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928화 (930/1,027)

< 928화 5. 운명의 언덕 (3) >

* * *

촤라락-!

-‘포르투나의 차원 병사’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포르투나의 차원 병사’의 생명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포르투나의 차원 병사’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포르투나의 차원 병사’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후략…….

이안의 검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너덧의 차원 병사들이 우수수 쓰러진다.

그리고 그 광경은 누구에게나 경악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마치 짚단처럼 쓰러지고 있는 저 중립 NPC들의 레벨은 최소 130레벨이었으니 말이었다.

“뭐야, 저게 가능해?”

“미친……?”

“혹시 레벨만 130인 거 아닐까? 스텟은 훨씬 낮을지도 몰라.”

“그렇다고 하기엔, 다른 랭커들이 너무 고전하는데…….”

허공의 스크린을 통해 전장을 지켜보던 유저들은 화면 속의 이안에게서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하였다.

놀랍다 못해 비현실적인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놀란 것은 관중뿐만이 아니었다.

흥분해서 해설하던 해설진들조차도 일시에 말을 잃어버렸을 정도이니 말이다.

-아, 중립 몬스터의 난이도가 너무 높은 건 아닌지 걱정했던…… 제 입이 원망스럽네요.

-이럴 수가 있습니까? 지금껏 저희들도, 랭커들의 수준을 제대로 알지 못했었나 봅니다.

-이안도 이안이지만, 몇몇 돋보이는 랭커들이 있네요.

-레미르는 어떻게 저런 고위 광역 마법을 난사하듯 사용하는 걸까요? 마나가 무한이라도 되는 걸까요?

-이안의 소환수들 좀 보세요. 저 시뻘건 드래곤은 혼자서 어지간한 랭커보다 전투 기여를 많이 하고 있어요!

당황한 탓인지, 해설진들의 대사는 더 이상 해설이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이 되어 있었다.

그저 평범한 유저들과 다름없이, 로터스와 칼데라스의 활약에 당황하고 놀랄 뿐.

하지만 해설진들의 그런 추태(?)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적하거나 불만스러워하는 유저는 아무도 없었다.

각 30인으로 구성된 기사단원들이 수백의 차원 병사들을 밀어붙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감탄만이 터져 나올 뿐이었으니 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장의 화면에 모든 정신이 집중된 나머지, 해설진들이 뭐라는지 제대로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터였다.

-이, 이대로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로터스가 성을 점령할 듯 보입니다!

-아아! 유신이 드디어 내성을 넘었어요! 발 빠른 카윈이 깃발을 들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레미르가 발동시킨 헤이스트가 카윈의 이동속도를 더욱 가속합니다!

-앗, 위험해요! 차원 마법사들이 타깃을 카윈으로 변경했어요!

-말씀하신 순간! 이안! 이안이……!

-이안의 불화살이 마법사들을 정확히 쓰러뜨립니다!

-이건 미친 팀플레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무척이나 침착한 인물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이 폭풍의 가장 중심에 서 있는 이안이었다.

지금 이안은 사실상 이 전장의 모든 그림을 그리고 있는 키맨(Key Man) 이었으니 말이다.

띠링-!

-‘포르투나의 차원 기사’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로터스’ 길드의 기사단이 공용 재화 ‘차원력’을 50P만큼 획득하셨습니다.

-‘포르투나의 차원 병사’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로터스’ 길드의 기사단이 공용 재화 ‘차원력’을 8P만큼 획득하셨습니다.

-‘로터스’ 길드의 기사단이, 공용 재화 ‘차원력’을 11P만큼 획득하셨습니다.

……후략…….

‘이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확실히 알겠어.’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들을 확인한 이안이 씨익 웃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성채를 거의 점령한 지금, 전장에서의 승리를 위한 그림을 거의 다 그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중요한 건, 운영이었어.’

그리고 이안이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는 사이.

띠링-!

-로터스의 기사단원 ‘카윈’이 망루를 점령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동부 성채의 망루에 ‘로터스’ 길드의 깃발이 꽂혔습니다.

-‘로터스의 기사단’이 동부 성채를 점령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드디어 고지를 점령했다는 기분 좋은 메시지가 포르투나의 전장에 울려 퍼졌다.

-로터스가 칼데라스보다 먼저 성채 점령에 성공합니다!

-한발 앞서 나가는 로터스!

그리고 메시지가 울림과 동시에, 동쪽 진영에서 응원 중이던 관중이 커다란 함성을 터뜨렸다.

“와아아-!”

첫 전투에서는 간발의 차이로 늦었던 로터스가 다시 칼데라스의 페이스를 역전한 셈이었으니, 승기가 기울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제 선공권은 로터스에게 있죠?

-로터스는 이 기세를 몰아, 빠르게 서쪽 진영으로 진출해야 합니다!

-빠르게 움직인다면, 칼데라스의 허점을 파고들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전장의 지휘관인 이안의 생각은 해설진을 비롯한 관중의 생각과 좀 달랐다.

전장이 이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과 달리, 이안은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 시작이지.’

운명의 언덕 최후의 전투의 막이 이제야 본격적으로 올랐음을 말이었다.

* * *

‘운명의 언덕’ 전장에 대한 공지에 세부 룰에 대한 내용이 공식적으로 업로드되었을 때, 이안은 그 내용을 확인하면서 조금 의아하다고 생각했었다.

사실상 지금껏 있었던 모든 이벤트 중 가장 대규모로 진행된 이벤트가 바로 이 기사 대전인데, 그 마지막 전투가 생각보다 단순한 구조로 짜였다고 느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막상 성채를 점령하면서 전장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오기 시작하자, 이안은 기획팀의 의도를 알아챌 수 있었다.

공지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던 수많은 요소들이 현장에서 하나하나 드러나기 시작했으니까.

‘콘텐츠에 대한 실시간 대응 능력을 보고 싶었던 건가?’

전장에 입장하기 전, 플레이어들이 알고 있던 정보는 무척이나 단순했다.

언덕 정상에 두 개의 성채가 존재하며, 그 두 성채를 전부 점령한 팀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는 것이 유일한 정보였으니 말이었다.

하지만 전장에서 이안이 알아낸 핵심적인 정보들은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전투 양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정도였다.

현재 이안이 알아낸 정보들은 다음과 같았다.

1. 포르투나의 병사들을 처치할 시, ‘차원력’이라는 공용 재화를 획득할 수 있다.

2. 성채를 점령한 뒤부터는 획득한 ‘차원력’을 소모하여 성채 내부에 있는 병영을 통해 ‘차원 병력’을 생산할 수 있다.

3. 또 일정 수준 이상의 막대한 ‘차원력’을 소모한다면, 성채 안에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이미 지어져 있는 건물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4. 업그레이드된 건물에서는 더욱 강력한 병력이 생산된다.

5. 시간이 지날수록 획득 가능한 차원력의 크기가 증가한다.

6. 사망한 기사단원이 부활하는 위치는 언덕 아래에 정해진 기존의 부활 포인트이다.

‘원래의 계획대로 움직였다간 아주 낭패를 볼 뻔했어.’

사실 로터스가 세워 뒀던 원래의 전략은 빠르게 첫 성을 점령한 뒤 서쪽으로 진출하는 것이었다.

무조건 한 발 빠르게 움직여 선공권을 획득하는 것이 수성보다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정보들을 알게 되자, 전략은 전면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서쪽 성채를 치러 갔다가 점령에 실패하기라도 하면, 리스크가 어마어마하겠지.’

칼데라스에서 조금 늦게 점령한다 하더라도, 중립 NPC들과 싸우면서 획득한 재화를 어떻게 쓰냐에 따라 예상보다 쉽게 선공을 막아 낼 수도 있어 보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공격이 실패하고 나면, 그대로 역풍을 맞아야 하는 구조.

선공을 위해 곧바로 움직였다는 것 자체가 내성의 운영을 포기한다는 말이었으니.

그 한 번의 실패는 운영 측면에서 어마어마한 격차를 가져올 게 분명했다.

그리고 승패 한 번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이 최후의 전투에서 그렇게 리스크가 높은 선택은 옳지 못했다.

“모두 움직여서, 내성 콘텐츠 파악부터 시작해.”

이안의 생각지 못했던 오더에 기사단원 전부가 멈칫 하였다.

“곧바로 서부 성채 공격하는 거 아니었어?”

“전략 변경이야.”

하지만 다들 랭커들인 만큼, 곧 이안의 의중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기존의 전략이 전면 수정되는 것에 살짝 당황했을 뿐이지, 기사단원들도 각각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긴, LB사에서 내성 콘텐츠를 괜히 만들어 두진 않았겠지.”

“이안 형 말이 맞아. 보수적으로 접근하자고.”

그리고 이안의 오더가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헤르스가 세부 오더를 시작하였다.

“클로반 형, 레비아 님. 그쪽 기사단원들 이끌고 외성으로 움직여 주세요.”

“알겠다.”

“수성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혹시 칼데라스의 병력이 공격해 오지 않는지 확인해 주셔야 합니다.”

“예, 마스터.”

“나머지는 빠르게 흩어져서 내성 콘텐츠를 수집해 오죠.”

“오케이!”

“알겠습니다, 마스터!”

헤르스의 오더를 옆에서 들은 이안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랜 시간 함께 플레이한 탓인지, 헤르스가 이안의 의중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으니 말이다.

해서 이안은 곧바로 아이언을 타고 내성의 중심부를 향해 이동하였다.

헤르스가 자신에게 별다른 오더를 주지 않은 이유 또한, 이안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다른 단원들이 정보를 수집하는 동안, 이안은 실질적인 운영을 시작해야 했으니 말이다.

모든 정보를 수집한 뒤에 움직이는 것은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일.

-로터스의 기사단장 ‘이안’ 유저가 내성의 ‘커맨드 타워’에 입장하셨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차원력 통제’ 시스템이 오픈됩니다.

내성 중앙의 커다란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이안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들이 가득 떠올랐고.

-현재까지 수집한 차원력 : 79,820 Point

<현재 생산 가능한 최대 병력>

-차원 마법사(견습) : 30

-차원 기사(견습) : 50

-차원 병사(견습) : 500

-차원 투석기 : 1

<현재 건설 가능한 건물 목록>

-기초 방어 타워 : 5

-대공 방어 타워 : 1

-중급 병영 : 1

-기본 마법 연구소 : 1

……후략…….

그것들을 확인한 이안의 입꼬리가 히죽 말려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콘텐츠가 그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 주었으니 말이다.

‘역시 재밌어……!’

그리고 그 내용들을 빠르게 확인한 이안은 어렵지 않게 첫 번째 선택을 감행하였다.

띠링-!

-‘커맨드 타워’ 건물을 Lv.2로 업그레이드합니다.

-필요한 자원 : 차원력 50,000 Point

-정말 업그레이드를 진행하시겠습니까? (Y/N)

이어서 이안의 선택이 끝남과 동시에.

우우웅-!

새하얗고 거대한 빛줄기가 성채를 감싸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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