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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920화 (32/1,027)

< 920화 3. 정령 마법사의 등장 (1) >

일반적인 소환수, 몬스터, NPC 등과 다르게, 정령에게는 레벨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트로웰이라는 특수한 존재가 있긴 하였지만, 그러한 특수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 때문에 정령의 강함을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은 오로지 ‘등급’이었다.

최하급부터 중급, 최상급, 정령왕까지.

정령의 등급은 정령의 전투력을 나타냄에 있어, 절대적인 지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령의 그 등급.

그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물론 정령의 주인이야, 해당 정령의 정보 창을 열어 보면 최상단에 떡하니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정령의 주인이 아닌 제3자도 정령의 등급을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있었으니, 그것은 정령의 주변에 떠오르는 아우라였다.

정령이 가진 전투력과 지금까지 누적된 정령력.

이 수치들에 따라 정령의 주변에 피어오르는 아우라의 색상이 달라지고, 그 색상은 거의 등급에 따라 평균적으로 정해지니.

관중이 이안의 정령을 보자마자 등급을 알아차린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블래스터와 마그번의 주변에서 피어오르는 은은한 붉은 빛깔의 아우라는 최상급 정령을 상징하는 그것이었으니 말이다.

정령의 등급별 아우라의 색상은 다음과 같았다.

최하급 – 그레이(Gray)

하급 – 그린(Green)

중급 – 블루(Blue)

상급 – 퍼플(Purple)

최상급 – 레드(Red)

정령왕 – 골드(Gold)

“와 씨, 진짜 최상급 정령 쓰는 정령술사가 존재하긴 했구나.”

“대박이다. 상급 정령도 본 적이 없는데, 난.”

“상급까지는 랭커들 사냥 영상 보면 가끔 있더라고.”

“아, 진짜?”

“물론 상급 정령을 쓰는 랭커가 있는 건 아냐.”

“그럼?”

“정령계 상위 사냥터에, 몹으로 등장하더라고.”

“아하…….”

하지만 여기서 재밌는 것은 유저들의 이 판단에 약간의(?) 오해가 있다는 점이었다.

붉은 아우라를 뿜어내는 이안의 정령, 블래스터와 마그번은 사실 최상급 정령이 아닌 상급 정령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이미 두 정령 모두 정령력이 맥스에 가깝게 누적된, 최상급 직전의 정령이라는 점과, 평범한 정령들보다 등급 대비 전투력이 강한 ‘고대의’정령이라는 점.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아직 상급 정령임에도 불구하고, 최상급 정령이 가질 수 있는 붉은 아우라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관중이 어떻게 생각하든, 이안은 별로 신경조차 쓰고 있지 않았지만 말이었다.

‘이거 의도한 건 아니지만…… 아주 재밌게 흘러가는데?’

시뻘건 화염을 뿜어내며 콜로세움에 나타난 두 명의 새로운 화염법사들.

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안을 합공하기 시작하였지만, 이안은 여유로울 뿐이었다.

어쩌면 지금 이안의 세팅으로 가장 상대하기 쉬운 상대가 바로, 화염법사일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만약 용암 세트의 옵션을 본다면, 싸워 보지도 않고 교체 티켓을 써 버릴지도…….’

이안이 용암 세트를 착용하고 입장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가진 모든 장비들 중, 마법사에게 어울릴 만한 옵션이 가장 많이 붙어 있는 방어구가 용암 세트였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모든 피스가 전설 등급 이상인 초월 장비였으니.

사실상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

마그번과의 시너지까지 생각한다면, 용암 세트를 착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어디 보자. 지금 내가 총 네 부위를 용암으로 둘렀으니까…….’

용암지대의 세트 옵션을 떠올린 이안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기를 두들기기 시작하였다.

*‘용암지대’ 세트 효과

-두 파츠 이상의 세트 아이템을 동시에 착용할 때마다, 강력한 옵션이 추가됩니다.

-2세트 효과 : 모든 ‘용암지대’ 장비의 성능+10% (부가옵션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3세트 효과 : 모든 화염 속성 공격의 위력이 20%만큼 추가로 상승합니다. 모든 화염 속성 피해를 20%만큼 추가로 무효화합니다.

-4세트 효과 : 모든 화염 속성 공격의 위력이 30%만큼 추가로 상승합니다. 모든 화염 속성 피해를 30%만큼 추가로 무효화합니다.

-5세트 효과 : 화염 저항 능력치가 50%만큼 증가합니다. 모든 화염 속성 공격의 치명타 피해량이 50%만큼 증가합니다.

그리고 계산을 마친 이안의 얼굴은 더욱 싱글벙글 행복해져 있었다.

‘일단 화염 피해 감소 50%에, 부옵으로 챙긴 저항력까지 생각하면…….’

대충 어림짐작으로 생각해 봐도, 저 어쭙잖은(?) 화염법사들이 자신에게 피해를 입힐 방법은 전무한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안의 방어구 상태를 알았다면 저항 관통 세팅이라도 했겠지만, 그래 봐야 달라질 것은 별로 없었다.

‘저들이 레미르 누나 수준이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야.’

순식간에 판단을 마친 이안은 블래스터와 함께 전방으로 튀어 나갔다.

파팟-!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화염법사들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어쩌자는 거지?’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외관상으로는 영락없는 마법사의 비주얼을 가진 이안이 근접전을 유도하는 듯 보였으니, 살짝 당황한 것이다.

하지만 자유도 높은 카일란 시스템상 근접 전투형 법사도 얼마든지 존재하였으니.

화염법사들은 침착하게 준비해 두었던 마법들을 캐스팅하였다.

“인페르노 월(Inferno Wall)!”

“파이어 스톰(Fire Storm)!”

그러자 시뻘건 불길이 바닥에서부터 순식간에 피어올라, 전장을 가득 메우기 시작하였다.

촤아아아-!

화르르륵-!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관중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저마다 떠들기 시작하였다.

“역시, 얼음법사한텐 불지옥이 제격이지.”

“크……! 역시 최상위권 랭커 대전이라 그런가. 1초 만에 바로 화염법사로 카운터 쳐 버리네.”

“아마 저 정령 마법사가 근접전을 유도하는 이유도, 최대한 카운터를 피하려고 그러는 거 아닐까?”

“맞네. 일단 근접해서 싸우기 시작하면, 공격 마법 위력 손실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테니 말이지.”

빙한 계열 마법사들이 화염법사에게 약한 이유는 화염 공격에 더 큰 피해를 입어서가 아니었다.

다만 이런 화염 속성의 광역 장판 스킬이 바닥에 깔렸을 때, 대부분의 빙한 계열 공격 마법의 위력이 급감하는 것이, 가장 치명적인 이유였던 것이다.

사실상 천웅 길드와 스콜피온 길드에서는 가장 정석적이고 확실한 카운터 카드를 꺼내 든 것.

물론 지금 이 순간까지도 히죽히죽 웃고 있는 이안에겐 아름답게 차려진 먹음직스런 밥상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었다.

“이거이거, 아주 훌륭한 친구들이네.”

“……?”

“내 버프 스텍까지 신경 써 주시고 말이야.”

“무슨 소리를……!”

마법사들을 향해 한 차례 이죽거린 이안은 그대로 불길 속으로 뛰어 들었다.

탓-!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전개에, 전장을 지켜보던 모두의 눈은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미친!”

“뭐야, 저 미친놈은!”

물론 그 놀람은 점점 더 커다란 경악으로 바뀌어 갔지만 말이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용암의 발걸음’ 고유 능력이 발동합니다.

-‘불의 힘’ 버프로 인해, 공격력이 3%만큼 상승합니다.

-‘불의 힘’ 버프로 인해, 공격력이 3%만큼 상승합니다.

……후략…….

카일란에서 ‘공격력’이 상승하는 버프는 물리, 마법 공격력을 동시에 상승시켜 주는 버프이다.

그리고 이안이 가진 용암의 장화의 고유 능력인 ‘용암의 발걸음’은 물리, 마법 공격력을 동시에 상승시켜 주는 듀얼 버프 능력이었다.

그 때문에 불길 속으로 뛰어든 이안의 마법 공격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였고.

화르르륵-!

-‘불의 힘’ 버프로 인해, 공격력이 3%만큼 상승합니다.

-‘불의 힘’ 버프가 최대한도(20Stack)까지 중첩되었습니다.

-총 버프 중첩량 : 공격력+60%

그것은 곧 ‘고대의 정령 마법’위력이 상승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자살기도는 재밌게 봤어.”

“이게 대체……?!”

“버프 주느라 고생했다고.”

“……?”

순식간에 마법사들과 거리를 좁힌 이안이 지팡이를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우우웅-!

그러자 빠르게 날아든 폭풍의 정령 블래스터가, 두 마법사들을 향해 일직선으로 바람의 언월도를 휘둘렀다.

-고대의 정령 ‘블래스터’의 고유 능력, ‘바람 가르기’가 발동합니다.

촤아악-!

어지간한 반사 신경과 민첩성이 아니라면, 결코 피해 내기 힘든 속도의 돌진 기술인 바람 가르기.

그것이 두 마법사를 동시에 긁고 지나가자, 그들의 입에서 헛바람 빠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허억……!”

피해량 자체는 어마어마한 수준이 아니었지만, 거의 다 캐스팅되었던 마법들이 캔슬되었기 때문이었다.

“큭!”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기회를 이안이 놓칠 리 없었다.

마법사들 사이의 전투는 캐스팅 시간을 운용하는 싸움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완벽하게 승기를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고유 능력, ‘대지의 지배자’가 발동합니다.

-고대의 정령 마법 ‘머쉬 퀘이크’의 캐스팅이 완료되었습니다.

불길 위에서 뛰어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생명력이 채 10%도 감소하지 않은 이안은 거침없이 마법사들의 사이로 뛰어 들어가 머쉬 퀘이크를 시전하였다.

쿠구구궁-!

이 또한 채널링 스킬이었고, 얼마든지 다른 공격에 의해 캔슬 될 수 있는 스킬이었지만, 그런 정도는 이안의 머릿속에 이미 계산되어 있는 상태였다.

‘거의 빈사 상태인 마틴이 퀘이크 안으로 뛰어 들어올 순 없을 테고…… 발러 길드는 아직 다음 출전자를 투입하지 않았으니까.’

마틴이 이렇다 할 원거리 공격 기술이 없는 전사 클래스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대일의 상황에서 과감히 채널링 광역기를 시전한 것이다.

-‘천웅’길드의 ‘정예 검투사’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천웅’길드의 ‘정예 검투사’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중략…….

-‘스콜피온’길드의 ‘정예 검투사’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천웅’길드의…….

……후략……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대지 속성의 마법에 발이 묶인 두 화염법사들은 우왕좌왕하며 자멸할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스킬 좀 끊어 봐!”

“으아악……!”

머쉬 퀘이크의 공격 범위가 상당한 수준이었던 데다, 70%나 되는 이동속도 감소 효과까지 달려 있었으니, 마법사들로서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일단 이 범위 밖으로 벗어나야 새로운 캐스팅을 하여 이안을 공격할 터.

지금은 마법을 다시 캐스팅해 봐야 곧바로 끊어질 상황이었으니, 속수무책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으으으……!”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이안의 두 정령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였다.

-정령 ‘블래스터’가 ‘스콜피온’길드의 ‘정예 검투사’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정령 ‘마그번’이 ‘천웅’길드의 ‘정예 검투사’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후략…….

이안의 별다른 오더 없이도 두 정령들은 강력한 공격을 퍼붓기 시작하였고, 그렇지 않아도 맷집이 약한 마법사 클래스의 랭커들이 그것을 버텨 낼 리 만무했으니 말이다.

“커허억!”

그리고 이러한 전개는 또다시 2Point라는 깔끔한 결과가 되어 이안에게 돌아오게 되었다.

띠링-!

-‘로터스’길드의 ‘정예 검투사’가 킬 포인트를 1Point 획득하였습니다.

-‘로터스’길드의 ‘정예 검투사’가 킬 포인트를 1Point 획득하였습니다.

갑작스레 등장한 로터스의 비밀 병기(?)가 검투장이 열리자마자 무려 4포인트라는 킬 포인트를 싹 쓸어가 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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