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908화 (911/1,027)

< 908화 7. 반격의 시작 >

“그러니까 솔루미엘 님, 이제 대지의 요람으로 돌아가면 된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대전사님. 성물을 전부 모아오셨으니……. 요람으로 돌아가 트로웰 님을 깨워 드려야지요.”

“그렇군요. 그럼 곧바로 출발하시죠.”

“아, 하지만 그렇게 문제가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요?”

“대전사님 덕에 수월하게 막아 내긴 하였으나, 저들은 계속해서 몰려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들이라면…… 기계 문명의 군단들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솔루미엘의 이야기는 제법 길게 이어졌다.

하지만 결국 그 핵심만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한 가지를 선택하셔야 합니다, 대전사님.”

“음…….”

“이곳에 남아 계속해서 밀려들 기계 군단을 막아 주시거나, 혹은 요람으로 돌아가 트로웰 님께 성물을 전달해 드리거나…….”

“제 몸이 하나이니,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할 수는 없겠지요.”

“그렇습니다. 대전사님께서 한 가지를 선택해 주신다면, 나머지 하나를 제가 맡아서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솔루미엘로부터 받은 퀘스트는 특이하게도 양자택일 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퀘스트 이름은 ‘반격의 시작’으로 같았지만, 그 내용과 보상까지 판이하게 달랐던 것이다.

그리고 두 가지의 퀘스트 창을 전부 다 읽어 본 이안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으, 이거 고르기 진짜 어렵네.’

어떤 퀘스트를 선택하든 충분히 어려운 난이도와 충분히 좋은 보상을 얻을 수 있었지만, 얻을 수 있는 보상의 종류가 완전히 달랐으니 말이다.

요람으로 돌아가는 퀘스트를 선택한다면 정령술과 관련되어 보이는 특별한 초월 장비를 얻을 수 있는 반면, 신단에 남는 디펜스 퀘스트를 선택한다면 어마어마한 양의 차원 코인과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고민하는 이안을 보며 약간의 오해(?)를 한 솔루미엘이 차분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둘 중 딱히 더 쉽거나 어려운 길은 없을 겁니다, 대전사님. 봉우리를 올라가시는 길에도 기계 군단의 방해는 계속될 테니까요. 다만 성물을 전달하는 일이 더 중요한 일인 만큼, 대전사께서 해 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두 퀘스트 모두 난이도가 어마어마한 만큼, 이안이 난이도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고 착각한 것이다.

하지만 솔루미엘의 오해와 별개로 그녀의 말은 어쨌든 이안의 선택에 도움이 되었다.

‘그래, 뭘 선택해도 장단점이 있으니까. 퀘스트 스토리 상 중요해 보이는 쪽으로 움직이는 게 맞겠지.’

그리고 한 가지 더.

한 가지 생각지 못했던 사실까지 깨달은 이안은 그대로 선택을 확정할 수 있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성물 퀘를 받지 않으면 성물을 넘겨줘야 하잖아?’

고개를 주억거린 이안은 다시 솔루미엘을 향해 입을 열었다.

확실히 선택을 한 것이다.

“좋습니다. 역시 솔루미엘 님의 말씀처럼, 성물을 제가 직접 들고 움직이는 것이 낫겠군요.”

“옳으신 선택이십니다.”

“그럼 제가 직접 요람으로 이동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습니다.”

이안이 선택을 내린 순간,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올랐으며.

띠링-!

-퀘스트 내용을 선택하셨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반격의 시작 (에픽)(히든)(연계)’ 퀘스트의 내용이 확정되었습니다.

-‘반격의 시작 (에픽)(히든)(연계)’ 퀘스트를 수령하셨습니다!

이어서 확정된 퀘스트 창이 주르륵 하고 시야에 생성되었다.

<반격의 시작 (에픽)(히든)(연계)>

-땅의 정령들의 요람과도 같은 곳, 마타야 봉우리. 기계 문명과의 전쟁에서 모든 힘을 쏟아부은 트로웰은 힘을 되찾기 위해 마타야 봉우리의 성소인 ‘대지의 요람’에 잠들었다. 그리고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 트로웰이 모든 힘을 되찾지는 못했지만, 또다시 기계 문명의 대대적인 침공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중략…….

트로웰이 남긴 세 가지 성물을 성공적으로 회수한 당신이라면, 트로웰이 온전히 힘을 찾을 때 까지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성물을 가지고 대지의 요람으로 돌아가, 트로웰을 잠에서 깨우도록 하자.

-퀘스트 난이도 : SSSS+

-퀘스트 조건

파티에 90레벨(초월)이상의 정령술을 배운 ‘소환술사’클래스 유저가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파티에 ‘용암’, ‘삭풍’, ‘빙혼’ 중 하나의 인정을 받은 유저가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파티에 세 가지 대지의 성물을 가진 유저가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제한 시간 : 120분

*‘대지의 요람’에 도착하기 전에 한 가지 성물이라도 잃어버린다면 퀘스트는 실패하게 됩니다.

*‘대지의 요람’에 도착하기 전에 성물을 가진 유저가 사망한다면, 퀘스트는 실패하게 됩니다.

-보상 : 명성(초월) 20만, ‘트로웰’과의 친밀도 20 상승, 정령왕의 상자(대지), 태고의 땅 (신화)(초월)

* * *

눈앞에 떠오른 퀘스트 내용에 제니스는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뭐? 공략 불가? 지금 나랑 장난해?’

이 퀘스트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어려울지를 떠나 공략 불가 라는 단어는 마치 자신을 놀리는 것처럼 느껴졌으니 말이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퀘스트 못 받게 막아 놓던가…….’

하지만 다음 순간, 제니스의 표정이 다시 살짝 밝아졌다.

충격적인 난이도에 시선을 강탈당한 나머지 보지 못했던, 이 퀘스트의 특별한 요소를 발견했으니 말이다.

‘뭐지, 선택형 퀘스트? 그럼 그렇지!’

퀘스트에 선택지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조금 마음이 놓인 것이었다.

적어도 두 선택지 중 하나에는 공략 불가가 아닌 공략 가능한 난이도가 찍혀 있을 것이라 기대한 것.

물론 그런 제니스의 기대는 곧바로 산산조각 나 버렸지만 말이다.

-퀘스트 선택 권한이 없습니다.

-파티원 ‘이안’의 선택에 따라, 퀘스트가 자동 선택됩니다.

애초에 퀘스트 선택 권한도 없었던 데다, 두 선택지 모두 똑같이 공략 불가 난이도가 떠 있었던 것.

“하아…….”

절로 한숨을 쉰 제니스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이번 퀘스트에 실패할 것이라는 가정을 미리 해 두는 게 속이 편할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래, 어차피 퀘스트에 실패한다 해도, 지금까지 보상만으로 충분히 많잖아? 실패랑 별개로 어떻게 살아남기만 하면 되는 거야.’

정 답이 없어 보이면 퀘스트를 포기하고 런해도 된다는 생각에 다시 마음에 안정을 찾은 제니스.

‘파티에 이안갓이 있는 이상, 어떻게든 되겠지, 뭐.’

하지만 그러한 제니스의 안정은 잠시 후 또 한 번 박살 날 수밖에 없었다.

-파티원 ‘이안’의 선택에 의해 퀘스트 내용이 결정되었습니다.

-퀘스트 진행 방향에 따라, 파티가 자동으로 해제됩니다.

“뭐?”

성물 퀘스트를 선택한 이안은 별생각 없이 자신과 함께할 인원으로 제니스를 선택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자동으로 퀘스트가 갈려 버린 것이었다.

이안은 성물 퀘스트로, 제니스는 디펜스 퀘스트로.

퀘스트 이름만 같을 뿐, 아예 다른 퀘스트로 나뉘어 버린 것.

어느새 이안은 제니스와 파티였다는 사실조차 망각해 버렸던 것이다.

“자, 잠깐……!”

그 때문에 제니스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안이 없이 이런 미친 난이도의 퀘스트를 진행한다는 건, 생존이고 나발이고 그냥 자살행위라고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잠깐만요, 이, 이안 님!”

제니스는 본능적으로 이안을 불렀지만, 그녀의 그런 시도는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거기, 너!”

“네넷?!”

“감히, 일개 평전사가 절대자님의 존함을 입에 올리다니!”

“으아아, 죄송합니다!”

“신입이니 이번 한 번만 봐주도록 하겠다.”

“크흑.”

“대열을 이탈하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그녀가 속해 있던 소대의 소대장이 인상을 팍 찡그리며 그녀의 앞을 막은 것이다.

그 때문에 사면초가에 놓인 제니스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다른 방법은 없어.’

이대로 퀘스트를 진행하느니, 약간(?)의 페널티를 받더라도 퀘스트를 포기하고 로그아웃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

하지만 카일란의 시스템은 그녀의 이 마지막 선택지조차도 쉽게 선택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퀘스트를 포기할 시, 셀라무스 부족에 쌓은 모든 공적치가 사라집니다.

-퀘스트를 포기할 시, 셀라무스의 지도자 ‘폴 크로네’와의 친밀도가 30만큼 감소합니다.

-퀘스트를 포기할 시, ‘셀라무스의 소환술사’ 히든 클래스의 직업 퀘스트가 초기화됩니다.

그녀의 클래스 자체가 셀라무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퀘스트 포기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페널티가 있었던 것이다.

“아, 아아…….”

하여 결국 제니스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으로, 천천히 소대장을 따라 무거운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 * *

솔루미엘도 언급했지만, 이안이 선택할 수 있었던 두 가지 퀘스트 선택지는 같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었다.

무려 쿼드라 S등급에 +표기까지 붙은 사실상 현존하는 최고의 난이도 등급인 것.

하지만 이렇게 책정된 난이도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었으니, 실질 난이도와 절대 난이도라는 개념이 바로 그것이었다.

퀘스트에 명시된 난이도는 실질 난이도였고. 사실 절대 난이도를 놓고 본다면 요람에 직접 가는 선택지가 훨씬 더 어려운 난이도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이안이 가지고 있는 세 가지 대지의 성물.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만약 이안이 직접 성물을 전달한다면 성물 버프를 받은 채로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겠지만, 반면에 이안이 신단에 남아 디펜스 퀘스트를 선택했다면, 성물은 솔루미엘에게 인계해야 했을 테니 말이다.

파티의 전력을 배 이상 강화시켜 주는 세 가지의 성물 버프가 있고 없고는 당연히 실질적인 퀘스트 난이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것.

그래서 절대 난이도는 디펜스 퀘스트보다 성물 전달 퀘스트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질 난이도가 동일하게 표기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이안은 더욱 퀘스트에 대한 기대가 커지기 시작하였다.

‘성물을 감안해서 쿼드라 에스 난이도면…… 대체 어떤 놈들이랑 싸워야 된다는 거야?’

스릴 넘치는 전투도 전투지만, 퀘스트 과정에서 쓸어 담을 경험치와 보상들이 기대되는 것.

“자, 출발하자!”

“정말 이 인원으로 괜찮으시겠습니까, 대전사님?”

“이 이상의 인원이 동시에 움직이기엔…… 시간이 넉넉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게다가 인원이 많으면, 기계 문명의 눈에 띄기도 더 쉽겠지요.”

“역시 대전사님! 제가 그걸 생각 못 했군요.”

물론 이렇게 신이 난 이안과 별개로 사색이 된 사람도 하나 있었지만, 이안이 그렇게까지 섬세한 사람은 아니었다.

애초에 제니스와 함께한 이유 자체가 개인적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것일 뿐이었기 때문에.

그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된 이상,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다.

“음, 뭔가 빼 먹은 게 하나 있는 것 같긴 한데…… 생각나지 않는 것을 보니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닌가 보군.”

하여 솔루미엘과의 대화를 마무리한 이안은 빠르게 마타야 봉우리를 둘러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대지의 요람이 위치한 곳은 마타야의 최상부.

거리상으로는 그렇게까지 멀지 않은 곳이었지만, 120분이라는 시간이 분명 넉넉히 주어진 시간은 아닐 터.

그럴 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안은 바삐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카카, 긴장해서 정찰해 줘야 해.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고.”

“알겠다, 주인아.”

그리고 그렇게 10여 분 정도 이동했을 무렵.

꾸득- 꾸드드득-!

쿠우우웅!

“……?”

돌연 대지가 꿈틀거리며, 거대한 그림자가 튀어나와 이안의 앞을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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