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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898화 (901/1,027)

< 898화 3. 암살자 요르간드 (1) >

촤악-!

-파티원 ‘로니아’가 숲의 대전사 ‘???’로부터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파티원, ‘로니아’ 유저의 생명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파티원 ‘로니아’ 유저가 게임에서 아웃되었습니다.

-‘로니아’가 파티에서 탈퇴하였습니다.

“……!”

눈앞에서 벌어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순간적으로 루칼의 몸이 굳어 버렸다.

‘한 방……? 한 방이라고?’

첫 번째 타깃이 되어 아웃된 길드원 ‘휴고르’의 경우 그래도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었다.

여러 발의 화살에 순간적으로 머리를 저격당하였으니.

헤드샷 특성상 방어력 무시 데미지가 들어왔을 수도 있었고, 그러면 불가능한 수준의 결과는 아니었으니 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야기가 좀 달랐다.

로니아가 파티에서 가장 레벨이 낮은 70레벨대인 것은 맞았지만, 어쨌든 그녀는 기사 클래스의 유저였으니 말이다.

루칼 자신이 가장 강력한 기술을 사용하여 무방비 상태인 로니아를 공격했다 하더라도, 한 번에 절반 이상의 생명력을 깎지는 못하였을 터.

그런데 지금 눈앞에 나타난 괴물은 어떤 스킬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냥 갑자기 달려들더니 검을 휙 휘둘렀는데, 탱커 포지션의 기사 클래스 길드원 하나가 바사삭 하고 부서져 버렸으니 말이었다.

‘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이……!’

침착해야 했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침착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이 시점이야말로, 길드 마스터이자 이 선봉대의 리더인 루칼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타이밍이었으니까.

상황이 어쨌든 아직까지 희생자는 단 두 명.

루칼과 요르간드에게는 아직 서른 명도 넘는 기계 군단과 열 명의 다른 길드원들이 있었고, 적이 아무리 강해 보인다고 해도 정확히 파악조차 못한 상황에 도주를 선택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정말 놈이 혼자인지. 그것부터 확인해 봐야 해.’

루칼은 빠르게 길드원들을 뒤로 물린 뒤, 재빨리 주변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그사이에 기계 병사 한 기가 추가로 터져 나갔지만, 그 정도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다.

-파괴의 군단 ‘돌격병’이 숲의 대전사 ‘???’로부터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파괴의 군단 ‘돌격병’이 파괴되었습니다!

돌격병 하나의 희생으로 번 시간을 이용해, 빠르게 지형 탐색을 마친 루칼.

하지만 탐색 결과는 루칼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기 시작하였다.

‘진짜 혼자잖아?’

녀석이 만약 다른 병력을 이끌고 온 것이라면 고민 없이 도주를 선택할 생각이었는데, 놀랍게도 정말 혼자서 나타난 놈이었으니 말이었다.

‘그럼 대체 화살은 누가 쏜 거지?’

저격수와 대검전사가 동일 인물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기에, 더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는 혼란.

그런데 그 순간.

“……!”

혼돈 속에 빠져 있던 루칼의 시야에 그의 선택 장애를 해결해 줄 단어가 하나 들어왔다.

-숲의 대전사 ‘???’로부터…….

녀석이 날뜀과 동시에 주르륵 떠오른 메시지들에서, 공통적인 단어 하나를 발견한 것이었다.

‘잠깐, 숲의 대전사라면……!’

루칼의 머리가 더욱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피켄로와의 대화 내용을 떠올린 그는 곧바로 퀘스트 정보를 확인하였다.

‘이 녀석, 적장이었잖아?’

루칼이 그 사실을 비교적 늦게 깨달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적장이 홀로 매복을 저지하러 나타나는 경우는 어떤 전장을 봐도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금 늦게라도 이런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으니,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어쩐지. 말도 안 되는 전투력이더라니……. 정령계 진영의 총사령관 격인 녀석이었군.’

루칼은 이제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상식 밖으로 강력한 전투력도, ‘숲의 대전사’라는 단어 하나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라카토리움 진영으로 따지면 파괴의 군단장인 ‘피켄로’와 동급이라는 이야긴데, 피켄로의 초월 레벨은 150에 육박하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루칼은 깨달음을 얻음과 동시에 탐욕이 끓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병력을 다 잃어도 상관없어. 저놈만 잡을 수 있다면……!’

전장에서 적장을 베는 것만큼, 막대한 공헌도를 얻을 수 있는 전공도 없다.

심지어 이렇게 어마어마한 수준의 대규모 전투라면, 어떤 보상을 얻을 수 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잡는다. 이건 신이 주신 기회야.’

생각을 결정한 루칼의 시선이 자연스레 옆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순간, 허공에서 요르간드와 눈이 마주쳤다.

“요르간드, 한번 해 보자.”

요르간드는 루칼의 말을 대번에 이해하였다.

그 또한 루칼과 거의 동시에 숲의 대전사가 적장임을 인지하였으니 말이었다.

“좋아, 형. 어떻게든 한번 따 보자고.”

“너만 믿는다.”

요르간드는 암살자 클래스에 한해서 카일란 글로벌 서버를 통틀어 최고의 실력자였다.

적어도 루칼이 아는 암살자 중에 요르간드보다 뛰어난 실력자는 없었다.

그 때문에 그의 존재가 루칼의 결정에 큰 역할을 한 것이기도 하였다.

‘그래. 암살이 답이다. 어떻게든 기회를 한 번만 잡으면 돼.’

전장을 바라보는 루칼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지기 시작하였다.

* * *

이안에게는 세 자루의 심판 검이 있다.

그중에 이안이 지금 들고 있는 것은 가장 마지막에 얻은 심판 검인 ‘심연의 심판 검’이었다.

그리고 그에는 당연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역시 상성이 좋으니, 무 썰리듯 썰리는구먼.’

카일란의 세 가지 초월 속성 중 하나인 어비스.

시온 속성은 데몬 속성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데몬 속성은 어비스 속성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마지막으로 어비스 속성은 시온 속성에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것이 바로 이안이 심연의 심판 검을 휘두르며 날뛰고 있는 이유였다.

‘역시 기계 병사들 대부분이 시온 속성을 가지고 있군.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말이야.’

인간 진영인 이안은 모르는 사실이지만 많은 기계 병사들이 ‘시온’속성을 가지고 있는 데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기계에 정령을 융합할 때 만들어지는 속성이 시온이기 때문.

퓨어한 기계 기술로만 만들어진 기계 괴수들의 경우 무속성이었지만, 자아가 있는 기계 병사들의 경우 대부분 정령의 힘과 융합하여 탄생된 개체들이었다.

그 때문에 시온 속성을 가진 녀석들이 대다수인 것이고 말이다.

‘이거 서머너 나이트 스킬들은 아껴도 되겠네. 재사용 대기시간도 긴데 여기서 쓸 필요가 없겠군.’

하여 이안은 지금 마치 양 떼를 학살하는 늑대 같은 기분이었다.

적들은 칼질 몇 번에 반파되는 반면, 자신의 생명력에는 기스조차 나지 않고 있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이안은 지금 전력을 다해 모든 공격을 피하는 것도 아니었다.

더 빠르게 딜을 넣기 위해서, 어느 정도 맞아 줘도 될 만한 공격들은 일부러 맞아 주기까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안이 이렇게 단단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심판 검의 고유 능력 덕분이었다.

심연의 심판 검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고유 능력인 ‘심연의 보호’ 패시브.

어비스 속성의 실드를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이 패시브는 이안을 거의 완벽하게 보호해 주고 있었다.

*심연의 보호(패시브)

-‘무기 막기’ 혹은 ‘방패 막기’로 적의 공격을 방어할 때마다, 흡수한 피해량의 10%만큼 어비스 속성의 실드가 생성됩니다. 누적된 실드가 최대 생명력의 50%를 초과할 시 더 이상 실드가 쌓이지 않으며, 초과된 수치만큼 ‘심연의 심판 검’의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실드는 데몬 속성의 공격에 2배의 피해를 입으며, 시온 속성의 공격에 절반의 피해를 입습니다.

‘흐음, 일부러 좀 맞아 줘야 되나? 실드가 깎일 생각을 안 하는구먼그래.’

실드가 깎이기는커녕 누적된 피해량 탓에, 이미 2배 가까이 증가해 버린 심판 검의 공격력.

그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이안의 공격력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그르르륵-!

“건방진 인간 놈을 죽여라!”

“그 솜방망이 같은 둔기로 실드는 깎을 수 있고?”

“크어어억-! 쥐새끼 같은 놈!”

퍼어엉-!

-파괴의 군단 ‘돌격 전사’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심연의 낙인 스텍(2/3)

-파괴의 군단 ‘돌격 전사’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심연의 낙인 스텍 (3/3)

-연속 3회 치명타를 적중시켜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파괴의 군단 ‘돌격 전사’의 심장에서, 심연의 낙인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다만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적들이 너무 빨리 죽어 버린다는 것이었다.

심판 검의 또 다른 고유 능력인 ‘심연의 낙인’은 그것을 발동시킨 뒤부터가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는 고유 능력이었는데, 낙인이 발동되는 시점에 대상은 이미 빈사 상태였으니 말이었다.

-파괴의 군단 ‘돌격 전사’를 성공적으로 처치했습니다!

-전공을 598만큼 획득하였습니다.

-현재까지 전장 활약 등급 : SS+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에 이안은 히죽 웃으며 생각하였다.

‘크, 대지의 버프 삼종 세트 진짜 끝내주네.’

이어서 이안의 시선이 전장을 한 차례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이제 한 절반 정도 잡은 건가?’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안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 머저리들은 대체 왜 도망치지 않는 거지? 이쯤 되면 아무리 AI라 해도, 이 전력으로 날 상대할 수 없단 정도는 깨달았을 텐데…….’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음……?’

날카로운 파공성을 느낀 이안의 동공이 살짝 확대되었다.

쐐애액-!

이어서 이안의 입꼬리에, 히죽 미소가 피어올랐다.

* * *

카일란에서 암살자 클래스는 그 어떤 클래스보다도 PVP에 최적화된 클래스였다.

최근에는 암살자 계열의 여러 가지 히든 클래스들도 나오고 특수한 고유 능력들도 많이 발견되어, 다양한 콘셉트로 성장한 암살자들이 심심찮게 등장하였지만, 결국에 모든 암살자 클래스들의 꽃은 타깃을 순식간에 삭제시켜 버리는 ‘암살’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지금 어둠 속에 숨어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요르간드에게도 마찬가지였고 말이었다.

‘네임드이긴 하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정말 괴물 같은 NPC녀석이군.’

요르간드는 이안을 NPC라고 착각하고 있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었다.

녀석이 NPC이건 유저이건.

지금 그의 전투력으로 상대하기 힘든 녀석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없는 것이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었다.

1:1의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 냈을 그였는데, 이렇게 난전에 가까운 전장 안에서는 훨씬 더 해 볼 만 한 것이 바로 암살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한 10분 여 정도 숨죽이고 이안을 관찰한 요르간드는 제법 날카롭게 이안을 파악하고 있었다.

‘지금 녀석에게 기스도 나지 않는 이유가 저 괴상한 실드 때문인 것 같은데……. 저것만 벗겨 내면 충분히 잡을 수 있어.’

요르간드가 포착한 것은 이안에게 들어가고 있는 데미지였다.

분명 이안 또한 공격을 받으면 눈에 띄는 수준의 게이지가 깎여 나갔는데, 단지 그게 곧바로 실드로 메워질 뿐이었으니 말이다.

시스템 메시지에 노출되는 딜 수치도 그렇고, 제대로 된 기회만 잡으면 충분히 순간적인 암살을 시도해 볼 만 하다고 판단한 것.

‘전투 AI가 상당한 녀석인 것 같긴 한데, 의외로 회피 능력이나 반사 신경은 별로야. 이걸 최대한 활용해야겠어.’

하여 요르간드는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확실한 기회를 기다렸다.

이안의 목덜미에 정확히 단검을 꽂아 넣을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말이다.

스으윽-!

-‘어둠의 포식자’ 고유 능력이 발동합니다.

-‘어둠’ 속성의 폭발 검기가 충전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5분 정도의 시간이 더 지났을까?

‘그래, 지금……!’

요르간드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끊임없이 검을 휘두르던 녀석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잠시 주춤거린 것이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칠 요르간드가 아니었다.

-고유 능력 ‘공간 이격’을 발동하였습니다.

-고유 능력 ‘그림자 검날’을 발동하였습니다.

……중략…….

요르간드는 마치 동물적인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준비해 둔 모든 고유 능력을 발동시키며 튀어 나갔던 것이다.

순식간에 공간을 뛰어넘으며 어둠 속에서 나타난 요르간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는 그의 검날은 정확히 이안의 뒷덜미를 향하고 있었고, 그 검극이 이안에게까지 도달하는 데 까지는 정말 순식간에 불과하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요르간드는 확신할 수 있었다.

‘됐어……!’

이 공격은 성공하였고, 잠시 후면 녀석의 신형이 까맣게 부서져 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커헉……?”

요르간드는 저도 모르게 헛바람을 집어삼킬 수밖에 없었다.

쉬이익-.

분명히 이안의 목덜미를 찢고 지나갔어야 할 그의 검날에 아무런 감촉도 느껴지지 않았으니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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