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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823화 (829/1,027)

< 823화 7. 하드코어 레벨링 (3) >

* * *

동력장치 덕에 레벨 버프가 3중첩으로 쌓인 기계 괴수들.

130레벨대가 된 이 녀석들의 전투력은, 당연히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고유 능력이고 몬스터 등급이고를 떠나서, 스텟 자체가 괴물급이 되었으니 말이다.

때문에 이안의 용기사단 또한 지금까지처럼 스피드하게 사냥을 진행하지는 못했다.

“3분대가 어그로 끌어서 분산시켜! 그 사이에 이 앞에 놈들부터 잘라먹을 테니까.”

“예, 단장님!”

스무 명의 용기사단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이안의 오더를 따라 전장을 제어한다.

130레벨대 몬스터들의 공격이 집중된다면, 아무리 성령의 유물들을 두른 이안이라 해도 버텨 낼 수 없었기 때문에, 어그로를 분산시키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다섯 명씩 쪼개져 총 네 개의 분대로 운영되는 로터스의 용기사단은 갈수록 더 정교하게 작전을 수행하였다.

“훈이, 그쪽으로 빨리!”

“알겠어, 누나!”

이미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 온 기존 길드원들부터, 가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 길드원들까지.

모든 기사단원들이 칼 같이 작전을 수행하는 장면은 멋들어지는 것이었지만, 그 실상까지 그렇게 고상하지는(?)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멋진 이 용기사단의 작전 수행 능력은 사실 생존이 걸린 문제였으니 말이다.

기사단원 중 누구 하나가 딱 한 번만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진영 붕괴는 물론 전멸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모든 기사단원이 순간순간 전력을 쥐어짜 내야 하는 것이다.

“으, 이러다가 탈진하겠어!”

“조금만 더 버텨요, 누나. 누나 실드 깨지면 다 죽는 거야.”

“아아으으으!”

어지간해서는 힘든 내색을 않는 레비아조차도 안색이 파래질 정도의 하드코어한 사냥.

그러나 이안과의 사냥이 언제나 그래왔듯 힘든 만큼 달콤한 보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계 괴수 ‘프루탈’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기계 괴수 ‘파머스’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기계 괴수 ‘파머스’를 …….

……중략……

-경험치를 1,072,983만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1,351,010만큼 획득하였습니다!

……중략……

-기사단원 ‘간지훈이’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기사단원 ‘카노엘’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기사단원 ‘레비아’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후략……

레벨 버프 3중첩인 상태로 캠프 하나를 싹 정리하자 무려 대여섯 명의 기사단원이 동시에 레벨이 오른다.

이어서 그것을 확인한 길드원들은 목젖까지 차오르던 불만을 자동으로 집어삼킬 수밖에 없었다.

“미친……. 경험치가 백만 단위잖아?”

“여기 혹시 지상계인가? 뭔가 숫자가 이상한데?”

“와, 게이지 절반도 안 차 있었는데 레벨이 올랐어…….”

그리고 개중에는 놀라다 못해 경악한 인물도 하나 있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64가 되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65가 되었습니다.

“누, 누나.”

“응? 무슨 일이야.”

“난 방금 2레벨이 올랐어.”

“……?”

“정신없이 뛰어다니기만 한 것 같은데, 레벨이 두 개 올랐다니까?”

“설마 폭업한 거야?”

“그런 것 같아.”

“미친…….”

카일란에서는 한 번에 2계단 이상 레벨이 오르는 것을 ‘폭업’이라고 부른다.

보통 고레벨 사냥터에서 저레벨 유저들을 버스 태워 줄 때 자주 있는 일.

때문에 길드원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기사단원 중에 가장 낮은 레벨이라고는 하지만, 상위 0.1% 안쪽에 드는 랭커가 폭업을 했다는 사실은 믿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이 있었으니.

스무 명의 기사단원들 중 이안을 제외한 전부가 사냥을 시작한 뒤로 레벨이 한 계단 이상 올랐다는 것.

실제로 겪어 보기 전엔 믿을 수 없는, 기적(?)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딱 10분만 쉬고 3번 캠프로 돌아간다. 다들 정비해!”

“1, 10분……?”

“형, 우리 점심도 안 먹은 건 알고 있어?”

“지금 밥 먹을 시간이 어디 있어. 사냥감이 널렸는데.”

“…….”

이안의 이야기에,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만 훈이.

그리고 그 옆에 있던 레미르가 체념한 듯 이안에게 물어보았다.

“근데 왜 5번 캠프 아니고 3번 캠프로 돌아가는 거야?”

“아마 지금쯤이면, 전부 젠 됐을 테니까.”

“아하.”

“동력장치 여러 개 운반하는 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 캠프 두 개에 미리 세 개씩 박아 놓고, 왔다 갔다 하면서 사냥하는 게 제일 효율 좋을 거야.”

“…….”

“다행히 호른 산맥이 젠이 빠른 사냥터니까, 두 군데만 왕복해도 충분하겠어.”

“그, 그렇구나.”

자신이 사냥 효율을 위해 박아 놓은 동력 타워 때문에 스콜피온 길드원들이 전멸했다는 사실을 알기는 하는 것인지, 해맑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미니 맵에 사냥 동선을 그려 넣는 이안.

‘나도 오늘 사냥이 끝나기 전엔 앞자리 8을 볼 수 있겠어.’

초월 80레벨이 될 생각에 설렌 이안은 사냥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였고, 기사단원들은 전부 탈진하기 직전까지 사냥을 계속해야만 했다.

아침부터 시작된 사냥이 해가 질 때까지도 쉬지 않고 계속된 것이다.

“이제는 무리야 이안.”

“그래, 형.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그래요, 이안 님. 여기서 더 하다가는 실수해서 진영붕괴가 올 수도 있어요.”

“맞아. 이렇게 힘들게 올린 경험치를 데스 페널티로 날리면 안 되잖아, 형.”

급기야 이구동성이 되어 이안의 강행군을 말리는 길드원들.

하지만 이안의 근성은, 그렇게 쉽게 꺾이는 것이 아니었다.

잠시 길드원들을 설레게 하는 말을 하는가 싶더니…….

“하긴. 확실히 여기서 더 사냥을 진행하면 위험할 수도 있겠어.”

“오, 그럼 여기까지 하는 거야?!”

“드디어 오늘 사냥이 끝나는 건가?”

다음 말로 모든 길드원들을 좌절시켜 버린 것이다.

“지금부턴 동력기 하나 빼고 사냥하자.”

“……!”

“2중첩으로 사냥하면 난이도가 훨씬 내려갈 테니까, 한두 명 실수해도 크게 사고 날 일은 없을 거야.”

“그, 그런……!”

마치 떨어지는 체력에 맞춰, 한계 중량을 줄여 가며 트레이닝하는 운동선수들처럼 기사단원들의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려는 이안의 악랄한(?) 플랜.

그리고 이 개미지옥 같은 로터스 기사단의 사냥은 결국 이안이 80레벨을 찍을 때까지 중지되지 않았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80레벨이 되었습니다.

-기사단장의 레벨이 80이 되어 ‘천룡기사단’의 새로운 기능이 개방됩니다!

-이제부터 천룡기사단의 ‘부기사단장’을 임명할 수 있습니다.

-‘부기사단장’의 직책은 30일에 한 번 재임명이 가능합니다.

-이제부터 기사단장과 부기사단장의 직책을 가진 단원에게, 추가 고유 능력이 주어집니다.

-‘기사단의 용맹’ 고유 능력을 획득하였습니다! (직책을 잃을 시 고유 능력은 자동으로 소멸됩니다.)

……후략……

‘크, 이런 꿀 같은 시스템이 또 있었네.’

이안은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들을 음미(?) 하였다.

레벨 업에 따라 이러한 다양한 콘텐츠까지 오픈되니, 소모된 활력이 다시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이러니까 내가 사냥을 멈출 수가 없지.’

하지만 활력이 다시 도는 것은 오직 이안 한 사람뿐.

그를 제외한 다른 기사단원들은 시스템 메시지 확인할 여력조차 없는지, 하나둘 다가와 그의 옆에 드러누웠다.

“누, 눈이 감겨…….”

“난 여기까지야.”

아예 벌렁 누워서 눈까지 감아 버리는 훈이와 카노엘부터 시작해서…….

“이러다가 현실에서 수액이라도 맞아야 할 것 같은데.”

“나 내일 접속 못 하면 입원한 줄 아세요.”

진지하게 현실 세계의 입원을 고려하는 레미르와 레비아까지.

물론 누구보다 의욕적이던 쥬르칸 또한, 이제는 별반 다를 것 없는 상태였다.

“살려 주세요, 단장님. 내가 잘못했어…….”

그리고 잠시 후.

시스템 메시지를 전부 확인한 이안이, 탈진해 쓰러진 길드원들을 슬쩍 둘러보았다.

레벨 업 메시지 덕에 쌓였던 피로가 다시 회복된 이안으로서는, 길드원들의 엄살(?)이 이해되지 않을 뿐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사냥을 더 하면 내일부터 파업이 시작될지도 모르니까.’

“쩝.”

아쉬움에 한차례 입맛을 다신 이안은 결국 길드원들을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고.”

“휴우우…….”

물론 족쇄(?)를 완전히 벗겨 준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대신 내일 아침 7시까지 늦지 말고 이 자리에 다 모여야 해.”

“……!”

“앞으로 일주일은 사냥만 할 건데, 설마 하루 만에 나가떨어지는 사람은 없겠지?”

“하아아…….”

그렇게 로터스 기사단의 기계군단들과의 사투는, 이안의 장담대로 일주일간 더 이어졌다.

그리고 이 일주일을 겪은 로터스의 랭커들은, 후에 이 날들을 다음과 같이 회자하였다.

“정말 끔찍했었지.”

“역시 헤르스 형이 기사단에 들어오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던 거야.”

“7년 같았던 일주일이었어…….”

* * *

기사단 창단을 기념한, 일주일의 극기 훈련(?)이 마무리 되고, 그 마침표인 ‘파라켄 처치’ 퀘스트는 너무도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

일주일간 기사단원의 평균 레벨이 5~7레벨 정도 높아진 탓에 퀘스트 난이도 자체가 확 다운된 것이다.

“이게 에픽 몬스터라고?”

“버프 3중첩된 잡몹보다 약한 것 같은데?”

“S-등급 퀘스트가 이렇게 쉬운 거였다니…….”

순식간에 파라켄을 처치해 버린 용기사단 단원들은 허탈한 표정이 되었다.

레벨 업 버프를 전혀 받지 못한 파라켄은 조금 과장을 섞자면, 그야말로 툭 치니 억 하고 죽어 버린 것이다.

초월 99레벨의 강력한 에픽 몬스터였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 정도.

다만 허무해하는 기사단원들 사이에서 보상을 확인하는 이안만이 두 눈을 반짝일 뿐이었다.

‘역시. 이 연계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두 번째 유적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겠어.’

보상 자체의 가치도 결코 적은 것이 아니었지만, 파라켄이 드롭한 아이템 중에서 기대했던 단서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삭풍의 조각

분류 : 잡화

등급 : 전설(초월)

강력한 바람의 힘이 봉인된 마법의 금속 조각이다.

기계괴수 ‘파라켄’을 움직였던 동력원으로 추정된다.

*‘삭풍의 절곡’과 연관된 단서입니다.

*고랄 종족의 ‘정령 수호자’에게 가져가면, 히든 퀘스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로터스 길드의 ‘천룡수호단’에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기사단원 외의 다른 유저에게 양도하거나 팔 수 없으며 캐릭터가 죽더라도 드롭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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