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811화 (817/1,027)

< 811화 3. 고대의 가디언 (4) >

* * *

-심연의 시험관 ‘뮈르’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뮈르’의 고유 능력 ‘고대의 수호’가 발동합니다.

-‘뮈르’의 방어력이 순간적으로 증폭됩니다.

-강화된 악마의 힘이 ‘뮈르’의 심장에 스며듭니다.

콰콰쾅-!

거대한 힘이 깃든 대검의 타격음은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호쾌한 타격음에 걸맞는 시원스런 대미지가 이안의 눈앞에 떠올랐다.

-모든 방어력을 무시합니다.

-‘뮈르’의 생명력이 175,980만큼 감소합니다.

-‘뮈르’의 ‘데몬’ 속성 저항력이 일시적으로 5%만큼 떨어집니다.

‘크, 17만이라니!’

17만이라는 대미지는, 중간계에서 만들어 내기 힘든 위력적인 수치였다.

하물며 저런 스텟 괴물을 상대로 17만의 대미지를 뽑아내었다는 것은,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역시 패시브가 답이었어.’

타탓- 착-!

뛰어오른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려 안정적으로 착지한 이안은, 관성을 이용해 그대로 몸을 빙그르 회전시켰다.

녀석의 반격이 언제 날아올지 알 수 없었으니, 최대한 빠르게 자세를 잡고 대응할 준비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안의 두 눈동자는 자연스레 녀석의 생명력 게이지를 향해 움직였다.

17만이라는 대미지를 터뜨렸으니, 생명력이 얼마나 남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이대로 패시브 몇 번만 더 터뜨리면…….’

하지만 다음 순간…….

“……!”

이안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많으면 절반 이상, 적어도 30% 이상은 깎여 나갔을 것이라 생각했던 뮈르의 생명력 게이지가 아직까지 너무 많이 차 있었으니 말이었다.

‘미친! 대체 생명력이 몇이나 되는 거야?’

눈대중으로 어림잡아 봤을 때, 일 할도 채 깎이지 않은 듯 보이는 뮈르의 생명력.

-캬아아악-!

녀석의 생명력은 거의 200만에 육박하는 듯 보였다.

“후우……. 이걸 열 번 이상 성공시켜야 한단 말이지.”

게다가 이안의 시련(?)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크르륵- 크르르륵-!

-심연의 시험관 ‘뮈르’가 고유 능력 ‘심연의 축복’을 발동하였습니다.

-‘뮈르’의 생명력이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생명력이 3,798만큼 회복되었습니다.

-생명력이 3,798만큼 회복되었습니다.

-생명력이…….

“이, 미친……!”

녀석은 심지어, 뿍뿍이만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심연의 축복’ 고유 능력마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차핫-!

당황한 이안은 곧바로 허공으로 뛰어올라, 녀석의 머리통에 대검을 내리찍었다.

쾅-!

대미지야 들어가지 않겠지만, 생명력이 더 회복되기 전에 고유 능력을 끊어 버려야 했으니 말이다.

-캬아아악-!

그리고 다행히도 녀석의 생명력을 빠르게 채워 올리던 심연의 축복은, 그대로 사그라들었다.

-‘뮈르’의 고유 능력 ‘심연의 축복’을 중단시켰습니다.

“휴우.”

그나마 심연의 축복이 채널링 스킬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떄문에 빠르게 대응하여 끊어 버릴 수 있었던 이안.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몇 만 이상 생명력을 회복한 뮈르였지만 말이다.

-크르릉-!

이안의 방해에 뿔이 난 뮈르가 다시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런 녀석을 향해, 이안 또한 마주 달려들었다.

* * *

띠링-!

-‘전사의 망령’을 획득하였습니다!

-전사의 망령 (50/50)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죽은 자의 유적’에서 ‘고대 사령의 검(봉인)’을 찾아, 잊힌 마령전사 ‘에라토르’에게 찾아가십시오.

“후후, 드디어……!”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확인한 카이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보름 간 잠을 줄여 가며 고생한 결실이 드디어 완성되었으니 말이다.

‘드디어 신화 등급 장비를 손에 넣는 건가.’

플레게톤 강을 넘으면 찾을 수 있는, 에레보스 깊숙한 지역인 ‘죽음의 불길’.

그 안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죽은 자의 유적’에서, 카이는 드디어 숨겨진 퀘스트의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사령의 검이라……. 이름도 마음에 들어.’

인벤토리에서 거무튀튀한 검 한 자루를 꺼내 든 카이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검신을 쓰다듬었다.

지금이야 모든 능력을 잃고 봉인되어 있는 검이었으나, 이 녀석은 무려 신화(초월) 등급의 장비.

이제 NPC인 마령 전사 에라토르에게 찾아가면, 이 죽어있는 검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었다.

그러면 비로소 신화(초월) 등급의 무기가, 카이의 손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고 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생기가 아니라 사기死氣를 불어넣는다고 해야 하려나.’

그간 카이가 수많은 유저들을 학살하며 명계를 휘젓고 다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히든 퀘스트를 받은 카이는 ‘전사의 망령’을 수집해야 했고.

전사의 망령은 초월 50레벨 이상의 ‘유저’를 처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처치 시 무조건 드롭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카이는 그간 수백의 유저를 학살하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후후.”

히죽 웃은 카이는, 사령의 검을 들고 저벅저벅 걷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그가 들어선 곳은, 사이한 기운과 죽음의 기운이 물씬 풍겨 나오는 어두운 유령 탑.

탑의 안쪽으로 망설임 없이 들어간 카이는 반쯤 부서진 문을 열고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카이가 찾던 NPC인 ‘에라토르 망령’이 서 있었다.

-카이, 전사의 망령은 전부 모아 왔는가.

허공에 울려 퍼지는 칼칼한 목소리에, 카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물론입니다, 마령전사님. 충분한 전사의 망령을 모아 왔습니다.”

이어서 카이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사령검과 인벤토리 안에 넣어 두었던 ‘전사의 망령’을 전부 꺼내어 에라토르에게 건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띠링-!

카이의 눈앞에 기다렸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클리어 등급 : S

-‘고대 사령의 검(신화)(초월)’ 장비를 획득하셨습니다!

-명성(초월)을…….

……후략……

우우웅!

에라토르에게 건네었던 사령검이 커다란 공명음을 일으키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어서 수직으로 꼿꼿이 세워진 검의 검신에, 살짝 군청빛을 띄는 시커먼 연기들이 빠르게 흡수되기 시작하였다.

고오오오-!

그리고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카이는 오른손을 들어, 사령검의 검병을 와락 움켜쥐었다.

“……!”

지금껏 가져 본 적은 물론, 본 적조차 없었던 신화(초월) 등급의 무기.

카이의 얼굴에 감격의 표정이 떠올랐음은,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 이거야! 이거라면 데스 인페르노도 이달 내로 정복할 수 있어.’

사령검의 정보창을 눈앞에 띄워 놓은 채, 벅찬 감정을 숨기지 않는 카이.

하지만 그런 그의 감격과 성취감은, 그리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사령검을 감상하던 도중 잊고 있던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으니 말이다.

‘잠깐. 그나저나 왜 연계 퀘스트가 생성되지 않는 거지?’

원래 사령의 검을 획득하고 난 뒤에는, 이어지는 히든 연계 퀘스트가 존재하였다.

물론 무조건 연계되는 퀘스트는 아니었지만, 특정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발동하는 퀘스트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카이가 생각했던 대로라면, 당연히 그 부가 조건은 충족되었어야 한다.

그 두 가지의 조건들은 다음과 같았다.

1. A등급 이상으로 퀘스트 클리어.

2. ‘신화(초월)’ 등급의 무기 최초 획득.

1번 조건이야 충족된 것을 이미 확인하였고, 2번 조건 또한 카이로서는 당연히 충족했을 것이라 생각했으니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

살짝 표정이 구겨진 카이가 에라토르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에라토르 님.”

-말하라.

“혹시, 제게 추가로 주실 만한 임무가 있지 않습니까?”

-음, 추가 임무라…….

“뭐 ‘죽음의 창기병’이라든가 고대 사령의 신전이라든가…….”

퀘스트 진행 중에 알게 된 연계 퀘스트의 실마리들을 하나씩 슬쩍 흘려 보는 카이.

하지만 기대 어린 카이의 시선을, 에라토르는 매몰차게 외면해 버리고 말았다.

-흐음, 자네가 죽음의 창기병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하하, 뭐, 어쩌다 보니 알게 되었지요.”

-하지만 아쉽게 되었네, 카이.

“예……?”

-자네는 고대의 창기병을 만날 자격이 없어.

“……!”

-미안하지만 나로서도 어쩔 수 없군.

믿기 힘든 에라토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카이의 눈앞에 떠오르는 한 줄의 메시지.

띠링-!

-‘신화(초월)’ 등급의 무기 최초 획득 조건이 불충족되었습니다. 연계 퀘스트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카이의 표정이 와락 구겨지고 말았다.

* * *

이안은 검 끝에 온 정신을 집중하였다.

낙인의 지속시간을 관리하며 스텍을 유지하려면, 정말 찰나의 시간조차 소중했으니 말이었다.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방어력에 200만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생명력.

거기에 회복 능력까지 갖춘 괴물 같은 녀석을 뚫기 위해선, 정말 한 치의 실수도 없는 완벽한 전투를 해야만 했다.

-‘악마의 낙인’이 3회 중첩되었습니다!

-지속 시간 – 2초 / 4초 / 5초

‘악마의 낙인’ 스텍의 지속 시간을 빠르게 확인한 이안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끊어지도록 두지 않는다!’

3스텍 후 방어력 무시를 한번 터뜨리는 것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안의 계획은 스텍의 무한 연계였다.

처음 3스텍을 달성했을 때에는 최대한 강력한 한 방을 넣기 위한 무빙을 하였지만, 그렇게 해서는 스텍을 유지시키는 게 불가능했다.

최대한 파괴력 있는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동작이 커지고, 그렇게 되면 연속 동작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강한 한 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스텍을 유지시켜 방어력 무시 효과를 이어 가는 것.

‘깊숙이 찔러 넣을 필요 없어. 치명타만 터뜨리면 돼.’

피하고 베고, 피하고 찌르고.

무겁고 커다란 대검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이안은 충분히 할 수 있다 판단하였다.

탓- 타탓-!

힘이 조금 덜 실리더라도 정확하게만 공격을 성공시키면 ‘치명타’는 띄울 수 있으니, 이안은 스텍을 유지하는 데에 온 정신을 쏟아부었다.

촤라락-!

마치 검무를 추기라도 하듯, 물 흐르는 것처럼 이어지는 이안의 동작들.

-캬아오오-!

뮈르의 발톱이 지나간 자리에 이안의 그림자가 스쳐 갔고, 그 뒤엔 어김없이 심판 검의 검 끝이 녀석의 허점을 긁고 지나갔다.

-모든 방어력을 무시합니다.

-‘뮈르’의 생명력이 58,795만큼 감소합니다.

-‘뮈르’의 ‘데몬’ 속성 저항력이 일시적으로 5%만큼 떨어집니다.

-모든 방어력을 무시합니다.

-‘뮈르’의 생명력이 42,155만큼 감소합니다.

-‘뮈르’의 ‘데몬’ 속성 저항력이 일시적으로 5%만큼 떨어집니다.

-모든 방어력을…….

처음처럼 한 번에 20만에 육박하는 딜이 박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방어력을 무시한 덕에 이안의 공격들은 제법 괜찮은 대미지를 뽑아내며 박혀 들어갔다.

‘조금만 더……!’

그리고 포지션을 조금씩 바꾸며 가디언을 구석까지 몰아붙인 이안은, 녀석이 넓은 공간으로 빠져나갈 수 없도록 철저히 빈틈을 마킹하였다.

-‘악마의 낙인’이 5회 중첩되었습니다!

-‘악마의 낙인’이 4회 중첩되었습니다!

-‘악마의 낙인’이 5회…….

연달아서 스텍을 유지하며 몰아붙이자, 어느덧 3스텍을 넘어 4~5스텍까지 오르내리는 악마의 낙인 중첩.

그리고 그렇게 5~10분에 걸쳐 미친 듯이 녀석을 몰아붙인 이안은, 결국 녀석의 심장에 최후의 일격을 박아 넣을 수 있었다.

“차하앗……!”

콰드득-!

-모든 방어력을 무시합니다.

-‘뮈르’의 생명력이 189,735만큼 감소합니다.

-심연의 시험관 ‘뮈르’의 생명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뮈르’가 심연 속으로 흩어집니다.

이어서 허공으로 흩어진 뮈르의 자청빛 기운들이 이안의 검을 향해 빨려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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