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841화 (846/1,027)

< 841화 6. 고대의 신단 (1) >

-숨겨진 ‘고대의 신단’을 발견하셨습니다!

-명성(초월)이 5,000만큼 증가합니다!

빼곡하게 우거진 녹빛의 나무들 사이로 거대하게 솟아 있는 사각뿔 모양의 신단.

마치 피라미드를 위로 길쭉하게 늘려 놓은 듯한 생김새를 가진 신단은, ‘고대의’라는 수식에 걸맞게 고풍스럽고 화려한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정중앙에는 신단의 꼭대기까지 기다란 계단이 직선으로 이어져 있었다.

“오……!”

그것을 발견한 이안과 릴슨은 망설임 없이 계단을 향해 걸음을 밟았고, 그 순간 또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드륵- 위이잉-!

두 사람이 위에 발을 딛고 올라선 순간, 계단이 마치 마법처럼 미끄러져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때문에 살짝 당황한 이안의 물음에 릴슨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에스컬레이터야?”

“비슷해.”

생각보다 많은 계단의 숫자 때문에 다시 아이언을 소환할까 했었던 이안은, 훌륭한 자동화 시스템에 흡족한 표정이 되었다.

특히 만족스러운 것은, 계단이 움직이는 속도가 에스컬레이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는 점이었다.

스르륵- 스르륵-

약간의 공명음과 바람 스치는 소리 말고는 잡음 하나 없이 두 사람을 편안히 밀어 올리는 신단의 계단.

그리고 그렇게 1분 정도 지나자 이안과 릴슨은 신단의 꼭대기에 도달할 수 있었다.

신단의 꼭대기 정중앙에는 성인 남성의 가슴까지 올라오는 팔각기둥이 세워져 있었고, 이안은 그것을 보자마자 용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유물을 공양한다는 게 이 제단을 통하는 것이겠지.’

이어서 팔각기둥이 하얗게 반짝인 뒤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두 줄 떠올랐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신단을 사용하실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그러자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릴슨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이안에게 물었다.

“어, 너도 사용할 수 있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원래 이 신단을 사용하려면 특별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거든.”

“그래?”

“응. 그래서 유물 공양은 내가 대신해 주려고 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네.”

원래 이 신단을 사용할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탐험가의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했어야 하니 말이었다.

탐험가 클래스 관련된 콘텐츠라고는 손도 대 보지 않은 이안이었기에, 릴슨이 놀란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쳇, 뭐 이런 사기 캐릭터가 다 있어?’

물론 이안이라고 그냥 신단의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이안이 신단을 이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사람 모두 알 수 없는 사실이었지만, 고대의 정령인 ‘미루’의 퀘스트를 깼기 때문이었으니까.

신단과 관련된 퀘스트는 탐험가 퀘스트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릴슨의 설명을 잠깐 들은 이안은 곧바로 신단에 손을 가져다 얹었다.

그러자 이안의 눈앞에 또다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용자의 정보를 스캔합니다.

-C등급의 사용자입니다.

-유물을 공양하여, 해당 등급에 부합하는 아티팩트를 교환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고개를 갸웃하며 릴슨에게 물어보았다.

“형.”

“응?”

“나 C등급 사용자라는데, 좋은 거야?”

“…….”

“왜 대답이 없어?”

“난 F등급이니까.”

“…….”

이안과의 대화가 길어질수록, 릴슨은 알 수 없는 위화감과 우울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아, 이놈 괜히 데려왔나…….’

실질적으로 딱히 나쁠 것은 없는데, 왠지 모르게 자꾸만 손해 보는 기분.

사실 이안을 이곳에 데려오면서 릴슨은 소소한 행복을 기대했었다.

어쨌든 이 신단은 릴슨이 서버 최초로 발견한 곳이었고, 뭔가 이안에게 우쭐할 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우쭐은커녕 오히려 높은 등급의 사용자인 이안에게 부탁이라도 해야 될 판이었으니 릴슨으로서는 김이 빠질 수밖에 없는 것.

‘힝…….’

하지만 릴슨이 실상을 알았더라면, 조금 덜 억울했을지도 몰랐다.

이안이 더 높은 사용자 등급을 얻은 이유는 단지 그의 초월 레벨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정작 릴슨의 부러움의 대상인 이안은 별다른 감흥이 없어 보였다.

“음. 쭉 훑어보는 중인데 별로 탐나는 것도 없네.”

“그, 그래?”

“그냥 해체 분석기 하나만 교환받아야겠어. 사용자 등급이 더 높아져야 좋은 유물이 뜨려나?”

새로운 콘텐츠에 잔뜩 기대했다가 김빠진 표정이 된 이안.

사실 이런 결과는 당연한 것이었다.

이안이 유적지 두 곳을 쓸어 담으며 얻은 유물들이 최고 등급의 유물이었으며, 초월 80레벨 정도로는 얻을 수 없는 수준의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신단은 이안의 사용자 등급을 초월 레벨을 기준으로 책정한 것이었으니 당연히 눈에 안 차는 유물들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잠시 신단의 유물 목록을 살펴보던 이안은 가지고 있던 유물들 중 가장 쓸모없어 보이는 잡템(?)을 제단에 올려 두었다.

띠링-!

-‘악령의 보주(영웅)(초월)’ 아이템을 신단에 공양하였습니다.

-‘유물 해체 분석기(영웅)(초월)’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이어서 아쉬운 대로 일단은 필요했던 물건을 손에 넣은 이안은, 다시 초롱초롱해진 눈빛으로 그것의 정보 창을 오픈하였다.

그리고 그 정보 창을 읽어 내려가면서 이안의 눈에 더욱 흥미가 일기 시작하였다.

-유물 해체 분석기

등급 : 영웅 (초월)

분류 : 잡화

모든 종류의 유물을 해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해체 분석기로 해체된 유물은 완벽히 분석을 마쳐야만 다시 조립할 수 있으며, 재조립 시 실패 확률이 존재합니다(유저의 손재주 능력치에 비례).

재조립된 유물은 최대 내구도가 (0~20퍼센트)만큼 감소하며, 낮은 확률로 더 높은 등급의 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유물 해체 분석의 대가가 된다면 고대 유물들의 숨겨진 강력한 힘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유저 ‘이안’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다른 유저에게 양도하거나 팔 수 없으며, 캐릭터가 죽더라도 드롭되지 않습니다.

*고대의 흉상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유물 해체 분석기’ 아이템이 필요합니다.

* * *

결국 릴슨은 이안에게 아쉬운 소리를 또 해야만 했다.

신단에서 얻고 싶었던 탐험가용 아티팩트 중 등급이 낮아서 얻지 못했던 물건들이 몇 개 있었으니 말이다.

하여 이안은, 릴슨의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단기 노예 계약(?)을 맺기로 하였다.

본인은 그게 노예 계약인지 잘 모르는 듯했지만 말이다.

“유적 전부 클리어할 때까지 딴 거 하지 말고 내 옆에 붙어 있도록.”

“뭐, 그거야 어렵지 않지. 네 옆에 있으면 다른 유적도 같이 갈 수 있고 좋지.”

하지만 릴슨이 그 결정을 후회하는 데까지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이안과 함께 ‘유물 해체 분석기’를 사용하여 세 악신들의 흉상을 전부 해체하고 난 뒤에 하나의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

띠링-!

-악신의 흉상을 전부 해체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악신 투아레스의 흉상 조각(악마의 파편) : 222개

-악신 콰트누스의 흉상 조각(악마의 파편) : 222개

-악신 라그토스의 흉상 조각(악마의 파편) : 333개

-악마의 파편들을 차례대로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C-11’ 파편의 분석을 시작합니다.

……중략……

-‘C-11’ 파편의 분석을 완료하였습니다.

-분석 진행 중(1/777).

파편 한 개를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초에서 1분 정도이다.

넉넉히 1분을 잡고 둘이서 분석한다고 했을 때, 777개의 파편을 전부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 꼬박 12시간 정도.

두 사람이 나눠서 분석한다 해도 6시간이 넘게 필요한 것이다.

분석 작업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이것이야말로 가내수공업과 다를 바 없는 단순노동이었으니 삭신이 쑤실 수밖에 없는 것.

하지만 릴슨은 이안과 함께하며 얻을 수 있는 이득들을 생각한다면 여기까진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그래. 이런 노동 정도야 이 릴슨 님의 근성이라면 충분히 커버 가능하지.’

다만 진짜 ‘문제’는 해체된 모든 파편들의 분석이 끝난 뒤에 있었다.

띠링-!

-모든 ‘악마의 파편’ 분석이 완료되었습니다.

-파편들에 숨겨져 있던 고대의 힘이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우우웅- 우웅-!

“으아, 드디어 끝났네.”

“오오, 드디어……!”

분석된 악마의 파편들에는 너무도 충격적인(?) 사실이 담겨 있었으니 말이다.

-파편의 숨겨진 정보가 드러납니다.

-‘악마의 파편’의 명칭이 ‘고대 가디언의 파편’으로 변경됩니다.

-‘악마의 파편’의 등급이 전설(초월)에서 신화(초월)로 격상됩니다.

-일부 파편이 더 작은 조각으로 분리됩니다.

-‘고대 가디언의 파편’이 총 3,000개 생성되었습니다.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마치 시간이 정지되기라도 한 듯 거짓말처럼 굳어 버린 두 사람.

“뭐라고?”

“컥.”

이어서 이안은, 떨리는 손으로 부서진 파편 하나를 집어 들어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제발, 아닐 거야…….’

그리고 다음 순간, 릴슨과 이안의 슬픈 예감은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말았다.

-고대 가디언의 파편

등급 : 신화 (초월)

분류 : 잡화

유적에서 얻은 신비한 힘이 담긴 유물 파편으로, 고대의 전투병기가 분해된 조각으로 추정됩니다.

모든 파편들을 성공적으로 조립할 시 강력한 고대의 힘을 가진 가디언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파편을 성공적으로 조립한다면, 다음의 유물들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고대 성령의 가디언 흉상

-고대 악령의 가디언 흉상

-고대 심연의 가디언 흉상

*잘못된 위치에 파편 조립을 시도할 시 조립되었던 모든 파편이 분리되어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후략……

해체되어 본래의 용도(?)를 찾은 3천 조각짜리 고대의 파편들은 결국 천 피스짜리 3D 입체퍼즐 세 개를 섞어 놓은 것이었으니 말이다.

“후우.”

이제는 거의 퍼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 되어 버린 이안.

‘흉상을 전부 완성하고, 거기에 소환석을 사용해서 가디언들을 복원해야 하는 방식이었어.’

퍼즐 콘텐츠를 만들어 낸 기획자에 대한 분노를 꾹꾹 눌러 참은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치는 릴슨의 손을 꽉 부여잡았다.

“형.”

“으응?”

“형만 믿을게.”

“……!”

그리고 그날로부터 거의 일주일 동안 릴슨을 볼 수 있는 길드원은 아무도 없었다는, 슬픈 전설이 로터스 길드에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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