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785화 (792/1,027)

< 785화 2. 고대의 관문 (3) >

* * *

“와…….”

“뭐, 저런…….”

“저걸 저렇게 활용한다고?”

“미쳤다…….”

LB사의 기획 팀 전용, 유저 모니터링실.

커다란 스크린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기획 팀의 직원들은, 저마다 혀를 내두르며 탄성을 터뜨리고 있었다.

이미 퇴근 시간은 1시간이나 지난 상태였고, 심지어 오랜만에 야근 일정도 잡혀 있지 않은 날이었지만 그들은 쉽사리 모니터링실을 나설 수 없었다.

어지간한 게임 방송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스펙타클하고 흥미진진한 개인 방송이, 지금 모니터링실의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바로 이곳, 카일란 본사에서만 볼 수 있는 라이브 방송이라는 측면도 무척이나 매력적이었고 말이다.

“용암의 수호자……. 저거 원래 공략법이 뭐였지? 기억도 안 나네.”

“저거 너희 팀에서 기획했던 거 아니야?”

“맞아.”

“그런데 확실한 건…… 저렇게 깨라고 만들어 놨던 관문은 아니었던 것 같아.”

“…….”

지금 기획 팀 직원들이 보고 있던 화면은, 당연히 ‘작열의 대지’를 공략 중이었던 이안의 개인 영상이었다.

그리고 이 영상은, 직원들이 퇴근도 미룰 만큼 흥미진진하기 그지없었다.

이안과 레미르라는 두 랭커의 등장만으로도 영상의 재미는 사실상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는데, 심지어 두 랭커들이 플레이하는 콘텐츠가 그들이 직접 기획한 맵이었으니 더욱 흥미로웠던 것이다.

물론 오늘도 이안은 어김없이, 기획 의도를 파괴해 버렸지만 말이었다.

때문에 구석에서 조용히 영상을 시청 중이던 기획1 팀의 팀장 김의환의 입에서 짙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가 바로 용암의 대지 던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해서 기획한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첫 번째 관문, 아니, 두세 번째 관문까지는 무조건 실패했어야 정상인데…….”

용암의 대지는 총 열 개의 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열 개라는 숫자만으로 이미 짐작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용암의 장비가 새겨져 있는 열 개의 문양 전부에 관문도전 기회가 한 번씩 부여되는 시스템이었다.

어떤 장비가 새겨진 문양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각각 다른 관문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평범한 던전들과 다른 특이한 시스템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열 개의 관문들이 각기 다른 맵임에도 불구하고, 보스를 공유한다는 점이었다.

도전자가 첫 번째 관문의 보스를 처치하지 못하여 클리어에 실패한다면, 두 번째로 도전한 관문에도 같은 보스가 등장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대신 첫 도전에서 깎아 놓은 생명력은 다음 관문에서 등장할 때에도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여러 번의 도전 기회를 소모하여 보스의 생명력을 전부 깎아 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던 콘텐츠인 것.

‘아무리 빨라도 3~4회 차쯤에 잡히도록 설계해 놓은 보스였는데, 이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그리하여 열 번의 도전 기회 동안 잘해야 2~3회 정도 관문 돌파에 성공하고, 그에 따라 유저가 2~3개 정도의 아티팩트만 얻을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용암의 대지 콘텐츠였다.

물론 이안은, 첫 번째 관문에서 바로 보스를 잡아 버렸지만 말이었다.

뒷골이 땡기기 시작한 김의환이, 옆에 앉아있던 부하직원을 조용히 불렀다.

“김대리. 저기 보스 다섯 종이 끝이었지?”

“예, 팀장님. 골렘, 광전사, 메이지, 로봇, 드래곤까지……. 총 다섯 종 맞습니다.”

용암의 대지에서 등장하는 모든 보스몬스터의 이름은 ‘용암의 수호자’였다.

하지만 이름만 같을 뿐, 각기 다 다른 패턴과 공략법을 가진 다른 보스들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럼 만약에 말이야.”

말을 잇던 김의환이,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집어삼켰다.

꿀꺽.

“저기 이안이랑 레미르가 실패 없이 보스를 다 잡아 버린다면…….”

“예, 팀장님.”

“그럼 6회 차 도전에서는 어떻게 되는 거지?”

“라바…… 드래곤까지 다 잡고 나면요?”

“그래. 아니 5회 차에 다 잡는 것까진 아니라고 해도, 이안 저 괴물이라면 9회 차 이전에 다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말을 잇는 김의환의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떨려 나오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기획한 것은 라바드래곤까지였고 그 뒤는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 몰랐으니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김 대리가 입을 열었다.

“에이, 팀장님, 설마 10회 차 안에 보스를 전부 잡는 게 가능하겠습니까?”

“후우…….”

“사실 라바 드래곤 얼굴만 봐도 기적 아닙니까?”

김대리의 말에 김의환이 한숨을 쉬며 대꾸하였다.

“첫 트라이에 마그마 골렘 잡은 것도 충분히 기적이거든?”

“…….”

커다란 스크린을 가득 채운 채 쓰러져 있는 골렘을 보며, 김의환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순간적으로 용암세트를 싹 다 쓸어 담은 이안과 레미르를 상상하니, 모골이 송연해질 지경이었다.

김의환은 다시 김대리를 향해 물었다.

“보스 다 죽은 뒤에 도전 횟수 남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거나 빨리 얘기해 봐, 김 대리.”

그리고 그의 재촉에, 김 대리 또한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이러다가 정말 이안이 제대로 사고를 칠지도 모른다는 강한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으니 말이었다.

김 대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팀장님.”

“뭐?”

“보상 부분이랑 퀘스트 연계 부분은 3팀에서 마무리 작업 했었거든요. 3팀장님께 물어보시는 게…….”

“3팀장이면…… 나 팀장 말하는 거지?”

멋쩍은 표정이 된 김 대리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하였다.

“네, 아마도요.”

* * *

-‘용암의 망토(전설)(초월)’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관문 대기실’로 이동합니다.

관문 클리어와 함께 눈앞에 떠오른 세 줄의 메시지.

그와 동시에 이안과 레미르는 새하얀 빛에 휩싸이며 어디론가 워프되었다.

이어서 그들이 도착한 곳은, 마치 정령의 도장 대기실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작은 공간이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안은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누나, 인벤토리에 망토 들어왔지?”

“응, 들어왔는데?”

“등급 확인해 봐. 전설 맞아?”

“맞아. 그렇지 않아도 아이템 정보 창부터 확인하고 있었어.”

“오호.”

이안이 놀란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영웅의 협곡에서 파밍했던 용암의 망토는 분명 영웅(초월)등급이었는데, 이번에 획득한 망토는 전설(초월)등급이었으니 말이다.

‘뭐지? 협곡보다 더 높은 등급으로 리셋팅 되어 있는 건가?’

더욱 기대에 찬 표정이 된 이안은, 망토의 정보 창을 곧바로 오픈해 보았다.

그리고 정보 창을 읽어 내려가는 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흡족하게 변하였다.

영웅의 협곡에서 착용했던 용암의 망토보다 성능이 확실히 좋았으니 말이었다.

‘전반적으로 옵션 구성은 거의 유사한데, 확실히 스텟 차이가 나는군.’

무엇보다도 30퍼센트로 기억하고 있었던 화염 피해 무효화 수치가 35퍼센트라는 점이,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고 말이다.

“대충 화염 피해 감소율 80퍼센트 가까이 찍히네, 이제.”

레미르의 말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맞아. 한 그 정도 나올 거야. 난 신발까지 있어서 85퍼센트 정도 찍히는 것 같아.”

“네 말대로 한 파츠 정도만 더 먹으면, 화염 지속 피해는 거의 무시할 수 있겠어.”

“그렇다니까.”

망토 덕에 한층 스펙이 강화된 두 사람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대기실에서 일어났다.

관문의 난이도가 상당하긴 했지만 결국 플레이 타임은 15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몸이 힘든 상황은 아니었다.

“자, 그럼 이제 다음 관문으로 넘어가 볼까?”

“저쪽에 있는 문으로 가면 될 것 같아. 작열의 대지 입장할 때 봤던 관문이랑 똑같이 생겼네.”

“그러게.”

자리에서 일어난 레미르는, 대기실의 북쪽으로 난 철문을 향해 이동하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용암의 장비들이 새겨진 예의 그 철문이 똑같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전과 다른 부분이 하나 있다면, 열 개였던 문양의 개수가 아홉 개로 줄어들었다는 점이었다.

“이번에도 당연히……. 같은 문양을 골라야겠지?”

레미르의 물음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아무래도 그게 좋겠지. 방금 같은 난이도라면, 혼자서는 확실히 무리야.”

“흠, 그럼 같이 쓸 수 있는 장비를 선택해야겠네.”

“그렇겠지.”

이안과 레미르는, 남아있는 아홉 종류의 장비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장비들의 구성은, 다음과 같았다.

1. 대검

2. 활

3. 지팡이

4. 투구

5. 갑주

6. 로브

7. 신발

8. 목걸이

9. 반지

“일곱 번째 위치에 있던 망토가 빠지면서 목록이 하나 줄어들었군.”

“이번에는 액세서리에 한번 도전해 보는 게 어때, 누나?”

“액세서리라면…….”

“우리 둘 다 목걸이 괜찮은 거 필요하잖아.”

“흠, 목걸이라…….”

용암 세트 아이템 중 목걸이와 반지는, 영웅의 협곡에서도 파밍에 성공해 본 적 없는 아이템이었다.

때문에 이안은, 그것들의 옵션이 궁금하였다.

‘무기나 방어구는 선택이 애매하기도 하고, 어차피 3세트 효과만 받아도 화염 피해 무효화 20퍼센트를 추가 확보 할 수 있으니까…….’

일반적으로 액세서리류의 장비들은, 다른 장비들에 비해 높은 등급을 파밍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복합적인 이유 덕분에, 이안과 레미르는 어렵지 않게 ‘목걸이’를 선택할 수 있었다.

“자, 준비됐지, 이안?”

“물론!”

“그럼 들어간다!”

“알겠어.”

이번에도 이안보다 앞장선 레미르가 먼저 목걸이의 문양에 손을 올려다 대었다.

이어서 그녀의 신형이 사라지자마자, 곧바로 이안이 그 위에 손을 올렸다.

우우웅-!

그리고 강렬한 공명음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이안의 눈앞에 익숙한 형식의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 하고 나열되었다.

띠링-!

-‘초열의 관문’에 입장하셨습니다.

-관문돌파 제한 시간 : 900초

-지금부터 모든 화염 속성 피해를 15퍼센트만큼 추가로 입습니다(1분이 지날 때마다, 추가 피해량이 5퍼센트씩 증가합니다).

-지금부터 모든 종류의 화염 속성 공격의 위력이, 30퍼센트만큼 강해집니다.

-관문의 끝에 있는 ‘초열의 마법 수정’을 파괴하면, 관문이 클리어됩니다.

-관문에서 낙오한다면, 다시는 해당 관문에 도전할 수 없습니다.

-관문을 통과한다면, ‘용암의 목걸이’를 획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어서 망토를 꺼내 두른 이안의 눈앞에 기분 좋은 메시지도 추가되었다.

-‘용암의 망토(전설)(초월)’ 아이템을 착용하였습니다.

-‘용암지대’ 세트 효과가 발동됩니다.

-착용한 모든 용암 장비의 성능이 10퍼센트만큼 향상됩니다.

그리고 붉은 망토를 두른 이안과 레미르가 관문을 따라 달려 나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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