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831화 (836/1,027)

< 831화 3. 예정되어 있던 딜Deal (2) >

* * *

웬만한 유저는 카일란을 수년 넘게 플레이해도, 한 번을 만나기 어렵다는 존재인 GM.

이안은 그 희귀한 존재(?)를 이번으로 벌써 두 번째 만나는 것이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사실 조금은 예상했던 상황이기도 하였다.

이번에 이안이 생각해 낸 사냥 방식은 시스템 오류나 버그가 아닐지언정 밸런스를 파괴하는 파괴력만큼은 어지간한 버그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놀랍게도 이안은, 미리 이러한 상황을 머릿속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반쯤은 뜬구름 잡는 느낌이었으나, GM이 나타난다면 어떤 보상을 요구할지 생각해 본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나타났고 말이지.’

하여 이안은, 생각했던 것들을 거침없이 얘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이안이 철우에게 요구한 것은 실물보다는 주로 무형적인 것이었다.

그래야 철우의 입장에서도, 부담이 덜할 테니 말이었다.

최초에 철우가 제시한 삭풍의 언월도 같은 경우 현실 세계에서도 억 단위 이상의 가치가 있는 아이템이었지만, 실물이 아닌 ‘정보’의 경우 그것이 아무리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 하여도 겉으로 티는 덜 나니 말이었다.

GM의 입장까지 꼼꼼하게 배려한 친절한 약탈자 이안!

그리하여 이안이 철우에게 요구한 것은, 총 세 가지였다.

첫째, 성령의 유적 외에 비타스텔라에 존재하는 모든 유적의 위치를 공유해 줄 것.

이것을 이안이 가장 먼저 요구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물론 비타 스텔라에서 상주하다 보면 어떻게든 다른 유적들도 찾아낼 수 있겠지만, 운도 따라야 하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으니까.’

이안이 성령의 유적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무척이나 복잡한 연계 퀘스트들을 차곡차곡 클리어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아렌의 퀘스트를 받지 않았더라면 생명의 계곡 지하에 이런 유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었겠으며, 그 전에 생명수와 관련된 퀘스트와 차르타 포획 노가다를 하지 않았더라면 아렌을 어떻게 만날 수 있었겠는가.

물론 하나의 유적을 찾은 지금 이안에게 이전보단 훨씬 더 많은 정보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드넓은 산을 뒤져 유적을 찾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분명히 성령의 유적처럼 지형지물 어딘가에 꽁꽁 숨겨져 있을 텐데, 아무리 이안이라 하더라도 어떤 단서 없이 그것을 찾아낼 재주는 없었으니 말이다.

때문에 이안이 두 번째, 세 번째 유적을 찾기 전.

누군가 다른 랭커가 하나의 유적을 먼저 선점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하였다.

이안은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고 말이다.

‘어떻게든 세 자루의 심판 검을 전부 손에 넣어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유적 찾는답시고 세월아 네월아 할 수 없지.’

세 자루의 심판검을 전부 손에 넣어야, 비로소 활성화되는 봉인된 세트 옵션.

이안에게 그것은, 어떤 신화 등급의 초월 무기보다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이었으니까.

물론 훈이를 비롯한 나머지 세 사람은 이안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아니, 유적이야 이제부터 찾으면 되는 건데, 대체 왜 신화등급 초월 장비를 포기하고 저걸 달라는 거야?’

‘하……. 진짜 이해할 수 없는 형이라니까.’

이어서 두 번째.

이안은 용암의 대지 외에, 비터 스텔라에 존재하는 모든 속성 던전의 위치를 요구하였다.

그리고 이안은 이것만 하더라도, 신화 등급 삭풍의 무기를 받는 것보다 더 나은 보상이라고 생각하였다.

아직까지는 추측일 뿐이었지만, 이안은 삭풍의 절곡 외에도 동급의 속성 던전이 두 개 더 존재할 것이라 생각하였으니 말이다.

‘사대 속성별로 하나씩, 봉우리별로 하나씩 존재하겠지.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되어 있던 던전인 듯하니까.’

물론 이안이 직접 도전하는 것이 아닌 이상, 신화 등급 무기까지 얻어 내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 것임은 자명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안은 자신 있었다.

기사단원들을 하드 트레이닝하여 속성 던전을 전부 탈탈 털어먹을 자신 말이다.

이 부분이야말로 시간문제였고, 때문에 삭풍의 무기를 보상으로 받는 것이 크게 내키지 않는 이유였다.

‘우리가 공략하기 전에 누군가 던전을 발견할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클리어하는 게 아닌 이상 던전이 사라지진 않을 테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셋째.

이안이 철우에게 요구한 마지막 보상은, 원소의 목걸이 획득 경로를 공유받는 것이었다.

이안이 용천에서 정령계로 돌아온 가장 큰 이유.

성운을 밟기 위한 두 번째 열쇠인 ‘원소의 목걸이’를 하루 빨리 얻고 싶었으니 말이다.

아마 나지찬이 이 세 번째 요구 사항을 들었더라면, 게거품을 물며 ‘안 돼, 돌아가!’를 외쳤을 터였다.

“자, 여기까집니다, 철우 님.”

“…….”

“어때요. 이 정도면 충분히 합리적인 제안 아닌가요?”

“그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여기에 신화 등급 무기까지 받아 가고 싶지만, 제가 또 그렇게까지 염치없는 사람은 아니라서 말이지요.”

“……무서운 소리 하지 마시죠, 이안 님. 그랬다간 저 이번엔 확실히 감봉당합니다.”

“후후.”

이안의 이야기를 전부 다 들은 철우는,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침묵하였다.

단순 GM일 뿐인 그는 기획자만큼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깊지 못했고, 하여 이안의 제안이 생각보다 들어 줄 만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그냥 오케이해도 되는 건가?’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이미 한 번 이안을 경험해 본 그의 ‘본능’ 같은 것이었다.

그가 아는 이안이라면, 이 정도 선에서 갈취(?)를 멈추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설마 이래 놓고 한 입으로 두말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철우의 고민은 거기까지였다.

괜히 여기서 뒤로 빼며 이안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더 많은 것을 뜯길까 두려웠으니 말이다.

‘첫 번째, 두 번째 요구까지는 들어줄 수 있겠어. 하지만 세 번째는 나도 구체적으로 모르는 부분이니까…….’

생각을 정리한 철우는 이안을 향해 다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마음 같아선 이안에게 꼬투리 잡히지 않기 위해, 원소의 목걸이에 대한 행방까지 깔끔하게 얘기해 버리고 싶었지만, 그걸 모른다는 게 아쉬운 철우였다.

“이안 님.”

“말씀하시죠, 철우 님.”

“원하신 첫 번째와 두 번째 보상에 대한 건은, 제가 들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호!”

“다만, 세 번째로 말씀하신 ‘원소의 목걸이’에 대한 건은…….”

“그건 힘든가요?”

“네. 그 부분은…… 아무래도 제 권한으론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군요.”

모른다는 답변은 너무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는지, 권한이라는 이야기로 에둘러 대답하는 철우.

그의 말을 다 들은 이안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아니, 생각에 잠긴 척하며 잠시 뜸을 들였다.

“흠.”

사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딜해 줄 만하였으나, 끝까지 밀고 당겨 가며 철우의 애간장을 녹이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야 다른 소리 나오지 않고,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딜이 성사될 것이었다.

‘역시 원소의 목걸이 획득 경로를 알려 달라는 건 쉽게 들어줄 수 없는 요구겠지.’

철우는 단지 자신이 모르는 내용에 대한 질문이었기에 답변하지 못했던 것이지만, 이안은 약간의 오해를 하였다.

원소의 목걸이가 곧 성운으로 가기 위한 열쇠와 같은 아이템이고, 그것은 상위 콘텐츠로 직결되는 콘텐츠라 할 수 있었으니.

철우가 그것까지 얘기해 주지는 못한 것으로 말이다.

어쨌든 뜸을 들이는 이안으로 인해, 잠시 동안 장내에 깔린 정적.

그리고 그 정적 끝에, 이안과 철우는 극적인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었다.

“좋습니다, 철우 님. 그럼 제가 세 번째 요구는 포기하도록 하죠.”

“정말입니까?”

“단, 획득 경로까지 공유받을 수 없다면, 약간의 단서라도 주셨으면 합니다.”

“단서라…….”

“제가 어느 정도 감이라도 잡을 수 있게 말이죠.”

이안의 말에 철우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원소의 목걸이에 대해 그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하나의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

“그럼 이것으로 협상은 타결된 겁니다.”

철우의 말에 이안은 깔끔히 고개를 끄덕였다.

뜯어낼 때야 최선을 다해 뜯어낼지언정, 한번 정해진 것에 구질구질하게 토를 달지는 않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었으니 말이다.

“후후, 물론입니다. 역시 철우 님, 시원해서 좋군요.”

“별말씀을요.”

이안과 고개를 마주 끄덕인 철우가 허공에 손을 한차례 휘저었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황금빛 언월도가, 허공으로 부서져 사라져 버렸다.

스르륵-.

물론 훈이와 유신 등은 사라지는 신화등급 무기에 입맛을 다셨으나, 그렇다 해서 이제와 태클을 걸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안과 철우 사이에 오간 이야기를 전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안의 악랄함을 믿었으니 말이다.

이어서 다음 순간, 이안의 앞으로 다가온 철우가 탁 하고 손가락을 퉁겼다.

그리고 그것과 거의 동시에,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띠링-!

-‘호른’ 산맥의 좌표(7,980, 9,971)가 공유됩니다.

-‘악령의 유적’ 던전 입구를 발견하셨습니다!

-던전을 최초로 발견하셨습니다!

-이제부터…….

……중략……

-‘호른’ 산맥의 좌표(392, 6,171)가 공유됩니다.

-‘삭풍의 절곡’ 던전 입구를 발견하셨습니다!

-‘마타야’ 산맥의 좌표(5,511, 470)…….

……후략……

새로운 좌표와 던전의 발견으로 연신 번쩍거리는 이안의 미니 맵과 그것을 확인하고 흡족한 표정이 된 이안.

그런 이안을 향해 철우가 친절한 표정으로 이야기하였고…….

“자, 말씀하신 첫 번째, 두 번째 보상을 전부 처리하였습니다. 한번 확인해 보시지요.”

모든 보상을 확인한 이안 또한, 더없이 기분 좋은 목소리로 답하였다.

“완벽합니다. 맵에 아예 좌표를 찍어 주시니 깔끔하군요.”

“후후, 그 정도야 어렵지 않죠.”

그리고 이안과 다시 눈이 마주친 철우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마지막으로 ‘원소의 목걸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저는 원소의 목걸이와 관련된 특정 퀘스트를 언급할 수는 없습니다.”

“음, 그렇군요.”

“단……!”

“……?”

“지금 이 순간, 목걸이를 가지고 있는 NPC가 누구인지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오오!”

철우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가 나오자, 이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듣기에 따라선, 획득 경로를 알려 준다는 것과 다를 바 없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철우의 입에서 나온 그 NPC는 이안이 이미 오래 전에 만난 적이 있는 NPC였다.

“물의 정령왕 엘리샤.”

“……!”

“그녀를 찾을 수 있다면,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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