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931화 (933/1,027)

< 931화 6. 전략 대결 (3) >

* * *

첫 번째 공방에서 로터스와 칼데라스 양 길드는 모두 절반정도의 성공을 거둔 셈이었다.

로터스는 점수와 자원 측면에서 손해를 본 대신 성채의 발전에서 우위를 가져왔으며, 반대로 칼데라스는 발전이 뒤처진 대신 자원과 점수를 얻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잠깐의 소강상태에서, 먼저 움직여야 하는 것은 당연히 로터스였다.

조금이라도 자원이 우위에 있는 칼데라스가 상위 테크를 올리기 전에 전투를 벌여 이득을 취해야 했으니 말이다.

쉽게 말해 전력적으로 우위에 있는 이 상황을 로터스의 입장에선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었다.

“이대로 밀어야겠죠, 이안 님?”

“어떻게든 이득을 봐야죠.”

“공성 병기 업그레이드가 아직인데…… 괜찮을까요?”

“저쪽도 아직 방어 타워 부실할 겁니다.”

레비아 등 사제 클래스의 도움으로 피해를 최대한 빠르게 복구한 로터스의 병력은 그대로 칼데라스의 성채를 향해 진군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빠른 2차 전투의 시작에, 다시 해설진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였다.

-로터스는 곧바로 공성전을 시작하려나 봅니다!

-적어도 공성 병기가 나올 때까지는 휴전 상태가 되리라 봤는데…….

-칼데라스가 대비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거죠!

해설진들을 비롯한 모든 관중은 흥분 어린 표정으로 전장을 지켜보았다.

이렇게 쉴 새 없이 빠른 템포로 공방이 이어지니, 흥분이 가실 새가 없는 것이다.

쐐애애액-!

우두두두-!

바람을 가르며 허공을 쇄도하는 용기사단들과, 그 뒤를 바짝 따라붙는 로터스의 병력.

스크린에 떠오른 그 뒷모습을 응시하며, 팬들은 저마다 격양된 목소리로 한마디씩 떠들기 시작하였다.

“로터스는 공성 병기도 없이 어쩌려는 걸까?”

“글쎄. 아까 이안이 했던 것처럼, 공간 이동 마법을 활용하려는 게 아닐까?”

“놉. 그건 불가능해.”

“어째서?”

“칼데라스의 성채 안은 좌표 확보가 안 된 곳이니까.”

“아하……!”

“어쩌면 길드 간 영지전처럼, 안티 텔레포트 결계가 쳐져 있을지도 모르지.”

로터스의 진군을 지켜보는 팬들의 시선은 두 부류로 나뉘어 있었다.

로터스가 어떤 식으로 칼데라스의 성채를 공략할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는 인원들과.

반대로 칼데라스가 로터스의 맹공을 어떻게 막아 낼지, 조금은 초조한 눈빛으로 관전중인 미국 서버의 팬들.

그리고 그 시선들 속에서.

“전군, 돌격……!”

와아아아-!

로터스와 칼데라스의 2차 전투가 곧바로 시작되었다.

* * *

칼데라스 길드의 수뇌 중 한 명인 알파인은 사실상 카이와 함께 지금의 칼데라스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라 할 만한 인물이었다.

일반 유저들 사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수면 아래서 항상 칼데라스의 행보를 이끌었던 사실상 칼데라스의 두뇌였던 것.

카이가 칼데라스의 상징적인 존재이자 무력의 결정체라면, 알파인은 그의 능력이 가장 효율적으로 쓰이도록 지금껏 칼데라스를 도와왔던 것이다.

그 때문에 알파인은 지금의 이 상황이 무척이나 흥미롭고 즐거웠다.

리그전 이전까지만 해도 단순 무력 싸움에 가깝던 기사 대전에서, 처음으로 자신이 활약할 판이 열린 것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상대가 로터스라…… 아주 완벽한 그림이란 말이지.’

성탑의 망루 위에서 몰려오는 로터스의 병력을 응시하던 알파인.

그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하였다.

‘공성 병기 없이 성채를 공략하려면, 방법은 하나뿐인데…….’

로터스의 입장에서 어떤 전략으로 움직이려는 것인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기 시작한 것이다.

‘구조상 북동쪽의 버팀벽을 넘는 루트 외에는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거란 말이지.’

최후의 전장 동쪽과 서쪽에 지어진 두 곳의 성채는 거의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성채의 가장 외곽에 세워져 있는 목책과, 그곳을 침입자가 쉽게 넘을 수 없도록 빙 둘러져 깊숙이 파여 있는 해자(垓字).

그 안쪽에 솟아 있는 비교적 낮은 외성벽과, 최후의 보루와 다름없는 내성벽까지.

이중 알파인이 떠올린 버팀벽은 성벽 중 가장 방어력이 높은 구조로 설계된 벽이었는데.

그는 로터스가 이곳을 공략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어차피 공성 병기 없이 벽을 부술 생각은 아닐 테니, 방어력이 가장 높고 높이는 낮은 버팀벽을 넘어보려 하겠지.’

그리고 다가오는 로터스의 병력을 보며 이에 확신을 가진 알파인은 빠르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하였다.

“방어 태세 준비……!”

여느 때처럼 수많은 경우의 수를 따져 가며, 확신에 찬 명령을 내린 것.

“확보된 방어 타워는 버팀벽 위에 건설한다!”

하지만 알파인이 한 가지 생각지 못했던 경우의 수가 있었으니.

“로터스가 양동작전을 쓰려나 봅니다!”

“뭐?”

“북쪽과 남쪽으로 공격 병력을 분산시켰습니다!”

“대체 왜?”

그것은 바로 이안의 소환수 ‘토르’의 존재였다.

“……!”

알파인이 생각했던 대로 로터스의 주력 병력은 버팀벽을 공략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이안을 비롯한 몇몇 별동대가 반대편의 성벽으로 정공을 걸어온 것이다.

콰아앙-!

어느새 초월 80레벨이 넘어, 더욱 강력해진 위력으로 망치를 꽂아 내리는 토르.

콰콰쾅-!

아직 발전 단계가 낮은 칼데라스로서는 넓은 성채 전체를 완벽하게 방비해 낼 여력이 없었고, 잠깐의 병력 안배 실수로 한쪽 외성벽을 내주게 된 것이다.

물론 곧바로 대응을 위해 다른 병력이 움직이긴 하였지만, 어느 정도의 피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된 것.

알파인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건 이안의 소환수인가보군.”

“그렇습니다, 알파인 님.”

하지만 그렇다 해서, 알파인이 혼란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이정도 ‘사소한 변수’에 대한 대응은 군사로서 기본적인 소양이었으니 말이다.

“일단 마스터께서 움직이셨나?”

“옙.”

“계획을 조금 변경해야겠군.”

이안의 소환수 ‘토르’를 보는 알파인의 두 눈이 조금 더 날카로워졌고.

칼데라스의 병력은 더욱 분주히 수성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한 번 잘못 끼워진 단추가 어떤 식으로 전황에 영향을 미칠지는 알파인이 결코 예상할 수 없는 범주의 것이었다.

* * *

쿠릉-.

커다란 소음과 함께 모래먼지가 휘몰아치며, 칼데라스 성채의 외성이 무너져 내렸다.

콰과과광-!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이안의 주먹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됐다……!’

사실 성채의 외성벽을 뚫어 낸 정도는 이 전장에서 그렇게까지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었다.

성채가 발전된 후반이라면 몰라도, 이렇게 전장의 초반 시점에는 말이다.

어차피 모든 생산 시설과 방어 시설은 내성 안에 존재했고, 외성을 부순다 해서 승점을 얻거나 자원을 얻는 것도 아니었으니.

사실상 칼데라스의 입장에서 그렇게까지 치명적인 피해라고 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알파인 또한, 한 번의 ‘사소한 변수’ 정도라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이안은 결코 이 한 수가 사소하다고 생각지 않았다.

지금 이안이 머릿속에 그려 둔 모든 전략의 가장 핵심이, 바로 이 첫 번째 전략의 성패 여부에 달려 있었으니 말이었다.

‘흐흐, 이제 시작이지.’

그리고 알파인과 이안의 생각 차이는 단순히 지략 수준의 차이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먼저 상위 테크를 탐으로서 알게 된 ‘정보’의 차이라는 이야기가 더 정확할 것이었다.

‘3티어 건물 짓기 시작하면, 아차 싶을 거다, 이놈들.’

토르를 선두로 외성 안쪽으로 진입한 이안은 특정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하였다.

그리고 해당 지역의 외성을 추가로 부순 뒤, 진영을 구축하기 시작하였다.

“형, 이 좌표가 맞아?”

“확실해.”

“하긴, 대칭형 구조일 테니까. 여기가 맞겠지.”

이안과 이해할 수 없는 대화를 나눈 훈이는 데스나이트를 비롯하여 언데드를 소환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훈이가 어둠 마력을 아끼지 않고 먼저 소환물들을 소환하는 것은 비교적 수비적으로 운영할 때의 전투 방식.

로터스는 외성을 뚫고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공성을 진행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 로터스에서 하는 양을 보고 있으면, 마치 칼데라스의 외성 안쪽에 전진기지를 구축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앗, 로터스가 공성을 멈추고 정비를 시작합니다!

-아니, 이건 정비 수준이 아닌데요?

-그렇습니다. 아예 자리를 깔고 앉았어요!

심지어는 양동작전을 위해 반대편 버팀벽을 공략하던 주력 병력까지, 이안이 자리 잡은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

그리고 로터스가 이 전략을 생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2티어 건물들의 생산을 마친 로터스는 다음 단계에서 어떻게 이득을 볼 수 있을지 미리 알아차렸던 것이다.

“이안 형 말처럼, 차원력 제어기만 못 짓게 계속 괴롭혀도 스노우볼을 제대로 굴릴 수 있겠지.”

“맞아. 그걸 칼데라스에서 알아차리기 전까지, 전진기지를 더 견고하게 만들어야겠어.”

커맨드 타워를 3티어까지 업그레이드하면, 새롭게 지을 수 있는 건물들의 목록이 오픈된다.

그리고 이제야 2티어의 커맨드 타워를 겨우 올린 칼데라스는 알 수 없는 사실이지만, 3티어 이상부터 지을 수 있게 되는 모든 건물들은 내성의 바깥에 지어지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었다.

즉, 이안을 비롯한 로터스의 병력이 미리 자리를 선점하고 칼데라스를 괴롭히면, 그 병력을 퇴치하기 전까지는 해당 자리에 지정된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안은, 3티어의 건물들 중 가장 핵심이 될 건물을 짐작하여, 해당 건물이 지어질 위치를 선점하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그 건물이 바로 ‘차원력 제어기’인 것이고 말이다.

‘차원력 제어기가 없으면 유닛 생산에 필요한 차원력 감소 효과를 볼 수 없을 테고…… 이 차이는 후반 갈수록 더 크게 벌어지겠지.’

칼데라스의 내성 안쪽으로 보이는 커맨드 타워를 슬쩍 응시한 이안은 히죽 웃으며 검을 고쳐 쥐었다.

그림이 이렇게 그려진 이상, 공성 병기는 필요 없었다.

이제 로터스가 전진기지만 사수해 낸다면, 칼데라스는 결국 내성 바깥으로 기어 나올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었다.

그리고 이안의 그 판단은 너무도 정확하였다.

“컥……!”

3티어의 커맨드 타워가 완성된 순간, 알파인의 입에서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만 봐도 말이었다.

“젠장, 이래서……!”

남쪽 내성벽의 성탑에서, 로터스의 전진기지를 내려다보던 칼데라스의 수뇌부들.

잠시 알파인을 응시하던 카이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알파인.”

“예, 마스터.”

“무슨 문제라도 있나?”

그리고 카이의 그 물음에, 알파인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놈들에게, 한 방 맞은 것 같습니다.”

“흐음.”

“상위 테크 건물들에 대해서도 생각했어야 했는데……. 제 불찰입니다.”

하지만 알파인의 그런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카이는 빙글거리며 웃을 뿐, 별달리 동요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비룡을 탄 채 전진기지를 지키고 있는 이안을 슬쩍 내려다 볼 뿐이었다.

잠시 동안 칼데라스의 성탑에 흐르는 고요한 정적.

그 정적을 다시 깬 것은 카이의 목소리였다.

“저 전진기지. 저곳이 문제로군?”

“그렇습니다, 마스터.”

알파인의 답을 들은 카이가, 씨익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가 한 방 먹었으니…….”

스르릉-!

“이번엔 내 차례겠군.”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어 보인 카이가, 대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대검을 뽑은 카이의 시선은 어느새 다시 이안을 향해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