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852화 (857/1,027)

< 852화 2. 유적의 계승자 (3) >

* * *

데스 인카네이션의 가장 큰 단점은, 되살아난 뒤 시한부가 된다는 것이다.

만약 상대가 데스 인카네이션으로 부활했다면, 사실상 3분 동안만 싸움을 회피하거나 버티면 되는 것.

그래서 이안의 데스 인카네이션이라는 선택은, 단순하게 보면 무척이나 바보 같은 짓이었다.

다시 살아나 열심히 심연의 군주에게 딜을 넣는다고 해도, 3분 내로 그의 나머지 생명력을 깎고 처치하는 건 불가능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안이 이 정도 계산조차 없이 움직였을 리는 없었고, 때문에 그가 데스 인카네이션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심연의 군주.

녀석이 ‘타임 홀’을 발동시킬 정확한 시간을 캐치해 내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이것으로 끝이다, 건방진 중간자여!

쐐애애액!

말 그대로 집채만 한 커다란 주먹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이안에게 쇄도했다.

하지만 이안은 떨어져 내리는 주먹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그 거대한 주먹을 똑바로 올려다보며, 거인의 남은 생명력을 계산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깎아 낸 생명력이 대략 40퍼센트 정도. 여기에 망자의 보복이 제대로 들어간다면 녀석의 생명력은 사실상 오링이겠지.’

이어서 무방비 상태인 이안의 위로 그대로 작렬하는 군주의 주먹.

콰아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이안은 온몸이 으스러지는 듯한 충격을 느꼈으며…….

띠링-!

그와 동시에, 기다리고 있었던 시스템 메시지들이 주르륵 하고 떠올랐다.

-모든 생명력이 소진되었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데스 인카네이션이 발동됩니다.

-‘언데드’ 상태로 되살아났습니다.

-모든 방어력과 저항력이 20퍼센트만큼 감소합니다.

-모든 물리 공격력과 마법 공격력이 2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생명력이 남아 있더라도 3분의 시간이 지난다면 사망합니다.

위이잉.

모든 생명력을 잃고 회색 빛깔로 변해 가던 이안의 신형이, 다시 생기를 되찾는다.

스하아아-!

이어서 이안의 다음 오더가 빠르게 이어졌다.

“뿍뿍이, 심연의 가호!”

“엘, 빛의 축복! 최후의 저항!”

데스 인카네이션이 발동되자마자, 이안은 너덧 개가 넘는 오더를 속사포처럼 쏟아 내었다.

그러자 이안의 머리 위로, 수많은 이펙트들이 떨어져 내렸다.

우웅- 우웅-.

하지만 그것을 본 심연의 군주는 여전히 비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회복 마법을 쏟아붓는다 하여,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심연의 군주의 이야기처럼, 이안이 쓴 대부분의 스킬들은 회복 계열 스킬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당연히, 강력한 거인의 공격들을 버텨 내기 위한 것.

그그극-!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이안을 비웃은 심연의 군주가 다시 주먹을 내뻗어 공격을 감행하였다.

타임 홀의 효과가 끝났지만 그와 동시에 모든 둔화 디버프가 풀린 심연의 군주는, 제법 빠른 속도로 이안을 공격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본 이안은, 기다렸다는 듯 씨익 웃었다.

‘하나, 둘……!’

“루가릭스, 어둠의 시계태엽!”

-소환수 ‘루가릭스’가 어둠 마법 ‘어둠의 시계태엽’을 발동합니다.

-대상의 모든 상태가 5초 전으로 회귀합니다.

-5초 동안 입은 모든 피해와 회복 효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다시 적용됩니다.

“망자의 보복!”

-소환수 ‘루가릭스’가 어둠 마법 ‘망자의 보복’을 발동합니다.

-지금부터 3초 동안 입는 모든 피해를 356퍼센트만큼 되돌려줍니다.

콰아앙-!

-‘심연의 군주’의 고유 능력, ‘파괴의 강타’에 격중되었습니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생명력이 459,855만큼 감소합니다!

-‘망자의 보복’ 효과로 인해 1,637,083만큼의 피해를 되돌려줍니다.

-‘심연의 군주’의 생명력이 1,637,083만큼 감소합니다.

-소환수 ‘뿍뿍이’의 고유 능력 ‘심연의 가호’ 효과로 인해, 생명력이 7,098만큼 회복됩니다.

-소환수 ‘뿍뿍이’의 고유 능력 ‘심연의 가호’ 효과로 인해, 생명력이 7,098만큼 회복됩니다.

-소환수 ‘엘카릭스’의 고유 능력 ‘빛의 축복’으로 인해 생명력이 352,300만큼 회복됩니다.

……후략……

‘어둠의 시계태엽’이 발동됨과 동시에, 이안의 시간이 5초 전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로 인해, 이안은 ‘데스 인카네이션’이 발동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갔다.

여기에 피해를 반사하는 ‘망자의 보복’ 효과가 덧씌워지고, 역동작이 걸린 심연의 군주는, 반응조차 못한 채 그대로 공격을 꽂아 넣은 것이다.

-크허어억!

자신의 공격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은 심연의 군주가 크게 휘청거렸다.

이 한 방으로 인해 최대 생명력의 20퍼센트도 넘는 수치가 추가로 깎여 버린 것.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1,273,980만큼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죽음에 이르는 피해를 입어 ‘최후의 저항’ 효과가 발동합니다.

-잔여 생명력 1의 상태로 생존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안을 사망에 이르게 했던 ‘타임 홀’의 피해가 다시 적용되었고…….

-‘망자의 보복’ 효과로 인해 4,535,368만큼의 피해를 되돌려줍니다.

-‘심연의 군주’의 생명력이 4,535,368만큼 감소합니다.

3초 지속인 망자의 보복 효과가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 피해마저 세 배 반의 위력으로 심연의 군주에게 반사되어 들어간 것이다.

-크어억! 이, 이게 무슨……!

심연의 군주의 생명력은 이안의 계산대로 거의 실금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

“이걸로 끝인 것 같은데.”

반면에 ‘최후의 저항’ 효과로 죽음을 한번 버틴 이안은, 데스 인카네이션조차 발동시킬 필요 없이 살아남았다.

-소환수 ‘뿍뿍이’의 고유 능력 ‘심연의 가호’ 효과로 인해 생명력이 7,098만큼 회복됩니다.

-소환수 ‘엘카릭스’의 고유 능력 ‘드라고닉 배리어’가 발동합니다.

아껴 두었던 드라고닉 배리어에 아직까지 이어지는 심연의 가호 효과가 더해지자, 바닥을 찍었던 이안의 생명력은 빠르게 다시 차올랐다.

“고생했어, 친구. 이제 편히 쉬라고.”

차핫-!

심연의 군주와 눈이 마주친 이안은, 씨익 웃으며 지면을 박차고 올랐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빠르게 쇄도하는 이안을 보고 있음에도, 심연의 군주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그그극-!

이안의 공격을 피하려고 발버둥 쳐 봐야 이미 타임 홀을 써 버린 상태에선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말이었다.

게다가 드라고닉 배리어까지 몸에 두른 이안의 움직임에는 그야말로 거침이 없었다.

탓.

공격 한 방쯤은 허용해도 버텨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으니, 그대로 녀석의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서겅-!

그리고 그것으로…….

띠링-!

거대한 심연의 군주의 신형은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심연의 군주’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심연의 군주’의 생명력이 129,820만큼 감소합니다.

-‘심연의 군주’의 생명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심연의 군주’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심연의 유적’에 존재하는 모든 시험을 돌파하셨습니다!

쿠웅-!

거의 천만에 육박하는 생명력을 전부 잃어버린 채, 이안의 앞에 힘없이 쓰러진 심연의 군주.

영롱한 군청빛으로 빛나던 그의 육신은 잿빛으로 변하였으며, 그 밖으로 마치 유령 같은 형상의 영혼이 빠져나왔다.

-‘최후의 시험’을 통과하셨습니다.

-클리어 등급 : SSS+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심연의 심장’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심연의 어둠’ 아이템을 50개만큼 획득하였습니다.

-‘심연을 지배한 자’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후략……

이어서 그 영혼과 눈이 마주친 이안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녀석의 생김새는, 과거 인간계의 거인을 처치하고 만났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내가 말했잖아.”

-…….

“결과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고.”

-크으윽…….

자존심을 공격하는 이안의 말에도,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는 심연의 군주.

“자, 관리자님, 이제 유물이 어디 있는지, 안내해 주시죠.”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이안을 유물 창고로 안내하는 것뿐이었다.

* * *

첫 번째 ‘기사대전’의 날짜가 정해진 직후.

당연한 얘기겠지만, 또다시 카일란의 커뮤니티들이 끓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지금껏 숨겨져 있던 기사대전의 구체적인 규모와 룰, 그리고 보상 등이 공개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물론 기사대전에 참여할 수 있는 유저들은 최상위 서른두 개 길드 안에 속해 있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꼭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만 흥미가 동하는 것은 아니었다.

현 시점에서 기사대전은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라 할 수 있었고, 그것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재미가 보장되니 말이었다.

-와, 대박이네. 요즘 협곡도 안 열리고 길드전도 노잼이고 심심했는데, 기사대전 이거 완전 꿀잼이겠는데?

-크, 오랜만에 이안갓을 티비로 볼 수 있는 건가!

-흐흐, 이번에도 국뽕 오지게 한번 빨아 볼 수 있겠지?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온 관련 게시글에는 폭발적인 숫자의 댓글들이 쏟아졌으며, 그 대부분은 각 길드들의 전투력에 대한 추측이었다.

-로터스 말고 다른 한국 길드들도 좀 선전했으면 좋겠는데.

-그러게. 로터스가 1등 먹어 준다 해도, 5위권 안에 한국 길드 세 개 정돈 들어가야 기분 좋을 듯.

-위 님, 그건 좀…….

-그러게. 사실 로터스 말고 5위권에 비빌 만한 길드는 타이탄이나 다크루나 정도인데, 걔들이 스콜피언이나 세인트라이언보다 센지는 잘 모르겠음.

-흠, 그런가?

이렇게 한국 서버는 물론,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기사대전’.

공개된 기사대전의 룰과 보상은, 다음과 같았다.

-기사대전

소르피스 내성의 광장에서, 일정표대로 진행되는 결투입니다.

10팀이 남을 때까지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며(인간 진영, 마족 진영 각 5팀), 마지막 남은 10팀 중에 리그전 방식으로 우승 팀을 가립니다.

각 길드 기사단끼리의 결투이며, 결투 결과에 따라 기사단의 순위가 정해집니다.

*기사단의 결투는 전부 1:1의 일기토 방식으로 진행되며, 결투 중에는 모든 ‘회복’ 계열 스킬의 사용이 금지됩니다.

*총 10회의 일기토를 거쳐, 승리가 많은 팀이 기사대전에서 승리하게 됩니다.

*승리한 기사는 남은 생명력 그대로 다음 일기토에 자동 참전됩니다.

*기사대전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참전할 열 명의 기사들을 등록해야 하며, 등록된 기사들의 ‘전투 클래스’를 제외한 모든 정보는 숨겨집니다.

……중략……

*기사대전에서 10위 이상의 성적을 기록한 길드의 모든 길드원들은, 다음 기사대전이 열릴 때까지 ‘기사도의 축복’ 효과를 받습니다(모든 전투 능력 +5퍼센트, 모든 획득 경험치 +5퍼센트, 사망 페널티 감소 –50퍼센트).

*기사대전에서 우승한 길드는 다음 기사대전이 열릴 때까지 기사단을 추가로 하나 더 운영할 수 있습니다.

*기사대전 전체 MVP로 선정된 유저에게는 ‘천공의 기사’ 칭호와 이펙트가 부여됩니다.

(천공의 기사 : 모든 초월 명성 +30퍼센트 중간계 모든 NPC와의 친밀도 +20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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