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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772화 (779/1,027)

< 772화 6. 어부지리Ⅱ (1) >

이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블레스터’의 정보 창을 열어 보았다.

최고의 잠재력을 가진 녀석을 재료로 탄생시킨 결과물인데다, 무려 ‘상급’에 ‘고대’의 정령이었으니 그 성능이 어떨지는 이안조차도 짐작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일단 스텟만 가지고 봐도, 마그비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겠지.’

이어서 이안의 눈앞에, 주르륵 하고 ‘블레스터’의 정보 창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띠링-!

-블레스터(폭풍의 정령)

정령력 : 0/700,000

속성 : 폭풍

등급 : 상급 정령

소환 지속 시간 : 675분 (재소환 대기 시간 : 900분)

공격력 : 3,670

방어력 : 1,725

민첩성 : 4,091

생명력 : 49,750

*고유 능력

-폭풍의 눈

정령술사가 ‘물’ 속성이나 ‘바람’ 속성의 공격 마법을 사용할 때, 치명타 발동 확률이 25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정령 마법이 치명타로 적중할 시 대상에게 ‘폭풍의 표식’을 남깁니다.

표식은 최대 5스택까지 중첩되며, 15초 동안 지속됩니다.

(폭풍의 표식 : 1중첩당 방어력 5퍼센트 감소)

-칼날 폭풍

블레스터가 ‘폭풍의 언월도’를 휘두르면, 적 대상을 향해 강렬한 칼날 바람이 쏘아져 나갑니다.

칼날 바람이 대상에 명중하면 20미터 이내의 가장 가까운 적을 향해 튕겨 나가며, 위력이 10퍼센트만큼 감소합니다.

위력이 최초 생성 시점의 70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면 칼날바람은 소멸합니다.

*‘폭풍의 표식’이 남아 있는 대상을 명중시킬 경우 위력이 (10퍼센트×중첩된 표식 수)만큼 증가하며, 모든 표식이 사라집니다.

-바람 가르기

블래스터가 ‘폭풍의 언월도’를 휘두르며 전방으로 돌진한 뒤, 방향을 돌려 재차 돌진하여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옵니다.

일직선상의 모든 적에게 강력한 바람 속성의 피해를 2회 입히며, 하나 이상의 적을 처치할 시 소모된 정령 마력을 돌려받습니다.

‘바람 가르기’의 위력은, 블레스터의 공격력과 민첩성에 비례합니다.

*‘폭풍의 표식’이 중첩된 대상을 공격하였을 시, 더욱 큰 피해를 입힙니다.

*한 번의 바람 가르기로 같은 적을 2회 명중시켰을 시 위력이 더욱 증폭됩니다.

-폭풍의 무술

폭풍의 정령 블레스터는, 강력한 바람의 무예를 구사합니다.

블레스터가 공격받는 순간 폭풍의 무술을 발동할 시 ‘무기막기’ 효과가 발동하며 85~95퍼센트만큼의 피해를 흡수합니다.

또, 폭풍의 무술이 성공적으로 발동한다면, 블레스터의 공격력이 5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폭풍의 무술’ 버프는 최대 10회까지 중첩됩니다.

* 정령력이 Max가 되면 상위 정령으로 진화합니다.

-‘물’ 속성이나 ‘바람’ 속성을 필요로 하는 소환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일정량의 정령력이 차오릅니다.

-‘물’ 속성이나 ‘바람’ 속성의 정수(혹은 대자연의 구슬)를 사용하여 정령력을 채울 수 있습니다.

*소환술사의 소환 마력이 높을수록 정령의 소환 지속 시간이 길어집니다.

정보 창을 오픈한 이안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70만이라는 숨 막힐 정도의 정령력 연료통(?)이었다.

10만이었던 마그비의 정령력을 가득 채우는 데에도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 70만이라는 수치는 정말 어마어마한 것이다.

‘어후, 노가다의 향기가 느껴지는군.’

하지만 고대의 정령인 데다 상급 정령인 만큼 예측할 수 없었던 정도는 아니었으니, 이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아래의 내용들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일단 스텟은 역시 대박이고…….’

블레스터의 모든 전투 능력은 마그비보다 월등히 뛰어난 수준이었다.

공격력의 경우에는 한 배 반이 넘는 수준이었으며, 특히 뛰어난 민첩성의 경우 2배도 넘어가는 수치였다.

소환수와 비교하자면, 초월 70레벨에 육박하는 신화등급과 맞먹을 정도인 것이다.

‘루가릭스랑 비교해도 꿀리질 않을 정도니까, 뭐.’

하지만 역시 새로운 소환수나 정령을 얻었을 때 가장 설레는 부분은, 어떤 고유 능력을 가졌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블레스터는 고유 능력 또한 이안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 주었다.

‘스킬 연계 난이도는 마그비보다 어렵지만, 대신 잘만 연계하면 어마어마한 폭딜이 들어가겠어.’

마그비의 고유 능력들은 대부분 소환술사의 정령 마법을 보조하는 느낌이었다.

소환술사가 사용하는 정령마법을 복제하여 사용하는 등, 정령의 전투력 자체가 소환술사의 능력치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폭풍의 정령 블레스터의 경우 느낌이 확실히 마그비와 달랐다.

‘폭풍의 표식’이 모든 스킬의 위력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소환술사의 정령마법 연계도 무척 중요한 부분이긴 했지만,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고유 능력들이 자신의 전투 능력과 관련된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이안은 이 고유 능력들을 읽은 순간, 머릿속에 여러 가지 형태의 스킬 연계 그림을 그려 낼 수 있었다.

‘칼날폭풍은 파일럿 역량에 따라 사기 스킬이 될 수도, 별 볼일 없는 스킬이 될 수도 있겠고, 바람 가르기는 기절이나 둔화 스킬이랑 같이 써 줘야겠네.’

블레스터의 정보 창을 반복해서 읽던 이안은, 저도 모르게 히죽거리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정령의 성능이 좋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는데, 고유능력들의 활용도가 무궁무진해 보였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이 정령을 활용한 전투가 무척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이제 한번 써먹으러 가 볼까?’

새로 얻은 정령의 분석을 마친 이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령산에서 하고자 했던 첫 번째 목표를 아주 최상의 결과물로 달성하였으니, 이제 기계문명을 본격적으로 괴롭히기 위해 움직일 시간이었다.

‘자, 어디부터 가 봐야 하나. 카이자르와 헬라임이 호루스 작전기지라도 찾아 놨으면 딱 좋을 것 같은데…….’

호루스 작전기지는, 호루스 전진기지보다 상위 개념의 콘텐츠이다.

전진기지가 임시 야영지 같은 느낌이라면, 작전기지는 기계 문명의 본대가 머물고 있는 제대로 된 요새 느낌인 것이다.

때문에 이안은, 작전기지를 찾아 움직일 생각이었다.

어차피 고대의 파생 정령까지 얻은 이상 새로운 정령을 파밍할 필요성은 더 느끼지 못하였고, 때문에 생명의 샘이나 생명의 나무를 찾아다닐 이유도 없어졌으니 말이다.

물론 생명의 샘을 지키던 ‘정령수’는 탐이 났지만, 어차피 녀석을 잡기 위해서는 ‘상급 정령술’을 달성하는 게 우선이었다.

“읏차-!”

아이언을 소환하여 등에 올라탄 이안은, 이동 경로를 정하기 위해 미니 맵을 펼쳐 들었다.

일단 정령산을 헤집으며 돌아다니고 있을 두 가신과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가신들의 위치는 미니 맵으로 알 수 있으니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녀석들, 아예 북쪽으로 올라갔네?’

하지만 방향을 잡고 이동을 시작하려던 이안은,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만 했다.

이안이 움직이려던 바로 그 때, 잊고 있던 다른 정찰조(?) 둘이 복귀하였기 때문이었다.

“크릉, 돌아왔다, 주인.”

“뿍! 주인아, 균열을 찾았뿍!”

균열을 찾아 떠났던 라이와 뿍뿍이가 타이밍 좋게 파티에 복귀한 것이다.

* * *

“크윽, 이럴 수가……!”

“이거 대체 뭐야? 무슨 디버프가 이따위야?”

다크루나 길드원을 상대로 맹공을 펼친 랄프의 일행은 기세등등하여 균열 안쪽까지 그들을 쫓아 들어갔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였다는 것을 깨닫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균열’에 입장하셨습니다.

-차원의 균열로 인해 생성된 거대한 차원 마력이 온몸을 엄습합니다.

-모든 움직임이 50퍼센트만큼 느려집니다.

-‘차원 마력 저항력’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저항력이 30퍼센트만큼 낮아집니다.

시작부터 온몸이 옥죄는 듯 한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기가 막히는 시스템 메시지들과 마주하였으니 말이다.

‘아니, 무슨 필드 디버프가 이런 미친 수준이야?’

당황한 랄프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평정심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이 디버프는 분명 필드 디버프였고, 그렇다는 말은 이 안으로 도망 온 마족 유저들 또한 같은 버프를 받는다는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날카로운 눈으로 마족 유저들을 살핀 랄프는, 그들 또한 디버프에 걸린 상태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다들 우왕좌왕하지 말도록. 저 녀석들도 어차피 똑같은 상태니 말이야”

파티의 선두에 선 랄프는 맞은편에 서 있는 마족 랭커들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어서 하얀 이를 씨익 드러내며, 다크루나의 수장인 이라한을 향해 입을 열었다.

“설마 이런 특수한 맵에 들어왔다 해서 뭐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 건가?”

“…….”

“보아하니 디버프 상태는 어차피 피차일반인 것 같은데, 대체 무슨 배짱으로 도주를 멈췄는지 모르겠군.”

랄프와 눈이 마주친 이라한은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의 눈엔 랄프의 행동이야말로 단순하기 그지없어 보였으니 말이다.

“후, 멍청한 친구야.”

“……?”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네놈처럼 일차원적인 줄 아는 것 같은데…….”

“뭐?”

“설마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네놈들을 이 안으로 유인했겠냐?”

“……!”

“모르면 뒈져야지, 어쩌겠어.”

“어디서 허세를……!”

이라한의 여유로운 표정에 랄프는 스멀스멀 불안감이 올라왔다.

하여 그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떨쳐 내기 위해서라도, 빠르게 선제공격을 시작하였다.

타탓-!

하지만 랄프의 그 움직임은, 어둡고 커다란 그림자에 의해 가로막힐 수밖에 없었다.

기이잉- 크롸아아악-!

듣기 거북한 쇳소리와 함께 랄프의 앞에 거대한 기계 괴수 한 마리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이건 또 뭐……!”

이미 랄프는 마족 진영이 기계 괴수들을 컨트롤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새로 나타난 녀석은 분명 지금까지 봤던 괴수들과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력해 보였으며, 심지어 유저들에게서 보이는 차원마력 디버프의 아우라가 녀석에게는 느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어서 당황한 랄프의 귓전으로 이라한의 비웃음이 흘러 들어왔다.

“어디, 이제부터 한번 제대로 싸워 보자고, 친구. 상황이 심각하다는 정도는 이제 깨달은 것 같지만 말이야, 하하.”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것을 알아차린 랄프 일행들은, 반사적으로 퇴로를 확인하였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다른 기계 괴수들이 으르렁거리며 막아 선 상태였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좋은 아이템 좀 드롭해 주고 가라고, 친구들. 설마 죄다 계정 귀속 템만 착용한 건 아니겠지?”

이라한의 비아냥을 시작으로, 다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정령산에서의 전투가 팽팽한 접전이었다면, 균열에서의 전투는 완전히 다른 양상일 수밖에 없었다.

디버프에서 자유로운 기계 괴수들 하나하나가, 랄프 일행의 랭커들을 압도하였으니 말이다.

“커헉!”

“이런 비겁한……!”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크루나 길드의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궁지에 몰린 랄프 일행들은 필사적으로 발악하였고, 그들의 전력은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꼭 멍청한 애들이 비겁하단 말을 자주 하더라?”

콰득- 콰아앙-!

화려한 쌍검술로 랄프를 가볍게 제압한 이라한은, 피식 웃으며 검을 회수하였다.

애초에 실력 자체도 이라한이 반수 정도는 위였던 데다, 랄프는 이미 기계 괴수들의 공격으로 인해 힘이 다 빠진 상태였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끄윽……!”

이어서 랄프 파티의 모든 랭커들을 제압한 다크루나 길드원들은, 깔끔한 승리에 환호하였다.

“캬, 이게 다 얼마냐?”

“템 빼고 골드랑 코인만 해도 몇 천은 가볍게 넘겠는데?”

하지만 승리에 도취하여 드롭된 아이템들을 회수하던 다크루나 길드원은 다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균열의 입구에서 뭔가를 발견한 이라한이 검을 번쩍 치켜들었으니 말이었다.

“오호, 새로운 손님이 또 오셨나 본데?”

역광으로 인해 구체적인 외모를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인간진영의 랭커로 보이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

약탈할 랭커가 늘었다고 생각한 이라한은 히죽 웃으며 빠르게 오더를 내렸다.

제 발로 덫을 밟은 먹잇감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타탓- 탓-!

이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새 손님의 주변을 둘러싼 다크루나 길드원.

하지만 잠시 후, 그 ‘손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이라한을 비롯한 다크루나 길드원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 균열은 왜 시작부터 소란스러워?”

새로운 손님의 목소리가 어딘지 모르게 무척이나 익숙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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