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819화 (825/1,027)

< 819화 6. 로터스의 천룡기사단 (2) >

* * *

이안이 첫 번째 기사단 퀘스트로 고른 ‘기계 괴수 파라켄 처치’ 퀘스트.

헤르스는 이안이 별다른 계획 없이 재밌어 보이는 퀘스트를 고른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이안이 파라켄 처치 퀘스트를 고른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 센 척하긴 했지만, S-등급 기사단 퀘는 결코 쉽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퀘스트 정보 창의 내용 안에 있었다.

-‘기계 괴수 파라켄 처치 (기사단)(에픽)’

정령산 북쪽에는, 네 개의 성스러운 봉우리가 높다랗게 솟아 있다.

가로세로로 완벽히 대칭을 이루며 마름모꼴로 솟아 있는, 높이마저 엇비슷한 네 개의 봉우리들.

정령계의 부족들은 오래전부터 이 성스러운 구역을 ‘비터 스텔라’라고 불러 왔다.

……중략……

그런데 얼마 전부터 기계 문명이 슬슬 비터 스텔라를 침범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곳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던 기계 문명이 어찌 된 일인지 마수를 뻗치기 시작한 것이다.

정령계에 터전을 잡고 있는 자연의 종족 ‘고랄’에 의하면, 비터스텔라의 동쪽 봉우리인 ‘호른’에 강력하고 거대한 기계괴수가 출몰했다고 한다.

성역을 오염시키려는 녀석을 처치하고,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퀘스트 난이도 : S-

추천 레벨 : 70~90(초월)

퀘스트 조건 : 길드 랭크 3티어 이상인 길드의 ‘기사단’ 소속 유저에 한해 도전 가능.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길드 공헌도 ??? (클리어 등급에 따라 차등)

기계 괴수 ‘파라켄’의 설계도.

3,000차원코인

*같은 길드, 같은 기사단에 속해있는 유저에게만 공유할 수 있는 퀘스트입니다.

‘며칠 전까지 공략했던 샤이야 봉우리가, 이 퀘스트에서 말하는 비터 스텔라의 봉우리들 중 하나였을 거야. 그리고 정령산의 엔드 콘텐츠와 관련된 단서들이, 아마도 이 비터 스텔라와 연관이 있겠지.’

지금 이안이 정령계에서 찾아내야 하는 것은, ‘차원의 인장’ 이었다.

용천의 차원의 인장 ‘용 비늘 신발’을 얻었던 것처럼 정령계의 인장인 ‘원소의 목걸이’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퍼의 이야기를 곱씹어 보면, 원소의 목걸이를 얻기 위한 단서는 엔드 콘텐츠에 있을 게 분명하였다.

때문에 이안이 이 퀘스트를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이고 말이다.

‘에픽이라는 수식이 달려있는 것으로 봐서, 메인 스토리와 연관된 퀘스트일 게 분명해. 이걸 진행하다 보면, 콘텐츠를 더 깊게 파고들 수 있는 단서가 보일 거야.’

게다가 한 가지 더.

비터 스텔라와 관련되어 있던 몇 가지 퀘스트 중 이안이 파라켄 처치 퀘스트를 콕 집어 선택한 데에는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지금, 이안의 인벤토리에 들어 있는 ‘가디언의 소환석’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안은 잠시, 성령의 유적을 관리하던 관리자와의 마지막 대화를 떠올려 보았다.

* * *

-정말 놀랍군. 성령의 유적 한 곳에서 세 마리 가디언의 소환석을 전부 얻어 내는 도전자가 존재할 줄이야.

“놀라운 건가요?”

-놀랍다기보다는 미친 거지.

“…….”

생김새와 다르게 저렴한(?) 화법을 구사하는 관리자를 보며, 이안은 살짝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이안의 표정과는 별개로, 관리자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여튼 이 소환석들에 대한 정보가 알고 싶은 거지?

“그렇습니다, 관리자님. 이걸로 아래 관문에서 만났던 가디언들을 소환해 낼 수 있는 겁니까?”

-뭐, 어느 정돈 자네의 말이 맞다고 할 수 있어.

“그건 또 무슨 의미죠?”

-자네의 말처럼 그 소환석들로 고대의 가디언들을 깨워 낼 수 있는 것은 맞다는 말일세.

“그럼 어느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맞는 말 아닌가요?”

관리자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했다.

-아니. 그렇지 않아. 그들을 깨워 내는 것과 별개로, 자네가 소환하거나 부리는 것은 불가능할 테니 말일세.

“네? 그게 무슨…….”

-가디언들은 감히 소환술사가 ‘소환수’로서 부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얘기야.

생각지도 못했던 관리자의 말에, 이안은 살짝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관리자의 말대로라면, 애물단지나 다름없는 아이템이었으님 말이다.

하지만 이런 귀한 아이템이 아무런 쓸모없는 애물단지일 리는 없었으니, 이안은 집요하게 캐묻기 시작하였다.

“그럼 소환해 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안의 물음에, 관리자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가디언들은 태생부터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태어난 존재.

“……?”

-여기까지가 내 힌트일세. 원래대로라면 함구하려 하였지만, 자네니까 이만큼이라도 말해 주는 것일세.

“너무 짠 거 아닙니까?”

-그렇다 해도 어쩔 수 없어. 이 이상을 도전자에게 알려 주는 것은 내 권한 밖의 일이니까.

“으음…….”

알 듯 말 듯 묘한 의미를 담고 있는 관리자의 말을 잠시 곱씹어 보던 이안이, 이번에는 다른 이야기를 꺼내었다.

소환석의 용도도 용도였지만, 한 가지 알아내야 할 중요한 정보가 더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 관리자님.”

-말씀하시게.

“이 소환석을 사용하는 방법이라도 좀 알려 주세요.”

-흠, 사용법이라…….

“가디언들에 대해 제가 알아내려면, 일단 소환석을 어떻게 쓰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나름 논리정연한 이안의 말에, 관리자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본래대로라면 이 또한 도전자에게 해 주도록 되어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함구하도록 제한되어 있는 이야기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나름대로의 판단을 한 관리자가 다시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서도 한 가지 힌트를 주도록 하지.

“치사…….”

-흐음, 듣고 싶지 않은 모양이로군.

“헤헤, 아닙니다, 관리자님. 그럴 리가요.”

말실수로 인해 정보 하나를 버릴 뻔했던 이안은, 최대한 비굴한(?) 표정으로 결국 관리자의 힌트를 끄집어내었다.

그리하여 이안이 관리자에게 마지막으로 들은 힌트는 바로, 비터 스텔라의 또 다른 봉우리인 ‘호른’에 대한 이야기.

호른에도 또 하나의 고대 유적이 존재하고, 그곳에 가면 소환석들의 봉인을 풀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유적의 위치를 찾아내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자네라면 할 수 있을지도…….

관리자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이안은 다시 상념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이안이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사이 천룡기사단은 비터스텔라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

띠링-!

-첫 번째 목적지에 도달했습니다.

-‘비터 스텔라’의 권역 안에 진입합니다.

이안을 비롯한 천룡기사단의 눈앞에 두 줄의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금빛 비룡의 등에 올라탄 채, 산맥을 따라 비행하는 스무 기의 용기사들.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곧바로 저공비행을 시작하였고, 그의 뒤를 따르던 나머지 용기사들 또한 대열을 맞춰 빠르게 하강하였다.

쐐애애액-!

기사단의 아우라인 금빛 빛무리를 흩뿌리며, 멋들어진 외관을 자랑하는 천룡기사단의 단원들!

하지만 그러한 화려한 외관과는 별개로, 기사단원들은 지금 불안(?)에 떨고 있는 상태였다.

“누나, 이거 첫 출정부터 전멸하는 거 아니겠지?”

“글쎄. 아주 불가능한 전개 같지는 않은데…….”

불안감 가득한 카노엘의 물음에 레비아가 심드렁하게 대답하였고, 옆에 있던 레미르가 한마디 덧붙였다.

“뭐, 이안갓이 알아서 해 주겠지. 쓸데없는 걱정 말고 시키는 거나 잘하자고.”

“…….”

처음 출발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기사단원 전체의 분위기는 매우 활기찬 상태였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안에게 퀘스트를 공유받기 전까지였을 뿐이었다.

“하, S-등급으로 스타팅이라니. 누가 이안 형 아니랄까 봐…….”

훈이의 푸념에, 바로 옆에서 날던 쥬르칸이 물었다.

“개개인이면 몰라도 용기사단 버프까지 받은 상태인데……. 난이도 등급이 좀 높아도 충분히 해 볼 만한 것 아냐?”

아직도 분위기 파악이 덜 된 쥬르칸을 향해 훈이는 한숨만 쉬었고. 친절한(?) 레비아가 대신 설명해 주었다.

“문제는 기사단 퀘스트에 뜨는 등급이 그런 부분을 다 감안해서 책정된 난이도라는 거죠.”

“……!”

“제 생각엔 아마 SS등급 개인 퀘스트 하는 게 더 쉬울 것 같아요.”

“커헉.”

한편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기사단원들과 별개로, 선두에서 비행 중인 이안은 무척이나 분주하였다.

비터 스텔라의 권역 자체가 무척이나 넓었던 데다, 샤이야 봉우리를 제외하고는 초행길이었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미니 맵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이다.

‘동쪽의 봉우리라 했으니……. 아마 저쪽 산맥을 따라 이동하면 되겠군.’

아이언의 등에 탄 채 여유로운 표정으로 미니 맵을 살피던 이안이, 좌표를 확인하고는 점점 더 속도를 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십여 분 정도가 더 지났을까.

드디어 호른 봉우리의 초입부에 다다른 이안 일행은 뭔가 수상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 * *

카일란의 클라이언트는 기본적으로 서버별, 클래스 별 레벨 랭킹을 제공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카일란에서 제공하지 않고 있는 랭킹 정보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글로벌 랭킹 정보였다.

글로벌 랭킹을 공개하지 않는 편이 중간계의 판도를 더 흥미롭게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일란 팬들은 최상위권 랭커들의 순위를 나름대로 매기고 있었으니, 웹상에는 여러 종류의 랭킹표가 나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떤 랭킹표를 보더라도 완벽하게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으니, 그것은 소환술사 랭킹 1위와 2위의 이름이었다.

소환술사 랭킹

1위 – 이안

레벨 : 70레벨 중반(추정)

서버 : 한국 서버

길드 : 로터스

2위 – 왕 웨이

레벨 : 70레벨 초반(추정)

서버 : 중국 서버

길드 : 천웅天雄

소환술사 클래스 중에서 압도적인 전투력과 레벨을 가진 두 유저인 이안과 왕 웨이.

수많은 카일란 팬들이 두 사람을 탈 소환술사 클래스라 불렀으니, 다른 소환술사 랭커들과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재밌는 것은, 그에 더해 이 둘 사이의 인지도 격차도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었다.

아마 글로벌 서버에서 카일란을 플레이하는 100명의 유저를 무작위로 뽑아 질문한다면, 100명 모두가 이안이 랭킹 1위라고 답할 확률이 무척 높을 것이다.

중국 서버 유저 100명을 상대로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크흠,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해. 하지만 언제까지 이안의 그늘 아래 있을 수는 없지.’

왕 웨이는 그래서, 오늘도 미친 듯이 노력하는 중이었다.

아직까지 이안과의 격차가 제법 난다는 사실은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안과 가장 가까운 소환술사가 자신인 것 또한 확실한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정령계에서 경험치 제일 빵빵한 사냥터로 리스트 뽑아 오도록 해, 하윈.”

“알겠습니다, 마스터.”

“이번 달이 지나기 전에 무조건 75렙을 찍어야 하니 서포팅 실력 좋은 애들로만 골라서, 파티 짜 놓도록.”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왕 웨이는 자신이 가진 금력을 이용하여, 수많은 랭커들과 뛰어난 중국 유저들을 길드에 끌어들였다.

그리고 그들을 전부, 자신의 스펙을 올리는 데 동원하였다.

‘그래도 많이 따라잡았어. 이안이 아무리 날고뛴다 해도, 결국 레벨링에서는 날 이기지 못할 거야.’

그러던 어느 날.

길드 최측근인 하윈을 통해, 제법 쏠쏠한 정보가 왕 웨이에게 입수되었다.

“마스터……!”

“무슨 일인가?”

“정령산의 북쪽에서, 엄청난 사냥터를 발견했습니다!”

“오호, 그게 어딘데?”

“초월 70레벨대가 넘는 기계 문명의 군대가 떼거리처럼 모여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런 곳이라면, 호루스 본진에도 널려 있지 않아?”

“그렇지 않습니다, 마스터.”

“음……?”

“경험치가 평범한 다른 몬스터의 한 배 반이 넘는 녀석들이라고 합니다.”

“……!”

하윈의 이야기를 들은 왕 웨이는 곧바로 친위대를 꾸리기 시작하였다.

그의 목적지는 당연히 젖과 꿀 대신 경험치가 흘러넘치는 곳, 비터 스텔라의 동쪽 봉우리인 ‘호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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