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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786화 (793/1,027)

< 786화 3. 용암 속의 비밀 >

이안과 레미르가 만나게 된, 용암의 대지 두 번째 관문.

그곳을 지키는 용암의 수호자인 ‘불길의 광전사’는 힘겹게 처치했던 ‘마그마 골렘’ 만큼이나 강력한 보스였다.

1분 여 정도를 남기고 아슬아슬하게 처치할 수 있었던 마그마 골렘보다 더욱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극악한 보스였던 것이다.

공격력은 골렘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으나, 훨씬 더 날렵한 움직임 때문에 실질적인 전투력은 더욱 높았던 것.

하지만 전투력이나 공격 패턴 등이 더 어려울지언정 파훼법은 오히려 골렘보다 훨씬 더 간단하였다.

적어도 녀석은, ‘화염 속성 제외 모든 공격 면역’같은 듣도 보도 못한 사기 패시브를 갖고 있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녀석이 갖고 있는 방어형 패시브는 딱 하나 ‘화염의 지배자’라는 특성.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특성이 까다롭지 않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지만 말이다.

-마력의 신체

모든 종류의 마법 피해와, 화염 속성의 물리 피해를 흡수하고, 피격된 공격이 가진 위력의 30퍼센트만큼을 자신의 생명력으로 회복합니다.

만약 화염 속성이 아닌 물리 공격을 당했을 경우, 15퍼센트의 확률로 해당 공격을 화염 속성으로 전환시킵니다.

*모든 종류의 상태 이상 효과에 면역이며, 상태 이상 효과가 있는 공격에 피격당할 경우 움직임이 15퍼센트만큼 빨라집니다.

“누나는 서포팅만 해! 누나가 뭐 할 때마다 쟤 피 찬다.”

“후……. 화염법사 서러워서 살겠나.”

“금방 잡아 줄 테니까 잡몹 접근이나 좀 막아 달라고.”

“알겠어.”

모든 종류의 마법 피해와 화염 속성 피해를 그대로 무효화시켜 버리는 탓에 레미르의 모든 공격 마법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그에 더해 가끔 다른 속성의 물리 공격도 흡수해 도전자의 짜증을 유발하게 만드는 특성.

하지만 복잡하고 별난 특성과는 별개로 이 녀석의 공략법은 무척이나 심플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냥 압도적인 병기술로, 녀석과의 일기토(?)에서 승리하면 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보스에게 물리 공격만 통하게 만들어 놓은 데다 상태이상 면역까지 부여해 놓았다는 이야기는, 물리 딜러들의 컨트롤 실력을 검증하겠다는 간단한(?) 기획 의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실력이 없으면 여기서 돌아가라는 이야기지.’

채챙-!

광전사의 현란한 쌍검술을 여유롭게 흘려 낸 이안이, 곧바로 녀석의 심장을 향해 창극을 쑤셔 박았다.

쾅-! 콰득-!

녀석은 검붉은 문양이 새겨진 단단한 갑주를 입고 있었지만, 마치 물 흐르듯 약점을 비집고 들어가는 이안의 창질에는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크워어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안의 창을 뽑아 낸 뒤, 다시 쌍검을 휘둘러 오는 광전사.

채챙- 쾅-!

녀석의 검을 한두 방만 제대로 맞아도 빈사상태가 될 것임을 잘 알고 있는 이안은, 최대한 침착하게 공격을 피하고 막아 내었다.

‘무리하게 딜 넣으려 말고, 정확하게 한 방씩 먹여야 해.’

광전사의 공격 스킬들은 하나하나가 다 위력적이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은 카운터 어택이었다.

녀석이 공격을 회피하는 순간 즉발적으로 발동되는 카운터 어택은, 피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검격이었으니 말이다.

역동작이 걸린 상태에서 번개처럼 튀어나오는 발검은, 물리적으로 피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었다.

컨트롤 실력과는 별개로 말이다.

‘그래도 이 용암수호자라는 녀석들은, 보스 치고 멧집이 약해서 다행이야.’

쐐애액-!

찔러오는 광전사의 검을 피한 뒤 그대로 한 바퀴 몸을 돌린 이안은, 회전력을 그대로 실어 창대로 녀석의 뒤통수를 가격하였다.

콰앙-!

그것은 간결하지만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녀석은 순간 비틀거릴 수밖에 없었고…….

“크허억!”

순간적으로 포커싱이 흩어진 녀석을 향해, 이안은 맹공을 퍼붓기 시작하였다.

퍼퍽- 퍽-! 콰득-!

약점포착을 이용해 정확히 약점만을 가격하는 이안의 공격에, 수호자의 신형은 점점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크워어어-!”

그리고 그것으로, 이안은 처음보다 훨씬 더 여유롭게 두 번째 관문의 관문지기를 처치할 수 있었다.

무려 제한 시간이 3분이 넘게 남아 있는 시점에 관문지기 처치에 성공한 것이다.

띠링-!

-‘용암 수호자’의 생명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용암 수호자’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좋아, 깔끔해!”

이제 남은 시간 내로 ‘초열의 마법 수정’만 파괴하면 관문을 클리어하게 되는 상황.

이안은 까맣게 변해 바스라져 가는 수호자를 지켜볼 겨를도 없이, 곧바로 마법 수정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시간이 제법 남았다고는 해도, 클리어 메시지가 뜰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법 수정을 파괴하는 것에, 이안이 신경 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미리 온갖 공격 마법을 다 캐스팅해 놓고 있었던 레미르가, 수호자가 처치됨과 동시에 그것들을 전부 쏟아부었으니 말이었다.

콰쾅- 콰콰콰쾅-!

메가 메테오부터 시작해서 각종 화염 마법들이 폭발함과 동시에, 마법 수정은 그대로 녹아내린 것.

-‘초열의 마법 수정’을 파괴하셨습니다!

-‘초열의 관문’을 성공적으로 돌파하였습니다!

미리 캐스팅한 마법을 한 번에 쏟아부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9서클의 마법인 ‘초월의 시계’ 덕에, 이런 그림이 가능했던 것이다.

캐스팅을 끝내고 씨익 웃는 레미르를 보며 이안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나이스 타이밍!”

“이 정도야 기본이지……!”

이어서 두 사람의 시선은, 약속이라도 한 듯 시스템 메시지창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관문에서 가장 중요한, 용암의 대지 ‘두 번째 보상’을 받을 차례였으니 말이다.

띠링-!

-‘용암의 목걸이(전설)(초월)’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관문 대기실’로 이동합니다.

* * *

퇴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단 한 명도 퇴근하지 못한, 뜨거운 열정(?)이 가득한 기획3 팀의 사무실.

드르륵-.

고요하던 사무실의 문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3팀의 팀원들은 하나같이 업무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지금 진행 중인 작업을 마쳐야만 퇴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하지만 3팀의 팀장인 나지찬만은 잠시 업무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인물이 그를 향해 다가왔으니 말이었다.

남자와 눈이 마주친 나지찬이 반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여, 김 대리, 아직 퇴근도 안 하고 뭐 해?”

“팀장님이 하실 얘긴 아닌 것 같은데요…….”

“하하, 우리야 오늘 원래 야근 확정이었고, 1팀은 오늘 야근 없었던 걸로 기억하니까 그렇지.”

“휴우…….”

우울감이 고농도로 농축된 김 대리의 한숨을 보며, 나지찬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래, 여긴 어쩐 일이야?”

“팀장님이 3팀장님 모셔오라 하셔서요.”

“1팀장님이 날 부르셨다고?”

“예. 잠시 시간 괜찮으시면 오실 수 있냐고…….”

기획1 팀의 팀장 김의환은, 나지찬이 일반 사원이던 시절 그의 직속 상사였던 인물이다.

때문에 같은 팀장이 된 지금도 나지찬은 항상 그에게 깍듯하였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1팀 사무실로 가면 되나?”

“그게, 저…… 모니터링실로…….”

“……!”

그리고 오랜 시간 직장 동료로서 함께한 탓인지, 나지찬은 김의환과 마주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불길한 촉을 느낄 수 있었다.

‘모니터링실이라면…….’

기획팀 직원들의 휴식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가장 불길한(?) 장소인 모니터링실.

나지찬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하였다.

“거, 거긴 왜……?”

그리고 주변에 있는 다른 기획 팀원에게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기 위해, 김 대리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이야기했다.

“일단 가면서 얘기하시죠.”

* * *

두 번째 관문을 성공적으로 클리어한 뒤.

이안과 레미르는 이제 이 관문이 어떤 매커니즘으로 굴러가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필연적(?)으로, 약간의 오해는 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었다.

“부위 하나당 관문 하나. 그래서 총 열 개의 관문으로 이뤄져 있었던 거였어.”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이안. 관문당 트라이 기회는 오직 한 번. 열 개의 관문 중에 클리어해 낸 관문의 숫자만큼, 용암의 아티펙트를 얻어 갈 수 있게 기획된 것 같아.”

“크으, 이런 인심 좋은 던전을 보았나! 관문 싹 다 클리어하면, 전설 등급 초월 템을 열 파츠나 먹는 거 아냐?”

“그러게. 난이도가 어려운 걸 감안해도, 이 정도면 말도 안 되게 후한 보상인데…….”

“뭐, 우리야 좋지. 이 맛에 콘텐츠 선점하는 거 아니겠어?”

“보상이 이렇게 좋은 걸 보면, 우리가 깨고 나면 사라질 1회성 던전이려나?”

“글쎄, 그건 끝까지 다 깨 보면 알게 되겠지.”

두 사람이 파악한 대로라면, 어차피 선택권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차피 한 번 획득한 파츠는 더 이상 획득이 불가능하였고, 기회는 열 번이었으니 말이다.

해서 이안과 레미르는, 자연히 같이 쓸 수 있는 장비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용암 세트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던전 클리어는 더욱 수월해지니, 남은 모든 파츠를 얻기 위해서라도 당장 가장 효율이 좋을 아이템부터 선택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세 번째로 선택한 아티팩트는, ‘반지’였다.

용암의 목걸이가 가진 성능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뛰어났기 때문에, 자연스레 액세서리를 먼저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결정적인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다.

두 사람이 획득한 용암의 목걸이에,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옵션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듀얼 세트 옵션 (악세사리)

착용자의 마법 공격력의 50퍼센트를 ‘화염 공격력’으로 전환시킵니다.

전환된 화염 공격력은, 모든 ‘일반 공격’에 고정 피해로 더해집니다.

(용암의 반지와 용암의 목걸이를 동시에 착용하고 있을 시에만 적용되는 세트 옵션입니다.)

(용암지대 세트 옵션과는 별도로 적용됩니다.)

“이거 무조건 챙겨야 하는 옵션이야.”

“그러게. 완전 꿀이네.”

마법 공격력과 물리 공격력이 고루 높은 이안에게는 당연히 꿀 같은 옵션이었으며, 모든 공격 능력치가 마법 공격력에 몰빵되어 있는 레미르의 입장에서도 훌륭하기 그지없는 옵션.

이 세트 옵션만 있으면, 마법사인 레미르도 어쭙잖은 근접딜러들보다 평타 데미지가 강력해질 것이었다.

“불꽃 지팡이로 후들겨 패면 손맛이 제법 쏠쏠하겠는걸?”

“그러니까 빨리 다음 관문 트라이하자.”

“알겠어, 누나.”

그리하여 망설임 없이 ‘반지’를 선택한 이안과 레미르는, 지체 없이 다음 관문을 향해 입장하였다.

-‘흑염의 관문’에 입장하셨습니다.

-관문돌파 제한 시간 : 900초

-지금부터 모든 화염 속성 피해를 …….

……중략……

-관문의 끝에 있는 ‘흑염의 제단’을 파괴하면 관문이 클리어됩니다.

-관문에서 낙오한다면 다시는 해당 관문에 도전할 수 없습니다.

-관문을 통과한다면 ‘용암의 반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용암 덩어리로 만들어진 몬스터들을 능숙하게 처치한 이안과 레미르는 금세 관문의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먹물 피해, 누나!”

“알겠어, 이그라트 배리어!”

화르륵-!

그리고 세 번째 관문인 흑염의 관문 관문지기를 만난 순간, 이안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뭐야, 니가 거기서 왜 나와?”

흑염의 관문지기는 로봇괴수였고, 그 생김새가 라카토리움에서 만났던 ‘루칼로스’와 판박이였으니 말이었다.

“뭐야, 아는 녀석이야?”

“응. 지난주까지 저놈만 거의 스무 마리는 잡았을걸?”

“…….”

물론 루칼로스의 공격 패턴이나 난이도는 하드하기 그지없었지만, 오염된 대지에서 이미 수없이 경험해 본 이안에게는 하품이 나올 수준.

뿜어내던 독가스가 용암으로 바뀌었다는 것만 제외하면, 거의 같은 녀석이라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그워어어-!

이안의 능숙한 매질(?)에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되어 억울한 표정으로 쓰러지는 세 번째 용암의 수호자.

덕분에 레미르의 광대는 승천할 수밖에 없었다.

이안과 친해진 뒤 제법 여러번 버스를 타 본 그녀였지만, 이번 버스야말로 역대급 승차감을 자랑했으니 말이었다.

“캬, 좋은데……?”

“흐흐, 이대로 열 번째 관문까지 빨리 끝내 버리자고!”

-‘흑염의 제단’을 파괴하셨습니다!

-‘흑염의 관문’을 성공적으로 돌파하였습니다!

두 번째 관문보다도 더욱 수월하게, 순식간에 세 번째 관문까지 돌파해 낸 이안과 레미르.

하지만 이때만 해도 레미르는 알 수 없었다.

남은 관문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그리고 어떤 노가다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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