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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914화 (917/1,027)

< 914화 1. 첫 번째 마법 융합 (1) >

어둠이 벗겨진 쇠사슬의 속성은 결국 무속성이다.

게다가 ‘생명력’이 아닌 ‘내구도’를 가지고 있는 무생물 방어 타입이다 보니, 드레이크들의 등에 꼽혀있던 사슬들은 토르의 망치질 한 방에 가루가 될 수밖에 없었다.

콰드득-!

쩌저정-!

-‘어둠의 사슬’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어둠의 사슬’의 내구도가 392,801만큼 감소합니다.

-‘어둠의 사슬’을 성공적으로 파괴하였습니다!

-‘어둠의 사슬’을 성공적으로 파괴하였습니다!

……후략…….

사슬이 파괴되며 끊어져 나가자, 드레이크들을 휘감고 있던 까만 기운이 빠르게 허공으로 증발하기 시작하였다.

스하아아-!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안의 눈앞에 기다렸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어둠의 사슬’이 절단되었습니다.

-‘소울 드레인’효과가 중단됩니다.

-‘그린 드레이크(키메라 3단계)’의 광폭화가 해제됩니다.

-이제부터 그린 드레이크의 공격 속성에서, ‘어둠’이 제거됩니다.

……후략…….

그리고 그것으로 게임은 끝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장면을 모니터링실에서 지켜보던 나지찬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스릉- 스르릉-!

성령의 심판 검을 검집에 꽂아 넣은 이안이 곧바로 양손을 교차시키며 다른 두 자루의 검을 동시에 뽑아 든다.

-‘악령의 심판 검’을 착용하였습니다.

-‘악마의 낙인’ 패시브가 활성화됩니다.

-무기의 고유 속성으로 인해, 모든 일반 공격에 ‘데몬(Demon)’속성이 부여됩니다.

-‘심연의 심판 검’을 착용하였습니다.

-‘심연의 낙인’ 패시브가 활성화됩니다.

-무기의 고유 속성으로 인해, 모든 일반 공격에 ‘어비스(Abyss)’속성이 부여됩니다.

만약 서머너 나이트의 고유 능력까지 발동시켰더라면 세 자루의 검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었겠지만, 이안은 굳이 그렇게까지 할 생각이 없었다.

모든 버프가 빠진 유일 등급의 드레이크 정도는 아무리 120레벨대라고 한들 순식간에 제압해 버릴 자신이 있었으니 말이다.

타탓-!

그리고 그러한 이안의 자신감은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스륵- 촤아앙-!

스텟이 거의 반 토막 나 버린 드레이크들은 이안의 움직임에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했으며, 날카로운 심판 검의 검날에 그대로 가죽이 찢겨 나갔으니 말이다.

캬아아아악-!

키에에엑!

마치 이 순간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거침없이 몰아붙이는 이안의 검격에, 드레이크들은 순식간에 썰려 나갈 수밖에 없었다.

“와아아……!”

“대전사님을 따르라!”

터져 나간 드레이크가 있던 자리에서, 쏟아져 나오는 보상들은 덤.

-‘그린 드레이크(키메라 3단계)’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대지의 파편(전설)(초월)’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중략…….

-‘그린드레이크의 영혼 조각(유일)(초월)’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대부분 장비 아이템이 아닌 잡화 아이템이었지만, 이안은 빠짐 없이 수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쓸모없는 잡템이 나올 리는 없으니까.’

그리고 이안의 활약에 힘입어 순식간에 드레이크들을 전멸시킨 셀라무스의 전사들은 거침 없이 요람의 안쪽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요람의 2층은 무척이나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지만,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 달리 길을 찾는 것은 무척이나 쉬웠다.

드레이크들의 등에 꽂혀 있던 사슬들이 일제히 하나의 길로 이어져 있었고, 그 길의 끝에 분명 트로웰이 잠들어 있을 테니 말이다.

“이쪽입니다, 대전사님.”

“이쪽으로!”

길목 길목에 그들의 이동을 방해하는 몬스터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했지만, 사슬 버프를 받은 드레이크들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

까가강-!

그리하여 사슬이 이어진 길을 따라 일사천리로 이동한 이안 일행은 결국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녹빛으로 물든 거대한 요람 한가운데에 잠들어 있는 거대한 대지의 정령 트로웰을 발견한 것이다.

그에게는 십수 갈래가 넘는 어둠의 사슬이 묶여 있었고, 그것을 본 셀라무스의 전사들은 분노하였다.

“역시, 트로웰 님께 사슬을 연결했던 거였군요.”

“이 간악한 놈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띠링-!

퀘스트의 완수를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들이, 이안의 눈앞에 주르륵 하고 펼쳐졌다.

-‘대지의 성물 전달(에픽)(히든)’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대지의 눈’ 아이템이 소멸됩니다.

-‘대지의 심장’ 아이템이 소멸됩니다.

-‘대지의 결의’ 아이템이 소멸됩니다.

……중략…….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거대한 대지의 힘이 깨어납니다.

* * *

쿠르릉-.

커다란 진동과 함께 고막이 얼얼할 정도의 굉음이 울려 퍼진다.

쿠쿵- 쿠쿠쿵-!

어느새 이안의 인벤토리에서 빠져나온 대지의 성물들을 허공을 금빛으로 수놓고 있었으며, 그것들이 뿜어내는 찬란한 빛줄기는 잠들어 있는 트로웰을 향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트로웰이 자연의 부족들에게 맡겨 두었던 대지의 힘들.

수많은 세월이 흘러 그 신물들이 다시 모여, 그의 깊은 잠을 깨워 내고 있는 것이다.

고오오오-!

성물에서 뿜어 나온 금빛 빛줄기는 트로웰의 몸을 휘감고 있는 사슬들을 순식간에 부숴 버렸다.

콰콰쾅-!

그리고 잠시 후, 모든 빛줄기가 소멸되고 나자 거대한 그림자가 몸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이곳, 요람의 주인이자, 대지의 정령왕.

트로웰이 드디어 눈을 떴다.

-정말 내가 다시 깨어나다니……. 대지신께서 내리신 지혜가 옳았도다!

트로웰이 몸을 일으키자, 요람 안의 널따란 공터가 천장까지 가득 차올랐다.

초록빛깔에 금장이 어우러진, 화려한 갑주를 걸친 거구의 남자.

두둑- 우두둑-!

오랜 시간 잠들어 있었기 때문인지 그의 갑주에는 뽀얀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고, 움직일 때마다 전신의 관절에서 바위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런 사실들과 별개로,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대지의 정령왕.

멀찍이서 그를 지켜보던 이안은, 눈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역시 정령왕인가? 최상급 정령과는 비교도 안 되는 존재감이네.’

트로웰의 존재감은 단순히 그가 거대한 체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의 전신에서 뿜어 나오는 초록빛의 기운들이 더욱 강렬해 졌으며, 무엇보다 그의 머리 위에 떠올라 있는 시스템 박스.

-대지의 정령왕 트로웰/Lv200(초월)

200이라는 초월 레벨은 지금껏 듣도 보도 못한 수준의 것이었으니 말이었다.

‘내 마그번도 진화시키면 저렇게 될 수 있는 건가?’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욱 강력해 보이는 정령왕을 응시하며, 행복 회로를 돌리기 시작하는 이안.

‘크, 정령력 언제 모으냐. 이게 한 30만 남았으려나?’

하지만 다음 순간, 마그번의 진화에 대해 생각하던 이안은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 그러고 보니……?’

정령들에게는 분명 ‘레벨’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데, 트로웰에게는 레벨이 존재했으니 말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트로웰은 NPC라서, 특수한 케이스로 취급되는 건가?’

당장 트로웰의 레벨이 몇이건 게임을 진행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하지만 이안의 궁금증은 더 이어질 수 없었다.

쿠쿵-.

천천히 고개를 돌린 트로웰이 이안을 향해 시선을 돌렸기 때문이었다.

이안과 눈이 마주친 트로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대인가?

“예?”

-나의 안배를 실현시켜 준 영웅 말일세.

“아, 영웅이라뇨. 전 그냥…….”

다소 낯간지러운 트로웰의 대사에 이안은 순간 움찔하였지만, 이안의 반응은 상관 없다는 듯,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대가 아니었다면 모든 대지의 힘들이 저 악한 기계문명에게로 넘어갔을 터.

“그야…….”

-그랬더라면 우리 정령계는 지금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겠지.

“…….”

-그대가 정령계의 영웅이 아니라면, 누가 영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 하핫.”

트로웰의 말에 뭐라고 대답할 대사가 떠오르지 않았던 이안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은 표정이 되었다.

‘하…… 쓸데없는 소리 말고, 퀘스트나 진행시켜 주지.’

이안으로서는 트로웰에게 칭찬받는 것보다, 이어질 퀘스트를 빨리 확인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으니 말이었다.

‘정령왕을 깨우는 목적이 애초에 기계문명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였으니…… 이제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는 건가?’

게다가 한 가지 더.

그가 알기로 이 퀘스트가 에픽 연계의 마지막 퀘스트였으니.

이안으로서는 연계 달성으로 인한 추가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할 수밖에 없었다.

-용맹스런 그대와 함께라면, 다시 한번 저들과 싸워 볼 힘이 날 것 같군.

“그렇게 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만…….”

-자, 이제 나의 군대들과 함께, 우리 정령계가 반격할 시간일세.

“……!”

-인간 용사여, 그대의 힘을 내게 빌려주겠는가?

트로웰과 대화를 나누던 이안의 두 눈이, 조금씩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단순히 어떤 보상이 들어올지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갑자기 눈앞에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띠링-!

-‘대지의 정령왕 트로웰’과의 친밀도가 30만큼 상승합니다.

-‘대지의 정령왕 트로웰’과의 친밀도가 최대치에 도달하였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대지의 정령왕 트로웰’이 당신에게 계약을 제안합니다.

‘뭐라고?’

-‘대지의 정령왕’과 계약할 시, 모든 등급 대지의 정령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대지의 정령왕’과 계약할 시, 모든 대지 속성의 고유 능력이 30%만큼 강화됩니다.

……후략…….

‘정말, 이걸 이렇게 퍼 준다고?’

이안이 생각했던 연계 퀘스트의 최종 보상은 끽해야(?) 신화 등급의 초월 장비 정도였다.

한데 뜬금 없이 대지의 정령왕이 정령 계약을 제안하니, 이안으로서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황으로 멍하니 굳어 있던 것도 잠시.

한차례 마른침을 삼킨 이안은 트로웰을 향해 재빨리 입을 열었다.

트로웰의 계약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 말이었다.

“다, 당연히……! 정령왕께서 계약해 주신다면, 그것을 마다할 정령술사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오랜만에 들뜨다 못해 흥분한 표정이 되어, 트로웰을 향해 덥썩 손을 뻗는 이안.

하지만 이안의 그런 흥분은 그리 오래갈 수 없었다.

-후후, 그렇다면 자네가 승낙하였으니, 한동안 잘 부탁하도록 하지.

“예? 한동안……요?”

트로웰의 대사에서, 이상한 부분을 발견하였으니 말이었다.

‘한동안이라니? 정령 계약은 한 번 하면 끝 아니야?’

그리고 그러한 이안의 의문은 곧바로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다.

-이 전쟁이 끝날 즈음, 난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

“그건 또 무슨 말이십니까?”

-과거 정령계의 몰락을 막기 위해, 주제넘게 신의 흉내를 내었던 업보라고 알고 계시게나.

“……?”

이안은 궁금한 것이 더 많았지만, 계속해서 말을 이을 수는 없었다.

갑자기 몸에 힘이 빠져나가며, 통제권을 잃었으니 말이었다.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안의 눈앞에 한 줄 시스템 메시지가 주륵 하고 떠올랐다.

띠링-!

-대지의 정령왕, ‘트로웰’과 계약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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