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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904화 (907/1,027)

< 904화 5. 뿍뿍이의 활약 (1) >

꿀꺽-!

커다란 폭발음들과 함성 소리들.

쇠붙이 부대끼는 소리들이 어지럽게 가득 찬 전장 안에서, 올리버는 마치 시공간 속에 격리되기라도 한 듯, 그런 시끌벅적한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집중하고 있는 곳은 오로지 한 곳.

이안과 피켄로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협곡의 높다란 상공이었다.

‘정말 엄청나군!’

이안과 피켄로의 전투는 어지간한 블록버스터 영화의 한 장면만큼이나 화려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날렵한 기계 드래곤의 공격들을 이안이 하나하나 피해 내는 것만 보고 있어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했으니 말이다.

결코 작지 않은 덩치를 가진 아이언을 조종하면서, 피켄로의 예리한 공격들을 묘기 부리듯 피해 내는 이안.

그 와중에 야금야금 기계 드래곤의 내구력을 갉아먹는 검격을 보고 있노라면, 서커스를 보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이 쥐새끼 같은 노옴!”

기계음 섞인 분노한 피켄로의 목소리가 기계 드래곤의 입을 통해 터져 나온다.

얼마나 약이 올랐는지, 씩씩거리는 음성까지 고스란히 전달될 정도였다.

“다 이긴 것처럼 말하더니, 보여 줄 게 더 없나 보지?”

“닥쳐라! 곧 숨통을 끊어 줄 테니!”

“일단 숨통이 끊어질 때까진 조금 더 떠들어 볼래.”

“크아아악! 죽여 버리겠다!”

이안은 빙글빙글 웃으며 피켄로를 더욱 약 올렸고, 그런 이안을 보며 올리버는 흐뭇한 표정이 되었다.

‘크, 역시 이안갓! 이런 상황에서도 여유롭잖아?’

톱랭커인 올리버는 지금 이안과 피켄로의 전투를 거의 9할 이상 이해하고 있었다.

이런 수준 높은 전투일수록, 아는 만큼 더 많은 것들이 보이는 법.

올리버는 이안의 여유 넘치는 대사와 달리, 지금이 무척이나 아슬아슬한 상황이라는 것을 꿰고 있었던 것이다.

‘브레스 페이즈까지 대충 1분 정도 남았어. 아깐 드라고닉 베리어로 흡수했지만, 이번엔 재사용 대기시간 때문에 다른 방법을 써야 할 텐데…….’

처음부터 둘의 전투를 집중해서 지켜본 올리버는 피켄로와 기계 드래곤이 가진 모든 고유 능력들을 전부 다 꿰고 있었다.

대략적인 재사용 대기시간부터 시작하여, 위력과 버프 효과들까지.

직접 싸우고 있는 이안보다야 관전자의 입장에서 기억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하겠지만, 그런 것들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대단한 통찰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버티긴 버텨도…… 결국 회복 페이즈 전에 잡지 못하면 이기는 것도 힘들 텐데. 어떻게 할 셈이지, 이안?’

올리버가 생각하기에 지금 이안의 가장 큰 난관은 기계 드래곤의 다섯 번째 페이즈인 회복 페이즈를 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거의 20~30분 동안 야금야금 녀석의 생명력을 깎아 절반 이하로 만들어 놓으면, 그쯤 회복 페이즈가 돌아와서 생명력이 다시 한가득 차 버리니 말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역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상태 이상 효과 중 하나인 ‘회복 불가’ 효과.

‘회복 불가를 거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겠지만……. 저 녀석 정도 되는 보스라면 저항력이 만만치 않을 텐데.’

이안 정도 되는 랭커라면 분명 회복 불가 효과가 있는 고유 능력 하나쯤은 보유하고 있을 것이었고, 그것을 활용하여 회복 페이즈를 공략하는 게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안 또한 그 시도를 안 해 본 것이 아니었으나, 문제는 기계 드래곤의 어마어마한 저항력 스텟이었다.

회복 불가는커녕 기본적인 둔화 효과나 방어력 감소 효과도 저항해 버리는 녀석의 저항력 스텟은 정석적인 공략법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으니 말이다.

‘회복 불가가 안 먹힌다면 캐스팅 차단? 이것도 거의 불가능할 텐데…….’

올리버는 마치 자신이 이안의 입장이라도 된 듯, 고민을 거듭하기 시작하였다.

과연 자신이 이안이라면 어떤 방법으로 저 괴물을 처치할 수 있을지, 완벽히 몰입하여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다음 순간.

“어……?”

뭔가를 발견한 올리버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놀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 * *

기이이잉-!

고오오오오-!

듣기 거북한 기계금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커다란 기의 파동이 피켄로의 주변으로 용솟음치기 시작한다.

‘브레스 페이즈!’

하얀 빛으로 강렬하게 빛나는 저 기의 파동이 녀석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것을 파멸로 집어삼켜 버릴 강력한 용의 숨결이 뿜어져 나올 것이다.

“……!”

하지만 그것을 발견한 이안의 표정은 전혀 당황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쪽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는 이안.

“뿍뿍아.”

“뿍?”

“지금이야.”

이안은 기다렸다는 듯 오더를 내리며, 아이언의 날개를 활짝 펼쳐 올렸고.

쐐애애액-!

가능한 최고 속도로 드래곤의 입을 향해 날아올랐다.

“저, 저……!”

그것을 지켜보던 크로네와 올리버는 기겁을 했지만, 이안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이 그가 기다려 왔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으니 말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이어서 아이언을 탄 이안의 신형이 기계 드래곤의 코앞까지 다가선 순간.

“무모한 놈! 뒈져라!”

“공간 왜곡……!”

위이이잉-!

이안의 입에서 나직한 음성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그의 신형이 스르륵 허공으로 녹아 사라졌다.

이어서 그 자리에는 이안과 아이언 대신 더욱 거대한 한 마리의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캬아아오-!

군청빛의 영롱하고 짙푸른 비늘을 가진, 어비스 드래곤 뿍뿍이의 등장.

뿍뿍이가 등장하자마자 새햐얀 빛무리가 터져 나왔고, 그것은 폭발적인 속도로 그를 집어삼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크로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소환수 하나를 희생하긴 했지만, 절대자께선 무사하시군.”

하지만 그 안도의 표정도 잠시.

“……?”

크로네는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비스 드래곤을 집어삼키고 그 아래까지 퍼져 나갈 듯 보였던 드래곤의 브레스가 그를 집어삼키긴커녕, 바로 앞의 무언가에 막혀 소멸하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뭐, 뭐야?”

당황한 피켄로의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고, 쏟아지던 브레스는 깔끔하게 전부 소멸되었다.

그리고 브레스의 이펙트가 전부 사라지자, 사람들은 그것을 막아 낸 게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빙하의 장막……?”

뿍뿍이의 앞에 어느새 만들어져 있던, 투명하고 커다란 크기의 얼음 장막.

그것이 브레스를 모조리 흡수하며, 뿍뿍이의 앞에서 버텨 준 것이다.

그제야 어찌 된 것인지 깨달은 크로네는 이안의 순간판단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브레스는 결코 장막의 크기로 막아 낼 수 없는 범위의 스킬이었는데, 부채꼴 모양으로 퍼지는 스킬의 확산 형태를 이용하여, 거리를 최대한 좁힌 뒤 바로 앞을 틀어막아 버린 것이다.

어비스 드래곤의 고유 능력인, ‘빙하의 장막’을 이용해서 말이다.

공간 왜곡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컨트롤이었지만, 보는 이의 입장에서는 감탄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이런 미친……!”

더욱 열받은 피켄로가 분노를 토해 냈지만, 그의 분노는 다음 순간 비명으로 바뀌어 버렸다.

“커헉!”

생각지도 못했던 커다란 충격이 드래곤의 머리통을 가격하였으니 말이었다.

* * *

다른 신룡들과 뿍뿍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어찌 보면 무지막지한 피지컬에 있다.

뿍뿍이가 가진 첫 번째 고유 능력인 ‘마력 강화’로 인해, 무식하게 추가된 초월 스텟 말이다.

<마력 강화>

-심연의 드래곤은 신령스러운 영물을 흡수할 때마다 더욱 강력해집니다.(영초나 영단을 먹을 때마다 방어력과 생명력, 그리고 공격력이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현재 추가 공격력 : 4,798

-현재 추가 방어력 : 3,629

-현재 추가 생명력 : 592,809

*마력 강화로 인해 능력이 강해질수록, 몸집이 조금씩 거대해집니다.

그 때문에 물리력을 행사할 때만큼은 다른 신룡들을 월등히 압도하는 뿍뿍이었고, 그런 뿍뿍이의 꼬리치기는 기계 드래곤에게도 커다란 충격을 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콰앙-!

-소환수 ‘뿍뿍이’가 ‘기계 드래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기계 드래곤’의 내구도가 289,109만큼 감소합니다!

브레스가 막혀 당황한 사이, 뿍뿍이의 꼬리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기계 드래곤이 크게 휘청거리며 삐걱댔다.

그리고 그 위력에 당황한 피켄로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두 눈을 부릅떴다.

“이, 이럴 수가!”

특별한 고유 능력도 아니고 꼬리치기 한 방에, 수십만의 내구도가 깎일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이것은 뿍뿍이에게 집중된 물리력 버프와 ‘어비스’라는 속성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였지만, 그 짧은 시간에 피켄로가 그런 상황까지 파악해 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

이어서 충격 때문에 날갯짓이 멈춘 탓인지, 허공에 떠 있던 녀석의 신형이 살짝 아래로 하강하였다.

크그긍-!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칠 이안이 아니었다.

“뿍뿍아, 지금!”

크롸아아아!

“엘, 그레비티 필드(Gravity Field)!”

“알겠어요, 아빠!”

위이잉-!

이빨을 커다랗게 드러낸 뿍뿍이가 살짝 하강한 기계 드래곤의 위로 재빨리 뛰어들었다.

콰앙-!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그들의 전장 아래에 그래비티 필드가 작동하기 시작하였다.

-소환수 ‘엘카릭스’의 마법, ‘그레비티 필드(Gravity Field)’가 발동합니다.

-강력한 중력장이 발동합니다.

-범위 내에 있는 모든 존재의 무게가 2.5배 증가합니다.

-범위 내에 있는 모든 적에게 둔화 효과가 적용됩니다.

-‘기계 드래곤’이 둔화 효과에 저항하였습니다.

……후략…….

레이드급 보스 몬스터답게 기계 드래곤은 둔화 효과에 저항하였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중력장의 기본 효과는 저항할 수 없었다.

애초에 대상에게 걸리는 상태 이상 효과가 아닌, 필드 효과였으니 말이다.

“크허어어억-!”

기본적으로 무거운 기계 드래곤의 위에 뿍뿍이가 올라탔고, 그 합쳐진 무게가 2.5배로 증폭되니 드래곤은 더 이상 하늘을 날 수 없었다.

그긍- 그그긍-!

날개라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 어떻게든 벗어나 보겠지만, 지금 그의 등에는 뿍뿍이가 단단히 매달려 목덜미를 물어뜯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때문에 찢어지듯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는 기계 드래곤.

쐐애애액-.

중력가속도 때문에 드래곤의 추락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했으며, 잠시 후 드래곤의 거구는 그대로 바닥에 처박힐 수밖에 없었다.

콰앙-!

이어서 바닥에 충돌하기 직전, 허공으로 날아 오른 뿍뿍이가 녀석을 향해 입을 쩍 하고 들이밀었다.

지금껏 한없이 가볍던 뿍뿍이는 어디 갔는지, 무겁고 위압적인 목소리로 나직하게 입을 여는 뿍뿍이.

“어비스 브레스(Abys Breath)!”

그리고 다음 순간.

콰아아아-!

쩍 벌어진 뿍뿍이의 입에서 거대한 심연의 파도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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