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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902화 (905/1,027)

< 902화 4. 파괴의 군단 (2) >

* * *

모든 통제권이 돌아온 이안의 눈앞에서 거대한 기계 드래곤이 포효하기 시작하였다.

크롸아아아-!

덩치 하나만 놓고 봐도 어지간한 신룡 두셋은 합쳐 놓은 정도의 크기.

거의 ‘토르’와 맞먹는 거대한 드래곤이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르자, 이안을 비롯한 셀라무스의 전사들은 그 기세에 압도되지 않을 수 없었다.

‘초월 165레벨이라…….’

녀석과 눈이 마주친 이안의 이마를 타고, 한 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단지 초월 레벨만 165레벨일 뿐이라면, 이안은 별로 긴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물의 버프를 받은 지금, 단순 깡스텟만 높은 고철 덩어리는 충분히 박살 낼 자신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녀석이 단순히 레벨만 높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파괴의 기계 드래곤’이라는 이름.

녀석의 몬스터 등급은 신화 등급이었고, 그렇다면 분명 그에 걸맞은 고유 능력들을 가지고 있으리라.

‘무턱대고 들이댔다가는 순식간에 골로 갈 수 있겠어.’

하지만 긴장했다고 하여, 녀석을 상대할 자신이 없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었다.

오히려 강력하고 공략 난이도가 높은 적일수록, 더욱 흥분되는 것이 대부분 ‘랭커’들의 속성이었으니까.

그리고 강력한 적을 상대할수록 더 큰 보상이 돌아온다는 것은 모든 게임의 절대 명제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침착하게 아이언의 등에 오른 이안은 소환 가능한 모든 소환수들을 차례로 소환하였다.

위잉- 위잉-!

어차피 공중전을 벌여야 해서 협공 가능한 소환수는 한정되지만, 비행이 불가능한 소환수들도 판을 까는 데에는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었다.

상대는 기계 드래곤 혼자가 아니었으니까.

“라이, 할리. 너희 카카랑 같이, 서포터 찾아서 견제해 줘.”

“크릉, 알겠다, 주인!”

“크르릉!”

“상대하기 힘든 적이면, 캐스팅만 끊어 줘도 돼.”

“그렇게 하겠다, 주인!”

“크르르릉!”

전설 등급인 라이와 영웅 등급인 할리는 아무래도 다른 신화 등급의 소환수들에 비해 전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동성만큼은 오히려 더 나은 면도 있어서, 전장의 판을 까는 데 도움이 많이 되는 녀석들이었다.

이런 강력한 보스급 몬스터의 경우 가벼운 버프 몇 개만 걸려도 기하급수적으로 강력해지는데, 라이와 할리가 그것만 지속적으로 끊어 줘도 훨씬 상대하기 편해질 테니 말이었다.

그리고 두 소환수가 명령을 수행하기 시작한 즉시.

우웅- 우우웅-!

한 번에 각기 다른 빛깔을 띤 다섯 줄기의 빛이 허공에서부터 쏟아져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캬아오-!

스하아아-!

이어서 그 빛무리들 사이로 다섯 마리의 드래곤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카르세우스와 엘카릭스. 그리고 루가릭스.

세 마리의 신룡들에 이어 등장한 어비스 드래곤 뿍뿍이.

마지막으로 용암의 드래곤인 라카도르의 등장이었다.

그야말로 카일란을 플레이하는 소환술사라면, 누구나 동경할 수밖에 없는 장대한 광경!

“감히 고철 덩어리 따위가, 용족의 모습을 본뜨다니. 건방지군.”

“용암의 힘으로 단숨에 녹여 없애 주마!”

“성전의 힘으로…….”

“어둠의 마력 안에 가둬 주지.”

“뿍…… 아니, 크아아아!”

드래곤 테이머인 카노엘보다도 더 강력하고 많은 드래곤들을 보유한 이안.

한순간에 다섯 마리의 드래곤들이 등장하자, 이번에는 파괴의 군단이 압도당하기 시작하였다.

“갑자기 드래곤들이 나타났어!”

“어, 어떻게……?”

한눈에 보아도 강력해 보이는 드래곤들이 나타나니, 위축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라바 드래곤 라카도르의 경우, 원래 샤이야 봉우리에 잠들어 있던 존재.

오래 전부터 정령계를 침공해 왔던 파괴의 군단장 피켄로는 라카도르에 대해 알고 있었다.

“라바 드래곤이라…… 이거 재밌군.”

“뭐가 말인가?”

“결국 정령계 녀석들이, 잠들어 있던 네놈까지 깨워 냈구나.”

“크르르…… 날 알고 있는 모양이로군.”

“봉인할 것이 아니라 소멸시켰어야 했거늘…….”

비터스텔라는 기계 문명의 힘이 잠식하지 못한 성역이었으나, 그렇다고 하여 그들의 발이 닿지 않은 곳은 아니었다.

다만 모든 힘이 봉인되어 있어 기계 문명에서 탈취할 수 없었던 것일 뿐.

그들은 한때 제집처럼 비터스텔라를 활보하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샤이야 봉우리의 꼭대기에 있던 분화구에도 기계 문명의 발길은 닿았다.

기계 문명은 분화구 아래의 용암에 잠들어 있던 라카도르를 발견했었고, 그가 깨어나 정령계를 돕지 못하도록 화구를 봉인했던 것이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라카도르를 소멸시키는 것이었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기계 문명으로서도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라카도르 자체가 강력한 것은 차치하고, 모든 것을 녹여 버릴 듯 활활 타오르는 용암 안으로, 기계들이 접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여하튼 그러한 이유로 라카도르에 대해 알고 있는 피켄로.

이안은 그들의 대화를 흥미롭게 구경하였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내가 들어갔던 그 던전도 기계 문명의 손길이 닿아 만들어졌던 거군.’

더 구체적인 내용까지야 알 수 없었지만, 재밌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된 이안.

이안은 소소한 재미를 느끼며, 어느새 전부 소환수들을 본격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카이자르, 헬라임.”

“예, 폐하.”

“불렀는가.”

“내가 저놈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 정리를 좀 부탁할게.”

“명을 받듭니다.”

“그러도록 하겠다.”

펄럭-!

중간계에 가신들을 불러온 이후, 카이자르와 헬라임은 각각 핀과 까망이를 고정적으로 탑승하고 다녔다.

강력한 두 가신들에게 기동성을 더해 줄 수 있는 가장 궁합이 좋은 소환수들이 그 둘이었던 것.

특히 까망이의 경우 어둠 속성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헬라임의 고유 능력들에, 그야말로 완벽하게 어울리는 소환수라 할 수 있었다.

까망이와 헬라임의 힘이 합쳐지면 어지간한 랭커들은 명함도 내밀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두 가신들까지 정확한 포지션을 잡자,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되기 시작하였다.

“숲의 대전사…… 어디서 이렇게 많은 드래곤들을 데려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그극- 철컹-!

“결국 소용없을 것이다.”

“정말?”

“용족들의 힘을 근간으로 만들어 낸 전투 병기가, 바로 이 녀석이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울려 퍼지는 피켄로의 대사에 이안은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대꾸하였다.

“피켄로, 그거 알아?”

“뭘 말인가.”

“짝퉁은 결코 진품이 될 수 없어.”

“……?”

이어서 어비스 드래곤 뿍뿍이의 거구가 먼저 피켄로를 향해 날아올랐다.

* * *

이안이 알고 있던 것처럼 셀라무스 부족은 원래 사막의 부족에서부터 시작된 고대의 부족이었다.

처음에는 여느 사막 부족들처럼, 대부분 전사 클래스와 암살자 클래스의 부족원들로 구성되었던 것이다.

특히나 초기에 셀라무스 부족을 이끌던 지도자들의 대부분은 순수한 전사 클래스의 사막 전사들.

‘에오스 님께서 나타나시기 전만 하더라도…… 확실히 그랬다고 들었었지.’

다만 고대의 절대자인 ‘에오스’가 소환술사로서 절대적인 능력을 보여 주며 사막 부족들을 제패하였고, 그로 인해 셀라무스 부족의 색깔은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사막 전사의 강인한 힘에 소환술이 접목되면서, 셀라무스 부족만의 특별한 히든 클래스가 탄생한 것이다.

그 때문에 셀라무스 부족의 전사들은 대부분 소환수의 힘을 사용할 줄 알았고, 그들의 힘으로 자신의 전투력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 줄 알았다.

하여 셀라무스의 지도자 ‘크로네’는 당금의 절대자 이안 또한 당연히 소환수를 부릴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다.

소환수의 힘을 사용할 줄 모른다면, 아무리 대단한 이라 하더라도 셀라무스의 절대자라는 칭호는 얻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그러나 그런 예상을 미리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안이 보여 준 장관은 크로네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과거의 절대자 에오스도 용족의 힘을 빌려 사용할 줄 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여러 마리의 신룡을 소환했다는 이야기는 듣도 보도 못했으니 말이다.

셀라무스의 전사들이 소환수의 힘을 빌릴 줄 안다고 해서 퓨어한 소환술사들처럼 많은 소환수들을 소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지금 이안은 전투력을 떠나 소환술 자체만으로도 초월적인 능력을 보여 주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오오, 이것이 절대자의 힘!”

그 때문에 이안이 보여 준 이 광경은 셀라무스 전사들의 사기를 한껏 북돋기에 충분하였다.

아무리 크로네가 절대자의 능력을 알아보았다 하더라도, 일반 전사들의 입장에서는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눈앞에 그 능력을 보여 주니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절대자께서 우릴 이끄신다!”

“저 더러운 기계 문명의 파괴자들을 처단하라!”

“와아아아……!”

하지만 그 모든 셀라무스의 인원들 중 가장 놀란 사람은 따로 있었으니.

그녀는 바로 이안과 함께 부락에 왔던, ‘셀라무스의 소환술사’ 제니스였다.

“저, 저게 정말 유저라고?”

클래스의 특성상, 제니스야말로 이안이 보여 주는 퍼포먼스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랭커 중 한 명이었으니 말이다.

소환술사이면서 셀라무스의 능력들을 사용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유저인 제니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

그녀는 사실, 처음 이안이 셀라무스의 절대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만 하더라도 크게 경악하지 않았었다.

물론 처음에야 놀랐지만, 지금까지 이안이 보여 준 전투력을 볼 때 충분히 가능하다고 납득되었으니 말이다.

그간 소환술사로서 비상식적인 전투 능력을 보여 줄 때마다 대체 어떤 히든 클래스일지 궁금했었는데, 셀라무스의 절대자라면 그 전투 능력도 설명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소환수를 활용한 전투 능력보다도 홀로 날뛰는 매드 무비가 많은 이안이다 보니, 아예 이안의 히든 클래스를 ‘셀라무스의 절대자’로 짐작해 버린 것.

하지만 이안이 모든 소환수를 일시에 소환하며 총력전을 펼치기 시작하자, 제니스가 짐작했던 모든 가정들이 송두리 채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생각하는 셀라무스의 클래스라면 절대로 저런 소환 능력을 보여 줄 수 없었으니 말이다.

‘이건 말도 안 돼.’

게다가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된 시점, 심판 검을 들고 날뛰는 이안의 모습은 그 단일 전투 능력만으로도 제니스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이었다.

콰콰쾅-!

피켄로를 보좌하던 다른 기계 괴수들이 이안의 검격에 순식간에 박살 났으니까.

무려 초월 130레벨대의, 제니스로서는 생사를 걸고 싸워야 할 만한 괴물들이 말이다.

“와…….”

그저 일반 병사로 참전한 제니스의 입장에서는 입을 쩍 벌린 채 감탄밖에 할 수 없는 것.

‘류첸? 아르케인? 카이? 걔들이 과연 이안을 상대할 수 있을까?’

커뮤니티에서 종종 이안과 동일선상에 언급되는 랭커들을 떠올린 제니스는 곧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니스가 생각하기에 그들은 이안이 가진 진면목의 절반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물론 오늘까진 나도 그랬지만…….’

공적을 쌓아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것인지, 이안의 플레이에 몰입하여 멍한 표정이 된 제니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관전(?)은 그리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콰콰쾅-!

슬슬 피켄로도 강력한 고유 능력을 드러내었고, 덕분에 전황이 더욱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하였으니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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