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872화 (876/1,027)

< 872화 2. 16강전 그리고 나비효과 (1) >

32강전의 모든 경기가 종료되고, 기사대전의 16강전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에 따라, 기사대전을 향한 팬들의 관심은 더욱 불타오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32강보다는 16강전에 훨씬 더 흥미진진한 빅 매치가 많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32강전에서도 이미 명경기들이 쏟아져 나왔으니, 16강전에 대한 유저들의 기대는 더욱 커지는 게 당연한 수순.

때문에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16강전 대진표는, 올라온 지 반나절 만에 수십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심지어 글로벌 홈페이지도 아닌, 한국 공식 홈페이지의 게시글임에도 말이다.

-16강전 대진표-

로터스(한국) VS 파블로프(독일)

천웅(중국) VS 소브레(스페인)

칼데라스(미국) VS 게스토(남미)

발러(미국) VS 체이서(영국)

세인트라이언(독일) VS 태청(중국)

호왕(한국) VS 스키노카케(일본)

다크루나(한국) VS 다크블러드(영국)

카이로스(영국) VS 스콜피온(중국)

-크, 16강에 한국 팀이 3팀이라니. 이거 뿌듯하구먼.

-특이한 건 영국 팀도 3팀이나 된다는 거.

-엇, 그러네?

-미국 팀이 3~4팀은 올라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미국 팀은 2팀에 불과하고 말이지.

-재밌네. 그나저나 스키노카케랑 게스토는 좀 의외야. 최약체라고 생각했는데 16강까지 올라오다니…….

-소브레도 마찬가지. 물론 16강에선 천웅한테 탈탈 털리겠지만 말이야.

-지금까지 대진운이 좋았던 거지, 뭐.

-아, 타이탄만 올라왔으면 딱이었는데. 진짜 아쉽네.

당연한 얘기겠지만, 대진표의 아래에는 수만 개에 달하는 댓글들이 실시간 채팅처럼 달리고 있었다.

중국, 영국과 더불어 가장 많은 길드가 16강에 진출한 상황이었으니, 한국서버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흥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중 한 팀인 로터스는, 32강에서 그 어떤 팀보다 더 강렬한 경기력을 보여 주었다.

때문에 평소 카일란을 가볍게 플레이하던 라이트 유저들까지도, 이번 기사대전에는 지대한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근데 이거 대진표는 대체 무슨 기준으로 뽑히는 걸까?

-아무리 봐도 랜덤 대진은 아니야. 그랬다면 최상위 길드들끼리의 매칭이 이렇게 교묘하게 나뉠 수 없겠지.

-LB사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는 랭킹 데이터로 매칭하나?

-그럴지도 모르지.

기사대전에 대한 온갖 추측을 하며, 즐겁게 16강전의 경기들을 기다리는 유저들.

이제부터는 정말 각 서버의 최강자로 칭해지는 길드들만 남아 있는 상황이었고, 모든 경기가 명경기가 될 게 분명하였다.

로터스나 칼데라스, 천웅 길드 등 강력한 우승 후보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경기의 승부 예측이 반반에 수렴하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모든 카일란 유저들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더욱 치열한 16강전 경기들이 시작되었다.

* * *

-간지훈이 : 형, 이번에도 진짜 안 올 거야?

-이안 : 응, 안 가.

-레미르 : 파블로프는 플로아스처럼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니라고.

-이안 : 거기 쌍둥이네 길드 아니야?

-간지훈이 : 쌍둥이라면……. 사라랑 바네사?

-이안 : 응, 걔들.

-간지훈이 : 예전에 잠깐 속해 있던 길드야. 지금은 나온 걸로 알아.

-이안 : 걔들 수준 보면 대충 각 나오지, 뭐.

-헤르스 : …….

-이안 : 훈이, 네 선에서 정리하도록.

-간지훈이 : 무, 물론 그러긴 할 건데. 그래도 형이 마지막 순서로 들어가서 안전장치 역할을 해 주는 게…….

-길드원 ‘이안’ 님이 채팅방을 나가셨습니다.

-간지훈이 : 하아…….

초대된 길드 채팅창에서 쿨하게 나온 이안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바빠 죽겠는데, 초대하고 난리야.”

그리고 그 목소리를 옆에서 들은 피올란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조심스레 물었다.

“훈이가 뭐래요, 이안 님? 아무래도 이번 경기는 우리도 참전해야겠죠?”

물론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태연하게 대꾸했지만 말이다.

“아뇨. 알아서 하겠대요. 신경 끄고 퀘스트나 열심히 하래요.”

“그, 그럴 리가…….”

“이제 세 사람은, 빙혼 던전이나 공략하러 출발하시죠.”

“…….”

대부분의 카일란 유저들의 관심이 기사대전에 쏠려 있는 사이, 은밀하게(?) 진행되었던 기계 문명과의 일차 대격돌.

이곳에서 얻은 막대한 경험치로 인해, 이안을 따라온 세 사람은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었다.

빙혼던전의 공략에 투입되기 위한 최소한의 목표치였던, 초월 레벨 80이라는 수치.

하여 이안은 엘프의 부락으로 향하기 전, 먼저 세 사람을 빙혼던전으로 방출(?)하였다.

나머지 두 사람도 들으라는 듯, 카노엘에게 엄포를 놓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

“마지막 관문까지 다 못 깨고 나오면, 다음부턴 국물도 없을 줄 알아.”

“…….”

“준비 단단히 해서 들어가란 얘기야.”

세 사람은 빙혼던전보다 먼저 기사대전에 참전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이안은 깔끔하게 무시해 주었다.

그가 생각하기엔 명예뿐인 기사대전보다, 리미티드 에디션이나 다름없는 속성 세트를 선점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 보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세 사람이 빙혼 세트까지 장착하고 기사대전에 투입되어야, 이안 없이도 더 안정적으로 연승을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하면 나 없이도 우승까지 해 줬으면 좋겠는데……. 어렵겠지만 말이지.’

글로벌 랭커들의 관심이 전부 기사대전에 쏠려 있는 동안, 이안은 에피소드를 최대한 진행해 버릴 생각이었다.

빈집털이처럼 에픽 퀘스트들을 싹 독식해 버린다면, 기사대전에 참전하지 못한 정도는 전혀 아쉬울 게 없을 테니 말이다.

물론 이번에도 ‘소환술사’가 빠져 있는 로터스의 엔트리를 확인한 팬들은 당혹감에 빠지겠지만, 이안이 그러한 팬들까지 챙겨 줄 정도로 섬세한 인물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패자 부활 끝나고 리그전 시작되면, 세 사람이 선봉에 서야지.”

“그, 그렇지……!”

“그러니까 꼭 무기까지 풀 세트로 파밍에 성공하고 돌아오라고. 노엘이 너도 레미르 누나처럼 하드캐리 보여 줘야 할 것 아냐.”

“……!”

협박과 더불어 격려까지 아낌없이 보낸 이안은, 일행과 갈라져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였다.

좌표는 미리 찾아 두었고, 복잡한 숲길은 아렌이 꿰고 있었기 때문에.

이안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저벅-저벅-.

다만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고 울창한 나무들 때문에, 비행으로 이동할 수 없다는 점이 조금 불편할 따름이었다.

“호른산맥에 이렇게 울창한 숲도 있었다니…….”

“원래 이렇게까지 울창하진 않았어요.”

“그래?”

“네, 주군. 비터스텔라의 봉인이 풀리면서 자연의 힘이 강해져서 묘목들의 생명력이 더 강화된 것 같아요.”

아렌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이동한 이안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좁다랗고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숲길의 끝에 도달하자, 광활한 녹빛의 초원이 펼쳐진 것이다.

정확히는 초원이라기보다, 거대한 나무들에 둘러싸인 풀빛의 공터.

그 광활한 대지의 위에, 웅장한 규모의 엘프 부락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여기가 샤트라 일족의 부락…….”

“맞아요, 주군. 저도 엄청 오랜만인데, 그간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이안은 망설임 없이 부락의 정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안 일행이 다가오자, 정문을 지키던 엘프 위사들이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그들을 맞이하였다.

“정령왕의 사자를 뵙습니다.”

“숲의 대전사를 뵙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위사들의 대응에,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이안.

“수, 숲의 대전사요? 그게 뭐…….”

“솔루미엘 님께서 그대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얼른 들어가 보시지요.”

이어서 다음 순간, 이안의 눈앞에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 하고 떠올랐다.

띠링-!

‘샤트라 일족의 부락을 찾아서 (에픽)(연계)’ 퀘스트를 완수하였습니다.

클리어 등급 : SSS+

강화된 보상을 적용받아, ‘명성(초월)’을 5만 만큼 획득하였습니다.

강화된 보상을 적용받아, ‘샤트라 부족과의 친밀도’를 20만큼 획득합니다.

……중략……

‘대지의 눈’을 획득하면, 다음 연계 퀘스트가 진행됩니다.

이안은 메시지를 확인하며, 자연스레 부락의 길을 따라 ‘지도자의 막사’를 향해 이동하였다.

* * *

“흐음, 다크블러드라……. 이거 대진운이 참…….”

소르피스 내성 깊숙한 곳에 위치한, 다크루나 길드의 길드거점.

마스터 회의실에 모여 있던 이라한을 비롯한 길드원들은, 16강 대진표를 보며 전략 회의를 하는 중이었다.

“대진운이 나쁘다고 하기엔, 딱히 다른 길드 중에도 만만한 길드가 없는데요, 마스터.”

“중국의 태청길드나 소브레? 그 스페인 길드 같은 곳도 있잖아.”

“거기도 딱히 만만해 보이진 않습니다, 마스터. 물론 다크블러드보다야 쉽겠지만요.”

“하긴, 여기서 대진운이 더 좋길 바라는 것도 욕심이긴 하지.”

다크블러드는 마족 진영 기준, 사실상 유럽 서버 최강자나 다름없는 길드였다.

그리고 냉정히 생각했을 때, 다크루나 길드의 전력으로는 상대하기 벅찬 길드가 맞았다.

‘그렇다고 뭘 해 보기도 하기 전에 포기해 버리기엔, 조금 아쉬운 수준이고 말이지.’

이라한이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전략 회의는 더욱 진지하게 흘러갔다.

길드마스터는 이라한이지만 그는 지략형 유저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상 전략 전술은 참모들이 짜는 것이다.

회의는 이라한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길어지기 시작하였다.

상대가 강력한 만큼 엔트리를 짜는 데에도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마스터께서 요르간드만 상대해 주실 수 있으면, 나머지는 어떻게 비벼 볼 만합니다.”

“저들은 분명 우릴 만만하게 볼 테니, 요르간드를 선봉에 세울 수도 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에이스를 선봉에……?”

“제가 조사한 바로 요르간드는, 진중하기보다 다혈질의 인물입니다. 마지막에 숨어 있기보단 처음부터 나와서 전장을 휘젓고 싶을 거란 말이죠.”

“일리가 있는 말씀이시긴 한데…….”

그리고 회의가 점점 더 길어지자, 이라한은 점점 지루해지기 시작하였다.

마스터인 입장에서 회의에서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자리를 지키고는 있었지만, 회의 내용이 쳇바퀴 돌듯 제자리에서 굴러가자 답답해진 것이다.

‘이 시간에 차라리 퀘스트라도 진행하는 게 낫겠는데…….’

이라한이 보기에는 대진 순서를 랜덤으로 설정해도, 딱히 결과가 달라질 것 같지 않았기 때문.

‘그냥 내가 마스터 직권으로 엔트리 짜 버릴까 보다.’

그런데 그렇게 이라한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을 무렵.

그의 귓전에, 별안간 생각지도 못했던 시스템 알림음이 울렸다.

띠링-!

그리고 그 소리가 들린 순간, 이라한은 감고 있던 두 눈을 번쩍 치켜떴다.

본능적으로 이 시스템 알림음이, 그를 이 지루한 회의 속에서 구원(?)해 줄 메시지라는 것을 느꼈으니 말이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기계문명의 공헌도 순위가 변동되었습니다.

-‘기계문명의 지배자, 찰리스’가 당신을 호출합니다.

이어서 메시지를 확인한 이라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메시지의 내용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중요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뭐, 뭐야?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찰리스의 호출이라는 정보만으로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었지만, 에픽 퀘스트의 발동이라는 정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던 것.

‘찰리스라니! 이건 대박이야!’

기계문명의 모든 메인 에픽 퀘스트가 찰리스를 통해 이뤄지는 구조였으니, 이라한으로서는 두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진표는 오늘 내로 짜서 보고하도록.”

“마, 마스터, 어디 가십니까?”

“중요한 일이 생겼어.”

“기사대전보다 중요한 일이요?”

“그래. 뭔지는 차후에 다시 얘기해 주도록 하지.”

타탓-!

순식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간 이라한은, 워프 게이트를 향해 뛰기 시작하였다.

찰리스가 어떤 꿀 같은 퀘스트를 줄지, 벌써부터 기대로 가득 찬 이라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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