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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791화 (798/1,027)

< 791화 4. 용암보다 뜨거운(?) 근성 (3) >

* * *

“흠, 오늘 파티 사냥에도 레미르 누나는 못 오는 건가?”

“그러게. 이안 형이 분명 하루만 빌려가겠다고 했었는데…….”

“노엘이, 너 설마 그 말을 그대로 믿은 건 아니지?”

“하긴, 이안 파티에 차출당해서 하루 만에 돌아오면, 그거야 말로 기적이긴 하지.”

“길드원 목록 보니까, 레미르 누나 30시간째 접속 중이던데…….”

“아, 애도합니다. 불쌍한 레미르…….”

오늘도 길드파티 편성 시간에 맞춰, 중천의 균열 앞에 모인 로터스의 길드원들.

파티 사냥이 시작되기 전, 그들의 관심사는 이안에게 끌려간(?) 불쌍한 레미르였다.

물론 길드 퀘스트와 파티 사냥까지 하루 종일 무한 로테이션 돌아가는 길드 파티 또한 그렇게 넉넉한 일정은 아니다.

게다가 길드 티어를 올리기 위해서 거의 한 달째 같은 스케줄의 반복이었기 때문에, 재미없고 지루한 것 또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안의 파티로 일탈을 원하는 길드원은 이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그것이야말로 흙탕물 피하려다 똥물에 빠지는 선택임을 다들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레미르 누나가 내일은 돌아오기를 기도해 주자고.”

“으휴. 그것도 그런데 길드 퀘 노가다도 빨리 좀 끝났으면 좋겠네. 이제 몇 번 안 남은 것 같은데…….”

“이번 주나 다음 주 내로는 무조건 포인트 달성해서 용기사단 만들어야지.”

“흐흐흐, 나도 빨리 이안 형이랑 노엘이처럼 드래곤 타 보고 싶다.”

“크……! 용기사단 만들어서 엘라시움 털고 다니면, 진짜 광속으로 레벨 업 가능할 텐데.”

“그치.”

사냥을 위해 모인 로터스의 길드원들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균열 안쪽으로 입장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이들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바로 며칠 뒤면, 그들이 불쌍히 여기던 레미르를 더 없이 부러워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 * *

“허억, 허억.”

“후우욱!”

온통 시뻘건 대지 위로, 하얗게 끓어오르는 뜨거운 수증기.

그 안에서 벌써 20시간 이상 노가다 중인 이안과 레미르는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되어 있었다.

“살려 줘, 이안…….”

“내가 언제 누나를 죽이려고 했어?”

“지금 그러고 있잖아.”

“…….”

용암의 대지, 히든 스테이지.

다섯의 용암 수호자가 모두 등장하는 이 지옥 같은 스테이지에, 이안과 레미르는 이미 수십 번째 입장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두 사람은 그 과정에서 더 이상 사망하지 않았다.

철저히 계산된 움직임으로 던전을 공략하여 마치 기계처럼 반복해서 던전을 클리어했던 것이다.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클리어는 아니었다.

두 사람은 항상 라바 드래곤의 생명력을 바닥까지 깎아 놓은 뒤, 제한 시간이 다 지날 때까지 포획만을 시도하였으니 말이었다.

“포획……!”

-싫다, 이 미친 인간 놈아!

“포획!”

-난 따뜻한 용암이 좋다! 나가기 싫다!

“포획……!”

-크워어어! 제발 그냥 날 죽여 줘!

처음에야 포획을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모든 용암 수호자를 정리하고 포획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나면, 50분이라는 제한 시간 중 1분을 남기는 것조차 쉽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던전에 점점 더 적응하기 시작하자 이야기는 달라졌다.

두 사람은 클리어 타임을 당기고 당겨, 이제는 거의 5분 이상을 남기는 데까지 성공한 것이다.

“포획!”

-크아아악!

레미르의 메가 메테오에 맞는 것보다 이안의 포획 시동어가 훨씬 더 무서운 라바 드래곤.

-이렇게 끈질긴 인간은 처음이다!

지금 이 파멸의 염옥 안에서, 한 마리의 도마뱀과 한 명의 사냥 노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파멸의 고통을 겪는 중이었다.

“이 미친 던전을 수십 번 트라이할 생각을 하는 인간은 아마 너밖에 없을 거야.”

“아냐, 랭커들 중에 또 있을 걸?”

“뭐, 클리어를 위한 트라이야 깰 때까지 하는 인간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깰 수 있는데도 포획한답시고 무한 트라이 하는 놈은 너밖에 없을 게 분명해.”

“저 괴물 같은 용가리 잡으려면, 이 정도 노력은 당연한 거 아니겠어?”

“후우우…….”

레미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이안을 최대한 열심히 서포팅하였다.

지난 시간 동안 지켜봐 온 결과 이 찰거머리 같은 인간은, 결국 저 불쌍한(?) 용가리를 포획해야 이 노가다를 끝낼 것이니 말이었다.

차라리 1시간이라도 빨리 라바 드래곤이 잡히기를 바라는 것이 현명함을, 레미르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야, 그냥 잡혀 줘라.”

-크르르!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냥 잡혀 주는 게 우리 서로한테 좋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

“네가 아무리 버텨 봐야, 언젠간 잡힐 거라고.”

-그게 무슨 근거 없는 말이냐, 인간!

“왜냐면 네가 항복하기 전엔 쟤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게 분명하거든.”

-크으윽!

얼마나 답답했는지, 급기야 라바 드래곤을 설득하기 위해 대화까지 시도하는 레미르.

하지만 레미르의 이야기에 살짝 흔들렸을지언정 그것으로 곧바로 라바 드래곤이 항복할 리는 없었고, 레미르와 드래곤, 그리고 기획팀까지, 이안을 제외한 모두가 고통스러운 이 노가다는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제한시간이 모두 소모되었습니다.

-관문 대기실로 이동합니다.

-파티원 모두가 생존하였으므로, 소모했던 1회의 도전 횟수가 다시 회복됩니다.

……중략……

-‘파멸의 염옥炎獄’ 관문에 입장하셨습니다.

-관문돌파 제한 시간 : 3,000초

-같은 관문에 30회 이상 도전하셨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용암보다 뜨거운 근성(초월)(전설)’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후략……

“이 칭호는 또 뭐야?”

“오! 피로도 소모 5퍼센트 감소? 개꿀인데? 게다가 중첩 적용되는 칭호잖아?”

“후우. 칭호고 나발이고, 도마뱀이나 빨리 잡아 봐……. 이제 슬슬 한계가 오고 있으니까.”

“걱정 마. 촉이 왔으니까.”

“무슨 촉?”

“앞으로 열 번 이내에는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여, 열 번…….”

턱밑까지 다크서클이 내려온 채, 퀭한 눈으로 한숨을 푹 내쉬는 레미르.

말이 열 번이지 한 번당 50분이 걸리는 관문이었기 때문에, 이안의 말은 앞으로도 8시간 이상이 더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조금만 더 힘내, 누나. 앞으로도 이런 꿀 같은 던전 있으면 종종 데려올 테니까.”

“그거…… 힘내라고 하는 소리 맞지?”

“그럼!”

지금까지 이안과 함께했던 그 어떤 일정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의 기력을 전부 쥐어짜게 만드는 극악하기 그지없는 강행군.

하지만 어떤 일에든 항상 끝은 존재하는 법!

결국 이안은 레미르와의 약속을 지키는 데 성공하였다.

정말 추가 10회 차의 도전이 끝나기 전에, 라바 드래곤 포획에 성공한 것이다.

“포획!”

-크어어어! 결국 이렇게 되다니…….

시동어와 함께 이안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라바 드래곤의 거구를 완전하게 뒤덮었고, 녀석의 몸을 감싸던 타는 듯한 불길이 잦아들며 이안의 손아귀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포획에 성공하는 것을 보며, 이안보다 더욱 기뻐하는 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으니…….

“돼, 됐어!”

그것은 당연히, 1초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었던(?) 레미르의 외침이었다.

“드디어 끝났다.”

“크으!”

그리고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들을 보며, 이안의 입가에 함박웃음이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띠링-!

-신룡 ‘라바 드래곤’을 포획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신룡을 포획하는 데 성공하여, 3만 만큼의 명성(초월)을 획득합니다.

-화염 저항력이 10만큼 증가합니다.

-‘화상’ 상태 이상에 대한 저항력이 3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중략……

-‘신화’ 등급의 소환수를 테이밍하셨습니다!

-‘통솔력’ 능력치가 추가로 500만큼 증가합니다.

-‘친화력’ 능력치가 추가로 250만큼 증가합니다.

-‘정령 마력’ 능력치가 추가로 3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소환 마력’ 능력치가 추가로 5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신화 등급의 초월 소환수에 걸맞게, 포획됨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스텟 보상을 선물해 주는 라바 드래곤.

하지만 여기까지는 이안도 예상하고 있었던 보상들이었고, 추가로 생각지도 못했던 메시지들이 계속해서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용암의 대지’를 지키는 다섯 번째 수호자를 포획하셨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다섯 부위 이상의 ‘용암지대’ 장비를 착용 중이므로, 소환수의 ‘인연’이 활성화됩니다.

-인연, ‘용암의 대지’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소환수 ‘라바 드래곤’의 모든 화염 공격력이 25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소환수 ‘라바 드래곤’의 고유 능력, ‘용암의 권능’이 강화됩니다(강화된 고유 능력은 인연 장비 착용과 관계없이 영속적으로 유지됩니다).

“오오오!”

시스템 메시지를 차례대로 읽어 내려가던 이안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탄성이 새어 나왔다.

소환수와 관련된,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콘텐츠를 하나 더 개방하였으니 말이다.

“역시 노가다는 배신하지 않는 법!”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안과 레미르의 눈앞에, 이 노가다의 끝을 알리는 클리어 메시지가 주르륵 하고 떠올랐다.

-모든 용암 수호자를 성공적으로 제압하셨습니다!

-‘파멸의 염옥’ 관문을 성공적으로 돌파하였습니다!

-파티원 레미르가 ‘용암의 스태프(신화)(초월)’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파티원 이안이 ‘용암의 장궁(신화)(초월)’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한국 서버 최초로 ‘용암의 대지’ 모든 난이도를 정복하셨습니다.

-명성(초월)을 5만 만큼 획득합니다!

-이제부터 낮은 단계의 ‘용암의 대지’ 관문이, ‘용사의 마을’에 생성됩니다.

-낮은 단계의 ‘용암의 대지’에서는, 영웅(초월)등급의 용암 장비들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후략……

이어서 두 사람의 시야가 새하얀 빛으로 가득차기 시작하였다.

* * *

“후우…….”

“다 끝났어.”

“팀장님, 저희 망한 거죠?”

모든 악몽(?)이 전부 끝난 뒤, 슬픔에 잠긴 기획 팀의 모니터링실.

이안과 레미르의 플레이 영상이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획 팀 직원들은 모니터링실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안으로 인해 받은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나 팀장, 얘기 좀 해 봐. 저거 왜 포획된 거야? 보스는 포획 불가 설정으로 막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게…… 라바 드래곤은 보스 타입으로 설정되어 있지 않았거든요. 보스가 아니고 ‘수호자’ 타입이더라고요.”

“그게 무슨…….”

“그게 사실 저 콘텐츠 때 처음 생긴 건데, 타입 설정할 때 포획을 막아 두지 않았었나 봐요.”

“타입 설정은 2팀에서 하는 거 아냐?”

“그렇……죠.”

“하아, 2팀을 대신 야근시킬 수도 없고…….”

“후우, 그런데 사실 2팀을 뭐라고 할 수도 없는 게, 저기서 포획을 시도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후, 그건 그렇지만…….”

모니터링실에 있는 기획 팀의 직원들은, 죄다 한결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초점 없는 눈으로 불 꺼진 스크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신화 등급의 초월 장비가 이 시점에 풀려 버린 것만 하더라도 기가 막힐 노릇인데, 거기에 더해 이안이라는 녀석은 라바 드래곤까지 잡아 갔으니…….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라바 드래곤이 ‘고유’한 몬스터였다는 것이었다.

없어진다고 젠 되는 평범한 몬스터가 아니라, 카일란의 세계관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녀석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말인 즉, 정령산 꼭대기에 존재했던 ‘용암의 대지’ 던전이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이었다.

수많은 유저들이 즐길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만든 콘텐츠가 두 사람을 위한 것이 되어 버린 셈이다.

“뭐 어쩌겠어요. 일해야지.”

“…….”

“이안 잠도 안 자고 노가다 하는 거 보지 않으셨습니까.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쟤보다 열심히 일해야 해요.”

“크윽…….”

모니터링실에 공허하게 울려 퍼지는 나지찬의 말에, 여기저기서 탄식이 새어 나왔다.

오늘도 이렇게, 이안 덕분에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카일란의 기획 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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