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769화 (777/1,027)

< 769화 5. 어부지리 >

오염된 고대의 신령수 던전의 클리어 조건은 신령수의 오염도가 100퍼센트 정화되는 것이다.

정령 한 마리를 처치할 때마다 신령수의 오염도가 조금씩 정화되도록 되어 있었으며, 보스인 기계 괴수를 처치할 시 한번에 60퍼센트의 오염도가 정화되도록 설계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여 이안 같은 노가다꾼이 아닌 일반 유저가 이 던전을 공략했더라면 던전 클리어까지 플레이 타임이 5시간도 채 되지 않았을 것이었다.

정령들을 처치하며 자연스레 보스 룸을 발견하고, 진입하여 보스를 처치하면 그 즉시 클리어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기획된 다섯 시간이라는 클리어 타임 안에서도, 사실 거의 1시간 정도가 보스 공략을 위해 배정된 시간.

적어도 기획 팀은 그렇게 설계하며 만들었던 던전이라는 이야기다.

“와, 이건 뭐, 감탄밖에 나오지 않네요.”

“그러게요. 우리 이틀 야근하는 동안 이안도 같이 야근한 기분.”

“그런데 어이없는 건, 던전 공략을 50시간이나 했으면서 정작 보스 잡는 데는 5분도 안 걸렸다는 거죠.”

“대체 무슨 노가다를 하면 이 던전에서 50시간을 쓸 수 있는 거지?”

“그러게요. 보스 룸을 일부러 안 들어가고 사냥만 계속했어도……. 한 10시간 정도면 충분히 오염도가 다 정화돼서 클리어가 될 텐데요.”

한창 야근 중이던 기획 2팀의 사원들은, 이안이 드디어 (?) 던전을 클리어했다는 소식에 한자리에 모였다.

다들 각자의 업무가 바빠서 모니터링을 계속하지는 못했지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여 전투 로그를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로그를 확인한 그들은, 어떻게 50시간이라는 기록(?)이 나올 수 있었는지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포획……. 포획이었네요.”

“하, 어떻게 처치한 정령 숫자보다 포획한 정령 숫자가 많을 수가 있지?”

“한 마리 포획하는 데 아무리 빨라도 5분은 걸릴 텐데…….”

“아니, 그건 그렇다 치고 오염된 정령은 조화의 구슬 있어야 포획 가능한 거 아니에요?”

“그렇죠.”

“구슬은 또 어디서 이렇게 많이 가져온 거죠?”

전투 로그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기획 팀의 직원들은, 다시 본인들의 업무를 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안이 콘텐츠를 소모하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었으니, 콘텐츠를 개발하는 그들의 마음도 더욱 조급해진 것이다.

담당 콘텐츠가 로테이션되던 날, 기획 3팀의 동료들이 왜 그렇게 기뻐했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은 그들이었다.

* * *

던전의 보스로 등장한 ‘오염된 크릭스’는 이안이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은 더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보스였다.

던전의 난이도로 미루어 볼 때 이안은 대충 초월 60레벨 언저리의 보스가 등장할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무려 67레벨의 기계 괴수가 보스 몬스터로 등장했으니 말이다.

제법 높은 레벨의 보스였던 만큼, 녀석은 괜찮은 아이템들을 드롭 하였다.

이안의 기준에서 봐도, 탐나는 아이템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아이템들 중에는,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탐나는 아이템도 하나 존재하였다.

-기계 몬스터 ‘오염된 크릭스’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크릭스 설계도(3티어)’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고대 신령수의 지팡이(영웅/초월)’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황금빛 조화의 구슬×10’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39,800아스테르’를 획득하였습니다!

……후략……

그것은 바로, 보스 몬스터였던 기계 괴수 크릭스의 설계도.

‘미쳤다……!’

이안은 흥분한 표정으로 크릭스 설계도의 정보를 쭉 읽어 내려갔다.

-‘크릭스’ 설계도

3티어 전투 로봇\ ‘크릭스’를 제작할 수 있는 설계도입니다. (습득형 설계도입니다. 설계도를 습득할 시, 해당 로봇을 제한 없이 제작할 수 있습니다.)

-로봇 정보

분류 : 전투 로봇

티어 : 3티어

등급 : 영웅(초월)

제작 성공률 : 55퍼센트

(제작에 실패할 시 설계도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제작에 실패할 시 재료의 절반이 사라집니다.)

(생산 공장의 티어와 스텟에 따라 성공률이 증가합니다.)

*능력치

-전투 능력

생명력 : 30~45

공격력 : 70~85

방어력 : 25~40

민첩성 : 75~90

지능 : 45~60

에너지 효율성 : 75~95

(전투 능력은 등급에 따라 0~100++으로 표기됩니다.)

-생산 능력

없음

-특수 능력

액티브 : ???, ???

패시브 : ???

-소모 재료

상급 철광석×15

최상급 철광석×5

단련된 철괴×5

최상급 마정석×3

중급 속성의 정수×15

상급 속성의 정수×5

생명수×15

사실 3티어의 전투 로봇 설계도는, 그리 대단한 아이템이라고 할 수 없었다.

77호의 말에 의하면 전투 로봇의 설계도는 생산 로봇의 설계도보다 훨씬 흔하고 구하기 쉬우며, 설계 난이도도 어렵지 않다고 하였으니 말이다.

그냥 설계된 결과물의 가치만 놓고 따졌을 때 이안의 ‘로봇머슴’보다도 가치가 떨어지는 설계도인 것.

하지만 한 가지 전제가 붙는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습득형 설계도라니……! 일회성 설계도가 아닌 걸 이렇게 빨리 얻을 줄이야.’

‘습득형’이라는 설계도의 타입 하나 때문에 이 설계도의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오른 것이다.

‘재료들이 나름 까다롭긴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양산이 가능하겠는데?’

기계문명 컨텐츠의 로봇 설계도는, ‘일회성’타입이 베이스이다.

대부분의 설계도가 로봇을 한 번 제작하고 나면 소멸되는, 소모성 아이템인 것이다.

하지만 이안이 지금 얻은 이 크릭스의 설계도는 다르다.

이 설계도 한 장만 있으면, 재료 수급여부에 따라 계속해서 생산이 가능한 것이다.

‘이건 생각지도 못했던 소득인데…….’

때문에 이안의 입은, 헤벌쭉 하고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으흐흐, 파티 해산하고 나면, 77호 먼저 찾아가야겠는데?’

그리고 나머지 보상들까지 쭉 확인한 이안은,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하였다.

쌍둥이 자매는 앞으로도 쭉 도움이 될 만한 인재들이니, 소박하게(?) 설계도 하나만 꿀꺽 하기로 말이다.

영웅(초월) 등급의 장비인 고대 신령수의 지팡이나 오염된 정령을 높은 확률로 포획할 수 있게 해 주는 황금빛 조화의 구슬 등.

충분히 가치있는 다른 장비들을, 쌍둥이 자매에게 아낌없이 베풀기로 한 것이다.

“자, 이 지팡이는 사라 네가 갖고.”

“저, 정말?! 이걸 그냥 주겠다고?!”

“이 황금빛 조화의 구슬은 바네사 네가 가져.”

“헉, 정말이지?! 나중에 딴 소리 하기 없기다……?!”

“당연하지. 그리고 약속한 대로, 폭풍의 정령을 제외한 나머지 정령들도 싹 네게 양도할게.”

“……!”

-파티원 ‘사라’에게 ‘고대 신령수의 지팡이’ 아이템을 양도하였습니다.

-파티원 ‘바네사’에게 ‘황금빛 조화의 구슬×10’ 아이템을 양도하였습니다.

-파티원 ‘바네사’에게 조화의 구슬(사용됨)×346을 양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안에게서 보상들을 나눠받은 쌍둥이 자매는, 다시 활력 넘치는 표정이 되었다.

특히 영웅(초월) 등급의 무기 장비를 뜻하지 않게 손에 넣은 사라는, 만면에 드러난 미소를 감추지 못하였다.

기존에 사라가 쓰고 있던 장비가 유일 등급의 장비였으니, 그녀가 감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실상 초월 30~40레벨대의 랭커가 영웅 등급 이상의 초월장비를 얻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쌍둥이 자매들의 눈 밑에 길게 늘어져 있던 다크서클은 오간 데 없이 사라져 버렸고, 지난 이틀간의 고생을 잊기라도 한 것인지 두 사람은 신이 나서 이안을 찬양하였다.

“이안갓!”

“역시 이안은 천사였어.”

급기야는 다음 노동 일정(?)까지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쌍둥이 자매들!

“다음에 던전 공략하거나 사냥할 때에도 우릴 꼭 불러 줘야 해, 알았지?”

“맞아. 우리가 근성 하나는 끝내준다고. 네 하드코어한 사냥 일정에 함께할 파트너로는 우리만한 인재들이 없을 거야.”

사실 두 사람은, 이안이 소리 소문 없이 가져간 ‘크릭스 설계도’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애초에 기계 문명의 콘텐츠에 대해 알지 못했기 때문에,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전혀 추측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저 퀘스트와 관련된 잡화 아이템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

때문에 두 자매의 눈에, 이안은 엄청난 대인배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자, 다들 수고했어. 다음에 또 부를 테니까, 오늘은 이만 푹 쉬라고.”

던전을 나와 작별 인사를 한 사라와 바네사는 신이 나서 마을로 돌아갔다.

아마 두 사람은, 로그아웃하기 전에 새로 얻은 아이템들을 감상해 볼 것이었다.

사라는 새로 얻은 지팡이를, 바네사는 새로 얻은 수 많은 정령들을 말이다.

그리고 신난 두 사람이 사라지고 나자, 이안은 망설임 없이 로그아웃하였다.

‘이 정도면 오늘도 열심히 일했어.’

쌍둥이 자매와 합류하기 한참 전부터 계속 접속 중이던 이안이었기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뿍뿍이랑 라이, 이 두 녀석들은 아직도 균열을 못 찾은 건가?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마지막으로 두 소환수들을 잠시 떠올린 이안은, 그대로 침대에 누워 기절하였다.

* * *

한편 이안이 꿀 같은 잠에 빠져들던 바로 그때.

충성스런 소환수 라이와 뿍뿍이는 이안으로부터 받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크릉, 우리 길 잃은 거 아니냐, 뿍뿍. 이쪽으로 가면 되는 거 맞냐?”

“걱정 마라뿍. 이쪽에서 분명히 균열의 냄새가 나고 있뿍.”

“크르릉! 균열의 냄새가 뭔데?”

“식욕 떨어뜨리는…… 맛없는 냄새다뿍.”

“크릉, 그렇군!”

뿍뿍이와 라이의 모험은 무척이나 다사다난했다.

오로지 뿍뿍이의 직감에 의존하여 균열을 찾아 움직이다 보니, 산전수전을 다 겪게 된 것이다.

정령산의 구석구석을 싹 다 뒤진 것은 물론, 이상한 결계가 쳐져있는 미로까지 통과하였고, 미로를 통과한 이후에는 수많은 기계 문명의 로봇들까지 상대해야만 했다.

물론 용맹한 뿍뿍이와 라이는 로봇들을 다 부순 것은 물론 생산 공장으로 보이는 기계들까지 전부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지만 말이다.

“뿍뿍. 너는 원래 싸움 별로 안 좋아하지 않나.”

“그렇뿍. 나는 먹는 게 좋다뿍.”

“크릉! 그런데 최근에는 왜 이렇게 열심히 기계 괴수들과 싸우는 거냐?”

“처남의 복수를 위해서다뿍.”

“크릉?”

“아까도 처남의 복수를 해 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뿍.”

“그렇군. 크릉!”

미로의 안쪽에 있던 수많은 기계들을, 정말 단 하나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박살을 낸 뿍뿍이와 라이.

이어서 흡족한 표정이 된 뿍뿍이는, 다시 라이를 이끌고 더 깊숙한 산속으로 계속해서 이동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3~4시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오오, 저기 뭔가 그럴싸한 동굴이 보인다, 크릉!”

라이의 말을 들은 뿍뿍이가 커다란 머리를 휙 하고 돌렸고, 그곳에서 보랏빛 기운이 넘실거리는 동굴을 발견한 뿍뿍이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찾았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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