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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802화 (808/1,027)

< 802화 1. 고대의 요정, 미루 >

“역시……! 이렇게 끝일 리가 없지!”

수면 밖으로 다시 뛰쳐나온 이안은, 한껏 상기된 얼굴로 다시 차르타의 등에 올랐다.

아직 호수 아래에 꽁꽁 얼어 있는 ‘고대의 유적’이 뭔지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잠수한 채로 그것까지 알아내기에는 숨이 너무도 찼기 때문이었다.

‘일단 이 유적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먼저 아렌에게 양해를 구해야겠지.’

물기를 털어낸 뒤 다시 호수 바깥으로 나간 이안은 아렌에게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

이곳에 들어오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아렌을 집에 데려다 주기 전, 유적부터 발굴해 보려는 것이다.

“유적요? 와아, 호수 아래에 그런 신비로운 게 있단 말이에요?”

“그렇더라고. 아직 제대로 확인은 못 했는데, 유적을 덮고 있는 빙하의 크기가 어마어마한 것 같아.”

“우와아! 엄청나네요. 고대의 유적이라니!”

“그래서 말인데, 아렌.”

“말씀하세요, 이안 님.”

“마이얀 산맥에 널 먼저 데려다 주고 싶지만, 너도 알다시피 여기 한번 나가면 다시 들어오기 너무 힘들잖아?”

“그렇죠.”

“그래서 여길 빠져나가기 전에 유적을 먼저 찾아보고 싶은데, 네가 좀 기다려 줄 수 있을까?”

차근차근 자신이 본 것에 대해 설명한 뒤, 간절한 표정으로 아렌을 응시하는 이안!

이안은 만약 아렌이 거절이라도 한다면, 연계 퀘스트를 포기해서라도 유적을 발굴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제발……!’

그리고 다행히도, 아렌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하였다.

“그야 당연하죠! 이안 님 덕분에 이 귀한 생명수도 구할 수 있었는데, 그쯤이야 당연히 제가 기다려야죠.”

“고……마워, 아렌.”

하지만 그 허락이 아주 조건 없는 허락은 아니었다.

“그럼 이안 님 저도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응? 부탁? 무슨 부탁인데?”

잠시 뜸을 들인 아렌이 배시시 웃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 유적 발굴이라는 거, 저도 껴 주시면 안 될까 하고요.”

“응?”

“유적에 욕심은 전혀 없는데, 그냥 너무 신기하고 궁금해서요.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께 들었던 고대의 이야기들이, 어쩌면 유적 발굴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요.”

아렌의 이야기를 듣던 이안은 두 눈을 반짝였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 몇 가지 가정들이 주르륵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오호. 역시 아렌도, 이 계곡 안의 콘텐츠와 어떤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NPC였던 건가?’

생각해 보니 아렌의 연계 퀘스트는 이곳 ‘생명의 계곡’을 찾게 해 주는 역할을 하는 퀘스트였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연계 퀘스트의 특성상 아렌 또한 이 계곡의 콘텐츠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을 확률이 높았고, 그녀가 어쩌면 핵심적인 열쇠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안은 마치 아렌에게 선심이라도 쓰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뭐,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와아!”

“대신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이해해 줘야 해?”

“물론이에요! 저도 이런 모험 꼭 해 보고 싶었거든요.”

이안의 긍정에, 신이 난 표정으로 방방 뛰는 아렌.

그녀는 퍼 올린 계곡물을 담은 포대 자루를 얼른 묶어 가방 안에 집어넣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아렌의 가방은, 마치 유저들의 인벤토리처럼 커다란 물주머니를 쑥 하고 집어 삼켜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이안과 아렌의 유적 발굴이 시작되었다.

* * *

이안이 유적 발굴을 위해 가장 먼저 한 것은, 당연히 거대한 얼음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얼음을 깨든 녹이든, 아니면 먼저 물 바깥으로 꺼낼 생각을 하든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른다면 실수를 할 확률이 높았으니 말이었다.

하여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불빛까지 비춘 이안은, 얼음덩이 안쪽에 뭐가 들어 있는지 열심히 살피기 시작하였다.

그 과정에서 물도 좀 먹었지만, 고작 그 정도의 고난(?)이 이안의 열정을 막아 설 수 있을 리 없었다.

“푸우-! 켁, 케켁!”

제법 길게 잠수한 뒤 물 밖으로 빠져나온 이안을 보며, 아렌이 두 눈을 반짝였다.

“뭔지 확인하셨어요, 이안 님?”

하지만 이안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하였다.

“아니, 이거 아무래도 물 안에서 확인하는 건 힘들 것 같은데.”

“그래요?”

“호수 안이 너무 어둡기도 한 데다, 저 얼음이 워낙 커서 말이야.”

“아하.”

“만약 얼음 안에 갇혀 있는 유적도 거대했다면 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유적은 또 엄청나게 작은 크기 같아.”

“얼마나 작은데요?”

“그냥 얼음덩이 안쪽에 작은 그림자 하나가 어렴풋이 보일 정도야.”

“흐음…….”

아렌은 이안과 달리 수영에 완전히 젬병이었지만, 그래도 이안이 잠수하는 데에 제법 많은 도움을 주었다.

각종 정령 마법과 상위 마법을 사용하며, 물속을 비춰 주기도 하고 물길을 열어 주기도 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두 사람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얼음 속에 들어 있는 물체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은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걸 꺼내야겠는데…….”

이안의 중얼거림에, 아렌이 당황한 표정으로 반문하였다.

“에엑? 이 큰 걸 바깥으로 꺼내겠다고요?”

“아니면 방법이 없잖아?”

아렌이 놀란 것은 사실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계곡 사이에 생겨난 탓인지, 호수는 바닥이 어딘지 알 수 없도록 깊었고, 유적이 갇혀 있는 얼음덩이는 어지간한 바윗덩이보다 훨씬 더 거대했으니 이걸 꺼낸다는 발상 자체가 답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하여 아렌은, 조심으레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하였다.

“이걸…… 녹여 보는 건 어떨까요?”

“녹인다고?”

이안의 반문에, 아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 갔다.

“지금은 너무 커서 꺼내기 힘들지만, 녹여서 크기를 줄인다면 해 볼 만 할 것 같아서요.”

“…….”

“딱 지금의 절반. 아니 사분의 일 정도 크기만 되도, 어떻게 루루의 도움이라도 받아서 꺼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진지하게 수면 아래의 얼음덩이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리듯 이야기하는 아렌.

그런 그녀의 말을 들은 이안은, 순간 어이없는 표정이 되고 말았다.

“네 말대로 사분의 일 크기까지 녹일 수 있다면야, 충분히 꺼낼 수 있겠지만…….”

“역시 그렇죠?”

“대체 어떻게 녹이겠다는 거야?”

“……!”

“물속에 잠겨 있는 얼음덩이를 녹이려면, 어지간한 화염 마법으로는 턱도 없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그, 그런가요?”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당연하지. 만약 정말 녹이려면, 이 호수 전체를 뜨겁게 데워야 할 텐데?”

“헉!”

아렌의 백치미에 한숨을 푹 쉰 이안은, 속사포처럼 말을 이어 가기 시작하였다.

“여기가 생명의 샘 정도로 작은 크기면 몰라도, 화염 마법으론 턱도 없을 거야. 뭐, 용암이라도 들이붓는다면 모를까.”

“용암을요?”

“그래, 용암.”

그런데 말을 잇던 이안은, 순간 머릿속이 번쩍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잠깐! 용암……! 용암을 부으면 해결되는 거였잖아?’

이안의 이야기처럼, 이 계곡 안에 잠겨 있는 거대한 얼음덩이를 녹일 수 있는 화염 마법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뭐 시간 제한이 없다면, 이론상 언젠가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용암은 이야기가 달랐다.

용암이 물에 들어간다 해서 곧바로 식어 버리는 것도 아니었고, 얼음의 위치가 수면과 제법 가까웠기 때문에 대량으로 용암을 붓기 시작한다면 이 거대한 빙하도 녹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 진즉에 이 생각을 못 했을까?’

빙하 안에 들어 있는 유물의 정체는 아직도 모르지만, 어쨌든 빙하가 한참 녹을 때까지 그것에 손상이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여 생각을 떠올린 이안은, 망설임 없이 불용이를 소환하였다.

용암 그 자체인 불용이의 브레스와 고유 능력이라면, 오래 걸리지 않아 얼음을 반 토막 낼 수 있을 터였다.

“불용이. 아니, 라카도르 소환!”

우우웅-!

이안의 소환 명령과 함께, 계곡의 하늘에 소환된 시뻘건 그림자.

그리고 불용이를 소환한 이안의 머릿속에는, 아직까지 개시(?)해 보지 못한 불용이의 9서클 용언 마법이 떠올랐다.

‘뭔가 웃프지만, 생각해 보니 지금 상황에 그 마법보다 좋은 마법도 없겠네.’

이어서 차르타를 타고 물 밖으로 나온 이안은, 불용이를 향해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라카도르, 라바 스웜프Lava Swamp……!”

그리고 이안이 본명(?)을 불러 준 덕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우쭐한 표정이 된 라카도르의 양손에서 붉은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 * *

-라바 스웜프

등급 : 신화(초월)

분류 : 언령 마법

마력 등급 : 9서클

일정 시간 동안(1~10초) 정신을 집중한 뒤, 언령의 힘으로 강력한 열기를 끌어들여, 고열의 용암을 소환합니다.

소환된 용암은 전방을 향해 마치 파도처럼 밀려 나가며, 모든 물체를 흔적도 없이 녹여 버립니다.

용암에 피격된 모든 대상은, 용암과 닿아 있는 동안 매 초당 마법 공격력의 425%만큼의 피해를 입습니다.

(정신을 집중한 시간이 길수록, 쏟아지는 용암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용암에 부딪친 대상의 마법 방어력이 30%만큼 감소하며, 화염 저항력이 40%만큼 감소합니다.

*용암에 휩쓸린 대상은 매 초당 25%의 확률로 용암이 흐르는 방향을 향해 ‘넉백’됩니다.

(넉백당한 대상은 마법 공격력의 250%만큼의 추가 화염피해를 입습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360초

*신룡 ‘라카도르’의 고유한 언령 마법입니다.

고유한 언령 마법을 사용할 시 마나 소모량이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모든 언령 마법에는 캐스팅 시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라카도르가 해당 마법을 차징하는 동안, 모든 상태 이상으로부터 면역 상태가 됩니다.

라카도르의 용언 마법인 라바 스웜프는, 말 그대로의 비주얼을 가진 강력한 광역 공격 마법이었다.

일정 시간 동안 화염의 기운을 충전한 뒤 라카도르가 입을 쩍 벌리면, 어마어마한 양의 용암이 마치 파도처럼 쏟아져 나오는 마법이었으니 말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얼핏 ‘드래곤 브래스’와 비슷한 느낌의 마법일 수 있었지만, 실제 전장에서의 활용도는 완전히 달랐다.

브래스가 일시에 다수의 적을 일망타진하는 느낌이라면, 이 라바 스웜프 마법은 서서히 적에게 밀려 들어가 지속 피해를 입히는 마법이었다.

‘이걸 얼음 녹이는 데 처음으로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한편으로는 기대 넘치는 표정이었다.

저 거대한 얼음이 녹아내리고 작아진 얼음덩이를 꺼내면 비로소 ‘고대의 유적’이라는 게 뭔지 확인할 수 있을 테니 말이었다.

전투상황과 같은 급박한 상황도 아니었기에, 라카도르는 모든 충전시간을 가득 채워 용암의 파도를 뿜어내기 시작하였고.

치이익- 치익- 콰아아-!

이안과 아렌의 기대처럼, 시커먼 연기와 함께 호수 안의 얼음덩이가 녹아내리기 시작하였다.

스르릉-!

용암으로 인해 분리된 얼음덩이들이 둥둥 물 위로 떠오르면서.

거대한 크기였던 얼음이, 점차 작아져 갔다.

그리고 그렇게, 불용이의 라바 스웜프가 전부 끝났을 때.

호수의 중앙에는, 어린아이 크기만 한 얼음덩이가, 빼꼼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첨벙-!

“……!”

이어서 용암의 열기 때문에 멀찍이 떨어져 있던 이안과 아렌이, 얼음 안에 갇혀 있는 유적의 모습을 보기 위해 빠르게 그곳으로 다가갔다.

거대한 얼음의 가운데에 있을 때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그 실루엣이, 이안의 눈에 또렷이 잡히기 시작하였다.

‘뭐지? 뭔가 모양이 인형 같기도 한데…….’

얼음덩이를 물 밖으로 아예 꺼내기 위해, 차르타를 타고 가까이 다가가는 이안.

그런데 그때.

이안의 귓전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잠깐! 저기, 미루……! 미루잖아?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아렌의 정령 ‘루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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