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825화 (831/1,027)

< 825화 1. 로터스의 부기사단장 카노엘 (2) >

* * *

이안은 샬론의 오두막을 나오기 전, 최대한 꼼꼼하게 그에게 질문하였다.

이렇게 치사하게(?) 콘텐츠 진행이 막혀 버리자 더욱 오기가 생긴 것이다.

최소한 삭풍의 장비들이 기사단원들의 손에 들어오게라도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던 것.

“제가 추천인을 도와 함께 삭풍의 절곡에 들어갈 수는 없는 겁니까?”

“당연하네. 애초에 용암의 힘을 가진 자는, 삭풍의 절곡 안에 발을 들일 수가 없어.”

“용암의 힘이라는 게, 용암의 장비를 말하는 겁니까?”

“꼭 그런 건 아니라네. 내가 말하는 용암의 힘을 가진 자라는 건, 사이야 봉우리에 잠들어 있던 용암의 힘을 직접 깨운 이들에 한하는 것이니 말일세.”

“아, 그렇군요.”

그리고 그 결과, 이안은 제법 상세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절곡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최대 몇 명입니까?”

“음, 그건 나도 조금 가물가물하네만, 아마 세 명이 아닐까 싶네.”

“그래요?”

“아마 맞을 걸세. 삭풍의 인정을 받은 영웅은 셋 이상 존재할 수 없으니 말이야.”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절곡에 들어가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시험도 어려워질 테니, 그 부분은 감안하시는 게 좋을 걸세.”

“물론입니다.”

끼이익-!

삐걱거리는 오두막 문을 열고 나온 이안은, 다시 만족스런 표정이 되었다.

‘대충 누구누구를 보내야 할지 그림이 그려지는군.’

자신이 용암의 대지에서 경험했던 콘텐츠들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샬론에게 들은 정보들을 조합해 보니 얼추 그림이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내가 직접 들어가서 삭풍의 수호자도 포획해 버려야 하는데. 그걸 못 하는 게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뭐.’

기획자 중 누군가가 들었더라면 경기를 일으켰을 만한 이야기를 속으로 중얼거린 이안은, 아이언을 소환하여 타고 어디론가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그의 목적지는 프뉴마 마을의 공터.

기사단 일행이 머물고 있는 곳이었다.

* * *

“퀘스트 클리어까지 제법 오래 걸렸네요. 역시 쉬운 퀘스트가 아니었죠?”

헤르스의 말에, 피올란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였다.

“아뇨, 헤르스 님.”

“……?”

“퀘스트는 굉장히 쉬웠어요.”

“그, 그래요?”

“그 파라켄인지 뭔지 기계괴수 잡는 데에는, 10분도 채 안 걸렸으니까요.”

“헉.”

“다만…….”

“네?”

“퀘스트 진행하기 전까지 이안 님 밑에서 구르는 게 헬 난이도였을 뿐이죠.”

“…….”

피올란의 한숨 섞인 이야기에, 헤르스는 먼 산을 보며 딴청을 피웠다.

길드 마스터인 그는 천룡기사단원들 개개인의 레벨을 전부 확인할 수 있었고, 그들의 다이내믹한 레벨 변화를 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던 부분인 것이다.

그 누구보다 이안과 오랜 시간 함께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적응하기 힘든 이안의 사냥 스타일.

‘흐음, 역시 나는 빠지길 잘했어.’

다른 사람들을 확인해 볼 필요도 없이, 피올란의 레벨만 봐도 경악스러웠다.

퀘스트가 시작되기 전에도 67정도로 고레벨이었던 그녀였건만, 며칠 만에 무려 73레벨까지 올라 있었으니 말이다.

“제 마음 알죠, 피올란 님?”

“아뇨, 모르겠는데요.”

“크윽…….”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마스터.”

“네?”

“제 자리 비워 드릴 테니까 천룡기사단에 들어오시죠.”

피올란의 이야기에, 헤르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단호히 대답하였다.

“아뇨. 늦었어요. 한번 정해진 기사단원을 교체하기 위해선, 페널티가 너무 크니까요.”

“칫…….”

잠시 투닥거리던 피올란과 헤르스는 포트의 물이 끓기 시작하자 커피를 내려 원탁 앞에 마주앉았다.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툴툴거리기는 했지만, 사실 피올란이 길드 거점에 돌아온 것은 이유 없는 방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이안 님이 연계 퀘스트 받아 오래요.”

피올란의 이야기에, 헤르스가 곧바로 반문하였다.

“걘 어디 갔는데요?”

“뭐 히든 퀘스트 찾는다고, 신나서 프뉴마 마을로 날아갔어요.”

“헐, 또 뭘 찾았길래…….”

“삭풍의 조각인가? 여튼 그 괴수 잡으니까 퀘스트 템 하나 떨구더라고요.”

“아하.”

잠시 뜸을 들인 피올란이 다시 말을 이었다.

“여튼 그 퀘스트랑 병행해서 길드퀘도 계속해야 한다고, 호른 봉우리에 있는 다른 퀘스트부터 받아 오래요.”

“그렇군요.”

“호른 봉우리에 퀘스트가 없으면, 마타야나 루판 산맥도 괜찮다고 했어요.”

“마타야나 루판이면, 역시 호른과 인접해 있는 봉우리들이네요.”

“그렇죠.”

“그나저나 기사단원들이 아예 다른 맵에 있으면, 버프가 깨지는 거로 아는데…….”

“효과가 좀 주는 걸로 알아요.”

“퀘스트 굳이 병행하겠다는 이유가 뭔가요?”

“저도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부기사단장’이라는 개념이 생겨서인 것 같아요.”

“네?”

“이안 님이 이번에 80레벨 되면서 부기사단장 슬롯이 열렸는데, 부기사단장이 있으면 기사단을 둘로 쪼개서 움직여도 버프가 안 줄어들거든요.”

“아하……!”

헤르스와 피올란은, 서로의 정보들을 공유하며 길드 퀘스트들을 하나씩 물색해 나갔다.

그리고 곧이어, 다음으로 진행할 기사단 퀘스트를 어렵지 않게 고를 수 있었다.

“뭐, 더 찾아봐야 이것 만한 건 없겠군요.”

“그러네요.”

“그럼 이걸로 등록해 놓겠습니다.”

“이안이한테 안 물어봐도 돼요?”

“네. 저한테 권한을 일임하셨거든요.”

띠링-!

피올란이 퀘스트 창을 향해 손을 뻗자, 예의 간결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다.

-기사단원 ‘피올란’ 유저가 기사단장 ‘이안’ 유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습니다.

-길드의 천룡기사단원 ‘피올란’ 유저가 기사단 퀘스트를 수령하였습니다.

-로터스 길드의 천룡기사단이 ‘호른산의 비밀 Ⅰ’ 퀘스트를 부여받습니다.

-난이도 : A- (에픽)

-보상 등급 : A+

-길드 공헌 등급 : A-

-퀘스트에 최초로 도전하였습니다.

-클리어 시 모든 보상이 두 배로 책정됩니다.

‘비밀’이라는 뭔가 의미심장한 수식이 붙어 있기는 하였으나, 사실 이 퀘스트의 내용은 무척이나 간단했다.

호른 산에 있는 기계괴수들을 최대한 토벌하면서, 그들을 조종하는 관제탑을 찾아내어 파괴하라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난이도는 파라켄 처치보다도 낮은 A-등급.

하지만 피올란은 이안이 이 퀘스트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어차피 한동안 기사단의 1차 목표는 퀘스트보다 레벨 업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레벨 버프 이용한 사냥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이안 님은 호른의 사냥터를 벗어날 생각이 없을 테니 말이야.’

레벨 업을 하는 김에 인근에서 클리어 가능한 길드 퀘스트를 하나씩 정리하는 것이, 효율을 중시하는 이안에게는 최선의 선택일 터.

이미 이안화 되어 버린 그녀는 어렵지 않게 올바른(?) 선택을 대신할 수 있었다.

“자, 그럼 저는 다시 가 봅니다.”

“벌써요?”

헤르스의 반문에, 피올란이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네……. 이안 님이 3시까진 돌아오라 하셨거든요.”

“파이팅입니다…….”

힘없는 말투로 헤르스에게 인사를 한 뒤, 다시 길드 거점을 나서는 피올란.

그런데 바로 그때.

띠링-!

헤르스와 피올란의 눈앞에 동시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천룡기사단의 단원 ‘카노엘’의 직위가, 기사단장 ‘이안’에 의해 승격되었습니다!

-기사단원 ‘카노엘’이 ‘부 기사단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 * *

원래대로라면 이안은 카노엘을 ‘부기사단장’으로 임명할 생각이 없었다.

처음 기사단이 창설될 때부터, 너무도 당연히 ‘훈이’를 내정자로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안이 생각하는 부기사단장의 기준은 단순히 전투력이 아니었다.

부기사단장은 오더를 내려야 하는 직위였고, 그것은 개인의 전투력보다 통솔력이 중요한 자리였으니 말이다.

‘수많은 언데드들을 통솔할 줄 아는 훈이가 부기사단장으로는 제격이겠지.’

하지만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니 한 가지 변수가 생겨 버리고 말았다.

훈이에게 부기사단장보다 더 중요한, 새로운 ‘할 일’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할 일이 생긴 훈이가 빠지자, ‘통솔력’이라는 조건에 그 다음으로 부합하는 인물이 카노엘이었을 뿐.

카노엘이 부기사단장이 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없었다.

“훈아.”

“불안하게 왜 그래, 형?”

“그냥 불렀을 뿐인데, 뭐가 불안해?”

“아니, 그렇잖아. 돌아오자마자 그렇게 느끼하게 부르면, 내가 아니었어도 똑같이 반응했을걸?”

훈이의 이야기에 이안이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고, 모두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안은 그러한 반응들을 깔끔하게 무시한 채 할 말을 계속 잇기 시작하였다.

“너, 예전에. 레미르 누나가 부럽다고 했었지?”

“응……? 아, 용암 세트!”

“그래. 너 그때 신화 등급 지팡이 보고 부러워 죽으려고 했었잖아.”

“그……랬었지.”

이안의 이야기에, 훈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레미르가 처음 용암의 지팡이를 들고 나타났을 때, 훈이는 정말 배 아파 죽을 뻔한 기억이 있었으니 말이다.

‘난 아직도 영웅 등급 찌그레기 쓰고 있는데, 배가 아플 수밖에.’

이안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그때 분명 나한테 그랬던 것 같은데?”

“뭐라고?”

“‘다음에 이런 거 있을 땐 꼭 날 불러 달라’고 말이야.”

“……!”

그리고 이안이 그 이야기를 끄집어 낸 지금.

훈이의 탐욕 센서는 다시 작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레미르가 쓰는 지팡이만큼 뛰어난 장비를 얻을 수 있다면, 지옥 사냥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도 견뎌 낼 준비가 되어있었으니 말이다.

훈이는 누가 뭐래도, 기사단에서 가장 혈기왕성한(?) 나이였다.

“형님, 무슨 일이십니까?”

“음?”

“시켜만 주십쇼.”

“후후.”

“이 한 몸 다 바치겠슴다, 형님!”

거의 직각으로 고개를 숙이고 어울리지 않는 말투까지 써 가며 이안에게 넙죽거리는 훈이.

그리고 그런 훈이를 향해.

잠시 뜸을 들이던 이안갓(?)이 은총을 내리기 시작하였다.

“훈이 너랑 레비아 님, 그리고 유신이.”

“……!”

“응? 나도?”

“저도요?”

갑작스런 부름에 어리둥절한 표정이 된 레비아와 유신까지 모이자, 이안이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부터 며칠 동안, 세 사람은 저와 함께 다닙니다.”

“……!”

“에에?”

이안의 뜬금없는 선언에, 다른 기사단원들도 그들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이안의 이 이야기는 예정에 전혀 없던 계획이었으니 말이다.

그 모습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쥬르칸이, 기대 넘치는 목소리로 이안에게 물었다.

“그럼 마스터, 나머지는 그동안 쉬는 거야?”

순진무구한 표정과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이안에게 묻는 쥬르칸.

하지만 다른 기사단원들은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

“나머지는 우리 네 사람이 없는 동안, ‘카노엘’ 부기사단장님이랑 퀘스트를 진행하면 된다고.”

“으음?”

갑작스런 상황에, 여러 모로 혼란에 빠진 로터스의 기사단원들.

그들 중에서도 가장 혼란스러운 유신과 레비아가 이안을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우리 뭐 하러 가는 거예요, 이안 님?”

레비아의 물음에, 이안이 짧게 대답하였다.

“하드 트레이닝요.”

“하, 하드 트레이닝?”

더욱 불안한 표정이 된 유신이 이어서 물었다.

“그럼 형, 우린 언제까지 형이랑 같이 다니는 거야?”

“세 사람 전부 80레벨 찍을 때까지.”

탐욕 센서로 인해 현실 감각이 마비된 훈이조차도 동공이 흔들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안의 대사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