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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815화 (821/1,027)

< 815화 5. 첫 번째 심판검 >

유적지에 있는 대부분의 유물들은 거의 성령의 빛 세 개 이내로 봉인 해제가 가능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관리자의 말처럼 개중에는 대여섯 개 정도의 성령의 빛을 필요로 하는 유적들도 존재하였는데, 이안은 망설임 없이 그것들의 앞에서 성령의 빛을 꺼내고 있었다.

“이거, 이거. 그리고 이것도…….”

흡족한 표정을 한 채로 연신 중얼거리며, 원판에 성령의 빛을 차례로 올려놓는 이안.

그런 그를 보며, 관리자는 안절부절못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자네 대체 성령의 빛을 몇 개나 가지고 있는 겐가!

“…….”

-이보게, 설마 유적들을 전부 쓸어갈 셈이야?

“…….”

관리자의 절규를 깔끔히 무시한 이안은 더욱 본격적인 쇼핑을 시작하였다.

그러자 고요하던 유적의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명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우우웅-!

-‘성령의 빛’아이템을 다섯 개 소모합니다.

-강렬한 성령의 힘이 ‘성혼의 갑주’에 깃들기 시작합니다.

-성령의 힘이 모두 충전되었습니다.

-‘성혼의 갑주’ 아이템의 봉인이 해제됩니다.

-‘성령의 빛’ 아이템을 네 개 소모합니다.

-‘성령의 빛’ 아이템을 여섯 개 소모합니다.

-‘성령의 빛’ 아이템을 세 개 소모합니다.

-‘성령의 빛’ 아이템을 두 개 소모합니다.

-‘성령의 빛’ 아이템을 세 개 소모합니다.

……후략……

파아앗-!

평균 다섯 개짜리 아이템으로 싹 다 매입한다 하더라도, 무려 10종의 유물을 쓸어 담을 수 있는 이안.

그런데 몇 개의 아이템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두세 개의 ‘빛’이면 충분하였으니, 순식간에 5종이 넘는 유물들의 봉인을 해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안에게는 아직 스무 개도 넘는 성령의 빛이 남아 있었다.

때문에 관리자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하, 하하. 자네, 정말 대단하구먼. 이제 충분히 다 고른 거겠지?

“제게 여기 있는 이 모든 유물들 중 어떤 유물도 가질 수 있는 자격이 있다면서요?”

-그, 그렇기는 하지.

“그럼 좀만 더 가져갈게요.”

-……!

“아직 갖고 싶은 게 더 남았거든요.”

-지, 진정하시게, 도전자 청년!

이안은 이미 마음에 드는 유물들을 충분히 인벤토리에 채워 넣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찍어두었던 물건 하나를 아직 고르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것은 이안에게도 무척 낯익은 물건이었다.

‘후후, 역시……. 여기 있을 줄 알았지.’

얼굴이 하얗게 질린 관리자와는 별개로,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는 이안.

이어서 이안이 집어 든 것은 한 자루의 검이었다.

‘가장 맛있는 음식은 제일 나중에 먹는 법이지.’

이안은 원판에 성령의 빛을 올리기에 앞서, 아이템의 정보 창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해 보았다.

여기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녀석이었기 때문에, 꼼꼼히 상품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으니 말이다.

-성령의 심판검

분류 : 대검

등급 : ???

성령의 힘으로 만들어진 고대의 장비입니다.

강력한 힘을 내재하고 있는 장비이지만, 성령의 힘을 부여받기 전에는 그 능력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중략……

*해당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선, 아이템의 봉인을 해제해야 합니다.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 필요한 ‘성령의 빛’은 총 열여덟 개 입니다.

(한 번 봉인을 해제한 뒤에는 사용된 성령의 빛을 회수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 가디언인 ‘악령의 시험관’을 처치할 때 사용했던, 성령의 심판 검.

세 자루의 심판 검 중 이 성령의 심판 검이 유적지의 안쪽에서 찬란히 빛나고 있었고, 사실 처음부터 무조건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던 장비가 바로 이것이었다.

다른 장비들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성령의 빛이 필요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안이 더욱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였다.

그만큼 이 유물이야말로, 압도적인 성능을 가질 것이니 말이다.

“이거, 가져가도 되죠, 아저씨?”

-보, 봉인을 해제할 수 있다면…….

“그럼 가져갈게요.”

-말도 안 돼……!

고요한 유적지의 안에, 관리자의 나지막한 절규가 울려 퍼졌다.

이어서 관리자의 표정이 사색이 되든 말든 성령의 빛들을 꺼내 든 이안이 망설임 없이 원판에 쏟아붓기 시작하였다.

드륵– 드르륵- 또르르륵-.

하얗게 빛나는 맑은 구슬들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원판을 휘감으며 구른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던 관리자는 멍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이 많은 성령의 빛을 어찌……!

성령의 심판 검은 사실, 평범한 ‘중간자’에게 허락되는 물건이 아니었다.

성령의 빛이 열여덟 개나 필요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정상적인 관문 공략으로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 둔 유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원래의 기획 의도대로라면 이 심판 검들은, 중간계를 ‘초월’하여 상위의 차원계로 나아갈 때 필요한 장비.

관리자가 혼란에 빠진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성령의 빛’아이템을 열여덟 개 소모합니다.

-강렬한 성령의 힘이 ‘성령의 심판 검’에 깃들기 시작합니다.

-성령의 힘이 모두 충전되었습니다.

-‘성령의 심판 검’ 아이템의 봉인이 해제됩니다.

파아앗-!

원판에 모인 새하얀 빛이 허공으로 강렬히 휘몰아친다.

이어서 하얗게 빛나는 화려한 문양을 허공에 그려 낸 뒤, 진열대에 걸려 있던 심판 검의 검신에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 강력한 힘을 흡수한 심판 검의 검신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은은한 백은색을 발광하기 시작하였다.

쩌엉-!

한눈에 보기에도 멋짐이 철철 흘러넘치는 성령의 심판 검.

“크으!”

이안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탄성이 새어 나왔고, 마지막으로 두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성령의 심판검(신화)(초월)’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성령을 계승한 자’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이어서 허공에 두둥실 떠오른 성령의 검이 찬란한 빛을 흩뿌리며 이안의 앞으로 다가왔다.

* * *

“파괴의 검풍!”

“절대영도……!”

콰쾅- 콰콰콰쾅-!

허공으로 힘껏 도약한 랄프가 검을 아로긋자, 공간이 뒤틀리며 어마어마한 크기의 황금빛 돌개바람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용암 위로 떨어져 내리며 골렘의 머리통을 부숴 놓았다.

콰득- 쿠콰콰콰!

이어서 강력한 한기의 바람이 용암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나머지 보스들의 움직임을 극도로 둔화시켰다.

“체스크, 지금이야!”

“알겠어, 형!”

“이니스코, 네가 드래곤을 맡아!”

“오케이!”

타탓-!

랄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한 상태였다.

‘실패는 없어! 무조건 성공해야 해.’

용암의 던전 마지막 관문에 다다른 지금.

성공과 실패가 그야말로 실수 한 번에 갈려 버릴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지금 그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몇 가지 더 있었다.

‘오늘 클리어하면, 최초 클리어야. 게다가 전 세계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첫째로 지금 그가 길드원들과 함께 트라이중인 이 용암의 던전이 아직 단 한 번도 최종 관문까지 클리어된 적 없는 곳이었으며, 둘째로 지금 ‘카일란 TV’에 자신의 영상이 라이브로 방영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전 세계의 수많은 카일란 팬들이 시청하는 게임 방송이자, LB사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글로벌 채널인 카일란 TV.

이 카일란 TV에 무려 정규방송으로 편성된 상황이었으니, 랄프로서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카일란 TV의 정규방송은, 글로벌 기준 최상위권 랭커라 하더라도 얼굴을 비추기 쉽지 않았다.

-자, 어둠의 마법을 피해서 플레이어 랄프가 허공으로 도약합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대인 실드에 정화 마법까지 들어오죠!

-앗 광전사가 랄프를 노리고 후방에서 뛰어듭니다!

-플레이어 체스크가 바로 커버해 줘야죠!

콰콰쾅-!

“폭발 사격!”

“어둠 속으로…… 암전!”

스하아앗-!

길드원들의 엄호를 받은 랄프가, 가장 강력한 보스인 라바 드래곤을 향해 검을 뽑으며 달려들었다.

크롸아아-!

여기서 녀석의 목을 따고, 마지막 관문을 멋들어지게 클리어해 낸다면, 그의 명성은 순식간에 치솟아 오를 것이었다.

물론 던전 클리어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용암의 장비들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지만, 영웅 등급의 초월 장비들은 랄프의 자금력이라면 충분히 대체 가능한 자원이었다.

랄프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명예.

자신이 세계 최고의 전사 클래스 유저라는 것을 전 세계 유저들에게 보여 주는 것뿐이었다.

“흐아아압……!”

커다란 기합성과 함께, 랄프의 염원(?)이 담긴 검이 드래곤의 정수리에 떨어져 내린다.

-크어어어억-!

그리고 정확히 원하는 위치에 검을 꽂아 넣은 랄프는 그대로 그것을 비틀어 올린 뒤 목덜미를 향해 재차 휘둘러 내리 그었다.

촤아악-!

그러자 시원한 파열음과 함께 랄프의 눈앞에 드디어 기다렸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모든 용암수호자를 성공적으로 제압하셨습니다!

-‘파멸의 염옥炎獄’ 관문을 성공적으로 돌파하였습니다!

-파티원 체스크가 ‘용암의 장궁(영웅)(초월)’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파티원 이니스코가 ‘용암의 보주(영웅)(초월)’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중략……

-명성(초월)을 3천 만큼 획득합니다!

-용암지대, 명예의 전당에 등록되었습니다!

-용암지대의 ‘명예의 전당’을 열람할 자격이 부여됩니다!

그리고 메시지를 확인한 랄프는 순간 울컥 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해냈어……!’

지금 이 순간을 위해 그간 밤잠도 설치며 다른 유저들의 영상을 분석하고, 용암 수호자들의 전투 패턴을 분석하며 칼을 갈아 왔으니 말이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명예의 전당 최상단에 등록된 자신의 이름을 화면에 띄운다면, 그것이 바로 랄프가 그려 왔던 멋진 그림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치이이익- 저벅저벅.

모든 보스가 쓰러진 용암의 대지에 끓어오르던 용암들이 천천히 사그라들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그 위로 묵직하게 걸음을 옮긴 랄프가 비장한 표정으로 손을 번쩍 치켜 올렸다.

“명예의 전당!”

그러자 랄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황금빛의 광휘가 그의 시야를 가득 메우기 시작하였다.

고오오오-!

지금껏 단 한 번도 유저들에게 공개된 적이 없었던, 용암지대의 랭킹 순위가 공개되는 것이다.

-드디어, 드디어 용암의 던전 정복자가 나왔습니다, 여러분!

-이야. 던전이 생성된 지 아직 보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마지막 관문까지 정복되다니요!

-역시 명불허전 랄프! 카일란 기획 팀은 지금쯤 무척이나 우울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

-왜죠?

-그야 당연히, 힘들게 만든 콘텐츠가 이렇게나 빨리 정복되어 버렸기 때문이죠.

-아하.

-이런 말도 안 되는 난이도가 보름 만에 정복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랄프의 시선은, 당연히 1위의 자리인 최상단을 향해 고정되었다.

기대감으로 인해 잔뜩 고양된 표정으로 말이다.

‘후후, 생각할 것도 없어. 무조건 내가 1위일 거야. 나보다 먼저 깬 놈이 있었더라면, 이미 커뮤니티에 싹 퍼지고도 남았겠지.’

행복한 상상으로 인해, 저도 모르게 흡족한 표정이 된 랄프.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곧 랄프의 얼굴은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

눈앞에 떠오른 랭킹 목록에 믿을 수 없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 말도 안 돼!”

1위는커녕 2위를 넘어 3위까지 내려와서야, 자신의 이름이 박혀 있었던 것.

Rank 1.

플레이어 : 이안

클래스 : 소환술사

플레이 등급 : SS

Rank 2.

플레이어 : 레미르

클래스 : 마법사

플레이 등급 : S+

Rank 3.

플레이어 : 랄프

클래스 : 전사

플레이 등급 : A-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던 랄프의 표정이 붉으락푸르락해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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