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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808화 (814/1,027)

< 808화 3. 고대의 가디언 >

성탑에 들어선 순간 온통 황금빛으로 가득 찼던 이안의 시야가 다시 밝아지고, 눈앞에는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들이 연달아 주르륵 떠올라 있었다.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하셨습니다.

-‘세르가의 성탑’에 입장하셨습니다.

-성스러운 고대의 유적지에 최초로 입장하셨습니다.

-명성(초월)이 1만 포인트 만큼 증가합니다.

-‘고대 전설의 탐험가(전설)(초월)’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중략……

-최상층의 결계를 돌파하여, 추가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빛의 도전자’의 자격을 획득하셨습니다.

-첫 번째 ‘성령의 전당’으로 이동하십시오.

그리고 메시지들을 확인한 이안의 얼굴에, 흥미로운 표정이 떠올랐다.

‘뭐가 이것저것 많네?’

우선 이안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고대 전설의 탐험가’라는 이름의 칭호.

이안은 새로 얻은 칭호를 먼저 확인해 보았고, 그것을 본 순간 살짝 당황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고대 전설의 탐험가

등급 : 전설(초월)

고대의 유적들 중 하나 이상을 최초로 발견한 유저에게 부여되는 칭호입니다.

진귀한 고대 유적을 발견할 때 마다, ‘탐험가’ 클래스의 ‘직업 경험치’를 더욱 빠르게 성장시켜 줍니다.

초월적인 칭호입니다.

해당 칭호를 착용하고 있을 시 NPC들이 좀 더 친밀하게 대합니다.

착용 효과

-칭호를 착용한 상태에서 고대 유물을 발견할 때마다, ‘탐험가’ 클래스의 직업 경험치가 150퍼센트만큼 추가로 상승합니다.

-칭호를 착용하고 있을 시, 중간계 모든 NPC와의 친밀도가 +5만큼 증가합니다.

-‘고대의 유물 감정’ 스킬이 ‘고대 전설의 유물 감정’ 스킬로 강화됩니다(스킬 미보유 시 해당 옵션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보유 효과

-감정되지 않은 유물의 등급을 대략적으로 알아낼 수 있습니다.

-24시간에 1회에 한하여, 감정서나 특별한 감정 스킬 없이도 유물을 감정해 낼 수 있습니다(전설 등급 이하의 유물에 한해서만 가능).

-‘고대의 유물’로 발굴된 장비를 착용할 시, 모든 효과가 1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중복 착용이 불가능한 칭호입니다.

‘뭐 이런 칭호가…….’

이안은 알지 못했지만, 사실 세르가의 성탑을 발견하기 위한 메인 퀘스트는 ‘탐험가’ 클래스를 위한 콘텐츠였다.

탐험가 클래스가 성탑을 발견하면 전투 클래스의 유저들과 파티를 꾸려 유적을 공략하도록, 그런 의도에서 기획된 콘텐츠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도를 모르는 이안으로서는, 하필(?) 획득한 전설(초월) 등급의 귀한 칭호가 생산 클래스의 칭호이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뭐, 이걸 착용할 일은 잘 없겠지만 보유 효과도 괜찮으니 나쁘진 않네.’

릴슨이라든가, 릴슨 같은 탐험가가 이안의 이 중얼거림을 들었더라면 곡소리를 냈겠지만, 이안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상 그가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될 일은 없을 터.

여튼 아쉬운 대로(?) 만족한 이안은 차르타를 탑승한 채 유적의 깊숙한 곳으로 더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끼익.

탑의 중앙에 있는 철문을 밀어 젖히자, 웅장한 계단실이 이안의 눈앞에 나타났다.

계단실의 외곽을 따라 아래위로 끝없이 이어진 원형의 계단실.

이안은 계단실의 상방과 하방을 한 번씩 살펴본 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첫 번째 성령의 전당이라……. 아무래도 위로 올라가는 게 맞겠지?”

시스템 메시지로 인해 어떤 곳을 찾아가야 하는지는 알게 되었으나 그게 어딘지는 모르기에 잠시 고민에 빠진 이안.

그리고 그런 이안의 고민은, 옆에 있던 미루가 깔끔하게 해결해 주었다.

이안의 말이 끝나자 마자 뭔가를 발견했는지, 계단실의 구석으로 포롱포롱 날아간 것이다.

“저기 저 표지판에 쓰여 있는걸?”

“응?”

“성령의 힘은 하늘에 닿아 있나니, 가장 높은 곳에 닿는 자가 그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

“그, 그래?”

미루가 발견한 것은 벽에 붙어 있는 작은 동판.

동판에는 알 수 없는 고대어가 나열되어 있었지만, 미루는 그것을 읽어 낼 수 있는 모양이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 보자, 이안. 아마 첫 번째 성령의 전당이라는 곳도 상층부에 있을 확률이 높아 보여.”

미루의 말에 동의한 이안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차르타를 탑승한 채, 빠르게 계단실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 * *

“자, 이게 마지막 길드 퀘스트겠지?”

“굳이 따지자면 마지막……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3티어 달성까지는 이번으로 끝나길 할 듯.”

“후우……. 인간적으로 3티어 되고 나면, 우리 좀 쉴 수 있게 해 주겠지. 헤르스 형이 악랄하긴 하지만 여기서 더 노가다를 시킬 정도는 아닐 거야.”

“카윈 형, 정말 헤르스 형이 문제라고 생각해?”

“……?”

“이 모든 가장 큰 원흉이 따로 있다는 거, 사실 잘 알고 있잖아?”

“크윽…….”

공헌도를 쌓기 위한 길드 퀘스트 노가다.

길드원들이 이 노가다에 완전히 지쳐 갈 즈음, 드디어 로터스 길드는 길드 랭크 3티어를 달성할 수 있었다.

용기사단을 창설하기 위해 필요했던, 마지막 조건을 달성해낸 것!

띠링-!

-공헌도를 소모하여, 길드 경험치를 증가시킵니다.

-길드 경험치가 100퍼센트까지 증가하였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길드 랭크를 3티어로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필요 재화 – 차원코인 : 50,000/길드 명예훈장(은) : 15/길드 명예훈장(동) : 50

-길드 랭크를 상승시키겠습니까? (Y/N)

3티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재화는 어지간한 랭커들의 기준에서도 어마어마한 수준이었지만, 헤르스는 망설이지 않고 ‘Y’를 선택하였다.

“후우, 지금 5만코인이 대수냐. 길드 랭크 상승……!”

이어서 헤르스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모든 길드원들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띠링-!

-길드 랭크가 3티어로 상승하였습니다!

-길드 거점의 새로운 기능들이 활성화됩니다!

-이제부터 길드 거점에, ‘초월 대장간’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길드 거점에, ‘초월 상점’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로터스 길드’의 가신으로, ‘초월’ NPC를 등용할 수 있습니다(소르피스성 용병 길드 등 각종 콘텐츠를 통해 가능).

……후략……

그리고 이 메시지들을 확인한 로터스 길드원들의 눈에, 눈물이 그렁거렸다.

“드, 드디어 됐어!”

“크윽, 드디어 길드 퀘스트에서 해방이다!”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흑흑.”

하지만 헤르스의 입에서 나온 다음 말을 듣는 순간, 로터스 길드원들은 다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어, 그런데 우리가 일등이 아니네?”

“……!”

“벌써 길드 티어가 3티어인 길드들이 일곱 군데나 더 있잖아?”

“커헉!”

사실 길드 공헌도를 쌓는 일은, 최상위 랭커들의 몫이 아니었다.

수많은 길드 퀘스트들 중 난이도 높은 몇 가지를 제외한다면, 이안 같은 최상위급 고수나 평범한 랭커나 시간 대비 효율이 비슷했으니 말이었다.

사실상 얼마나 많은 길드원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느냐에 따라, 공헌도 쌓는 속도가 결정되는 것이 길드 콘텐츠였던 것.

그래서 로터스 길드는 1등을 차지할 수 없었고, 그것은 다시 재앙이 되어 길드원들에게 돌아왔다.

“아무래도 쉴 수 없겠는데?”

“아니, 형. 그게 무슨……!”

“살려 줘요, 마스터. 나 지난주에 잠도 거의 못 잤다고요!”

“그럼 딱 하루만 쉬고 다시 시작해 볼까? 어차피 4티어까지는 경험치가 거의 열 배로 많이 필요하니까, 이번처럼 단기간에 달릴 수는 없고, 마라톤처럼 노가다를 해야겠네.”

“크흑…….”

길드원들은 각기 우울한 표정이 되었지만, 결국 조금이라도 더 오래 쉬기 위해 서둘러 길드 거점을 빠져나갔다.

헤르스가 이렇게 마음을 먹은 이상, 계획이 수정될 리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더해서 3티어를 찍은 기념으로, 헤르스가 길드 창고를 풀어 고급 초월 아이템들을 분배하였으니 불만은 금세 잠잠해질 수 있었다.

“휴우, 전 세계적으로 노가다꾼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헤르스의 한숨에, 옆에 있던 레미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동의하였다.

“그러게 말이야. 1등은 못 하더라도, 세 손가락 안에는 들 줄 알았는데…….”

“뭐, 그래도 다들 하루 이틀 차이일 거야, 누나. 3티어 되면서 이제 길드 수용 인원도 늘었으니, 사람 더 뽑고 다시 한번 달려 보지 뭐.”

“그래. 길드 운영이야 네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의 사이에,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둘 또한 노가다로 진이 많이 빠져있던 상황이었으니, 푹신한 의자에 몸을 기대자 나른함이 몰려온 것이다.

하지만 그 나른함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이제 이안이 어디 있는지 찾으러 가야겠지?”

헤르스의 물음에, 레미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그래야지. 걔가 와야 기사단 창설이 가능할 테니 말이야.”

용기사단을 창설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 중 두 가지가 이안이 없으면 채울 수 없는 것이었기에, 헤르스는 곧바로 메시지 창을 열어 이안을 불러보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두 사람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메시지를 수신할 수 없는 상태라는데?”

“뭐……? 이안이?”

“응.”

이안에게 보낸 메시지들이, 그대로 튕겨 나왔으니 말이었다.

“그럴 리가……. 1시간 전만 해도 나랑 메시지 했었는걸?”

“그 사이에 특수한 인스턴트 던전이라도 들어간 건가? 어떻게 된 거지?”

“그, 글쎄…….”

하지만 메시지가 불통이 된 이상 이안에게 연락할 방법은 딱히 없었고, 두 사람 또한 결국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 메시지 남겨 놓으면, 일 끝나고 확인하겠지.”

“그래, 누나. 우리도 일단 좀 쉬자.”

그리고 두 사람이 거점을 나서던 그 시각.

당연히 이안에게는, 메시지를 받지 못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 * *

띠링-!

-‘자격’을 확인합니다.

-‘빛의 도전자’ 자격을 확인하였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첫 번째 ‘성령의 전당’에 입장하셨습니다.

-이제부터 외부와의 모든 접속이 차단됩니다.

……후략……

미루가 이야기한 것처럼 계단을 쭉 타고 오르자, 이안은 어렵지 않게 첫 번째 전당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사이에 어떤 트릭이나 결계 같은 것은 없었으며, 전당은 무척이나 정직한 위치에서 이안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흠, 너무 순조로우니 뭔가 불안한데…….’

성큼성큼 전당 안으로 들어선 이안은, 긴장을 놓지 않은 채 전당의 내부를 꼼꼼히 둘러보았다.

입구에서부터 안쪽까지 높고 웅장한 기둥들이 쭉 늘어서 있는 광경은, ‘전당’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멋들어진 모습이었다.

저벅- 저벅.

조용한 성령의 전당 안에, 이안을 태운 차르타의 발소리가 고요히 울려 퍼진다.

전당의 입구는 조금 어두웠지만, 붉은 카펫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밝은 빛이 새어나왔다.

“이렇게 넓은 공간이 또 있을 줄은 몰랐는데…….”

멋지게 지어진 전당의 내부를 감상하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이안.

그런데 다음 순간.

전당의 끝에 도착한 이안은, 뭔가를 발견하고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

처음부터 이 안에 어떤 것이 있으리라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던 광경이 펼쳐졌으니 말이었다.

‘뭐지? 벌써부터 성령의 유적을 얻을 수 있는 건가?’

이안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각기 다른 형상을 띈 세 자루의 대검.

한 눈에 보아도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기는 이 대검들은, 이안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놀란 것은, 이안뿐만이 아니었다.

“고, 고대의 심판 검!”

이안의 어깨에 앉아 있던 미루 또한, 세 자루의 검을 발견하고는 놀라서 벌떡 일어선 것이다.

이어서 이안 일행은, 환히 빛나는 제단의 앞까지 조심스레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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