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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856화 (861/1,027)

< 856화 4. 엘리샤의 발자취 (1) >

총 셋의 분신에 이안의 본신까지.

물론 본체에 비해 현저히 전투력이 떨어지는 분신들이라고는 하지만, 이안 넷이 전장을 휘젓는 광경은 그야말로 압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카일란에서 분신류의 스킬 AI에는 해당 유저의 평소 전투스타일이 반영되기 때문에 정말 이안 넷이 날뛰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들 모두가 각각 세 자루의 심판 검을 들고 있었으니 거기서 나오는 DPS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인 것.

심판의 번개가 총 1,480만의 에너지를 충전했다는 것은, 검 하나가 매 초당 70~80만 정도의 대미지를 뽑아냈다는 뜻.

아무리 필드의 일반 몬스터들이 상대라곤 하지만, 이것은 어마어마한 수치인 것이다.

그렇다면 각 분신들의 평타가 초월 90레벨대의 몬스터들을 상대로 80만씩 박힌다는 이야기일까?

그것은 아니었다.

이안의 본신이라면 모를까, 분신들의 평타 대미지는 50만도 채 안 되는 정도.

다만 심판 검의 인장들이 터지고 한 번에 여럿의 몬스터를 동시에 공격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평균 DPS 80만 이라는 기염을 토할 수 있었던 것이다.

‘1,400만이라……. 생각보다 충전량이 어마어마하네. 다수의 몬스터들을 몰아놓고 광역공격을 퍼부었기 때문이겠지.’

여하튼 생각보다도 더 강력한 심판검의 위력에 이안의 광대는 씰룩거릴 수밖에 없었고, 이안 버스에 탑승한 3인방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무슨 혼자서 5인 파티보다 사냥 속도가 빨라?”

“아니, 과장 조금 섞으면, 저 형 둘만 있으면 우리 기사단 전체랑 사냥 속도 비슷하겠는데?”

쥬르칸과 카노엘의 중얼거림에 옆에 있던 피올란이 맞장구를 쳤다.

“과장 아니고 실제로 그럴 것 같아요. 생각해 보니 지금 이안 님은 소환수도 안 꺼낸 상태잖아요.”

“맞다. 쟤 소환술사였지.”

“…….”

그리고 이쯤 되자 세 사람은, 정말 보름 내로 전부 80레벨을 넘긴다는 비현실적인 목표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안의 전투력이 압도적이긴 하지만 세 사람 또한 충분히 일인분 이상 할 수 있는 랭커들이었고, 이안이 그들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며 사냥을 최적화시킨다면 방금보다 최소 두 배 정도는 더 빠른 사냥이 가능할 테니 말이었다.

“이안 님, 그거 분신 복제하는 거, 재사용 대기 시간 언제 돌아와요?”

피올란의 물음에 이안이 어깨를 으쓱 하며 대답하였다.

“이미 회복됐는데요?”

“에엑?”

“이거 지속 시간 5분, 재사용 대기 시간 10분짜리예요.”

“컥…….”

“한 캠프 돌때마다 한 번씩은 쓸 수 있을 듯요.”

이안의 이야기에, 피올란은 두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안의 ‘서먼 인카네이션’ 스킬이 암살자나 전사 히든 클래스의 스킬이라면, 분신스킬의 스펙이 이 정도라 해도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하지만 이안은 소환술사 클래스이다.

길드원들조차도 이안이 어떤 히든 클래스를 가졌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소환술사 베이스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소환술사의 전투 스킬이 이 정도 스펙이라는 것은, 다른 유저들이 보기에 밸런스 붕괴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여튼, 좋은 게 좋은 거잖아요?”

“그, 그쵸.”

“그럼 얼른 다음 캠프로 이동하자고요. 목표치 맞추려면, 적어도 노엘이는 오늘 1업 해야 하니까.”

대화를 나누면서 빠르게 필드에서 드롭된 잡템들을 정리한 이안 파티는, 곧바로 다음 루트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드넓은 필드에 경쟁 없이 독식 가능한 사냥감들은 그들을 더욱 신나게 만들었다.

“쥬르칸, 조금만 더 버텨!”

“알겠어!”

“노엘이는 이제 어그로 빼 주고, 피올란 님, 지금!”

“프로즌 헬!”

스하아아- 콰콰쾅-!

캠프 전체에 흩어져 있는 몬스터들을 구석으로 전부 몰아넣은 뒤, 피올란의 광역 빙결 마법으로 녀석들의 발을 묶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충전된 삼위일체의 힘으로, 천만에 육박하는 위력의 심판의 번개를 그 위에 떨어뜨린다.

이것이 이안 파티의 기본적인 매커니즘이었고, 그것은 사냥속도를 극대화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좋아, 점점 더 숙련도가 올라가고 있어. 조금만 더 응용하면, 심판 검이 가진 모든 고유 능력들을 완벽히 활용할 수 있겠군.’

파티원들이 들었더라면 기겁했을 만한 이야기를 속으로 생각하는 이안.

이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갈 때마다 이안 파티의 평균 레벨은 쑥쑥 성장하였고, 그렇게 4일 정도가 지났을 무렵 셋 중 가장 레벨이 높았던 쥬르칸이 드디어 80레벨을 달성하였다.

띠링-!

-파티원 ‘쥬르칸’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쥬르칸 : Lv. 80

사냥을 시작할 때 쥬르칸이 77레벨이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정말 빠른 속도로 레벨 업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안은 만족할 수 없었다.

80레벨부터는 훨씬 더 레벨 업이 더뎌진다는 사실은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쥬르칸이 80레벨이 될 때까지 이안의 필요 경험치는 절반조차 채워지지 않았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루는 던전 공략에 써야 하니까, 앞으로 남은 시간은 열흘. 노엘이 80레벨은 가능할 것 같은데, 피올란 님이랑 쥬르칸 85렙은 힘들지도 모르겠는데, 이거.’

때문에 4일차의 사냥이 끝나 갈 무렵, 이안은 약간의 고민에 빠졌다.

‘사냥 속도의 문제는 아니야. 이보다 더 빠를 수는 없을 테니까.’

사실 비터스텔라의 속성 던전들은 심판 검을 제외하면 삼대 유적들과 동급 이상의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던전들이었다.

그렇기에 세 사람의 실패는 용납할 수 없었고, 어떻게든 던전으로 보내기 전에 목표치를 달성시키고 싶었으니 말이다.

‘경험치를 더 먹을 수 있을 만한 사냥터가 없을까? 초월 100레벨대 사냥터만 찾으면 훨씬 더 업이 빨라질 텐데.’

그리고 며칠이 더 지나, 이안 일행이 트레이닝에 들어간 지 정확히 일주일이 되었을 무렵.

“엇, 이안, 저쪽에 뭐가 있는데?”

“……!”

이안은 정말 우연히, 그 고민거리를 해결할 수 있었다.

어그로를 먼저 먹기 위해 선두에서 다음 캠프로 달리던 쥬르칸이, 바위 봉우리에서 숨겨진 동굴을 발견한 것이었다.

수색보다는 사냥에 집중하고 있었던 터라, 정말 운이 좋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

“잠깐! 다들 이 앞에서 정비하자.”

“알겠어.”

“여기 히든 던전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어두운 동굴 안쪽을 슬쩍 들여다본 이안은 상기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90레벨 필드의 히든 던전이라면 100레벨에 근접한 몬스터들이 나올 확률이 높았고, 최초 발견 버프까지 뜬다면 레벨 업 속도가 배 이상 빨라질 테니 말이었다.

하여 잠시 동안의 정비를 마친 이안의 파티는 성큼성큼 그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다음 순간…….

띠링-!

-숨겨진 장소, ‘대지의 요람’을 발견하셨습니다!

-명성(초월)이 5,000만큼 증가합니다!

-숨겨진 필드를 최초로 발견하였습니다.

-지금부터 사흘 동안, 필드에서 획득하는 모든 경험치를 두 배로 적용받습니다.

-지금부터 사흘 동안, 필드에서 드롭 가능한 모든 아이템의 드롭율이 두 배로 증가합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돌발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트로웰의 흔적을 찾아서’ 퀘스트를 수령하셨습니다.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들을 확인한 이안의 눈에 이채가 어리기 시작하였다.

‘오호.’

‘트로웰’이라는 단어를 발견한 순간, 잊고 있던 정보가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이다.

* * *

이안이 3인방을 데리고 무한 사냥에 들어간 지 정확히 일주일이 흘렀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는 사실은 곧, 기사대전의 막이 올랐다는 말.

이안이야 기사대전이 시작했는지 말았는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지만, 그를 제외한 모든 카일란 유저들의 관심은 전부 여기에 집중되어 있었다.

현 카일란 글로벌 서버를 기준으로, 가장 티어가 높은 서른 두 개의 길드들.

이 모든 길드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웅을 겨루는 것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콘텐츠였으니 말이다.

“햐, 드디어 오늘인가?”

“으, 기다리느라 눈알 빠지는 줄 알았네.”

“오늘 여기서 대진표 뜨는 거 맞지?”

“맞음. 그러니까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지.”

“여긴 항상 사람이 많아서, 사실 평소보다 많은 건지도 잘 모르겠음.”

“아님. 제가 여기 맨날 상주하면서 장사해서 아는데, 오늘 인구밀도 최소 두 배임요.”

때문에 소르피스 내성의 광장은 무척이나 북적이고 있었다.

기사대전의 막이 열림과 동시에, 광장 중앙에 있는 제단을 통해 대진표가 공개된다고 미리 공지되었으니 말이다.

“대진표 공개가 정오였고, 첫 경기 시작이 오후 5시였지?”

“맞아요.”

“아, 왜 그렇게 늦게 시작하는 거야? 대진표 뜨고 바로 첫 경기 진행하면 안 되나.”

“상대 길드 정해지면 전략도 짜야 하고, 참전인원 명단도 정해서 등록해야 하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좀 주는 것 아닐까요?”

“아니, 10대 10 일기토에 무슨 전략이 필요함?”

“무식한 소리 좀 자제요. 클래스 간 상성부터 시작해서 머리싸움 엄청 해야 할 텐데.”

“흐흐, 인간 진영 첫 경기랑 마족 진영 첫 경기, 둘 다 엄청 기대되네요. 개막전 네 길드는 분명 네임드로 배치하겠죠?”

“흥행을 위해서라도 아마 그러지 않을까 싶네요.”

내성의 광장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는 유저들은 저마다 이런저런 추측을 하며 정오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드디어 12시가 된 순간…….

우우웅-!

소르피스를 상징하는 커다란 독수리상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더니,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 시작하였다.

-끼요오오-!

“와, 저거 뭐야?”

“쟤 움직이는 거였어?”

소르피스 광장의 세 방향에서 동시에 날아오른 세 마리의 독수리들.

그들은 광장의 하늘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였고,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새하얀 빛줄기들이 떨어져 내렸다.

위잉- 위잉-

그리고 그와 동시에, 소르피스에 대기하고 있던 모든 유저들의 눈앞에, 개막을 알리는 월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소르피스 기사대전이 시작됩니다.

-이제부터 소르피스 광장 내부에 있는 콜로세움에, 모든 유저의 출입이 금지됩니다(대전장을 제외한 관중석에는, 16시부터 입장료를 지불하고 입장이 가능합니다).

-지금부터 ‘소르피스 도박장’에서, 승부 예측 배팅이 가능합니다(모든 배팅은 해당 경기 30분 전까지만 가능하며, 한 사람당 100 차원코인 이상 배팅할 수 없습니다).

……중략……

“어디 가, 인마!”

“어디 가긴 도박장 가지.”

“……?”

“나 당장 풀배팅 하러 가야겠어. 돈 좀 빌려줘.”

“아니, 대진표는 보고 가야 할 거 아냐, 멍청아.”

그리고 기사대전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로 인해 흥분한 유저들의 눈앞에 마지막으로 대진표가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인간 진영의 개막전을 장식할 두 길드는, 한국 서버의 ‘로터스’ 길드와 미국 서버의 ‘플로아스’ 길드입니다.

-마족 진영의 개막전을 장식할 두 길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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