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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784화 (791/1,027)

< 784화 2. 고대의 관문 (2) >

* * *

메테오는 화염법사들의 사용할 수 있는 최고 티어의 마법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카일란에서는 제법 흔해진 마법이기도 했다.

어쨌든 히든 클래스나 특별한 조건 없이도, 화염 속성 마법사 클래스로 400레벨만 찍으면 길드를 통해 습득할 수 있는 마법이다 보니 어지간한 길드 파티에만 가도 메테오 법사 한 명쯤은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레미르의 메테오는, 길드에서 습득할 수 있는 평범한(?) 메테오와는 조금 다른 마법이었다.

‘메가 메테오를 이런 식으로 무력화시키다니…….’

방금 레미르가 발동시킨 메테오의 풀 네임은 메가 메테오Mega Meteo.

레미르가 중간계에 넘어온 뒤 히든 클래스의 직업 퀘스트를 힘들게 클리어하여 겨우 얻은 9서클의 마법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얻은 마법인 만큼 정말 어마어마한 위력을 자랑하는 광역 파괴 마법이었던 것.

그런데 갑자기 땅 속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골렘이 주먹질 한 방으로 떨어지는 운석을 파괴해 버리니, 이안과 레미르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뭐야, 메테오를 저렇게 부숴 버릴 수도 있는 거였어? 저건 반칙 아냐?”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 누나 저 골렘한테 딜은 들어갔어?”

“아니, 거의 안 들어갔어. 이건 거의 무력화 수준인데?”

“미친……!”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잠시 당황했던 두 사람은, 빠르게 의견을 교환하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바닥에서 튀어나온 골렘이 둘을 발견하여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멍 때리고 있을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쿵- 쿵-!

묵직한 발소리와 함께 빠르게 다가오는 마그마 골렘.

침착하게 녀석의 움직임을 관찰하던 이안은, 곧바로 화염시를 소환하였다.

화륵-!

녀석의 공격패턴이나 스펙, 고유 능력들을 파악하려면 원거리 공격으로 간을 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었으니 말이었다.

하여 이안은, 망설임 없이 활 시위를 당기기 시작하였다.

피핑- 핑- 핑-!

거대한 덩치를 가진 녀석을 활로 맞추는 것은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쉬운 것이었다.

‘과연 딜이 얼마나 박히려나?’

포물선을 그리며 줄지어 날아가는 이안의 불화살들.

이안은 그것을 응시하며,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안을 당황케 하는 상황이 한 번 더 벌어지고 말았다.

-그워어- 그워어어!

날아드는 화살을 발견한 마그마 골렘이 돌연 자리에 멈춰 서더니 손바닥을 뻗은 것이다.

이어서 다음 순간.

파삭-!

이안의 활에서 쏘아진 다섯 발의 화살이 허공에서 가루가 되어 증발해 버리고 말았다.

“……!”

옆에서 그 모양을 지켜보던 레미르의 표정이 더욱 굳어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었다.

“저거 대체 뭐 하는 놈이야? 잡으라고 만든 거 맞아?”

당황한 레미르의 목소리를 들은 이안은 날카로운 눈으로 전장을 다시 한 번 훑어보았다.

어쩌면 이 괴물 같은 녀석은 무시한 채 타워만 파괴하는 것이 방법일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가고.

어떻게든 남은 시간 내에 타워만큼은 파괴해야 하는 상황.

이안과 레미르는 타겟을 곧바로 수정하였고, 마그마 골렘을 침착하게 유인하기 시작하였다.

녀석의 움직임은 골렘 치고 날렵한 편이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동속도 자체는 다행히도 느렸다.

녀석을 타워에서 최대한 멀리 끌어낸 뒤에, 타워에 모든 화력을 집중시키면.

의외로 타워를 금방 터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시 후.

이안과 레미르는, 또 한 번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작열의 마법 타워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용암의 수호’ 효과가 발동합니다.

-타워의 내구도가 0만큼 감소합니다.

‘용암 수호자’라는 이름을 가진 저 거대한 마그마 골렘을 먼저 처치해야, 타워를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말이었다.

* * *

이안과 레미르는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제법 많이 남았다고 생각했던 시간은 벌써 절반 가까이 흘러 버렸고, 바닥에서 올라오는 용암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으니 말이었다.

게다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용암수호자의 생명력은 20퍼센트도 채 떨어지지 않은 상태.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이안과 레미르의 표정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았다.

“이번엔 패턴 확실히 파악했지, 누나?”

“오케이. 깔끔하게 맞아떨어졌어!”

“좋아. 그럼 이제 시작한다?”

“알겠어!”

처음 이 용암 수호자를 만났을 때 두 사람에게 남아 있던 시간은, 대략 9분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 둘에게 남은 시간은 정확히 5분이었다.

4분 동안 거인의 생명력을 20퍼센트밖에 깎아내리지 못하였으니, 겉으로 볼 땐 이미 실패한 것으로 보이는 관문 돌파 미션.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겉으로 보이는 상황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안과 레미르는 4분의 시간 동안 수호자의 공격 패턴을 완벽히 파악하였고, 이제부터가 진짜 공략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두 사람이 파악한 수호자의 고유 능력은 총 세 가지였다.

첫째, 화염 속성 피해 무효화.

둘째, 용암 폭발.

셋째, 화염 속성 외 모든 속성의 피해 면역.

수호자가 가진 능력들은 간결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그 내용까지 간단한 것은 아니었다.

첫 번째 능력과 세 번째 능력이 조합되는 순간, 사실상 무적이나 다름없는 괴물이 되어 버리니 말이다.

화염 속성 외의 모든 속성 피해에 면역이면서, 동시에 화염 속성의 피해마저 전부 무효화시켜 버리니.

대충 봐서는 카일란 기획 팀의 실수, 혹은 버그로 인해 잘못(?) 탄생한 보스 몬스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이안과 레미르도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공격을 쏟아부어도, 녀석의 생명력 게이지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녀석의 생명력이 20퍼센트만큼 깎여 나간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안과 레미르는 이제 수호자의 공략법을 찾아낸 상태였다.

“블래스터, 소환!”

휘이잉-!

수호자의 시야에서 순간적으로 벗어난 이안이, 던전에 입장한 뒤 처음으로 ‘블래스터’를 소환하였다.

화염속성 외의 모든 속성 피해에 면역인 이 녀석을 상대하는 데, 이안은 어째서 폭풍의 정령을 소환한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바람 속성의 정령 마법인, ‘바람의 비도술’에 있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바람의 속박’ 특성에 해답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타이밍 정확히 캐치해야 해, 누나. 기회는 여러 번 없는 거 알지?”

“알고 있어!”

수호자를 응시하는 이안의 두 눈이,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녀석의 움직임을 정확히 읽어 내고 완벽한 타이밍을 포착해 내야만, 변태 같은 방어 특성을 지닌 이 괴물 녀석을 때려눕힐 수 있을 테니 말이었다.

“파이어 블레스트!”

콰앙-!

“지옥의 화염시!”

피핑- 핑-!

녀석의 바로 앞에까지 다가가, 아슬아슬하게 전투를 이어 가는 이안과 레미르.

그런데 다음 순간.

-그워어어-!

허공을 향해 커다랗게 포효한 용암의 수호자가 양손을 하늘 높이 치켜 올리더니, 두 손 사이에 집채만 한 용암 덩어리를 소환해 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녀석의 몸을 휘감고 있던 용암들이 전부 그 용암의 구체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고오오- 고오오오-!

이것이 바로 수호자의 두 번째 고유 능력이자, 초강력 광역 스킬인 ‘용암 폭발’.

그리고 이것은 강력한 공격 스킬임과 동시에, 녀석의 유일한 약점이기도 하였다.

“이안, 지금!”

“알고 있어!”

파파팟-!

레미르의 외침이 터짐과 동시에, 이안의 오른손이 수호자를 향해 빠르게 뻗어 나갔다.

-‘바람의 비도술’ 정령 마법을 발동하였습니다.

-다섯 자루의 ‘바람의 비도’가 생성되었습니다.

이어서 이안의 손끝을 타고, 새파란 바람의 기운을 머금은 다섯 자루의 비도가 녀석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면역 특성으로 인해 아무런 피해를 입힐 수는 없을지언정, 이안의 비도가 빗나갈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였다.

녀석이 움직이는 중이었다 하더라도 이안의 실력이라면 손쉽게 맞춰 낼 텐데, 지금 수호자는 거대한 용암의 구체를 캐스팅하느라 멈춰 있는 상태였으니 말이었다.

이어서 이안의 눈앞에 주르륵 하고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용암 수호자 에게 강력한 바람 속성 피해를 입혔습니다!

-용암 수호자의 고유 특성 ‘절대 면역’이 발동합니다.

-‘용암 수호자’의 내구도가 0만큼 감소합니다.

-폭풍의 정령 ‘블래스터’의 고유 능력 ‘폭풍의 눈’이 발동합니다.

-‘폭풍의 표식’이 생성되었습니다.(1Stk)

-‘용암 수호자’의 내구도가 0만큼 감소합니다.

……중략……

-‘폭풍의 표식’이 생성되었습니다.(3Stk)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바람의 속박’이 발동합니다.

-용암 수호자의 움직임이 99퍼센트만큼 느려집니다.

-‘폭풍의 표식’이 생성되었습니다.(4Stk)

-‘바람의 속박’ 지속시간이 0.5초만큼 증가합니다.

-‘폭풍의 표식’이 생성되었습니다.(5Stk)

-‘바람의 속박’ 지속 시간이 0.5초만큼 증가합니다.

……후략……

그리고 ‘바람의 속박’으로 인해 굳어 버린 녀석의 머리 위로, 어느새 레미르의 메가 메테오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하였다.

* * *

수호자가 가진 세 가지 특성 중 마지막 고유 능력.

‘화염 속성 외의 모든 피해 면역’ 능력은, 상시 발동되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때문에 바람의 비도술이 무력화되었듯, 블래스터를 활용한 어떤 공격도 녀석에게는 아무런 피해를 입힐 수 없었다.

하지만 수호자의 첫 번째 능력인, 화염 속성 피해 무효화.

이 능력의 경우 패시브 스킬이기는 하나, 상시 발동되는 고유 능력은 아니었다.

화염 속성의 피해를 무효화시키는 것은 녀석의 주변을 휘감고 있는 용암으로 만들어진 실드였는데, 짧게나마 그 실드가 없어지는 타이밍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타이밍이 바로, 녀석이 두 번째 고유 능력을 발동시키는 시점이었다.

용암의 수호자는 거대한 용암의 구체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주변을 감싸던 용암의 힘을 전부 다 끌어모았던 것.

이안과 레미르가 녀석에게 딜을 넣을 수 있는 타이밍은 오직 이 짧은 시간뿐이었고, 그래서 이안이 생각해 낸 방법이 바로 ‘바람의 속박’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녀석이 무방비 상태가 되는 시간을 최대한 길게 늘이기 위해, 바람의 속박을 이용해 움직임을 잠궈 버린 것이다.

물론 이안과 레미르 또한, ‘기절’이나 ‘공포’와 같은 행동 불능 유의 상태 이상을 먼저 생각해 봤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행동 불능 상태 이상은, 녀석을 공략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행동 불능에 걸리는 순간 녀석이 캐스팅하던 용암의 구체가 흩어져 버리고, 자연히 용암의 실드가 원상복귀 되어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단지 움직임을 99퍼센트만큼 느리게 하는 ‘바람의 속박’의 경우, 녀석의 고유 능력 캐스팅을 끊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거의 정지 상태에 가깝게 느리게 만들어, 캐스팅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해 준 것이다.

바람의 속박의 지속 시간은 고작 1초에 불과하지만, 연달아 비도를 명중시키는 것으로 지속 시간을 늘릴 수 있었고, 이안이 연달아 쏟아 낼 수 있는 비도는 총 열다섯 자루였으니 용암의 수호자는 거의 7초 동안 꼼짝 않고 멈춰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녀석은, 그 위로 쏟아지는 거대한 운석 세례를 그대로 받아 내야만 했다.

쾅- 콰쾅- 콰콰쾅-!

-파티원 ‘레미르’의 화염 마법, ‘메가 메테오’가 발동되었습니다.

-‘용암 수호자’에게 치명적인 화염 피해를 입혔습니다!

-‘용암 수호자’의 생명력이 17,917만큼 감소합니다.

-‘용암 수호자’의 생명력이 18,044만큼 감소합니다.

-‘용암 수호자’의 생명력이 18,151만큼 감소합니다.

……중략……

그리고 까다로운 특성을 지니고 있었던 만큼 다행히도 녀석의 생명력 자체는, 그리 많은 양이 아니었다.

떨어져 내리는 운석들에 무방비 상태로 직격당한 뒤 비도를 다 던진 이안이 불화살 세례까지 쏟아붓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 것이었다.

-‘지옥불’ 표식의 중첩이 Maximum이 되었습니다.

-표식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킵니다.

-‘지옥불’ 표식의 중첩이 Maximum이 되었습니다.

-표식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킵니다.

콰쾅- 쾅-!

-‘용암 수호자’의 생명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용암 수호자’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그리고 용암 수호자가 쓰러진 것을 확인한 이안은, 재빨리 남은 시간을 확인하며 마법 타워를 향해 뛰어갔다.

이어서 타워 앞에 ‘토르’를 소환하여, 그대로 망치를 찍어 내렸다.

콰쾅- 쾅-!

용암 바닥에서 5분만 있어도 녹아 내릴 토르였지만, 시간이 2분도 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는 그런 것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콰쾅- 쾅- 콰콰쾅-!

레미르의 헤이스트 마법까지 등에 업고는 열심히 망치를 휘둘러 타워를 철거하는 토르.

쿠쿵-!

그리고 그렇게 1분 여 정도가 더 지났을까?

띠링-!

드디어 이안과 레미르가 기다렸던, 감격스런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작열의 마법 타워’를 파괴하셨습니다!

-‘작열의 대지’ 관문을 성공적으로 돌파하였습니다!

이어서 마지막으로, 용암의 대지 첫 번째 보상이 두 사람의 인벤토리에 생성되었다.

-‘용암의 망토(전설)(초월)’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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