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2화 5. 대지의 심장 (2) >
* * *
<비자르 협곡의 전투 (에픽)(연계)>
-그락투스 일족의 부락을 무사히 찾아낸 당신은, 그들로부터 두 번째 대지의 힘을 회수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리하여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대지의 힘인 ‘대지의 결의’. ……중략……. 하지만 ‘대지의 결의’를 찾아 북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비자르 협곡을 포위하고 있는 기계 문명의 군대를 물리쳐야 한다. 그들은 트로웰이 깨어나는 것을 어떻게든 막으려 할 것이니 말이다. ……중략…… 가이아스는 당신을 돕기 위해, 그락투스의 정예 전사들을 지원해 주기로 하였다. 그들을 잘 활용한다면, 강력한 기계 문명의 군단을 상대로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SS+
-퀘스트 조건 : 모든 파티원이 ‘그락투스 일족의 부락을 찾아서 (에픽)(연계)’퀘스트를 진행 중인 상태여야 합니다. 파티에 ‘대지의 눈’과 ‘대지의 심장’을 보유 중인 유저가 있어야 합니다. 모든 파티원이 ‘정령왕의 사자(대지)’ 자격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제한 시간 : 없음
*남은 기계 군단의 수 : 784(시간을 오래 끈다면, 추가 지원 병력이 유입될 수 있습니다.)
*기계 군단의 병력이 50기 이하로 남아야, 협곡 바깥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다음 연계 퀘스트가 활성화 됩니다.(‘셀라무스 일족의 부락을 찾아서’ 퀘스트)
*그락투스 일족의 평전사 50명과 정예 전사 3명이 파티에 합류합니다.
*정예 전사 셋은, 유저가 직접 선택할 수 있습니다.
-보상 : 명성(초월) 1만 5천, ‘그락투스’부족과의 친밀도+25, ‘숲의 대전사’ 칭호의 봉인 해제
퀘스트를 받은 이안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퀘스트 창을 꼼꼼히 살펴 보았다.
모든 정보를 꼼꼼히 살펴야 가장 효율적으로 퀘스트를 클리어 할 수 있음도 물론이었으며, 그 정보들로 인해 차후에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그리고 모든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이안은, 퀘스트 창의 가장 하단에 있는 한 줄의 문구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정예 전사 셋을, 유저가 선택할 수 있다고?’
이안은 그락투스 일족에 대해 잘 모른다.
그 때문에 ‘평전사’와 ‘정예 전사’의 개념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하지만 흥미가 동하는 것은, 그것과 별개라고 할 수 있었다.
병력 구성에 있어서 어떤 선택권이 주어진다는 사실 자체가, 충분히 재밌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이안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가이아스의 말이 이어졌다.
-자네를 도와 저 기계 문명을 물리칠, 그락투스의 전사들을 소개하도록 하지.
“오……!”
-이들 중 셋을 자네에게 붙여 주겠네. 마음 같아서는 다 함께 기계 문명을 공격하고 싶지만, 이곳 부락을 지킬 병력도 필요하니 말이야.
“그야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구구궁-!
쿵-쿵-쿵-.
이안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이아스의 뒤편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잠시 후, 총 열 기의 거대한 골렘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가이아스만큼 크고 화려한 위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충분히 강력해 보이는 골렘 전사들.
그들의 외형을 훑어보며, 이안은 흡족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평범한 골렘이나 엘라시움의 거신족들과는, 확실히 또 다른 느낌이야.’
굳이 따지자면 그락투스 일족의 전사들은, 평범한 골렘 쪽에 외형이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모든 신체가 바윗덩이와 자연물들로 만들어져 있었으니, 얼핏 봐서는 일반적인 골렘으로 생각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골렘들과 가장 큰 차이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체형이었다.
일반적인 골렘들은 전반적으로 굵직하고 둔한 느낌의 외형을 가지고 있다면, 그락투스 일족의 비율은 일반적인 인체와 크게 다를 바 없었으니 말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체격 좋은 남성의 비율 정도.
그런 측면에서는 엘라시움의 거신족들과 닮아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하나같이 고대의 전장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던 용사들일세.
“그렇군요.”
-누구와 함께하여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야.
이안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락투스 대전사들의 정보 창을 하나하나 열어 보았다.
마치 소환수를 고를 때처럼, 신중한 마음가짐이었다.
‘일단 가장 처음 봐야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레벨과 스텟이겠지?’
유저든 NPC든, 아니면 소환수가 되었든.
카일란의 정보 창 구조는, 거의 비슷한 형식으로 만들어 져 있었다.
그 때문에 밥 먹듯 소환수들을 분석하는 이안으로선, 그락투스 전사들의 스텟 비교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레벨은 전부 135레벨로 동일하고…… 스텟 총합까지도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네.’
10개의 정보 창을 순식간에 훑은 이안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전투력이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선택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이 가진 고유 능력이 될 것이었다.
‘대지의 성물들이 가진 패시브 고유 능력과도, 조합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하겠지.’
모든 그락투스 일족은 기본적으로 대지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이들은 전부 ‘대지의 통찰’패시브와 ‘대지의 용맹’ 패시브를 받을 수 있을 것.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전력으로도 전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었다.
‘고유 능력들도 다 쓸 만해서, 선택이 쉽지만은 않네.’
스텟을 분석할 때보다, 한층 더 고심하는 표정이 된 이안.
그리고 그렇게 1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이안은 모든 선택을 마칠 수 있었다.
“켄들로프, 툴란, 요르틴. 이 셋과 함께하겠습니다, 가이아스 님.”
이안의 선택을 들은 가이아스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훌륭한 선택이군. 좋아.
척-!
말을 마친 가이아스는,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굳건히 닫혀 있던 그락투스의 성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자, 이제 저 기계 문명들을 박살 내 주시게, 숲의 대전사여. 그대의 지혜와 용맹. 그리고 우리 그락투스의 힘이 합해진다면, 저 더러운 기계 문명 정도는 충분히 물리칠 수 있을 것이야.
이어서 이안의 눈앞에, 퀘스트의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가 주르륵 하고 떠올랐다.
띠링-!
-그락투스의 정예 전사, ‘켄들로프’가 파티에 합류합니다.
-그락투스의 정예 전사, ‘툴란’이 파티에…….
-……중략……
-오십 기의 그락투스 평전사가 파티에 합류하였습니다.
-모든 파티의 지휘권이 ‘이안’유저에게 부여됩니다.
그리고 이런 대규모의 전장을 지휘하는 게 오랜만인 이안의 입꼬리가, 천천히 말려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좋아, 대충 팔백 대 육십 정도 되는 건가? 다 박살 내 주겠어!’
* * *
“죄, 죄송합니다, 찰리스 님! 놈이 너무 강력하여…….”
“후발 부대가 패전하였다고 합니다. 다행히 병력 손실은 많지 않으나, 숲의 대전사는 놓쳤다고…….”
“숲의 대전사가 그락투스의 요새 안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찰리스 님. 어찌할까요?”
찰리스 학파의 마탑 꼭대기.
하루 종일 전황에 대한 보고를 받던 그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이 머저리 같은 놈들! 대체 네놈들을 할 줄 아는 게 무엇이냐!”
“커헉……! 죄, 죄송합니다!”
수많은 기계 병력과 전투 병기들을 동원하여 지원군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전황과 관련된 좋은 소식이 들려온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가 원한 것은 단 하나, 숲의 대전사를 저지하고 대지의 힘을 강탈하는 것.
물론 숲의 대전사라는 칭호까지 얻은 놈이 만만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나,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처참한 결과였다.
“나의 군대들을 이끌고 참전했던 마족 놈들은 어찌 되었는가?”
“숲의 대전사에 의해 전부 전멸당했다고 합니다.”
“뭐라……?”
“대전사가 귀신같이 지휘관들부터 암살하고, 비자르 안쪽으로 도망갔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무능한 놈들……!”
“지휘관이 암살당하면 기계 군단이 일시적으로 마비되기 때문에, 대전사가 도주하는 것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고…….”
“아니, 왜 마족 놈들은 하나같이 무능한 놈들밖에 없는 것이냐!”
분노한 찰리스가 벌떡 일어서자, 그의 주변으로 강력한 기의 파동이 퍼져 나왔다.
콰콰쾅-!
그리고 그 기세에 눌린 학파의 다른 학자들이, 고개를 조아리며 그 앞에 무릎 꿇었다.
“이 마지막 연구만 아니었더라도, 내가 직접 움직였을 것을……!”
씩씩거리며 분노를 터뜨리는 찰리스와, 그의 눈치만을 살피며 납작 엎드려 있는 학자들.
그리고 그 순간, 중간계에 있던 모든 마족 진영의 유저들에게 한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모든 마족 유저의 ‘찰리스 학파’에 대한 친밀도가, -1만큼 감소합니다.
분노한 NPC계의 꼰대(?) 찰리스가, 마족 유저들 전체를 상대로 연대책임까지 물어 버린 것.
“무식한 그락투스 놈들이 영면에서 깨어났으니, 이것 또한 골치 아프군.”
화를 꾹 꾹 눌러 참으며 중얼거리던 찰리스가, 잠시 후 명령을 내렸다.
“피켄로.”
“예, 마스터……!”
“파괴의 군단을 내줄 테니, 어떻게든 숲의 대전사를 저지하라.”
“명을 받듭니다!”
* * *
이틀에 걸쳐 진행된 기사 대전의 패자부활전이, 모든 경기를 마치고 그 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 이틀 동안 있었던 대부분의 경기들은, 팬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다이나믹한 결과들을 보여 주었다.
-와, 다크루나는 그렇게 운이 좋았는데도, 결국 패자부활전 떨어졌네.
-아쉽다. 마지막 경기에서 이라한이 너무 빨리 잘렸어. 그 실수만 아니었으면 마지막 세트 따고 올라갈 수도 있었는데 말이야.
-하지만 뭐, 나는 타이탄이 올라갔으니 만족해. 리그전에서 샤크란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으니까.
-그럼 결과적으로 패자부활로 올라온 두 팀은, 타이탄 길드랑 카이로스 길드인가?
-그런 듯. 하…… 이제 또 결승까지 언제 기다리냐.
대진운이 좋아 무난히 부활할 것으로 생각했던 다크루나는 결국 떨어졌지만, 반대로 부활이 어려워 보였던 타이탄 길드가 선전하였고.
부활하지 못한 다른 길드들 또한 정규 경기에서 보여 주지 못했던 다양한 전술과 실력들을 보여 줬기 때문에, 팬들이 더욱 즐겁게 모든 경기를 관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여 이제 모든 팬들의 관심은, 기사 대전의 꽃인 ‘리그전’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는 소외되는 것이 보통인 패자부활전조차도 룰의 변경을 통해 재밌는 콘텐츠가 되었으니, 최후의 10팀이 펼치는 리그전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패자부활전이 끝난 바로 다음 날 아침.
LB사는 이번에도, 유저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기사 대전 최후의 전투, ‘리그전’의 룰을 공지합니다.
전 세계 카일란 공식 홈페이지에 동시에 업로드된 리그전의 공지 글.
그 안에는, 그 어떤 팬조차도 상상하지 못했던 내용이 담겨 있었으니 말이었다.
그리고 카일란에 접속해 있던 모든 팬들의 눈앞에는, 글로벌 월드 메시지가 주르륵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기사 대전의 ‘리그전’ 일정이 공지되었습니다.
-기사 대전 최후의 전투를 위해. 숨겨진 맵, ‘포르투나’가 공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