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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812화 (818/1,027)

< 812화 4. 고대 성령의 유적 (1) >

이안이 들고 있던 검이 모든 자청빛 운무를 흡수하고 나자,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 하고 떠오르기 시작한다.

띠링-!

-첫 번째 ‘성령의 전당’을 클리어하셨습니다.

-클리어 등급 : S

-클리어 등급에 따라 보상이 강화됩니다.

-‘성령의 빛×15’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심연의 영혼석’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심연의 가디언, ‘뮈르의 소환석(봉인)’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중략……

-이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악마의 심판 검’ 아이템이 소멸됩니다.

-첫 번째 전당을 클리어하셨으므로 두세 번째 전당의 난이도가 조정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안이 그 메시지를 전부 읽어내려 갈 때 즈음.

파아앗-!

이안이 들고 있던 ‘악마의 심판 검’은 순간적으로 시야를 묻어 버릴 정도의 강력한 빛을 발광하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이어서 그 빛은, 이안의 전신에 휘감기며 다시 빨려 들어갔다.

-‘심연의 시험을 통과한 자(영웅)(초월)’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심연의 시험을 통과한 자 (영웅)(초월)

등급 : 영웅(초월)

세르가의 성탑,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이에게 부여되는 칭호입니다.

‘심연’ 속성에 대한 이해도를 증명합니다.

착용 효과

-칭호를 착용한 상태에서 ‘어비스’ 속성의 고유 능력을 사용할 시 소모값이 5%만큼 감소합니다.

-칭호를 착용하고 있을 시 모든 어비스 속성 NPC(몬스터)와의 친밀도가 +5만큼 증가합니다.

-‘어비스’ 속성을 가진 모든 장비의 착용 제한이 10%만큼 감소합니다.

보유 효과

-‘어비스’ 속성의 마법을 사용할 시 캐스팅 시간이 1초만큼 감소합니다(마법사 전용).

-‘어비스’ 속성의 무기를 착용할 시 일반 공격의 위력이 5%만큼 증가합니다.

-‘어비스’ 속성의 소환수를 운용할 시 필요 통솔력이 20%만큼 감면됩니다.

-‘어비스’ 속성의…….

*중복 착용이 불가능한 칭호입니다.

모든 메시지를 다 읽고 칭호까지 확인한 이안은, 무척이나 기분 좋은 표정이 되었다.

우선 칭호만 하더라도, 은근히 가치가 쏠쏠했기 때문이었다.

‘영웅 등급이라 그런지 착용효과는 그다진데……. 보유 효과가 아주 꿀이구먼그래.’

지금 칭호에서 이안의 눈에 가장 띄는 옵션은, 다름 아닌 ‘어비스’ 속성의 소환수 필요 통솔력 감면.

가장 많은 통솔력을 잡아먹고 있는 소환수 중 하나인 뿍뿍이가 어비스 속성이었으니 은근히 꿀 같은 옵션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그렇게까지 대단한 옵션은 아니었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이득이 생겨 기분이 좋아진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관문 통과 보상으로 인벤토리에 들어온 아이템들 중, 이안의 눈을 반짝이게 하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뮈르의 소환석이라……. 이거 설마, 방금 그 녀석을 소환할 수 있게 해 주는 아이템이라도 되는 건가?’

아직은 봉인되어 있기 때문에 정보 창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 이름만으로도 이안을 설레게 만드는 보랏빛의 소환석.

인벤토리를 열어 보상들을 한차례 점검한 이안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의 걸음에 망설임은 없었다.

기둥을 따라 쭉 이어진 전당의 반대편 쪽에 이전까지 없었던 커다란 광원이 생성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별다른 설명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곳은 누가 보더라도 다음 관문을 향해 통하는 길이었다.

저벅- 저벅-.

그런데 걸음을 걷던 이안은,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잠깐. 생각해 보니 검은 사라졌는데 제약은 아직 그대로잖아?’

첫 번째 관문을 클리어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장비와 스킬이 아직도 봉인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전당을 전부 돌파할 때까지 봉인이 풀리지 않는 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걸음을 멈췄던 이안은, 다시 성큼 성큼 포탈을 향해 이동하였다.

위이잉-!

그리고 이안의 걸음이 하얀 광원의 안쪽으로 들어선 순간.

띠링-!

-‘자격’을 확인합니다.

-‘빛의 도전자’ 자격을 확인하였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두 번째 ‘성령의 전당’에 입장하셨습니다.

이안의 눈앞에, 또 한 번 낯익은 구조의 공간과 세 자루의 검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잠시 후, 성령의 시험관이 등장합니다.

-전당에 놓여 있는 심판 검을 선택하십시오.

-단 한 자루의 검만을 선택하여, ‘성령의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빛의 도전자’ 자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성령의 심판 검’을 사용할 시 무기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시험관의 등장까지 남은 시간 : 60초

-59, 58, 57 …….

“후후.”

예상했던 전개에 기분이 좋아진 이안의 양쪽 입꼬리가 씨익 말려 올라갔다.

* * *

“후우, 쉬고 싶어…….”

중천의 어느 깊숙한 곳.

인적이 닿지 않는 깊숙한 산림山林의 한복판.

힘없이 바위에 걸터앉은 한 남자가, 우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 내가 대체 왜 그 형이랑 내기를 해서…….”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앉아 있는 사내의 정체는, 다름 아닌 로터스 길드의 소환술사 유망주(?) 카노엘.

길드 퀘스트가 없을 때마다 벌써 보름이 넘게 노가다를 뛰는 그는, 이미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상태였다.

‘대체 평균 잠재력 90 이상 비룡들은 왜 잡아 오겠다고 해서…….’

지금 카노엘은 이안과 내기를 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내기에 걸린 것은, 무려 카노엘의 노동력.

물론 이안 또한 자신의 노동력을 걸었기 때문에 내기 자체는 무척이나 공평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내기를 위해 노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 아이러니했지만 말이다.

-형, 나 자운룡 퀘스트 좀 도와주면 안 돼? 이거 나 혼자서는 절대 못 깰 것 같은데…….

-다른 길드원들 많잖아?

-이게, 퀘스트 파티에 클래스 제한이 있어서.

-설마 소환술사만 된다거나…… 그런 거?

-맞아.

-나 말고 다른 소환술사는?

-있긴 하지만, 나보다 레벨 높은 친구는 아무도 없어…….

이안과의 대화를 슬쩍 떠올린 카노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몸서리쳤다.

‘으, 그냥 내가 더 성장한 뒤에 여유롭게 퀘스트 진행할 걸 그랬어. 비룡 잡느라 날린 시간이면, 초월 레벨을 5레벨은 더 올렸을 텐데 말이지.’

이안과의 내기가 수렁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사실 모든 길드원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안과 내기를 한 번도 안 하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었는데, 이것이 바로 로터스의 3대 미스터리 중 하나였다.

-평균 잠재력 90 이상인 비룡을 열 마리 정도 잡아 온다면 퀘스트 도와줄게.

-응? 뜬금없이 그게 무슨…….

-우리 이제 곧 용기사단 창설 가능하잖아.

-그, 그렇지.

-아마 내가 확보해 놓은 비룡만 가지고도 한 팀은 충분히 나올 텐데, 내 생각에 초월 70레벨 되는 사람 나올 때마다 두 팀 정도는 추가로 창설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

-…….

-그런데 내가 아니면, 너 말고는 비룡 수급 가능한 인재가 우리 길드에 없잖아?

-그건…….

-그러니까, 네가 수고 좀 해 줘. 딱 열 마리만 잡아 오면, 내가 그날 바로 네 퀘스트 도와줄게.

“휴우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쉰 카노엘은, 소환수 정보 창을 한번 열어 보았다.

보름간 숨 쉴 시간조차 없이 노가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확보된 양질의(?) 비룡 숫자는 여섯 마리가 전부.

“하아아…….”

이것이 오늘도 용천에 카노엘의 구슬픈 한숨 소리가 울려 퍼질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 * *

심연의 시험에 이어진 성령의 시험.

뒤이어 마지막으로 등장한 악령의 시험.

이 모든 시험들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안에게 불가능한 미션 또한 아니었다.

뒤로 갈수록 점점 더 까다로운 조건들을 요구하는 가디언들이 등장하였지만, 결국 이안은 전부 다 클리어해 낸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안은, 특별한 버프 옵션으로 ‘빛의 도전자’라는 타이틀이 왜 생겼는지도 알게 되었다.

‘저 타이틀이 없었더라면, 악령의 시험관을 이기지 못했을지도.’

마지막 세 번째 전당에서 등장한 악령의 시험관은 다른 두 가디언보다 더욱 강력하고 까다로웠고, ‘빛의 도전자’ 타이틀로 인한 장비 버프 덕분에 겨우 이길 수 있었으니 말이다.

“휘유. 여기서 또 뭐가 더 나오는 건 아니겠지?”

모든 보스가 우르르 몰려나왔던 용암의 대지를 잠시 떠올린 이안은, 순간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만약 이곳에서 그런 식의 무식한 관문이 또 등장한다면, 그것은 아무리 이안이라 해도 클리어해 낼 자신이 없었다.

“후우…….”

어찌 되었든 우여곡절 끝에.

결국 모든 가디언들을 처치한 이안.

그의 눈앞에 드디어 마지막 전당의 출구가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긍- 그그긍-!

떡대나 토르보다도 훨씬 거대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위용을 뽐내는 거대한 석벽.

그것이 천천히 움직이자 탑 전체가 진동하였고,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그 석벽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옮겼다.

그리고 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상기되어 있었다.

‘저기가 열리고 이제 유적이 나타나는 건가?’

용암의 대지와 비교하더라도 꿀릴 것 없을 정도로, 심화된 난이도의 콘텐츠들을 보여 주었던 성령의 유적.

때문에 그 유적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생각을 하자, 이안의 심장은 두근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안의 짐작은 절반 정도만 맞았다.

“이안!”

“이안 님, 무사하셨군요!”

벽이 열리고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전당의 시험이 시작된 순간 바깥으로 튕겨 나갔던 일행의 모습이었다.

가장 앞에 있던 아렌과 눈이 마주친 이안은 살짝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응. 난 무사한데……. 그나저나 너희들은, 내가 전당에 들어가 있는 동안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이안의 물음에, 아렌이 곧바로 대답하였다.

“별달리 한 건 없어요.”

“음……?”

“첫 번째 도전자가 도전을 마칠 때까지 이 안에서 아무도 움직일 수 없다고 했거든요.”

“그래?”

아렌의 대답을 들은 이안이, 두리번거리며 석벽 너머의 공간을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세르가의 성탑이 있던 공간이 완벽한 반구 형태의 돔이었다면, 지금 이안 일행이 서있는 이곳은 반구의 형태가 상방으로 뾰족하게 늘어난 모습.

이안이 주변을 둘러보던 동안 석벽의 문은 다시 닫혔고, 대신 그 반대 방향의 석벽이 이어서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르륵- 그그그긍-!

그리고 이안과 일행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 방향을 향해 움직였음은 물론이었다.

‘저쪽으로 가면 되나?’

하지만 걸음을 옮기려던 이안 일행은, 그대로 다시 동작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쿵- 쿠쿵-!

갑자기 생각지도 못했던 바닥의 정중앙에서 새하얀 빛이 마치 기둥처럼 뿜어져 올라오기 시작하였으니 말이다.

-잠시 후, 심연의 시험관이 등장합니다.

“뭐, 뭐지?”

때문에 그 바로 앞에 있던 아렌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고, 반면 흥미로운 표정이 된 이안이 그곳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하얗게 빛나던 자리에서 작은 원뿔 형태의 석상이 튀어나오더니, 그 위에 둥그런 접시(?) 같은 것이 생겨났으니까.

‘이게 뭐지?’

겉으로만 봐서는 도무지 용도를 알 수 없는, 특이한 생김새의 구조물.

그리고 이안의 궁금증은, 이어진 시스템 메시지를 통해 해결될 수 있었다.

띠링-!

-유적에 입장하기 위해, 성령의 힘이 필요합니다.

-‘성령의 빛’ 아이템을 원판에 올려 주십시오.

-모든 일행이 유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총 세 개의 ‘성령의 빛’ 아이템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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