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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905화 (908/1,027)

< 905화 5. 뿍뿍이의 활약 (2) >

* * *

거의 1시간이 가깝도록 이안이 뚫지 못했던 기계 드래곤의 회복 페이즈.

결국 이안이 이 벽을 넘기 위해 생각해 낸 방법은 회복 페이즈가 오기 전에 가능한 최대의 극딜을 넣는 것이었다.

‘저항력을 뚫는 것보단 이 방법이 낫겠어.’

저항력을 일정 부분 무시할 수 있는 ‘저항 관통’ 옵션을 제법 세팅하고 있는 이안조차도, 거의 상태 이상을 걸 수 없는 수준의 무지막지한 저항력.

이것은 사실상 ‘면역’이라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으니, 상태 이상으로 공략하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해 버린 것이다.

하여 그때부터 이안이 계산한 것은 가장 많은 딜을 넣기 좋은 상황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는 것.

이안이 판단한 기계 드래곤의 생명력은 천만 단위가 훌쩍 넘는 수준이었고, 이 정도 생명력을 단숨에 깎기 위해서는 평범한 방법으론 불가능하였다.

‘공중에서 넣을 수 있는 딜에는 한계가 있어. 어떻게든 지상으로 끌고 내려와서 두들겨 패야 해.’

물론 지금 들고 있는 성령의 심판 검이 아닌 심연의 심판 검을 사용한다면, DPS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라가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이안은 회복 페이즈 전에 생명력을 다 깎아 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하여 이안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최대한 많은 딜을 쑤셔 박으려면, 녀석을 바닥으로 끌고 내려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어렵겠지만 못 할 것도 없지.’

그것이 가능한 틈을 찾기 위해 치밀하게 기계 드래곤의 패턴을 분석하였으며, 피켄로의 방심을 유도하여 기회를 엿본 것이다.

강력한 물리력과 파괴력 때문에 평소에는 접근조차 하기 힘든 기계 드래곤.

그렇게 이안이 찾아낸 기계 드래곤의 빈틈은 바로 가장 강력한 기술인 ‘브레스’를 사용한 직후였다.

강력한 기술인 만큼 브레스를 뿜어낸 다음 걸리는 역동작은 제법 큰 수준이었고, 공간 왜곡에 빙하의 장막으로 생각지 못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면 녀석의 빈틈을 훅 파고들 수 있을 것이라 계산한 것이었다.

‘이렇게 깔끔하게 성공했고 말이지.’

콰쾅-!

운석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폭음을 일으키며 추락한 피켄로와 기계 드래곤.

그것을 확인한 이안의 두 눈이 예리하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지금……!’

뿍뿍이가 공중에서 기계 드래곤을 쥐어 패고 있던 사이, 이안도 가만히 구경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공간 왜곡으로 협곡 밑에 내려온 순간 이미 심연의 심판 검으로 무기를 다시 스와프하였고.

-‘성령의 심판 검’을 착용 해제 하였습니다.

-‘심연의 심판 검’을 착용하였습니다.

-이제부터 모든 공격에, 추가로 ‘어비스(Abyss)’ 속성이 부여됩니다.

서머너 나이트의 고유 능력들을 발동시켰으며.

-고유 능력, ‘바이탈리티 웨폰(Vitality Weapon)’을 발동하였습니다.

-‘성령의 심판 검’에 생명을 부여합니다.

-‘악마의 심판 검’에 생명을 부여합니다.

……중략…….

-고유 능력 ‘서먼 인카네이션(Summon Incarnation)’을 발동하였습니다.

-67%만큼의 전투 능력을 가진 분신을 생성합니다.

지상에 있던 기계 괴수들을 쓸어 담으며 ‘심판의 번개’를 빠르게 충전하였던 것이다.

-고유 능력 ‘삼위일체(三位一體)’를 활성화하였습니다.

-모든 심판 검의 속성을 ‘어비스(Abyss)’로 전환합니다.

뿍뿍이에게 붙잡힌 기계 드래곤이 지상으로 추락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정도면 이안이 ‘심판자’의 충전 효과를 끌어모으기에 충분한 시간.

-기계 전사 ‘로로투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로로투스’의 생명력이 590,192만큼 감소합니다.

-‘심판자’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

-29,509만큼의 피해량을 충전합니다.

……중략…….

-40,192만큼의 피해량을 충전합니다.

-37,211만큼의 피해량을 충전합니다.

……후략…….

이안과 이안의 분신들이 평범한(?) 기계 괴수들을 썰기 시작하자, 심판자의 충전량은 폭발적으로 차오르기 시작했으며.

쿵-!

기계 드래곤이 지상에 떨어져 내릴 즈음에는 거의 1~2천만에 육박하는 충전량을 쌓아 올린 것이다.

타격 한 번에 충전되는 충전량은 대략 2~5만 정도.

기본적으로 한 번에 여러 마리를 공격하는 데다 이안의 분신들까지 미친 듯이 날뛰니, 가능할 수 있었던 충전량인 것이다.

-현재까지 총 충전량 : 1,782,9105

그리고 삼위일체의 지속 시간이 끝난 바로 그 순간.

-고유 능력 ‘삼위일체(三位一體)’의 지속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심판의 번개’가 준비되었습니다.

일시에 모든 분신들의 움직임을 멈춘 이안은 그대로 기계 드래곤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아아앙-!

뿍뿍이의 브레스가 쏟아져 내리는 그 시점.

거의 동시나 다름없는 타이밍에, 심판의 번개까지 떨어져 내린 것이다.

콰쾅- 콰콰콰쾅-!

-소환수 ‘뿍뿍이’의 고유 능력, 어비스 브레스(Abys Breath)가 발동합니다.

-피켄로의 ‘기계 드래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기계 드래곤’의 내구도가 3,981,029만큼 감소합니다!

-‘심판의 번개’가 발동합니다.

-대상이 ‘보스’카테고리의 몬스터이므로, 위력이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피켄로의 ‘기계 드래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기계 드래곤’의 내구도가 9,285,123만큼 감소합니다!

……후략…….

브레스와 심판의 번개가 동시에 떨어져 내리니, 순간적으로 천만이 넘는 피해량을 한 번에 받아 버린 기계 드래곤.

“이, 이게 어떻게 된……!”

드래곤의 조종석 안에서 이미 정신이 혼미해져 있는 피켄로에게는 지금의 상황 자체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기계 드래곤’의 내구도가 50% 미만으로 감소하였습니다.

-‘기계 드래곤’의 저항력이 35%만큼 감소합니다.

-‘기계 드래곤’의 내구도가 30% 미만으로 감소하였습니다.

-‘기계 드래곤’의 물리, 마법 방어력이 40%만큼 감소합니다.

“으아아아……!”

속수무책으로 내구도가 터져 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켄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너무 무지막지한 데미지가 들어온 데다가 뿍뿍이의 육탄 공격이 추가로 계속 들어오니, 중력장 위에서 다시 날아오를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이안의 검에 난도질당하고 뿍뿍이에게 물어뜯기며, 무력하게 쓰러져 가는 거대한 기계 드래곤.

키에에엑-!

그 위에 마지막으로 뿍뿍이의 몸통만큼이나 거대한 망치가 떨어져 내렸다.

후우웅-!

이안이 마지막으로 남겨 뒀던 패인, 파괴의 해골 기사 ‘토르’.

풀 차징된 토르의 망치가, 그대로 기계 드래곤의 머리통을 짓이겨 버린 것이다.

-소환수 ‘토르’의 고유 능력 ‘파괴의 망치질’이 발동하였습니다.

-소환수 ‘토르’의 이동이 5초 동안 제한됩니다.

……중략…….

-충전 시간이 최대치에 도달하여, 위력이 1,000%만큼 증가합니다.

콰앙-!

-소환수 ‘토르’가 ‘기계 드래곤’에게 강력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대상의 방어 타입이 ‘무생물’이므로 위력이 358%만큼 증폭됩니다.

-‘기계 드래곤’의 내구력이 5,719,280만큼 감소합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도저히 무너뜨릴 수 없는 난공불락의 성 같았던 기계 드래곤의 신형이 서서히 스러지기 시작하였다.

“안 돼!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그긍- 그그긍-!

“으아아아!”

피켄로의 비명과 함께 기계 드래곤이 까맣게 녹아내린 것이다.

쿵-!

이어서 이안의 눈앞에 기분 좋은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띠링-!

-‘기계 드래곤’의 내구도가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기계 드래곤’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파괴의 군단장 ‘피켄로’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전장 공적치가 5,000%만큼 증가합니다.

……중략…….

-한계 이상의 공적치를 달성하셨습니다!

-한계 이상의 난이도를 돌파하셨습니다!

-모든 드롭 아이템의 티어가 한 단계 상승합니다!

-획득 경험치가 150%만큼 증가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98레벨(초월)이 되셨습니다!

-‘파괴의 망토(신화)(초월)’ 장비를 획득하셨습니다.

-‘파괴의 삼지창(신화)(초월)’ 장비를 획득하셨습니다.

……중략…….

-‘피켄로의 기계 설계도(신화)(초월)(고유)’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 * *

‘젠장……!’

루칼은 달리기 시작하였다.

그의 마지막 희망이 무너져 버렸으니, 이제 남은 것은 도주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저런 미친 NPC한테 덤볐었다니! 내가 제정신이 아니지.’

솔직히 30여 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루칼은 기계 드래곤의 승리를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숲의 대전사라는 녀석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스텟과 전투력 면에서 기계 드래곤이 압도적으로 뛰어나 보였으니 말이다.

만약 기계 드래곤이 대전사를 쉽게 잡지 못한다 하더라도, 반대로 기계 드래곤이 처치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

회복 페이즈에 차오르는 생명력을 보고 승리를 거의 확신하고 있었는데, 단숨에 이런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나와 버리니, 루칼로서는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제기랄, 카일란을 시작한 이래로 이런 최악의 상황은 또 처음이군.’

팽팽했던 전장은 피켄로의 사망으로 인해 이미 기울어진 지 오래였고, 여기서 루칼이 얻어 갈 수 있는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었다.

루칼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이제 살아 돌아가는 것뿐.

이 모든 전황과 숲의 대전사가 가진 능력들을 찰리스에게 보고한다면, 패전으로 인해 받는 페널티를 조금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후, 언젠간 저 괴물 같은 놈을 잡아야 할 텐데……. 기사 대전만 끝나고 나면 악착같이 파밍해야겠군.’

너덜너덜해진 생명력으로 전장을 겨우 빠져나와, 협곡의 남쪽을 향해 죽어라 달리는 루칼.

그나마 다행인 것은 루칼의 현재 직책이 일반 병사들과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에, 숲의 대전사와 셀라무스 병사들로부터 타깃 우선순위가 무척 낮다는 것이었다.

‘이제 조금만 더 움직이면……!’

어느새 전장을 벗어나 좁다란 협곡으로 들어선 루칼은 초조함에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이대로 5분 정도만 더 이동하면 다른 맵으로 이동할 수 있는 포탈이 나올 것이고, 거기까지만 성공적으로 도착하면 생존이 가능했으니 말이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사망 페널티까지 받아야 한다면, 한참 전에 사망한 요르간드가 오히려 더 나을 수준인 것.

악착같이 달린 루칼은 결국 포탈이 보이는 지역까지 도주하였고, 그제야 조금씩 안도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쫓아온 놈은 없겠지.”

주변을 둘러봐도 이제 셀라무스 진영의 병사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었다.

“후욱, 후욱.”

그제야 차오른 숨을 몰아쉬며, 잠시 숨을 고르는 루칼.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루칼의 귓전에 이질적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피이이잉-!

‘응?’

들릴 듯 말 듯 미세한 소리이긴 했으나, 분명한 ‘파공성’이 귓전에 흘러 들어온 것이다.

“……!”

루칼은 반사적으로 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고개를 치켜올렸고, 이어서 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그가 반응한 순간 이미, 날카로운 마력의 화살이 그의 명치를 관통하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커헉!”

높다란 절벽에서 로브를 펄럭이며 번쩍이는 지팡이를 들고 있는 의문의 그림자.

“너, 너는 누구……!”

하지만 생명력이 전부 소진된 루칼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고, 까맣게 변한 그의 신형은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내리고 말았다.

풀썩-.

그리고 그가 쓰러진 그 앞으로 낮은 공명음과 함께 까만 그림자가 불쑥 하고 솟아올랐다.

위이잉-.

흑백의 빛깔과 금장이 섞여 있는 한눈에 봐도 고급스런 장비를 두르고 있는 대마법사.

쓰러진 루칼의 앞까지 다가온 그의 입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안갓의 완벽한 전장에, 흠집이 생기게 둘 순 없지.”

어눌한 한국말로 중얼거리는 새하얀 외모의 마법사.

남자의 정체는 바로, 마크올리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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