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881화 (885/1,027)

< 881화 5. 대지의 심장 (1) >

쿠릉-쿠르릉!

마치 천둥 번개가 치기라도 하듯,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대지가 꿈틀거린다.

기계 문명의 마법진이 작동할 때에도 계곡 전체가 요동쳤지만, 지금 이안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와 차원이 다른 수준의 변화였다.

“와……!”

카일란에서 수많은 장관을 보아 온 이안조차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입을 쩍 벌렸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쿠쿠쿵-!

협곡을 이루고 있던 집채만 한 바윗덩이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쩍 쩍 갈라지며 규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어서 일정한 크기의 육면체로 분리된 커다란 바윗덩이들은, 협곡의 깊숙한 곳부터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하였다.

쿵-쿵-쿵-.

마치 협곡 전체가 분해되어, 어떤 거대한 무언가로 재구성되는 느낌이랄까?

이안이 멍하게 바라보는 와중에도 분해된 바위 조각들을 끊임없이 쌓여 나갔고, 그것은 곧 하나의 거대한 형체를 만들어 가기 시작하였다.

“이건…… 대단하군.”

어지간한 상황에서도 무미건조함(?)을 잃지 않던 카이자르조차, 작지만 감탄사를 터뜨렸을 정도.

잠시 후 이안 일행의 눈앞에 드러난 것은, 바위 협곡 전체를 가득 메우는 거대한 성곽이었고.

띠링-!

-최초로 ‘그락투스 일족의 부락’을 발견하셨습니다!

-명성(초월)이 2만만큼 증가합니다.

-퀘스트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그락투스 일족의 부락을 찾아서(에픽)(연계)’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그락투스’ 부족과의 친밀도가 +20만큼 상승합니다.

퀘스트 클리어를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성채의 정면에 위치한 거대한 성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긍-그그긍-!

이어서 그 문을 통해, 마치 골렘 같은 외형을 가진 거대한 거인이 이안을 향해 걸어 나왔다.

쿵-쿵-!

-숲의 대전사님을 뵙습니다.

“……!”

-가이아스 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 * *

사실 이번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이안에게는 몇 가지 사소한 의문점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의문점들 중 가장 커다란 의문은, 대체 왜 기계 문명이 직접 그락투스 일족을 찾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사실상 비자르 협곡 전체가, 호루스의 본거지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는데 말이지.’

만약 기계 문명에게 부락의 위지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이라면, 당연히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정보가 없었다면, 비자르 협곡을 지키면서 이안을 기다린다는 사실 자체가 성립이 되질 않았으니.

이안으로서는 퀘스트를 진행하면서도 의아할 수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이렇게 그락투스를 찾아내고 나니, 모든 의문점은 명확히 해결될 수 있었다.

애초에 그락투스의 부락은, 위치만 안다고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대지의 눈이 가장 중요한 열쇠였네. 이게 없으면 뭐 해 볼 수 있는 게 없으니……. 기계 문명 입장에서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거지.’

어차피 대지의 심장을 찾아야 하는 이안은 비자르 협곡에 나타날 수밖에 없었으니.

이곳을 지키며 이안을 기다리는 것이, 기계 문명으로선 가장 이상적인 전략이었던 것.

물론 이안이 퀘스트에 성공한 이상 그들의 전략은 반쯤 실패한 것이었지만, 그렇다 하여 딱히 더 나은 방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이제 기계 문명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여길 포위하고 압박하는 것뿐이겠네.’

하여 이안은, 앞으로의 퀘스트 진행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머릿속으로 얼추 그려 낼 수 있었다.

그락투스의 부족장을 만나 대지의 심장을 받고 난 뒤에는, 그들의 도움을 받아 기계 문명과 또 한 차례 전쟁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 대지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셀라무스 일족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계 문명의 포위를 뚫고 나가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겠지.’

저벅-저벅-.

이안은 퀘스트와 관련된 정보들을 토대로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며, 부락의 안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거대한 바위들로 만들어진 그락투스의 부락은, 온통 녹빛이던 샤트라 일족의 부락과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부락 내부에 있는 건축물들의 디자인도 완전히 달랐지만, 가장 이질적인 것은 색감과 스케일이었다.

‘진짜 모든 게 다 큼직큼직하네. 골렘의 조상격이라더니, 다들 덩치가 엘라시움에 있던 거신족들만 하군.’

쿵-쿵-쿵-!

지나다니는 그락투스 부족의 부족원들을 슬쩍슬쩍 살피던 이안은, 그의 앞에서 길을 안내하고 있는 거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런 거대한 공간이 협곡 안에 숨겨져 있었다니…… 정말 대단하군요.”

그락투스의 지도자 ‘가이아스’를 만나기 전, 부족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 말을 걸어 본 것.

그리고 그런 이안의 물음에, 거인은 친절히 답해 주었다.

-숨겨져 있던 것이 아닙니다, 대전사님.

“네? 그게 무슨……?”

-이 공간은 대전사께서 오신 그 순간. 바로 그때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예……?”

-대전사님께서 오시기 전까지, 저희는 이 비자르 아래에 잠들어 있었습니다.

“……!”

생각지 못했던 거인의 대답에, 이안의 두 눈은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안의 다음 질문은 이어질 수 없었다.

이안이 뭐라 이야기하려던 순간, 부락 안의 목적지에 도착해 버렸으니 말이었다.

-자, 다 왔습니다, 대전사시여. 가이아스 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안은 거인의 말에,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려 정면을 응시하였다.

“그락투스의…… 지도자?”

그리고 그런 그의 눈에, 지금까지 보아 왔던 거인들과는 다른, 화려하고 거대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환영하네, 숲의 대전사여.

거대한 덩치는 다른 거인들과 다를 바 없지만, 훨씬 더 화려하고 정교한, 황금빛 갑주를 두른 가이아스.

쿠구궁-!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이안을 내려다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대를 만나기 위해, 수백 년을 기다려 왔소.

이어서 이안의 눈앞에, 찬란한 진녹빛의 기류가 강렬하게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띠링-!

-그락투스의 지도자, ‘가이아스’와 조우하였습니다.

-‘가이아스’로부터 두 번째 대지의 힘, ‘대지의 심장’을 획득하였습니다.

휘몰아치던 녹색 기운은 곧 이안의 앞으로 빨려들었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화려한 구체 위로 황금빛 운무가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이안의 앞에서 만들어진 대지의 심장은, 마치 커다랗고 영롱한 에메랄드 보석 같은 느낌이었다.

“……!”

이안은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대지의 심장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설레는 표정으로, 그것의 정보 창을 오픈해 보았다.

‘만약 이 대지의 심장에도, 대지의 눈처럼 특별한 능력이 있다면……!’

이안이 기대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그가 기대하는 것은 바로, 대지의 심장의 고유 능력.

대지의 눈처럼 대지의 심장에도 강력한 고유 능력이 붙어 있다면, 그것을 활용해 그락투스의 거인들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보자……!’

이어서 이안의 눈앞에, ‘대지의 심장’의 정보 창이 주르륵 하고 떠올랐다.

<대지의 심장(봉인 해제)>

-분류 : 잡화(퀘스트 아이템)

-등급 : 신화(초월)

-트로웰이 남긴, 강력한 대지의 힘이 담겨 있는 성물(聖物)입니다. 능력이 개방된 대지의 심장을 지니고 있으면, ‘대지’속성을 지닌 모든 아군들의 용맹이 깨어납니다.

*고유 능력

-대지의 용맹(패시브)

-반경 200M 이내의 아군이 가진, 모든 대지 속성 고유 능력의 계수가 두 배로 증폭됩니다. 또 대지 속성을 가진 모든 아군의 물리 공격력이 30%만큼 증가하며, 치명타 피해량이 50%만큼 증가합니다.

*능력이 개방된 대지의 심장을 지니고 있으면, ‘대지의 결의’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트로웰의 부탁’과 연계된 퀘스트를 진행하는 동안에만 사용 가능한 아이템입니다.

*유저 ‘이안’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모든 연계 퀘스트를 클리어하거나 실패로 인해 중단될 시, 아이템은 소멸합니다.

* * *

그락투스 일족은, 다른 자연의 일족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종족이었다.

샤트라 일족이나 고랄 종족 등이 단지 자연의 힘을 가진 일반적인 부족이었다면, 그락투스 일족은 어쩌면 ‘자연 그 자체’에 가까운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하여 이안을 안내했던 거인이 말했듯, 그들은 오랜 세월 비자르의 협곡 안에 녹아 있었다.

트로웰의 사자가 나타나, 다시 대지의 힘을 깨우려 하기 전까지 말이다.

이것은 그락투스 일족에게, ‘수명’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 그락투스 일족은, 자연에 깃들어 있는 영혼 그 자체라고 보면 된다네.

“그렇……군요.”

-사실 모든 자연물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지만, 단지 우리처럼 자아가 형성되지 않았을 뿐이지.

“어렵네요.”

이안은 목이 빠질 것처럼 고개를 올려 든 상태로, 가이아스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퀘스트와 큰 관련이 없는 내용들임에도 불구하고, 이안은 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정령계의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는 한, 자연의 일족과의 친밀도는 무척이나 중요할 수밖에 없었으며, 또 그와의 대화에서 얻은 정보들이 나중에 어떻게 유용하게 쓰일지 몰랐으니 말이다.

-그대가 알고 있는 ‘골렘’이라는 녀석들은, 아직 자아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반 각성 상태의 ‘그락투스’라고 생각하면 된다네.

“그럼 골렘이 완벽히 자아를 각성하면, 그락투스 일족이 될 수 있는 건가요?”

-물론 그러네만, 사실상 지상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

“어째서 그렇죠?”

-정령계의 초월적인 자연력 없이, 우리처럼 자아를 각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말이야.

“아하……!”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이안은 생각지 못했던 성과도 하나 올릴 수 있었다.

-만약 자네의 소환수 중 그런 존재가 있다면, 내가 각성을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 지금 우리에게 닥친, 이 난관을 훌륭히 헤쳐 나간 뒤의 일이지만 말일세.

이안이 소환술사로 성장하던 초창기 시절.

수많은 전투에서 그와 함께했던 소환수인, ‘어비스 골렘’ 떡대.

어쩌면 가이아스의 도움으로, 막혀 버린 떡대의 진화길(?)을 뚫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연한 이야깁니다, 가이아스 님. 우선 모든 대지의 힘을 모아, 트로웰 님께서 힘을 되찾으시는 게 급한 일이죠.”

뜻밖의 소득에 이안은 더욱 의욕이 넘쳐흘렀고, 그런 그를 향해 다시 가이아스의 말이 이어졌다.

-밖에서 느껴지는 더러운 기운들을 보니, 생각보다 더 상황이 심각한 것 같군.

“더러운 기운이라면, 기계 문명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물론이야. 인위적이고 파괴적인 기계 문명의 기운이야말로, 우리 자연의 일족에겐 가장 더러운 힘이지.

분노한 표정으로 외성을 향해 고개를 돌린 가이아스가,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대에게 우리 그락투스 일족의 힘을 빌려주겠네.

“……!”

-우리들의 힘을 이용해 저 기계 문명의 군대를 쓸어 버리고, 함께 마지막 대지의 힘을 찾으러 가도록 함세.

이어서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연계 퀘스트의 발동을 알리는 메시지가 생성되었다.

띠링-!

-‘비자르 협곡의 전투(에픽)(연계)’ 퀘스트가 발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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