 신족과의 친밀도를 올릴 수 있는 기회는 절대로 흔할 리 없는 것이었다.
꿀꺽-.
이안은 마른침을 한 차례 집어삼키며, 청랑을 다시 응시하였다.
이전에 침을 넘겼던 이유가 긴장 때문이었다면, 이번에는 탐욕(?)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어떻게든 내가 해내고 만다.’
다시 한번 의욕을 활활 불태운 이안이, 청랑을 향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퀘스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청랑에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얻어 가야 했으니까.
물론 청랑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그런데 청랑님.”
“말하라.”
“불의 구슬과 바람의 구슬이라는 것이 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이안의 조심스런 목소리에, 청랑은 대답 대신 허공에 한 차례 손을 휘저었다.
휘릭-.
그러자 그녀의 앞에 두 개의 작은 빛줄기가 두둥실 떠올랐다.
그것은 마치 이안을 이 근원의 숲으로 인도했던, ‘정령의 빛’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 근원의 숲은 생각보다 훨씬 넓은 곳이다.”
“그……렇습니까?”
“네놈이 아무리 재주를 부려도, 시간 내에 두 가지 ‘근원’을 전부 찾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터.”
“…….”
“이 구슬들의 도움을 받도록 하라. 이것이 내가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지원일 것이다.”
청랑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의 앞을 맴돌던 황금빛 빛줄기가 이안의 시야로 쏟아져 들어왔다.
“허억……!”
그리고 그 빛은 각각 붉은 빛과 황금빛을 띤 작은 점이 되어, 시야의 구석으로 스며들었다.
정확히는 이안이 구석에 켜 놓은 미니 맵 안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어……?’
이안은 처음 보는 퀘스트의 전개에 당황했지만, 곧 이 두 개의 빛나는 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들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어두운 맵 안에서, 어떤 특정한 위치를 가리키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 점의 위치에 각 속성의 근원이 숨겨져 있다는 말인가 본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파격적인 청랑의 도움에, 이안의 표정이 활짝 밝아졌다.
물론 청랑의 표정은 처음과 다를 바 없이 심드렁했지만 말이었다.
‘좀 무섭긴 하지만…… 생각보다 따뜻한 친구였잖아?’
그리고 청랑이 생각보다 호의적으로 나오자, 이안의 입이 슬슬 터지기 시작하였다.
청랑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싹 긁어 모으기 위해, 본능적으로 설계를 시작한 것이다.
청랑이라는 NPC의 성향이 이제 슬슬 파악되기 시작한 것.
“이 구슬이 가리키는 곳에, 각각 불과 바람의 근원이 있는 것이겠죠?”
“그렇다.”
“그럼 너무 쉬울 것 같은데…….”
“역시 건방진 인간이로군.”
“예……?”
“속성의 근원이라는 것이, 길가의 돌멩이처럼 주워 담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럼요?”
“근원의 힘과 각각 가장 어울리는 존재들.”
“……!”
“그들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결코 속성의 근원을 얻어 갈 수 없을 것이다.”
“아하, 그런 것이었군요!”
이안은 기묘한(?) 화법으로, 청랑과의 대화를 자연스레 이어 갔다.
그리고 그렇게 10분 정도가 지나자, 이안은 청랑으로부터 정말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대략적으로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 퀘스트인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질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까 각각의 속성에 가장 어울리는 숲의 신수가, 이 근원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말이네.’
여전히 이안을 마뜩찮아 하면서도, 사실상 원하는 거의 모든 정보를 알려 준 청랑!
그녀가 정말 고마웠던 이안은 진심을 담아(?) 작별 인사를 하였다.
“감사합니다, 청랑님……!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글쎄. 실망이라…… 딱히 내가 실망하거나 할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하하, 그럼 다행이고요.”
차가운 청랑의 말투에도, 싱글싱글 웃으며 능글맞게 대답하는 이안.
“그럼, 조만간 다시 뵙겠습니다!”
그런 그를 한 차례 응시한 청랑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대꾸하였다.
“다시 볼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못생긴 인간.”
그리고 그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청랑의 뒤편 공간에 푸른빛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처음 청랑이 나타났을 때처럼, 공간이 뒤틀리며 균열이 생긴 것이다.
이어서 다음 순간.
파아앗-!
이안이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청랑의 신형은 균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어떤 마법을 사용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정말 경이로운 수준의 공간 계열 마법이라 할 수 있었다.
“휴,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 하는 건가.”
처음 청랑을 대하며 긴장했던 탓인지, 이안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식은땀.
그것들을 한 차례 훔쳐 낸 이안은 씨익 웃으며 미니 맵을 관찰하기 시작하였다.
“청랑 덕에 제한 시간이 생긴 것을 감안하더라도…… 오히려 더 이득을 본 것일지도 모르겠어.”
이어서 두 구슬의 좌표를 정확히 확인한 이안은 곧바로 할리를 소환하여 올라탔다.
아이언을 타고 움직이는 게 조금 더 빠르기야 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공중으로 이동하는 것은 많은 변수와 리스크를 대동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숲지기인 청랑보다 더 강력한 존재가 맵에 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심할 필요는 충분히 있었다.
“할리, 바람의 수호자.”
크르릉-!
할리의 고유 능력이 발동하자, 시원한 바람이 할리를 향해 사방에서 빨려 들어왔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팟-!
지면을 박차고 뛰어오른 할리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숲속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 * *
불의 근원과 바람의 근원.
그리고 이 두 가지 근원이 있는 위치를 추적해 주는 불의 구슬과 바람의 구슬.
할리를 탑승한 이안이 먼저 타깃으로 삼은 것은 황금빛의 점으로 미니 맵에 표기된 바람의 근원이었고.
이안이 바람의 근원을 먼저 타게팅한 이유는 무척이나 단순하였다.
좌표상 바람의 근원이 있는 위치가 이안이 출발한 위치에서 훨씬 더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제한 시간이 5시간 정도니까…… 여기서 절대로 2시간 이상을 쓰면 안 돼.’
하지만 이안의 그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느끼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 뭐야……?”
처음에는 분명 가까운 위치에 보이던 황금빛의 좌표가, 전력으로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가까워지지 않았으니 말이었다.
“미친?”
마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도깨비라도 되는 듯, 미니 맵 안에서 정신없이 움직이는 황금빛의 구슬.
그리고 이안은 좌표가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를, 청랑에게 얻은 정보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바람 속성에 가장 어울리는 숲의 신수가 바람의 근원을 가지고 있을 테고……. 바람 속성에 어울린다는 말은 역시 할리처럼 빠르다는 말이겠지.’
하지만 그 이유를 유추해 냈다고 해서 뭔가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 때문에 이안은 할 수 있는 모든 버프를 동원하여 할리의 이동속도를 가속시켰다.
어떻게든 일단 녀석을 만나야, 인정을 받든 말든 할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거의 30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미친 듯이 숲을 활보했을 즈음.
이안의 시야 멀찍한 곳에, 드디어 금빛 광채가 포착되었고.
그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바람의 근원’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할리, 저기 저쪽!”
크르르릉-!
그리고 미니 맵상이 아닌 정확한 위치가 포착되자 ‘녀석’을 쫓는 것은 전보다 더 쉬워졌다.
악착같이 녀석을 쫓는 이안과 달리, 바람의 근원을 가진 신수는 이안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으니 말이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의 광휘를 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이안!
그런데 잠시 후, 정신없이 녀석을 쫓던 이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한 ‘황금빛 신수’의 모습이 어쩐지 낯익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