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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818화 (824/1,027)

< 818화 6. 로터스의 천룡기사단 (1) >

중간계 길드 거점에서 창설 가능한 기사단은, 강력한 집단버프와 특전을 가진다.

글로벌 기준 최상위권의 길드들이 기사단 창설에 목을 매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기사단’이라는 것은, 사람만 많다고 무한정 찍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창설 조건 자체도 엄청 까다로웠지만, 그에 더해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제약들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기사단 창설 제한과, 기사단의 인원 제한이었다.

‘창설 제한만 없었더라면 용맹기사단이나 신성기사단도 추가로 더 창설했을 텐데 말이지.’

모든 기사단 창설을 위한 최소 조건이 길드 랭크 ‘3티어’인데다, 3티어의 길드는 오직 하나의 기사단밖에 갖지 못한다는 리미트가 걸려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기사단은 무조건 20인으로 구성되어야만 한다는 규칙이 있었으니, 사실상 3티어의 길드 하나가 가질 수 있는 기사단원은 총 20명이 한계였던 것이다.

로터스에서 중간계 최초 기사단 창설을 포기한 데에는, 그러한 이유가 있었다.

“한유현, 늦지 않게 왔네?”

“휴, 너한테 또 무슨 잔소리를 들으려고 내가 늦게 오겠냐?”

“흐흐, 잔소리 듣기 싫어서 일찍 왔다기보다 너도 두근두근하는 거 아니냐?”

“…….”

“세계 최초로 천룡기사단으로 길드 퀘스트 출정하는 날인데, 설레는 게 당연한 거 아님?”

“그건 부인할 수 없겠네.”

모이기로 한 시간보다 거의 30분가량 일찍 길드 거점에 나타난 이안과 헤르스는 투닥거리며 거점 안의 마스터 집무실로 들어갔다.

이렇게 새벽같이 두 사람이 먼저 접속한 이유는, 다른 길드원들이 도착하기에 앞서 퀘스트 목록을 먼저 살피기 위함이었다.

이안이 아무리 로터스 왕국의 국왕이라 할지라도 길드거점의 마스터 집무실은 헤르스 없이 들어갈 수 없었기에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고 말이다.

위이잉.

헤르스가 집무실의 문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자, 황금빛 빛무리와 함께 작은 공명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드르륵-!

문이 열리며 집무실 내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야, 못 보던 사이에 길드 거점이 많이 번쩍번쩍해졌는데?”

“……이거 설치한 지 벌써 한 달도 넘었거든?”

“그래? 그렇게 오래됐어?”

“어휴. 이제 솔플 좀 그만하고, 길드에도 관심 좀 줘라.”

헤르스의 핀잔에, 이안이 음흉한(?) 미소를 보이며 대꾸하였다.

“흐흐, 걱정 마라. 오늘부터 천룡기사단 단원들은 내가 확실히 굴려 줄 테니 말이야.”

“그거 참 반가운 소식이군…….”

“딱 한 달 안에 기사단원 전원 70레벨 찍게 만들어 줄게.”

“그게 가능한 일정인가?”

“넉넉하게 잡은 거라고.”

“…….”

두 사람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스터 집무실 중앙에 있는 원탁 앞에 마주 앉았다.

이어서 헤르스가 시스템 창을 조금 만지는가 싶더니, 둘의 눈앞에 길드 퀘스트 목록이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옵션을 이것저것 만지던 헤르스가 이안을 향해 물었다.

“우리 길드가 공략할 수 있는 차원계는 총 세 군데야.”

“정령계, 명계, 용천이겠지.”

“맞아.”

헤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어디부터 먼저 진행할 거야?”

그의 물음에, 이안은 망설임 없이 대답하였다.

“정령계.”

“이유는?”

“일단 정령계에서 끝장을 본 뒤에 명계로 넘어갈 생각이거든.”

“용천은?”

“거긴 태천으로 올라가기 전까지는 볼 장 다 봤어.”

“그……렇군.”

이안의 명료한 설명에 고개를 주억거린 헤르스가 퀘스트 옵션을 추가로 변경하였다.

그러자 정돈된 퀘스트 목록이 두 사람의 눈앞에 다시 펼쳐졌다.

띠리링-!

“자, 여기부터 보면 돼.”

“오오!”

“기사단이 창설되면서 새로 봉인 해제된 길드 퀘 목록들이야. 정령계 퀘스트만 모아 놓은 거고.”

그리고 퀘스트 목록들을 확인하는 이안의 두 눈이 더욱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신규 퀘스트(New!)

-기사단 퀘스트가 오픈되었습니다.

-길드 소속의 기사단 인원으로만 공략할 수 있는 퀘스트 목록입니다.

-A. 샤이야 광맥 수복 / 난이도 : B+ / 보상 등급 : A- / 길드 공헌등급 : C+(반복 퀘스트)

-B. 호루스 본진 격파 / 난이도 : B+ / 보상 등급 : D / 길드 공헌등급 : A+(반복 퀘스트)

……후략……

‘확실히 기사단 한정 퀘스트라 그런지 스케일이 남다르네.’

이안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퀘스트 하나하나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샤이야 광맥은 잘 몰라도 호루스 본진 공략은 제법 빡셀 텐데, 난이도가 B+밖에 책정이 되어 있질 않아. 역시 기사단 스펙을 감안해서 설정된 난이도겠지.’

호루스 본진은 아직 이안도 제대로 공략해 본 적이 없었지만, 평균 레벨대가 70레벨은 넘는 필드였다.

에픽이나 보스급의 몬스터가 등장한다면 80레벨 후반 대가 나온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B+정도로 책정된 난이도가 낮아 보이는 것이다.

어쨌든 수십 종류가 넘을 정도로 방대한 기사단 퀘스트들을 꼼꼼히 읽어 내려가던 이안.

그런 이안의 눈에 슬슬 A~S 난이도의 퀘스트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오호……!”

그리고 탄성을 터뜨리는 이안을 본 헤르스가 불길함을 느낀 것인지 슬쩍 입을 열었다.

“너, 왜 그쪽까지 내려 보는 건데?”

“음?”

“설마 A등급 이상을 건드리려는 건 아니겠지?”

헤르스의 물음에, 오히려 이안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반문하였다.

“그럼 시간 아깝게 B 등급을 공략해?”

“……?”

“시간도 시간이지만, 모양 빠지게 난이도 B짜리 퀘스트를 할 순 없잖아.”

“그게 무슨…….”

이안의 답변에 어이없는 표정이 된 헤르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기사단 퀘스트는 난이도가 B등급이라 하더라도 평범한 A등급 이상의 길드퀘 수준이었고, 그것을 모를 리 없는 이안이 저렇게 말하니 한숨이 나오는 것이다.

“이번이 첫 출정인데, 높은 난이도는 좀 더 숙련도 쌓인 뒤에 가는 게 낫지 않아?”

하지만 이안이 그런 헤르스의 이야기를 아랑곳할 리 없었다.

“그래서 A+ 정도부터 해 보려는 거야.”

“음……?”

“처음부터 SS같은 걸 하기엔 조금 부담되니 말이지.”

헤르스를 향해 씨익 웃어 보인 이안은 망설임 없이 하나의 퀘스트를 골랐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길드의 천룡기사단장 ‘이안’ 유저가 기사단 퀘스트를 수령하였습니다.

-로터스 길드의 천룡기사단이 ‘기계 괴수 파라켄 처치’ 퀘스트를 부여받습니다.

-난이도 : S- (에픽)

-보상 등급 : S

-길드 공헌 등급 : A+

-퀘스트에 최초로 도전하였습니다.

-클리어 시 모든 보상이 2배로 책정됩니다.

“…….”

메시지를 확인한 헤르스는 다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A+부터 시작한다며?”

이안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꾸하였다.

“A+나 S-나, 거기서 거기 아님?”

“하아…….”

카일란의 모든 퀘스트는, 퀘스트 포기 시 크고 작은 페널티가 부여된다.

게다가 길드 퀘스트의 경우, 공헌도가 깎여 버리는 치명적인 페널티가 추가되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퀘스트 선택은 정말 신중해야 하는 것.

치열하게 올려 놓은 길드 공헌도가 깎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헤르스의 입에서 다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하……. 난 모르겠다. 알아서 잘해 봐.”

물론 이안은, 천하태평한 표정이었지만 말이다.

“뭐, 금방 클리어하고 돌아올 테니까 보상 챙길 준비나 하고 있으라고.”

태연한 표정으로 퀘스트 창을 읽고 있는 이안을 보며, 이제는 대꾸할 힘조차 없어진 헤르스였다.

* * *

중간계의 여느 기사단과 마찬가지로, 총 20인으로 구성된 로터스의 천룡기사단.

강제로 소르피스성 광장에서 창단식을 거행한 덕에 전 세계 유저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 기사단은 구성원 또한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개인적인 친분이나 길드 내 이권(?)과 전혀 관계없이, 오로지 전투력과 실력으로만 길드 내의 실력자들을 뽑았으니 말이었다.

-천룡기사단

*기사단장 : 이안 (Lv. 79) / 소환술사

*부단장 : 레미르 (Lv. 72) / 마법사

*기사단원

카노엘 (Lv. 62) / 소환술사

간지훈이 (Lv. 71) / 흑마법사

유신 (Lv. 68) / 전사

레비아 (Lv. 72) / 사제

피올란 (Lv. 67) / 마법사

쥬르칸 (Lv. 68) / 기사

카르밀 (Lv. 67) / 궁사

……후략……

길드 관리 때문에 상대적으로 레벨이 낮은 헤르스나 초창기 멤버인 카윈과 클로반이 기사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만 봐도, 로터스에서 얼마나 신경 써서 기사단원을 구성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다만 전부 초월 65레벨 이상으로만 구성하려 하였음에도 카노엘이 포함된 것은, 이안을 제외한 유일한 60레벨 이상의 소환술사가 그였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옹기종기 모인 로터스의 랭커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며 수다를 떨기 시작하였다.

“다들 푹 쉬고 오신 거죠?”

피올란의 말에, 그녀의 앞에 있던 쥬르칸이 의욕적인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쉬긴요. 어제 남은 경험치 마저 채우려고 빡세게 던전 돌았죠.”

쥬르칸은 기사단원에 포함된 길드원 중 가장 길드에 늦게 들어온 인물이었다.

유신처럼 다른 길드의 톱 랭커로 있다가 길드가 와해되면서 얼마 전에 로터스에 흡수된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신입(?)답게, 그는 지금 무척이나 의욕적이었다.

‘크, 길드 가입 세 달도 안 된 신입한테 기사단 자리를 하나 내어 주다니……. 역시 로터스는 최고의 선택이었어.’

천룡기사단에 포함된 순간부터, 쥬르칸은 설렘에 한 잠도 못 잔 상태였다.

용기사단이 되었다는 자체도 설렜지만, 이안이라는 세계 톱 랭커와 함께 사냥할 수 있다는 부분이 더욱 설렌 것이다.

하지만 그런 쥬르칸의 불타오르는 의욕은, 이미 몇 년 동안 로터스에 고여 있던(?) 다른 이들에게는 적응하기 힘든 것이었다.

“쥬르 형, 어제 정말 안 쉬고 사냥만 하다 온 거야?”

훈이의 물음에, 쥬르칸이 뿌듯한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그렇다니까? 나 68렙 찍은 거 안 보여?”

“헐, 그러네.”

“길드 파티 순차적으로 계속 껴서 미친 듯이 사냥했다고.”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레벨을 머리 위에 띄워 보이는 쥬르칸.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이, 다른 길드원들에게는 안쓰러워 보일 뿐이었다.

옆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던 레미르가 쥬르칸을 향해 물어보았다.

“쥬르, 너 체력 좋아?”

“음? 나야 남는 게 체력이지, 누나, 하하.”

헤르스, 이안과 동갑이었기에, 레미르에게는 동생인 쥬르칸.

해맑은 표정 위에 동생의 미래가 훤히 보인 탓인지, 레미르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쥬르칸을 독려하였다.

“그래, 힘내, 쥬르칸.”

어느새 옆에 다가온 카노엘 또한 한마디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쥬르 형, 이안 형이랑 사냥 처음 하는 거였지?”

훈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맞아. 저 형 완전 처음이지.”

그리고 그들 주변에 조용히 있던 궁사 카르밀은 왠지 모르게 엄습하는 불길함으로 인해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그 또한 쥬르칸과 비슷한 시기에 가입한 신입이었지만, 쥬르칸과 달리 눈치가 좀 빨랐던 것이다.

‘이건 뭔가 잘못 되어 가는 것 같은데…….’

순박하기 그지없는 신입 길드원들의 미래에, 조금씩 어둠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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